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탱크톱을 입자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화이트 탱크톱을 입자

겸손한 화이트 탱크톱이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2022 F/W 시즌의 중심에 우뚝 섰다.

BAZAAR BY BAZAAR 2022.06.14
 
탱크톱은 Off-White™. 데님 팬츠는 Celine.

탱크톱은 Off-White™. 데님 팬츠는 Celine.

2022 F/W 밀라노 패션위크가 한창이던 지난 2월 26일. 보테가 베네타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의 첫 번째 쇼가 공개되었다. ‘뉴 보테가’의 시대를 이끌며 브랜드에 제2의 전성기를 가져다준 다니엘 리의 바통을 이어받은 인물이어서였을까? 새로운 수장의 데뷔 쇼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자신의 필살기를 내보일 것 같았던 오프닝 룩은 내 예상을 보기 좋게 비껴나갔다. 누구나 갖고 있을 법한 화이트 탱크톱과 데님 팬츠(실제로는 데님을 프린트한 가죽 팬츠)의 조합. 여기에 버건디 컬러의 백 하나 걸쳤을 뿐인데 어찌나 쿨하던지! “실용성이야말로 시대를 초월하는 패션 그 이상의 스타일이며, 조용한 힘의 일부죠.” 이렇게 탱크톱과 함께 마티유 블라지의 ‘뉴(New), 뉴 보테가’의 시대가 열렸다. 
 
2022 S/S Ann Demeulemeester

2022 S/S Ann Demeulemeester

바로 이틀 전 공개된 프라다 쇼에서도 묘한 기시감이 느껴졌다. ‘프라다의 이데올로기’, 즉 과거의 키워드를 소환한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 두 거장의 조화만큼 ‘테일러링과 이브닝웨어, 그리고 실용주의’, ‘남성성과 여성성’이 완벽하게 결합된 런웨이가 펼쳐쳤다. 이 쇼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화이트 탱크톱이다. 오프닝을 맡은 카이아 거버와 피날레 모델 헝거 셰이퍼(Hunger Schafer, 배우) 모두 탱크톱 차림이었으니 과언이 아니다. 트라이앵글 로고를 단 탱크톱은 멀티 텍스처의 미디스커트 혹은 네이키드 드레스 아래 연출되었는데, 파워풀한 코트와 레더 재킷 사이사이 등장해 엄격함을 환기시키며 쿨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탱크톱의 질주는 밀라노를 넘어 파리 패션위크로 이어졌다.
 
2022 S/S Loewe

2022 S/S Loewe

“실용성과 관능미를 아우르는 탱크톱은 본래 남성성을 상징하는 아이템이죠.“ 〈바자〉 US의 패션 뉴스 디렉터 레이텔 세비야 타시지안(Rachel Seville Tashjian)의 말이다. 실제로 과거 탱크톱은 남성의 상징과도 같았다. 1930년대 원피스 수영복을 일컫던 ‘탱크 수트’에서 시작해 남성용 언더웨어, 운동선수들의 머슬 웨어로서 역할을 해왔으니. 1947년 미국에서는 ‘와이프 비터(Wife Beater)라 불리기도 했는데, 이는 꽤 흥미로운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제임스 하트포드 주니어(James Hartford Jr.)라는 사람이 자신의 부인을 죽을 때까지 폭행한 사건으로 미국 전역이 떠들썩했는데, 이를 다룬 신문 기사 ‘The Wife Beater’를 통해 화이트 탱크톱을 입는 그의 모습이 공개된 것. 그 때문일까? 이때부터 할리우드 영화 속 폭행을 일삼는 남자 주인공들은 너나 없이 화이트 탱크톱을 입기 시작했다. 영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51) 속 말런 브랜도, 〈문스트럭〉(1987)의 니콜라스 케이지를 떠올려보라. 이처럼 비뚤어진 남성성의 상징이 된 ‘악동’ 탱크톱은 1970년대 후반 반항적인 펑크, 퀴어 문화에 힘입어 남자들 세계에서 또 한 번 황금기를 누렸다.(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를 참고할 것.) 그러다 패션계에 우아한 모습으로 스며들게 된 건 1990년대부터다. 탱크톱의 신분 상승을 계획한 장본인은 미니멀리즘으로 당대 패션계를 휩쓴 헬무트 랭. 1997 S/S 런웨이에 소개된 탱크톱의 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모습은 곧바로 미니멀리즘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2022 F/W Chloé

2022 F/W Chloé

다시 현재로 돌아와보자. 패션 디자이너이자 작가인 호세 크리알레스 운주에타(Jose Criales-Unzueta)는 돌아온 탱크톱에 대해 ‘젠더 크로싱(gender crossing)’ 현상의 결과라 주장한다. “거칠어지고 싶은 여자와 관능적이고 싶은 남자. 이 둘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바로 탱크톱이죠. 이 작은 조각은 담백하면서도 파워풀하고 또 실용적이면서도 관능적인 무드를 지니고 있으니깐요” 실제로 루도빅 드 생 세르넹, 팡(fang), 디온 리 등 젠더 뉴트럴을 모토로 한 디자이너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관능적으로 변주한 남성 탱크톱을 몇 시즌째 선보이고 있다. 반면 여성 런웨이는 베이식한 탱크톱으로 ‘중성적인 시크함’에 집중하고 있다. 가죽 팬츠와 매치한 보테가 베네타와 클로에, 네이키드 드레스와 함께 ‘실용적인 이브닝웨어’를 연출한 프라다, 난도질한 듯 러프한 디테일을 더한 아크네 스튜디오까지. 2022 S/S 시즌의 로에베, 쿠레주, 사카이, 앤 드뮐미스터도 주목할 만한 탱크톱 룩을 선보였으니 참고할 것.
 
2022 F/W Prada

2022 F/W Prada

‘패션 탱크’의 시대, 화이트 탱크톱은 이번 시즌 진정한 주연으로 거듭났다. 2022년식 화이트 탱크톱 연출법은 간단하다. 남자친구 혹은 아빠의 옷장에 있을 법한 베이식한 실루엣으로 거친 에너지를 뽐내볼 것. 여기에 낙낙한 실루엣의 팬츠는 가장 쉽고 현명한 선택이다. 물론 펜슬 스커트, 수트, 데님 쇼츠 등 무엇과 매치하느냐에 따라 데이트부터 오피스, 뮤직 페스티벌까지 아우르는 매력적이고 실용적인 멀티 아이템이 되어줄 예정. 기본에 충실하자라는 말을 되새기며, 지금이야말로 작은 조각에 투자할 때다.  
 
2022 F/W Bottega Veneta

2022 F/W Bottega Ven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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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윤혜영
    사진/ 최문혁
    모델/ 이혜승
    헤어/ 장혜연
    메이크업/ 서아름
    어시스턴트/ 정민호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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