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많은 일을 겪고 예민함, 스트레스, 번아웃으로 몸과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그때 요가 선생님께 몸과 마음의 안정을 찾는 방법으로써 비건적인 삶을 권유받았죠.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 것도 비건이라고요. 자신에게 행사하는 작은 돌봄이, 타인, 동물, 환경을 대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았어요. 내가 하는 일이 무해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발전하는 거죠. 그 이후 제주에 내려왔고, ‘버터 러버’로서 버터가 간절한 제가 집에서 직접 비건 버터를 만들게 되었어요. 그리고 집을 방문한 친구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 덕분에 이렇게 문사기름집을 열게 되었어요.
식물에서 추출한 오일은 제게 테라피적인 느낌을 줘요. 멜팅과 릴랙스, 그리고 트라우마의 극복. 이런 특성을 가진 오일을 바탕으로 만든 먹는 것과 바르는 것에 한국적인 이름을 쓰고자 하니 ‘기름집’이 떠올랐어요. 문사는 저의 사랑스러운 회색 고양이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듣고 생각하고 실천한다는 매일의 리추얼인 문사수에서 따온 이름이기도 하고요. 제가 처음 공간을 만들 때 그런 상상을 했어요. 제주의 자연 속에 위치한 작은 기름집. 그런데 참기름, 들기름이 아니라 비건버터만을 장인정신으로 만드는 기름집이요. 제주 애월에 있는 작은 버터 공장에서 수행하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고 포장하니 시골의 기름집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제가 만드는 비건 버터가 식품이라는 것에 대해 항상 긴장감을 느끼고 있어요. 식품제조업 허가를 완료하고 제품별로 품목 제조 보고와 한 달에 한 번 자가품질검사를 시행하고 있죠. 그리고 제조부터 포장까지, 모든 과정에서 좋은 기분을 담아내고자 해요. 수행하는 마음으로,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이 가진 회복의 기운으로요. 그런 것들이 제가 만든 비건 버터로 전달된다고 생각해요.


우선 신선하고 건강한 리얼 푸드가 들어간다는 거예요. 생 캐슈넛 원물을 사용해 버터를 만들어요. 버터를 먹으며 식물성 단백질과 식이섬유, 철분, 칼슘을 섭취할 수 있어요. 그리고 단일성분 재료들을 사용한다는 것도요. 예를 들어 견과는 캐슈넛만, 블렌딩 오일은 유기농 코코넛 오일만 사용해요. 제가 이것저것 알레르기가 많다 보니 먹었을 때 내 몸에 맞지 않는 성분이 무엇인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는 단순한 재료들을 선호해요. 마지막으로 언제 어디서 누가 만들었는지 알고 선택할 수 있어요. 보존제를 넣지 않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3개월이라서 거의 매일 소량씩 만들고 있어요. 버터도 신선한 것을 먹을 수 있습니다. 문사기름집에 오시면 오늘 갓 나온 버터를 구매할 수 있어요.
생 캐슈넛을 통째로 넣어서 만들기 때문에 조금 더 고소하고 풍미 있고 소화가 잘돼요. 비건 버터를 잘라서 이것만 그대로 드시기도 하는 이유 같아요. 생 캐슈넛의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즐길 수 있고요. 일단 한번 경험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매주 목요일 서울 서래마을에서 열리는 그로우마켓(@groww_with.farmers)에서 저희 비건 버터를 판매하고 있는데요, 그곳에 가면 시식해볼 수 있어요.

© 문사기름집
비건이 아니어도 맛있게 버터를 즐기고 비건을 경험할 수 있도록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4가지 종류의 버터를 준비했어요. 먼저 비건 버터와 비건 발효 버터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어요. 비건 버터는 고소한 캐슈넛의 맛 그대로를 진하게 즐길 수 있고 담백하며 보드라운 식감이 매력적이죠. 비건 발효 버터는 비건 유산균을 넣어 12시간 이상 발효한 거예요. 비건 버터보다 조금 더 풍미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산미가 더해지죠. 그다음 각각 버터리와 플레인, 두 가지 맛으로 나뉘고요. 버터리는 기존 버터 향에 익숙한 분들을 위해 천연 버터 향이 가미된 거예요. 비건 버터 그대로인 플레인은 크림치즈 같은 느낌으로 드실 수도 있어요.
일반적인 버터와 똑같이 사용할 수 있어요. 채소를 볶거나 볶음밥을 만들 때 넣으면 고소함과 풍미가 살아나고, 가볍게 과일 위에 얹거나 비스킷에 샌드해 맥주나 와인 안주로 먹어도 좋아요. 밥에 된장찌개를 비비고 버터를 한 덩이 넣어도 환상적이고요. 최근 먹었던 것 중 가장 놀라웠던 맛은 비건 버터를 넣은 떡국과 김치찜이에요. ‘속세의 맛’인데 비건인, 그런 신세계를 만날 수 있어요. 인스타그램에서 ‘#문사기름집레시피’ 해시태그를 검색하거나 문사기름집 계정(@moonsa.jeju)에 들어오시면 더 자세하고 다양한 레시피를 보실 수 있어요.

© 문사기름집
현재 새로운 비건 버터 출시를 앞두고 있어요. 견과류 중에서도 캐슈넛이 소화가 잘되고 알레르기 반응이 가장 약하기 때문에 사용하고 있는데요. 사실 제주에서 나는 재료로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버터를 만들고 싶어서 오래전부터 찾고 연구해왔어요. 그러다 제주산 타이거너츠(뿌리채소의 일종으로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슈퍼푸드)를 발견하게 되었고, 2021년 11월 직접 제주 산지를 찾아가 함께 수확한 타이거너츠로 만든 신제품 ‘타이거 벗’이 곧 세상에 나올 예정이에요. 그리고 고객분들이 조금 더 가까운 장소에서 비건 버터 벗을 만날 수 있도록 경로를 고민 중입니다.
마지막 질문이라고 생각하니 이것저것 떠오르는 것이 많아지네요(웃음). 비건 버터 벗 패키지는 비목재인 사탕수수 종이를 사용했고, 선물 세트 겸 비건 버터 스타터인 ‘벗 세트’는 오동나무 상자에 넣어 다른 용도로 재사용 할 수 있도록 했어요. 대량생산이 아닌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기 위해 오동나무 상자와 종이 쇼핑백은 하나하나 실크스크린으로 직접 인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분들을 위해서 용기에 넣은 주문 제작도 가능해요. 또 가급적 로컬 재료를 사용하고 싶어 여러 산지를 다니며 다양한 실험을 해보고 있어요. 비건 유산균을 넣은 발효 버터도 제주 옹기에서 12시간 이상 발효합니다. 슬로우푸드처럼 느리지만 제대로 만들려고 노력해요. 비건 버터지만 비건이 아니어도,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버터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고 싶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문사기름집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moonsa.jej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