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

도심 한 가운데서 만나는 예술 작품

스치는 나날 속에 발견하는 예술 한 편.

BY박의령2021.10.02
임옥상 〈하늘을 담는 그릇〉
하늘공원의 전망대 역할을 하는 이 작품은 서울시가 추진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치되었다. 5미터 높이의 그릇 모양 철골 구조물 안은 3단의 데크가 있어 벤치 겸 전망대 역할을 한다. 사시사철 꽃과 억새가 모습을 바꾸는 만큼 작품도 시시때때로 변모한다. 주변의 풍광을 둘러보는 것도 기분 좋지만 작품이 두 팔 벌려 품어주는 느낌에 몸의 힘을 슬며시 내려놓게 된다. 입구에 쓰인 “마음이 그릇이면 천지가 희망”이라는 문구가 가슴에 남는다.
 
이용백 〈알비노 고래〉
알비노 고래는 얼마나 희귀할까?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오늘자로 지구상에 단 네 마리만 남아 있다고 한다. 거대한 지구의 망망대해에 오직 네 마리만 남은 생물체를 떠올려본다. 힘들게 살아남아 경이로운 존재가 된 흰 고래를 설치미술가 이용백은 도시의 망망대해로 데려왔다. 을지로 시그니쳐타워 앞에 나타난 고래는 어쩐지 몸통이 없다. 뼈대에서 안개가 분사되어 몸통을 채우고 물안개를 만들어 그 안을 유영할 터였다. 하지만 행인에게 물이 튄다는 이유로 뼈대만 남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거리를 지나는 이들에게 힘찬 고래의 움직임을 통해 행운을 전해주려던 작가의 의도는 역설적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올라퍼 엘리아슨 〈Over Deepining〉
신용산역 1번 출구에서 아모레퍼시픽 본사로 가는 길에 위성방송 접시처럼 생긴 커다란 조형물이 보인다. 멀리서 보면 그렇고 가까이서 사방을 둘러보면 전부 다른 모습이다. 경첩이 달린 손거울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화장품 회사 앞이라 생각이 그리 미친 것 같다.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조형물의 정체는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의 작품. 그는 테이트 모던 터빈 홀에 강렬한 노란 빛을 발산하는 태양을 띄우고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을 자연석과 물로 채워 바위산을 세우는 등 닫힌 공간 안으로 자연을 끌어들여 놀라움을 선사해왔다. 길이라는 열린 공간에서는 흘러 없어지고 말 자연의 순환을 한자리에 잡아둔다. 거울과 자박하게 채워진 물 웅덩이에 담긴 하늘과 주변 풍경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홍제유연
1970년대에 지어진 주상복합형 건물인 유진상가 아래에는 홍제천이 흐른다. 오랜 세월 통제구역이었던 곳이 ‘열린 홍제천로’라는 이름으로 개방되었고 서울시 공공미술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 사업을 통해 ‘홍제유연’으로 재탄생했다. 말하자면 이곳은 길 위에 세워진 개방형 미술관이다. 건물을 받치는 1백여 개의 기둥은 전시장의 벽이 되고 작품의 일부가 된다. 잔잔히 흐르는 물은 사운드 아트와 얽혀 또 다른 BGM이 되고 조명처럼 반짝거리기도 한다. 설치미술, 미디어 아트 등 8개의 작품과 작품이 이어진 길을 따라 걷고 나면 다시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는 삶의 공간과 마주하게 된다. 홍제유연의 뜻은 “물과 사람의 인연이 흘러 예술로 치유하고 화합하다”이다.
 
최태훈 〈아틀라스〉 & 하이메 아욘 〈LOVE〉
도쿄 시부야역 하치공 동상 앞에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인다. 최태훈 작가의 〈아틀라스〉는 을지로3가역 12번 출구 앞에 있다. 딱 집어 이름을 나누진 않지만 조각상 아래 사람들이 앉아 누군가를 기다린다. 고층 빌딩 숲을 배경 삼아 하늘 높이 뻗은 고대 신의 형상이 약속의 장소로 이름 불리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본다. 철판을 하나씩 용접해 8개월 동안 만든 18미터의 작품은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존재임을 담고 있다.
몇 발자국 옆에는 일 년 전 세워진 〈LOVE〉가 있다. 작품을 만든 하이메 아욘(Jaime Hayon)은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로 독창적이고 유머러스한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특정한 형상을 하지도, 깊은 의미를 담지도 않은 순진무구한 조형물의 손가락은 하트를 만들고 있다. 이른바 ‘K-하트’라고 불리는 제스처다. 스페인 작가가 만든 귀여운 캐릭터가 K-하트를 마구 날리고 있으니 이 작품의 용도는 웃음일 것이다.
 
박의령은 〈바자〉의 피처 디렉터이다. 다른 길로 새는 데 일등인데 눈앞에 보이는 것을 무작정 좇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