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AI를 자유자재로! 테크업계에서 일하는 여성 4인의 목소리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코딩,AI를 자유자재로! 테크업계에서 일하는 여성 4인의 목소리

막연한 환상은 고이 접어두고, 미래로 먼저 걸어가는 테크 업계 여성 개발자들

BAZAAR BY BAZAAR 2023.04.08
이토록 인간적인 컴퓨터
공학 엔비디아 개발자 프로그램 마케팅 매니저 문소리
링클 원피스는 H&M.

링클 원피스는 H&M.

“컴퓨터공학은 인간적인 학문”이라고 말한 적 있다. 숫자와 기호로 가득한 영역이 어떤 점에서 인간성을 발휘하나? 
나의 학부 전공은 생명공학이었다. 어찌 보면 컴퓨터공학과는 정반대의 영역이다. 생명공학이 자연 현상을 관찰해서 규칙을 찾아낸다면 컴퓨터공학은 사람이 룰을 만든다. 공학 안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만들 수 있는 학문이랄까. 그렇다 보니 예측이 가능하고 인간적이다. 내가 정의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관점을 넣을 수 있다. 더 유려하고 세련된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글쓰기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외국어를 배우면 그만큼의 세계가 넓어진다는 말이 있다. 컴퓨터의 언어를 배우는 것도 그와 같을까? 
비전공자들에게 소프트웨어 기초를 배우라고 추천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자신의 업계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치 블랙박스 같은 거다. 가볍게라도 일단 한번 경험하면 일의 순서와 방향을 파악할 수 있다. 〈바자〉도 웹사이트가 있지 않나. 시각적으로 예쁘게 꾸며진 프런트엔드*가 있고 DB가 저장되는 백엔드**가 있을 것이다.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면 기획을 할 때도 시야가 넓어지고 과정이 간결해진다. 내가 속한 테크 업계는 3개월에 한 번씩 전 세계를 열광시키는 솔루션이 등장한다. 새로운 무언가를 한 번씩 경험해보는 걸 추천한다. 이를테면 오픈AI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챗GPT를 써보라. 심지어 무료다. 모든 사람이 코딩 학원에 다니면서 코딩을 얼마나 잘 짜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런 소프트웨어를 활용해서 나의 관점을 담은, 나만의 것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빅데이터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기업의 연간 계획이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1년 단위로 일을 추진하기엔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고 지금 당장 어떤 의사결정을 할 것인지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의미다. 당신이 말한 대로 ‘3개월에 한 번씩’ 사건이 발생하는 테크 업계는 일반 기업보다 이 같은 생태에 더 빨리 적응하는 중일 것이다. 
동의한다. 우리 회사도 처음부터 완성된 기술을 내놓지 않는다. 일단 파일럿을 내놓고 세상의 반응을 살피고 나서 그다음을 생각한다. 어떤 기술이 세상을 바꿀 것인지 우리조차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개발자이자 개발자 프로그램 마케팅 매니저로서 수많은 개발자와 소통하고 있다. 개발자에게 필요한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인공지능 분야가 정말 빠르게 변한다. 계속 따라잡아야 하고 영원히 존재하는 건 없다. 때문에 개발자의 자질이라면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자기 프로그램에 녹여내야 한다. 게다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다 보면 에러가 잦을 수밖에 없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실수가 없을 수 없고 다만 그걸 고쳐가는 과정이 의미 있는 것이다. 일희일비하기보다 해결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개발자뿐만 아니라 오늘날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자질로 들린다. 
그렇다. “그대로 해봤는데 안 돼요. 못하겠어요”가 아니고 “이건 에러가 났네.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자”의 태도다.
테크 업계는 여전히 ‘남초’인가? 
내가 입사했을 때만 해도 우리 랩의 33명 중 여자는 단 3명이었다. 그런데 입사 후 3~4년 만에 빠르게 바뀌더라. 지금은 더 달라졌을 것이다. 여성 우호적인 근무 문화가 생겼고, 여성 입사자도 많아졌다. 과도기인 것 같다. 나만 해도 첫아이 때는 출산 전날까지 일했다. 다행히 둘째는 육아 휴직도 쓰고 여유 있게 출산했다. 지금의 회사는 외국계라서 그런 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고 덕분에 여러 가지 배려를 받으면서 일하고 있다. 워킹맘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는, 맞벌이라는 게 개인의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구조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거다. 나아지고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좌절하기보다 희망을 보고 있다.
여성의 시선을 가진 개발자는 어떤 지점에서 탁월함을 발휘할까? 
여성이 가지고 있는 육감, 그러니까 제6의 직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남자 개발자들이 구조적인 접근을 잘한다면 여자 개발자들은 이 기술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고 전파될 것인지 잘 본달까. 찰나일지라도 분명 그런 감각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이를테면 우리 회사에서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기술을 마음껏 연구하는 연구 조직이 있다. 이 조직의 장들이 전부 여자다. 엔비디아 AI 연구센터 부사장 산야 피들러와 머신 러닝 연구 책임자 아니마 아난드쿠마르가 바로 그런 여성들이라고 생각한다.
당신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코드는 무엇인가? 
2021년 공개된 오픈AI의 라이브 데모 영상이 기억난다. CEO인 샘 알트먼이 “웹 서버를 자바로 짜줘”라고 명령하자 인공지능이 바로 코드를 짜고 구현하는 데모 영상이었는데 그걸 보고 온 몸에 소름이 돋더라. 이 기술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앞으로는 이 같은 생성AI***가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넓힐 것이다. 이 기술을 잘 활용하는 기업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으로 갈리지 않을까.
당신이 꿈꾸는 미래 기술은 무엇인가? 
‘디지털 트윈’이다. 나와 우리 회사가 바라보는 미래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디지털로 똑같이 구현된 세상이다. 이미 작년에 메타버스나 디지털 아바타 붐이 일었다가 생성AI가 등장하며 관심이 밀려난 느낌인데, 이 생성AI가 다시 메타버스에 적용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거라 생각한다. 디지털 트윈은 단순히 나를 닮은 아바타를 만드는 게 아니라 그 아바타를 통해 내가 원하는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다. 우리가 항상 꿈꾸는, ‘누가 나 대신 일해주는’ 게 가능한 세상 말이다. 그러려면 현실 공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물리적인 현상이 가상세계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해야 할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인기인 ‘본디(Bondee)’에서 더 진화하면, 메타버스 안에서 현실에서보다 돈을 더 많이 쓰는 순간이 올 것이고, 그게 우리가 말하는 그 물리적 현상이 ‘작용’하는 순간이다. 그런 날이 머지않았다.  
 
*컴퓨터 소프트웨어에서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부분 
**프런트엔드로부터 사용자의 입력을 받고, 그 입력을 처리하여 출력할 결과물을 다시 프런트엔드로 넘기는 부분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등의 기존 콘텐츠를 활용하여 유사한 콘텐츠를 새로 만들어내는 인공지능 기술.
 
 
수식으로 네모를 만드는 기쁨 
왓챠 프런트엔드 개발자 임효성 
데님 재킷은 Ganni. 팬츠는 Cos.

데님 재킷은 Ganni. 팬츠는 Cos.

문과생도 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당신의 유튜브를 보고 나서 새삼 깨달았다. 
원래는 코딩 인터넷 강의를 판매하는 업체에서 마케터 겸 디자이너로 일했다. 작은 규모의 회사였기 때문에 고객 상담도 맡아야 했는데, 고객이 코딩 얘기를 하면 전혀 못 알아듣겠더라. 그저 상담을 잘하고 싶어서 직접 코딩 기초 강의를 들었다.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길래 그 과정을 내 유튜브에 올렸다. ‘비전공자가 한 달 동안 코딩을 배우면 얼마나 성장할까?’라는 제목이었는데 조회 수가 67만이 넘으면서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지인 말로는 전국에 있는 개발자는 다 본 수준이라고 하더라. 지금 생각하면 무지의 소치인데, 그걸 계기로 코딩 초심자를 위한 책도 출판했다. 그러고 나니 다시 마케팅 업무로 돌아가기 아쉬운 마음이 들더라. 아직 젊으니까 바꿀 거면 지금 바꾸자는 마음으로 개발 공부를 시작했다. 국비 지원 교육과정으로 공부했고 당근마켓 인턴 후 지금은 왓챠 프런트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코딩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 생각을 화면에 그대로 구현하는 재미다. HTML과 CSS를 먼저 다뤘는데 “네모 보여줘”라고 하면 네모가 나오고 “동그라미 보여줘”라고 하면 동그라미가 나오는 게 짜릿했다. 나에게 광고 디자인은 보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었는데, 코딩은 컴퓨터와 내가 상호작용한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덕분에 나의 삶도 평면에서 입체로 변한 셈이다.
당신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코드는? 
창피한 기억인데, 인턴 시절에 처음 맡았던 과제가 나에겐 특별하다. 문제를 아주 어렵게 해결한 다음 자랑스럽게 제출했는데 시니어 개발자의 피드백을 보고 깜짝 놀랐다. 훨씬 쉬운 방법이 있었던 거다. 나름 깔끔하게 짰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내 코드가 지저분했구나 몸소 느끼고 나니 시니어 개발자들에 대한 동경과 존경이 샘솟더라.
개발자로서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은? 
결국은 내가 만든 코드가 누군가에게 유용하게 쓰일 때다. 왓챠 파티는 다중동시감상과 실시간채팅 서비스로, 말 그대로 친구들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며 채팅을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원래는 시작 후 공유하는 데에 그쳤는데 최근 예약 기능이 추가되었다. 이 기능을 배포하고 나서 SNS 등에서 올라오는 반응을 살피고 있다. “왓챠 파티 예약 기능 생겼대. 예약해서 같이 보자” 같은 글을 볼 때 어찌나 뿌듯한지 모른다.
방금 당신이 말한 대로 테크 업계는 이제 우리 일상과 아주 밀접한 산업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겐 몇 가지 스테레오타입이 존재한다. 
예전엔 ‘컴공과는 체크 남방’ 같은 스테레오타입이 있었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도 않다. 개발 업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컴퓨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워낙 다양한 만큼 여성의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사실 남자든 여자든 성별이 무슨 상관이겠나. 그저 컴퓨터를 더 잘 아는 사람이 중요할 뿐이다.
개발자만의 남다른 성향이 있다고 생각하나? 
일단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모두가 관심을 갖고 공부한다는 점이다. 이쪽 분야는 퇴근 후나 주말에도 스터디가 일상이다. 커뮤니티 안에서 공유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하루 종일 컴퓨터만 보고 있으니 외로워서일 수도 있지만(웃음) 결국은 내가 알고 있는 게 맞는 것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게 예전부터 쌓아 올린 걸 발전시키기도 하고 무너뜨리기도 하는 게 개발자 아닐까.
이제 막 한 걸음을 뗀 주니어 개발자로서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맡고 싶은가? 
지금 나에겐 모든 프로젝트가 다 의미 있고 소중하다. 주니어일 때 필요한 것이 ‘경험 쌓기’라고 하더라. 일단은 닥치는 대로 다 해보고 싶다. 네모를 만들 줄 안다고 하더라도 약간 각진 네모도 만들어보고 둥근 네모도 만들어보고 네모를 뒤집어도 보는 것. 그렇게 다양한 경험을 해야 전문성 있는 시니어 개발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코딩은 나의 뒷배 
더잭팟 백엔드 개발자 강수희 

블라우스와 플리츠 스커트는 Coivant. 슈즈는 Charles & Keith.

블라우스와 플리츠 스커트는 Coivant. 슈즈는 Charles & Keith.

왜 개발자라는 직업을 택했나? 
워낙 게임을 즐겼고, 컴퓨터학원에서 강의하시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내게는 컴퓨터라는 도구를 다루는 게 친숙한 일이었다. 자연스레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지만, 개발자가 첫 직업은 아니다. 처음엔 1년 정도 기술운영지원팀에서 일했다.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고 여성 비율이 높은 편이다. 개발자의 업무를 돕다 보니, 100세 시대에 나만의 고유한 실력을 갖추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다. 주말을 할애하며 공부했고, 꾸준히 개인 프로젝트를 하면서 개발자로 전향하게 됐다. 현재는 이커머스 스타트업에서 백엔드 개발 업무를 맡고 있다. 쇼핑에 게임적인 요소를 더하는 일이다.
UI와 UX를 통해 유저와 상호작용하는 프런트엔드 개발자와 달리, 백엔드 개발자의 일은 서버와 데이터를 통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진다.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인가? 
쉽게 말하자면 백엔드는 공항 검색대와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유저가 서버에 어떤 요청을 하면, 행동 하나하나를 데이터로 모듈화해 검사한 뒤 통과시키는 거다. 예를 들어 누군가 물 한 병을 사려고 하면, 서버에서 사용자의 최근 결제 정보를 조회해 계좌에 구매할 수 있는 돈이 있는지까지 체크하고, 결제에 성공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데이터로 처리하는 일이다.
개발자로서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은? 
마케팅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 이벤트 기간 동안 사이트에 400% 이상의 접속자가 몰려 한낮에 서버가 터진 적이 있다. 서버 분산 시스템을 적용하며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20여 시간 만에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다. 코딩을 하며 잊지 못할 쾌감을 느낀 순간이다.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로 일하다 보면, 인프라 팀이 세세하게 나뉜 대기업과 달리 한 번에 여러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주로 나는 내가 원하는 기술을 기준으로 삼고 이직해온 편인데, 그래서 스타트업을 선호해왔다.  
전공 시절부터 늘 여성의 비율이 적은 환경에 있었을 것 같다. 지금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 
학부생 시절에는 8:2 정도의 비율이었고, 지금 회사의 팀도 비슷한 성비를 따른다. 과거에는 야근이 잦은 일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여성이 체력이 약할 것이라 생각해 여성 개발자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하지만 요즘에 그런 시선은 거의 없다고 본다. 단지 애초에 지원자 수가 남자보다 적고, 현업에 오래 남아있는 이들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개발은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일이 아니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머릿속으로 끝없이 탐구하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체력보다 정신력이 필요한 일이라 말하고 싶다. 코드가 안 풀릴 때는 퇴근한 뒤 샤워하면서도 내내 생각하곤 한다.  
직장인이라면 나보다 먼저 커리어를 쌓은 선배들의 사례를 보며 내 미래를 상상해보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여성 개발자의 수가 적은 환경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스스로 여성 개발자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사실 일을 할 때 성별로 인한 능력의 차이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같은 성별이기에 더욱 편하게 소통하고 공감대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건 부정하기 어려우니까. 평소 네이버의 ‘데뷰’, 카카오의 ‘이프카카오’ 같은 국내 개발자 컨퍼런스에 자주 참여하는 편인데, 여성 연사가 발표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다. 더 많은 여성 개발자의 활약을 목격하고 싶다.
테크 업계는 수명이 짧다고 알려져 있다. 10년 뒤 자신의 커리어를 어떻게 그리고 있나? 
이른 은퇴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내가 서비스를 개발하면 되니까’ 이런 든든한 마음이 깔려있달까? 다만 기술의 변화가 정말 빨라서, 매일 공부해도 늘 조바심이 있다. 인터뷰 전에 챗GPT에게 사전 질문에 대한 답을 물어봤는데, 나보다 훨씬 답을 잘하더라.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AI에 학습을 시켜 코드를 활용하는 법이 중요해지고 있고. 나는 언젠가 내 서비스를 론칭하고 싶다는 꿈이 있다. 요즘은 개발자도 창업을 많이 하는 시대이지 않나. 꿈에 다가서기 위해 주말마다 여러 스터디 모임에 참여하는데, 요즘에는 구글이 출시한 IOS와 안드로이드를 아우르는 앱 개발 플랫폼 ‘플러터’를 배우고 있다. 10년 뒤 관리자 역할을 맡게 되더라도 최전선에서 코딩을 하고 싶고, 70대가 되어도 재미를 위해서라도 코딩을 손에서 놓진 않을 것 같다.
 
 
모두가 인공지능을 손에 쥔 세상 
업스테이지 CSO  박은정 

니트는 Prada. 바지 SabyasachixH&M. 슈즈는 Charles & Keith.

니트는 Prada. 바지 SabyasachixH&M. 슈즈는 Charles & Keith.

네이버 ‘파파고’ 서비스를 개발했고, AI의 다양한 분야 중에서 번역, 챗봇 등의 기능을 다루는 ‘자연어 처리 전문가’로 일해온 당신은 요즘 세태를 보면서 기분이 남다를 듯하다. 수많은 사람이 마치 밈처럼 챗GPT에 열광하고 있다. 
2023년에 살아 있어 이 같은 현상을 볼 수 있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재미있다. 케빈 켈리가 〈기술의 충격〉에서 기술이 선형적으로 발전하는 게 아니라 계단식으로 발전한다고 얘기했지 않나. ‘계단 하나를 올랐구나!’ 싶다. 인터뷰하는 오늘을 기점으로 다음 주쯤, 챗GPT-4가 출시될 예정인데 무척 기대하고 있다. 우리 회사에서도 챗GPT의 API를 기반으로, OCR* 기술을 적용해 지난주 ‘ASK UP(아숙업)’이라는 서비스를 론칭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인터뷰 질문지를 휴대폰 카메라로 찍으면 텍스트로 자동 변환되고, 그걸 바로 카카오톡을 이용해 챗GPT에 물어볼 수 있는 서비스다.
업스테이지는 당신을 포함해 인공지능 분야의 소위 스타 개발자 3인방이 만든 AI 전문 스타트업 회사다. 일상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다가, ‘B2B’ 방식으로 기술을 공급하는 회사를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네이버에서 일하며 AI의 무한한 가능성을 봤다. “인공지능이 더 많은 사람들의 손에 쥐어지면 어떨까?” 세상에 AI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너무 많아 보였다. 업스테이지는 AI 전문 부서가 없는 기업이라도 이를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AI팩’을 배포하는 회사다. AI팩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대기업이 아닌 일반 쇼핑몰에서도 AI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는 ‘추천팩’과 방금 말한 OCR을 활용해 글자의 정보를 뽑아내 활용할 수 있는 ‘OCR팩’이다. 후자의 예를 들면 현재는 실비 보험을 청구할 때, 병원마다 환자마다 청구 내역이 달라서 서류를 사람이 일일이 수기로 처리하고 입력한 다음, 심사를 거친다. 그래서 금액을 청구하면 며칠이 걸리는 거다. OCR 팩이 더 많이 활용되면 무역회사, 보험회사 등 회사마다 다른 문서를 데이터화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비용과 노동이 확연히 줄어들 수 있다.
CSO라는 당신의 직함이 꽤 낯설다. ‘Chief Science Officer’의 약자인데. 
CEO, CTO를 뺀 다른 직함이 필요했다. AI 연구 분야의 방향성을 정하는 역할이다. 허깅 페이스 등 AI 전문 회사에서는 간혹 존재하는 직함인데, 한국에서는 아마 최초인 것 같다. 우리 회사에 1백 명의 직원 중 70명은 AI 리서치 엔지니어인데, 이 사람들과 함께 어떤 기술 세미나가 필요한지, 어떤 연구를 할지를 정한다. 이 역할과 별도로, 앞서 말한 ‘OCR팩’ 개발을 총괄하는 일도 맡고 있다.
26세에 프로그래밍을 시작해서 11년이 흘러 이 자리까지 왔다. 성과를 이룰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인가? 또, 개발자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학부 시절 산업공학, 그 중에서도 금융공학을 전공했다.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보편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갈증이 생겼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내 기술로 지식의 장벽을 허무는 일에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고, 연구소에 들어가 그때부터 하나씩 코딩을 익히게 됐다. 엔지니어의 역할은 문제를 발굴하고, 풀고, 마케팅하는 것. 세 가지를 모두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모든 문제를 풀 때 이 한 사이클을 돌리려고 계속 노력했던 것 같다. 아무리 위대한 기술이라도 세상에 쓰이지 않고 나 혼자만 알고 있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어떻게 내가 만든 기술을 쓰는지, 마케팅의 영역까지 개발자도 눈으로 직접 봐야 한다. 이건 사실 연구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논문을 아무리 잘 써도, 그걸 세일즈할 수 있고 사람들이 읽고 인용해야 진짜 좋은 연구자라고 생각한다.
당신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코드는 무엇인가? 
코드를 배우기 시작했을 무렵, 처음으로 마케터와 다른 개발자들과 협업했던 프로젝트가 기억난다. 당시 오픈 소스가 막 활성화되던 시기였고,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지금 함께 일하는 대표와 동료들을 만나게 됐다. 코드 실력으로 보면 정말 부끄러운 수준인데, 당시에는 무식하고 용감하게 다 공개했다. 그 덕에 여러 피드백을 얻고 반영하며 좋은 방향으로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 지금 AI 기술이 이렇게 발전한 것도, 서로 순수하게 실력을 공유하는 문화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AI가 ‘IT’라는 말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미래에는 코드를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가 심해질까? 
사회는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고, 모든 사람이 코딩을 배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컴퓨터 리터러시’, 컴퓨터에 대한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간단하다. 컴퓨터가 뭘 잘하는지 알고, 인공지능과 싸우기보단 그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 컴퓨터는 계산을 잘하고, 기억을 잘하고, 24시간 노동할 수 있다. 그런 특성과 경쟁하는 직업을 선택하기보다, 활용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낫다. 인공지능 연구자 앤드류 응이 한 말 중 “사악한 초지능의 등장을 현시점에서 걱정하는 것은, 화성의 인구 과잉을 걱정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나 역시 인공지능 전문가 관점에서, 미래의 인공지능은 우리를 잡일로부터 해방시켜주는 조력자라 생각한다. 지속가능하고 쉬운 방법으로 모두가 쓸 수 있는 AI를 개발하고 싶다. 인류의 가치와 맞아떨어지는 방식으로.  
 
*광학 문자 인식(Optical Character Recognition)의 약자로, 이미지에서 글자를 인식해 텍스트로 변환하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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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손안나,안서경
    사진/ 박배
    헤어/ 한결
    메이크업/ 이아영
    스타일링/ 윤지빈,김현조
    어시스턴트/ 허지수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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