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액셀을 힘껏 밟으며 꼬불거리는 강원도 영월의 삼방산 길을 오르면 해발 6백m에 자리한 ‘산골 흙집’이 자태를 드러낸다. 황토와 나무, 참숯 등으로 직접 만든 전통 구들 황토방에 짐을 내려놓으니 그제서야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첩첩산중으로 이어진 능선을 따라 펼쳐진 비경을 내려다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깊은 산골에 독채형으로 지어진 흙집이라 자갈에 부딪치는 발자국 소리와 지저귀는 산새 소리 이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어둠이 찾아오면 산골 흙집의 매력이 오롯이 드러난다. 유려한 달빛 아래 무수히 쏟아지는 별들의 오케스트라가 청정한 강원도의 밤하늘을 빛내기 때문. 운이 좋다면 아침 하늘 아래 짙게 깔린 운해도 볼 수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채로이 변모하는 대자연의 신비로움을 경험할 수 있는 곳.




1백m가 넘는 층암절벽으로 둘러싸인 울퉁불퉁한 오지 산골마을 끝자락에 자리한 게스트하우스 ‘덕산터’. 가장 먼저 반겨주는 건 주인장의 반려견 잔치다. 연신 왈왈 짖어대며 게스트를 맞이하는 잔치 뒤로 덕산터의 주인장이자 현직 연극배우인 최일순 씨가 나타나 인사를 건넨다. 할머니 집에 온 듯한 공간에 그가 직접 공수한 티베트 소품들이 놓여 있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공간을 둘러보다 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켜켜이 쌓인 산등성과 붉어진 하늘을 바라보며 연신 셔터를 누르던 중 저녁식사가 완성되었다. 직접 채취한 곤드레를 넣어 지은 밥, 조미료 하나 들어가지 않은 두부찌개와 반찬 그리고 덕산터를 오르며 메말랐던 목을 축여줄 옥수수막걸리까지. 도심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향긋한 밥상이 후각과 미각을 일깨웠다. 서로의 잔을 부딪히며 인생사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어둠이 짙게 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