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아트페어 현장을 가다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Art&Culture

위성아트페어 현장을 가다

필연적으로 예술에 관심은 있지만 작품을 사본 적은 없는 피처 에디터가 혹시라도 첫 거래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간 키아프 플러스 체험기.

BAZAAR BY BAZAAR 2022.09.29
 
디지털 아트 플랫폼 ‘에트나’를 선보인 갤러리현대 부스 전경.

디지털 아트 플랫폼 ‘에트나’를 선보인 갤러리현대 부스 전경.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이 열리는 코엑스에서 20여 분 떨어진 세텍(SETEC). 키아프 플러스를 보려고 난생 처음 이곳을 찾았다. 폐막날이자 사상 최대의 태풍이 몰려온다는 소식이 계속 들리고 폭우가 쏟아져서 그런지 전시장은 느긋하고 평화로웠다. 프리즈 서울의 인파를 상기하며 하루를 다 바칠 각오였는데 긴장을 덜어내고 초보 컬렉터로서 출사표를 던진다는 기분으로 걸음을 뗐다.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BAYC)〉을 바탕으로 골프 라운딩 버전으로 만든 NFT 컬렉션 ‘BAGC KOREA’. BAGC KOREA © ALTAVA Group, Courtesy of ALTAVA Group, Singapore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BAYC)〉을 바탕으로 골프 라운딩 버전으로 만든 NFT 컬렉션 ‘BAGC KOREA’. BAGC KOREA © ALTAVA Group, Courtesy of ALTAVA Group, Singapore

애초에 전략은 있지도 않았지만 기민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으니 순서대로 1전시장부터 시작. 반가운 갤러리 실린더가 보였다. 삼청동도 한남동도 아닌 봉천동에 있어 이상하게 더 관심이 가는 ‘근성’ 있는 갤러리. ‘봉천동 핫 플레이스’답게 개별적인 전시 공간으로 보이도록 목재 설치물을 세우고 그림을 걸었다. 8월부터 갤러리에서 열리던 영국의 신진 작가 트리스탄 피곳의 개인전이 여기까지 이어졌다. 그림 속 인물이 신고 있는 신발을 유심히 보는 사람이 있을까? 인물이 그려진 그림이 세 점 있었는데 한 사람은 앞코가 뭉툭하게 막힌 버켄스탁을, 한 사람은 요즘 유행이 돌아온 발등이 얕은 아이다스 스니커즈를 신고 있었다. 무릎을 꿇은 사람의 신발 바닥은 쩍 갈라져 있었다. 앞서 계속 밝혔지만 좋은 작가를 고르는 안목보다는 즉흥적인 관심으로 호기심을 채우는 게 우선인 초보자로서 브랜드를 맞추는 즐거움 너머로 미술사적 레퍼런스 속 동시대적 영향을 담는 작가의 의도를 흘끗 캐치하는 게 재미있게 느껴졌다. 일본의 컨템퍼러리 도쿄(Contemporary Tokyo) 미술관과 대만의 FNG-아트 부스에서는 꽤 오랜 시간 머물렀다. 일본의 빈티지 과자 봉지 디자인처럼 익숙한 미키호 요시다의 유화나 만화책의 한 칸을 뚝 떼어온 것 같은 타마고 타케의 캔버스는 귀여움이 모든 걸 이기고 세상을 구한다고 믿는 나에게 꽤나 매력적인 손짓을 보내고 있었다. 대만 갤러리에 걸린 97년생 미국 출신 작가 니키(Nikki)의 그림은 영락없이 요시토모 나라를 떠올리게 했다. 97년도에 인기 절정이었던 한 작가의 시그너처가 한 시대를 지나 새롭게 생성되고 판매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 역시 흥미로웠다. 그의 작품에 줄지어 빨간 도트가 붙어 있었던 점도. 나의 취향을 떠나 펭수부터 구피, 톰과 제리, 뽀빠이 같은 카툰 캐릭터와 〈Manga Girl〉(Julia Ziegelmaier)이라는 제목이 붙은 작품이 있을 정도로 일본 만화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이 3관까지 넓게 퍼져 있었다. 
 
컨템퍼러리 도쿄의 출품작인 미키호 요시다의 〈Folklore of the New Adaptation no.3 : Kangetsu Touge 28〉.

컨템퍼러리 도쿄의 출품작인 미키호 요시다의 〈Folklore of the New Adaptation no.3 : Kangetsu Touge 28〉.

2전시장은 NFT와 AR 같은 뉴미디어와 기술을 탑재한 부스로 채워졌다. 갤러리현대는 전략적으로 키아프 플러스에 디지털 아트 플랫폼인 에트나(ETNAH)의 무대를 배치한 것 같았다. 강남 VIP 프라이빗 스페이스 건물 1층에 있는 모양의 대형 LED가 벽처럼 공간을 장악했다. 작은 화면에서는 이건용 작가가 그 유명한 퍼포먼스 〈바디스케이프〉를 수행하는 장면이 흘렀다. 실험미술 거장의 움직임을 담은 프로젝트 〈디지털 바디스케이프 76-3〉을 보자니 NFT가 생각보다 넓은 영역으로 뻗어나가는구나 싶었다. 실물 작품과 NFT 버전의 작품이 함께 전시되고 휴대폰 연동으로 디지털 액자를 구축하거나 QR코드를 찍어 바로 작품 설명을 보고 구매 링크로 넘어가는 시스템이 예전 아트페어와는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무렵. 이렇게 격세지감을 느끼다가도 3전시장에 포진된 오랜 화랑과 지방의 유수 갤러리, 김구림과 박서보, 김환기 같은 우리의 자랑(?)을 보면서 오묘한 균형감에 무릎을 탁 쳤다.  
무언가 더해진다는 건 여러모로 긍정적인 의미다. 개관 5년 미만의 젊은 갤러리와 직접 볼 가치가 있는 유명한 작품, NFT, 해외 갤러리까지 알차게 키아프 서울이 다 가져가지 못한 몇 가지 항목을 ‘+’처럼 등에 업고 있었다. 그래서 뭘 사긴 샀나? 마음을 빼앗긴 작품들은 거의 팔려나가고 지나치며 본 작품에도 빨간 점들이 자주 보였다. 다음에는 ‘부지런히’! 초심자로서 가슴에 새긴 한 마디다.
 
트리스탄 피곳의 작품을 전시 중인 실린더 부스 전경.

트리스탄 피곳의 작품을 전시 중인 실린더 부스 전경.

동숭갤러리 부스에 걸린 김구림 작가의 〈Yin and Yang 90-L28〉, 1990, 캔버스에 혼합재료, 122x274cm.

동숭갤러리 부스에 걸린 김구림 작가의 〈Yin and Yang 90-L28〉, 1990, 캔버스에 혼합재료, 122x274cm.

박의령은 〈바자〉의 피처 디렉터다. 처음 위성 페어를 경험하면서 행사에 대한 지레짐작을 펴기 전에 부지런히 움직이자는 진리를 되새겼다.
 

Keyword

Credit

    글/ 박의령
    진/ 키아프, BAGC, Contemporary Tokyo, 실린더, 동숭갤러리 제공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