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스커트, 컷아웃 드레스, 브라 톱 등 과감하게 몸을 드러낸 아이템이 지난 시즌의 메가 트렌드였다면, 이번 시즌엔 은밀하게 살결을 드러낸 시어 드레스가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언더웨어가 비칠 만큼 얇디얇은 소재의 드레스에 볼륨감 있는 퍼 아우터를 매치해 극적인 대비 효과를 보여준 펜디 컬렉션이 대표적인 예. 이외에도 탱크톱에 시어한 슬립 드레스를 더한 프라다와 광택이 흐르는 시스루 드레스를 선보인 보테가 베네타 또한 눈길을 끌었다.
뷔스티에는 Fendi. 팬타 슈즈는 Balenciaga.
페티시즘의 상징 코르셋이 트렌드의 최전선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단 이번 시즌의 코르셋 드레싱은 특유의 관능미뿐만 아니라 스포티즘, 퓨처리즘까지 폭넓게 아우르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섹슈얼리티를 강조한 펜디와 베르사체부터 아디다스와 협업한 구찌의 스포티한 버전, 하우스의 상징인 바 재킷을 테크니컬 무드로 변모시킨 디올, 미래지향적인 메탈릭 뷔스티에를 선보인 발맹까지. 하나의 갑옷을 연상케 하는 코르셋의 파워풀한 매력에 주목하라.
쇼장 데커레이션부터 의상, 백 & 슈즈, 메이크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컬러를 푸크시아 핑크빛(팬톤 컬러연구소와 함께 만든 핑크색이다)으로 통일한 발렌티노 쇼는 패션사에 기록될 드라마틱한 패션 신 중 하나일 것. 더욱이 이번 시즌 런웨이엔 눈이 시릴 듯한 핫 핑크부터 풍선껌을 연상케 하는 버블검 핑크, 사랑스러운 파스텔 컬러의 스트로베리 크림 핑크까지, 다채로운 핑크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색 심리학에 따르면 핑크는 희망과 친절, 그리고 여성스러움을 상징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