나는 파사라콰(Passalacqua)에서도 높은 고도에 자리한, 코모호수가 내려다보이는 18세기풍 호텔 스위트룸의 한 구석에 앉아있다. 이곳은 글쓰기에 가장 완벽한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한낮의 더위가 서서히 시원해지고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내 주변에서 메아리친다. 오른쪽 창문을 통해 굽어지는 호수를 따라 정돈된 아름다운 정원 풍경을 볼 수 있고, 왼쪽에 있는 창문으로는 호숫가를 둘러싸고 있는 우아한 빌라에 아름다운 배경을 형성하는 나무의 변화를 볼 수 있다. 1829년에 빈첸초 벨리니(Vincenzo Bellini)가 이곳에 머무른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는 이곳에서 자신의 가장 유명한 오페라 두 편을 작곡했다. 그만큼 창의력을 북돋는 휴양지이다. 두 오페라 중 하나인 ‘노르마(Norma)’는 내가 머물고 있는 스위트의 이름이기도 하다.나흘 전 밀라노에서 차로 출발하여 코모호수 최남단 지점의 터널을 통과하자마자 나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무더운 날씨 때문에 눈앞에 펼쳐진 호수가 그 무엇보다 반가웠다. 풍경은 우리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24개의 스위트룸이 있는 옅은 달걀 노른자 색의 별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볼거리였지만, 거기에는 코모호수라는 진짜 보석이 숨겨져 있었다. 이 별장은 안드레아 루치니-파살라콰(Andrea Lucini-Passalacqua) 백작이 의뢰하여 지어졌으며, 나폴레옹과 윈스털 처칠을 비롯한 많은 방문객들이 꼭 머물고 싶어하는 장소가 되었다. 그러다 4년 전 그랜드 호텔 트레메조(Grand Hotel Tremezzo)를 운영하고 있는 산티스 가족이 이 호텔을 인수했다. 그들은 세심한 모자이크 바닥과 트롱프뢰유 천장을 복원한 후에 무라노 유리 샹들리에와 포르투니(Fortuny)의 실크 램프셰이드 등 가구를 주문 제작하였으며, 수년에 걸쳐 수집한 앤티크 가구로 방을 채웠다.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계단식 정원으로 향했다. 가파른 곡선 형태의 길을 통과해야만 정원에 도달할 수 있다. 정원은 만발한 아가판투스로 둘러싸여 있고 수영장, 아침식사에 제공되는 알을 낳는 양계장, 채소밭, 올리브 농장 옆 개방형 헬스장이 구비되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점은 정원의 지하 통로가 제2차 세계대전 중 벙커로 사용되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슬림 애런즈의 사진 속 장소인 풀사이드에 자리를 잡았다. 독특한 패턴의 가구는 디자이너 JJ 마틴의 시각으로 탄생했다. 나의 두 딸은 바로 다른 숙박객의 아이들과 친구가 되었고 그들이 수영장 한편을 차지하는 일은 머무는 동안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그동안 남편과 나는 시원한 탄산수와 칼라마리 요리와 함께 휴식을 취했다.아침식사는 하루의 하이라이트였다. 우리는 식당으로 가기 위해 여성의 초상화로 채워져있고 나뭇잎에서 영감받은 브론제토(Bronzetto)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는 담살(Dame Salle)을 지났다. 신선한 과일과 빵, 절인 생선과 고기, 시칠리안 그라니타와 브리오슈, 그리고 취향에 따라 주문할 수 있는 달걀 요리가 제공되었다.
우리는 여유롭고 쉬운 체험을 즐겼다. 둘째 날 아침, 나는 울창한 목련나무들 사이의 장미 정원 옆에서 진행하는 요가와 피트니스 세션에 참여했다. 주방에서는 근처 몰트라시오(Moltrasio)마을에 있는 젤라테리아 르 주졸레(Gelateria Le Giuggiole)의 오너가 주최하는 젤라토 만들기 수업이 진행됐다. 남편과 나는 그 후에 몰트라시오마을에 있는 가정 식당에서 프리토 미스토(Fritto Misto)와 오소 부코 서퍼(Osso Buco Supper) 요리 체험도 참여했다. 우리는 1백50번째 시즌을 기념하는 빌라 데스테(Villa d’Este) 호텔로 내려가 부유식 수영장에 몸을 담그고, 보트를 탄 후 점심식사로 실키한 소스가 곁들여진 부드러운 참치 슬라이스 요리 톤노 톤나토를 먹었다. 저녁에는 파사라콰의 프라이빗 부두에서 빈티지 요트 디디(Didi)로 조지 & 아말 클루니 부부의 별장과 지아니 베르사체가 예전에 살았던 집을 지나 항해하며 코모호를 감상했다. 한번은 우리만의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아이들을 베이비시터에게 맡겼다. 우리는 캔디 스트라이프 무늬의 캐노피 아래에 앉아 보타르가(Bottarga)와 비프 타르타르(Tartare)를 곁들인 카초에 페페(Cacio e Pepe)를 즐겼고, 조용한 정원에서 레몬 진토닉을 홀짝거렸는데, 마치 비밀스러운 밀회처럼 느껴졌다.이곳에서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면 숙소의 매력이란 단순히 주변을 둘러싼 동화 같은 풍경뿐만 아니라 공간의 역사에서부터 나온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숙박객들은 각자의 공간을 존중하면서 서로 간의 친절한 따뜻함을 주고받는다. 마치 가족처럼. 아마도 나는 언젠가 다시 그곳을 방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