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초선〉은 디아스포라 정체성을 탐구하는 전후석 감독의 차기작이다. 첫 번째 작품 〈헤로니모〉가 독립운동가의 후손이자 체 게바라와 함께 쿠바혁명의 주역이었던 ‘헤로니모 임’을 다루었다면 이번 영화는 동시대 미국으로 시선을 돌려 연방 하원의원에 도전하는 재미교포 5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여전히 이 땅에 정착하여 살아가는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재외국민’의 디아스포라적 고민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본 경험이 없다. 이 영화는 ‘사이구’, 이른바 L.A폭동을 시발점으로 코리안에서 아메리칸 코리안이 된 재미교포들의 혼란과 소외감을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특히 5인의 후보 중에서 데이비드 김은 ‘K-갈등’을 오로지 한 사람 안에 응축해놓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딜레마적 인물이다. 보수적인 크리스천 부모와 부딪히는 인권변호사 출신 게이로 한인 교포 사회에서도 아웃사이더로 분류되는 데이비드 김의 자급자족 초선 분투기를 통해 감히 짐작해볼 뿐이다. 코리안 디아스포라라는 그 무거운 소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