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과 김윤진의 자백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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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섭과 김윤진의 자백

영화 <자백>에서 소지섭과 김윤진은 서로를 가장 믿어야 하지만, 그래서 깊이 의심할 수밖에 없는 두 사람으로 만났다.

BAZAAR BY BAZAAR 2022.10.25
 
영화 〈자백〉에서 소지섭과 김윤진은 서로를 가장 믿어야 하지만, 그래서 깊이 의심할 수밖에 없는 두 사람으로 만났다. 자백이란 어쩌면 그런 아이러니를 품고 있는 게 아닐까. 끝까지 밝혀야 할 진실, 그러나 종국에 진실이란 무용하고 그 과정만이 생생한 시간이었다는 것. 정답 없는 삶에 항명하기보다는 그저 열심히 해내는 것으로써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베테랑 배우들이 있다. 이들의 ‘자백’을 따라가본다.
 
 
소지섭이 입은 수트, 셔츠, 타이는 모두 Louis Vuitton. 김윤진이 입은 수트는 Etro.

소지섭이 입은 수트, 셔츠, 타이는 모두 Louis Vuitton. 김윤진이 입은 수트는 Etro.

10월 26일에 개봉하는 영화 〈자백〉은 밀실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남자 유민호(소지섭)와 그를 무죄로 입증해야 하는 여자 양신애(김윤진)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면서 벌어지는 스릴러다. 두 사람 다 시나리오를 단숨에 읽을 정도로 빠져들었다고. 각자 맡은 캐릭터에 대해 설명해달라.
김윤진(이하 김): 변호사 역할을 맡은 게 이번이 두 번째다. 〈세븐 데이즈〉 캐릭터가 99%의 승률이었다면, 〈자백〉의 양신애는 100%,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다. 더 독하고 강력한 캐릭터다. 진실을 원하지만, 양신애라는 변호사는 진실을 추구하기 때문이 아니다. 상대가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크게 관심이 없다. 진실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법적으로 이기기 위한 증거로 사용하기 위함이지 도의적인 관점은 아니다. 진실을 알아야 짜깁기를 할 수 있으니까. 아주 독특한 변호사다. 배우들은 영화 대본을 봤을 때 “이 느낌으로만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대본보다도 훨씬 잘 나온 장면들이 있어서 빨리 보여드리고 싶은 작품이다. 소지섭(이하 소): 유민호라는 인물은 영화 거의 시작부터 상황에 몰린 남자다. 잘나가는 사업가였다가 갑자기 용의자로 몰리는 상황에 처한 남자이기 때문에 그 절실함, 처절함을 표현하려고 했다. 장르가 스릴러다 보니, 편집이나 음악이 들어갔을 때 감정이 혹여 더 약하거나 세질 수도 있어서 감독님과 촬영할 때 서너 가지의 다른 감정으로 연기를 해봤던 것 같다.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나중에는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수트, 셔츠, 타이는 모두 Louis Vuitton.

수트, 셔츠, 타이는 모두 Louis Vuitton.

캐릭터 설정상 긴장감이 팽팽한 대립 구도일 것 같은데, 현장에서의 케미는 어땠나?
소: 김윤진 선배님 경우, 시나리오를 통으로 외워 오셨더라. 대사도 많고 디테일한 표현들, 감정의 기본을 되게 표현을 잘하셔서 속으로 ‘뭐지?’ 그랬는데, 그냥 다 외워서 하시는 걸 보고 처음에 약간 압박 같은 게 왔었다. ‘준비 안 하면 큰일나겠구나!’ 하는. 캐릭터상 연기로 밀려버리면 안 되는 거라 촬영할 때 치열하게 했던 것 같다. 오랜만에 좋은 자극을 느꼈다. 김: 지섭 씨는 워낙 선수다. 물론 좋은 뜻으로. 현장에서 처음엔 너무 말이 없어서 나만 떠드나 싶었는데, 세트 촬영이 마무리가 될 무렵 지섭 씨가 입이 터졌다.(웃음) 요즘 영화 홍보 다니고 할 때도 너무 재미있다. 덕분에 좋은 친구 하나를 얻은 것 같다.
 
오리엔탈 패턴의 패딩 점퍼, 드레스, 목걸이는 모두 Dries Van Noten.

오리엔탈 패턴의 패딩 점퍼, 드레스, 목걸이는 모두 Dries Van Noten.

배우라는 직업, 연기라는 작업이 정답이 없다는 점에서 매력 있지만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일 것 같다. 벽에 부딪혔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면?
소: 지금도 부딪히고 있다.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 배우들은 정답이 없다고 말하지만, 보는 사람들은 정답이 있더라. 어느 정도의 틀이 있고, 보시는 분들만의 기준이 이미 정해져 있어서 그게 더 힘든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주변 가족이나 좋아하는 사람들한테서 위로를 받기도 하고, 혼자서 리프레시할 수 있는 건 운동. 그 순간 너무 힘드니까 다른 건 다 잊어버리게 된다는 점에서 운동이 좋다. 김: 지금도 늘 부딪힌다. 그렇지만 해야 되는 것, “Show must go on”인 거다. 현장에서 나 혼자서 뭔가 억지스럽게 감정을 잡아야 할 때, 막 외롭고 하기 싫을 때, 스태프 분들 표정과 눈빛을 본다. 반사판 들거나 조명 든 분들이 나 하나를 바라보는데, 눈빛에서 ‘당신이 잘해야지, 내가 빨리 집에 갈 수 있어’ 같은 절실함이 보인다. 그럼 확 정신이 차려지지.(웃음) 다른 거 필요 없고, 당장 해내야 돼! 그런 기분. 또 내 안에서 끌어내지 못하면 외부의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 양신애 때는 일부러 좀 불편한 속옷을 입었다. 평소에는 절대 입지 않는 것들, 움직일 때마다 속옷이 ‘나 여기 있다’고 존재감을 알리는 것들. 승률 100%의 날카로운 변호사니까 양신애는 그렇게 내 스스로 육체적인 불편함을 줘야겠다고 판단했다. 영화 〈쉬리〉 때 스타디움 안에서 액체 폭탄이 터지는 신이 있는데. 그걸 기다리면서 앉아서 대사도 없이 초조함을 표현해야 하는데, 이걸 너무 모르겠는 거다. 그래서 일부러 물을 많이 마시고 화장실을 가지 않고 참았다. 그러면 육체적으로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하잖나. 그렇게 일부러 나를 어떤 상황에 처하게 하는 방식이다. 
 
크롭트 턱시도 재킷은 Paul Ka.크롭트 셔츠, 튜브톱,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크롭트 턱시도 재킷은 Paul Ka.크롭트 셔츠, 튜브톱,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윤진 배우의 경우 〈쉬리〉부터 〈밀애〉, 미국 드라마 〈로스트〉, 영화 〈심장이 뛴다〉 〈이웃사람〉 〈세븐 데이즈〉 등과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까지 여성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혀준 캐릭터도 많았는데, 특별히 끌리는, 연기해보고 싶은 여성상이 또 있을지?
최근에 본 영화 〈노매드랜드〉에서 프랜시스 맥도먼드를 보면서 나는 언제 저렇게 용감한 배우가 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완전히 노메이크업에, 강가에 서서 완전히 나체로 있는 모습, 그 자유롭고 거리낄 게 없는 용감함. 또 그 배우가 굉장히 중성적인 느낌이 있잖나. 진짜 나 다 보여줬어, 할 수 있는 사람. 영화를 보고 나서 롤모델이 됐다.
 
터틀넥은 Louis Vuitton.

터틀넥은 Louis Vuitton.

소지섭 배우는 예전 인터뷰에서 “어깨에 고민을 짊어지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다”라고 표현한 걸 봤는데. 요즘에도 그런가?
고민거리나 걱정을 짊어져야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좀 더 젊었을 때는 난 행복하면 안 될 것 같은, ‘내가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면, 지금은 많이 나아진 편이다. 그래도 여전히 스스로에게 짐을 계속 줘야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된다고 믿는 사람 같다. 
 
소지섭 배우는 영화사 ‘찬란’과 함께 영화 수입, 배급 투자도 하고 있다. 주로 예술영화를 많이 배급하는 곳인데, 어떤 계기로 하게 되었나?
그냥 좋아서 하는 일이다. ‘찬란’이라는 좋은 회사의 대표님이 도움을 주셔서 동참하는 건데, 이렇게 물어보시면 늘 민망하다.(웃음) 어쨌든 배우로서 연기를 하고 있으니 받은 걸 조금 돌려드리는 느낌이기도 하고. 코로나 때문에 워낙 영화계가 어려워져서 힘들지만, 최대한 이건 놓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나는 놓으면 그만이라고 쳐도, 그 업을 하고 계신 분들은 절대 놓을 수 없는 상황이잖나. 그래서 같이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수트는 Kimseoryong. 레이스업 슈즈는 Dolce & Gabbana.

수트는 Kimseoryong. 레이스업 슈즈는 Dolce & Gabbana.

배우는 어쩔 수 없이 대중의 시선과 평가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직업인데, 대중의 평가에 얼마나 신경 쓰는지도 궁금하다.
김: 사실 다 본다. 볼 수 있는 건 다 보는데, 날 위해서 뭔가 도움이 되는 걸 건지려고 한다. 50개는 버리되 그 중에 하나는 일리가 있다? 그럼 그걸 잘 기억하려고 한다. ‘사람들이 날 좋아할까 아닐까’ 이런 목적이면 안 좋은 말에 상처받을 텐데, 그게 아니라 내가 도움받기 위해서 보면 좀 덤덤해지더라. 그게 대중 평가에 대한 나의 태도인 것 같다. 소: 신경 물론 쓰인다. 예전엔 상처를 받았겠지만 지금은 다 맞출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내 연기 스타일에 호불호가 있다는 거 너무 잘 알고 있다. 잘할 수 있는 스타일,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느낌을 어느 정도 아는데 그걸 계속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될 수 있으면 한 작품 끝나면 또 다른 걸 찾다 보니, 안 맞는 옷을 입을 때도 있다. 내가 봐도 그럴 땐 조금 어색하고 서툰 것들이 있어서 힘들 때도 있지만 계속 그래보고 싶다. 잘하는 것만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울 세트업은 Bottega Veneta.첼시 부츠는 Louis Vuitton.

울 세트업은 Bottega Veneta.첼시 부츠는 Louis Vuitton.

나이 들어가는 게 힘든 쪽인가, 반가운 쪽인가?
소: 완전히 좋아하는 쪽이다.(웃음) 나이 들어가면서 오는 연륜이나 여유 같은 걸 너무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연기하기에도 지금 나이가 외려 애매한 나이다. 젊은 쪽에 끼자니 아닌 것 같고, 완전히 아빠 쪽도 좀 애매하고. 나이가 들수록 연기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을 거라고 생각한다. 김: 나도 50대가 더 좋을 것 같다. 다양성이 없다는 현실은 이미 20년 전부터, 그때부터 여자 영화가 없다는 얘기를 계속 해왔던 것 같은데, 지금보다 좀 더 나이가 들어야 역할도 작품도 더 다양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걸 하는 건 늘 재미있다. 그래서 영화를 좋아한다. 새로운 이야기, 캐릭터마다 방식이 달라질 거고, 새로운 사람들과 같은 목적을 위해 모일 때의 그 끈끈함 같은 것들이 나한테 특별한 에너지를 준다.  
 
턱시도 수트는 Saint Laurant. 원 숄더 니트 톱은 Blossom.

턱시도 수트는 Saint Laurant. 원 숄더 니트 톱은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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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프리랜서 에디터/ 성영주
    스타일리스트/ 남주희(소지섭), 노해나(김윤진)
    헤어/ 김승원(소지섭), 이순철(김윤진)
    메이크업/ 이지영(소지섭), 수경(김윤진)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사진/김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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