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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의 범죄심리학자 박지선이 피해자들에게 전하고픈 말

<바자>의 카메라 앞에 선 여성이 말한다. 여기, 당신이 귀 기울여야만 하는 이야기들이 남아 있다고. 만약 들어준다면,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있다.

BYBAZAAR2021.09.08
 
블라우스는 Laha. 재킷은 Ych. 반지는 모두 Ley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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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심리학자

박지선 



오늘 화보 촬영은 어떤 경험이었나? 
이건 범죄심리학자에 대한 선입견과도 연결이 되는 지점인데, 범죄심리학자라고 하면 다들 어둡고 무겁고 심각할 거라 생각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오늘 같은 분위기를 좋아한다. 즐거웠다.
 
실은, 놀랍도록 원활한 촬영이었다. 
예전 같으면 〈바자〉 같은 패션지에서 왜 범죄심리학자를 인터뷰하고 싶을까 거리를 뒀을 거다. 그런데 막상 와보면 정말 한 사람, 한 사람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있지 않나. 자살하고 싶다는 친구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네 옆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면 너의 옷을 보라”는 말이다. “네가 입고 있는 옷 한 벌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력이 들어가 있느냐. 네가 혼자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도 사실은 많은 사람의 손길이 함께하는 거다. 넌 혼자가 아니다.” 사람들은 범죄심리학자가 대단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이 사진 한 컷을 위해서, 이 자리에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각자가 들인 노력과 시간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직업인으로서 나도 그랬을 뿐이다. 그리고 몇 번 이런 촬영을 해보면서 느낀 건데, 내가 어색하고 뭐고 그런 건 시간 낭비다. 결과물을 빨리 얻어내야 이 많은 사람들이 집에 갈 거 아닌가.(웃음) 결국 나이가 든다는 건 이런 맥락을 알게 된다는 의미 같기도 하고.
 
〈그것이 알고 싶다〉 〈알쓸범잡〉 등으로 이제는 당신을 모르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아까 언급한 범죄심리학자에 대한 선입견으로 일상생활이 힘들어진 측면도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은 선하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에 대해 놀랍게도 ‘위선적’이라는 반응이 있었다. “범죄자를 그렇게 많이 보면서 사람이 선하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거다. 그런데 이 세상의 범죄자는 아주 드물다. 다만 나는 아주 소수의 그 범죄자를 분석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인 거고. 〈그것이 알고 싶다〉를 찍으면서 방긋방긋 웃을 수는 없지 않나. 그럼에도 미디어에서 보이는 단편적인 모습을 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그런 상황을 맞이하면 조금 난감하다. 내가 웃기라도 하면 화들짝 놀라더라. 그런 사람들한테는 진심이 안 닿는 느낌이랄까? ‘어? 저 사람이 저런 말도 하네? 저런 행동도 하네?’ 바라볼 뿐 어떤 말을 해도 전달이 안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선입견이라는 게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일부러 반대의 모습을 찾기도 한다. 이를테면 당신이 빵을 좋아한다든가 카카오 피겨를 모은다는 사소한 사실에 대해서 흥미롭게 반응하고. 
내가 빵을 아주 좋아한다기보다도(웃음) 그런 이미지를 찾으려고 노력을 하시는 것 같다. 내가 연구실에서 잔인한 범죄에 대해 말할 때 제 뒤편으로 살짝 보이는 라이언을 보면서 위안을 얻는다는 거다. 그 얘기를 듣고 ‘아 그럴 수도 있겠네’ 싶더라.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범죄의 경우 근 10년 사이에 급격히 늘었다고 알고 있다. 그 밖에 스토킹 범죄, 불법 촬영, 가스라이팅 등 학자로서 최근 주목하고 있는 범죄 유형은 무엇인가? 
불법 촬영이다. 불법 촬영을 저지른 범죄자에게 왜 이런 범죄를 저질렀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호기심 때문에 그랬다고 답변한다. 그게 또 언론에 그대로 보도되기도 하고. 그 답변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본인들은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호기심 때문에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촬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게 아니라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문제는 불법 촬영을 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는 거다. 우리 일상에서 카메라가 너무나 흔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범죄자 본인들은 물론이고 불법 촬영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그렇다. 불법 촬영이 피해자의 삶을 얼마나 파괴하는지에 대해서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블라우스는 Laha. 재킷은 Ych. 반지는 모두 Leyie.

블라우스는 Laha. 재킷은 Ych. 반지는 모두 Leyie.

 
미디어에서 ‘몹쓸 짓’ 같은 표현으로 가볍게 넘어가는 것도 문제다. 
언론에서 쓰는 용어가 참 중요하다. 성범죄에 대해서 ‘몹쓸 짓’이라고 하고, 범죄자에게 ‘짐승’이라는 등의 표현은 지양해야 한다.
 
범죄자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걸 인지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불안하니까 자꾸 ‘짐승’ ‘금수’ ‘사이코패스’ 같은 단어를 붙여서 범죄자를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고 분리하고 싶은 거다.
 
범죄자 미화나 사이코패스 판타지 등 미디어에서 범죄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지적이 자주 나온다. 
작가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수강생 대부분이 본인 작품에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넣고 싶어서 오신 분들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 연쇄살인범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내 강의에서 사이코패스에 대한 그런 지식을 얻고 싶으셨던 것 같다. 그 다음 수업을 시작하며, “지금 이 자리에 본인 작품에 사이코패스 캐릭터 하나 넣으려고 오신 분이 있다면, 본인이 이 작품을 왜 쓰는지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미디어에서 사이코패스가 너무 일상화되어 있달까. 실제 범죄 사건을 받아들일 때도 그저 남의 일 혹은 타자화하여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사이코패스는 드라마 속의 어떤 캐릭터가 아니고 피해자 또한 드라마 속에서 우는 연기를 하는 가상의 존재가 아니다.
 
스토킹 범죄에 대해 여러 번 힘주어 말한 바 있다. ‘노원구 김태현 살인사건’만 봐도 스토킹이 살인이나 기타 중범죄의 전조증상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은데. 
스토킹 피해 현황을 보면 주거침입, 협박, 폭행, 성범죄 등 다른 범죄와 함께 발생하기 때문에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피해자들의 경우 스토킹을 신고하기까지 여러 번 망설이고 주저한다. 만약 누군가 스토킹에 대해 신고했다면, 사실은 그 전에 오랜 시간 피해자의 고통이 누적된 기간이 있다는 것이다. 스토킹 처벌법이 1999년 발의된 이후 올해 22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고 오는 10월부터 드디어 스토킹 처벌 법안이 시행된다. 이전까지는 경범죄 정도로 취급되었다면 앞으로는 다를 것이라 기대한다.
 
범죄심리학자는 읽고 쓰고 연구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박지선이 생각하는 이 직업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자신이 뭘 하는 사람인지를 잊지 않는 것이다. 휩쓸리지 않도록.

범죄심리학자는 읽고 쓰고 연구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박지선이 생각하는 이 직업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자신이 뭘 하는 사람인지를 잊지 않는 것이다. 휩쓸리지 않도록.

 
만약 우리 주변에서 스토킹이나 데이트 폭력의 징후를 포착했다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나?
데이트 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털어놓으면 주변에서 쉽게 하는 말이 “헤어져라” “만나지 마라”다. 온라인상에서의 댓글만 봐도 “상대방이 폭력을 쓰면 당장 헤어지십시오.”라고 하는데, 그건 피해자의 상황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다. 피해자는 헤어지기 싫어서 헤어지지 않는 게 아니고, 헤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스토킹이나 이별 범죄는 피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이나 주변 사람까지 같이 협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복이 두려워 어떤 행동을 취하기가 더더욱 어렵다. 도움조차 요청할 수 없는 공포, 불안이 가득한 그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하는 조언은 독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런 조언은 마치 대처를 잘못해서 범죄가 발생한 것처럼 피해자에게 잘못을 묻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내가 스물세 살 때쯤 대낮에 지하철에서 흔히 ‘바바리맨’이라고 불리는 범죄자를 본 적 있다. 사실은 ‘바바리맨’이 아니라 ‘공연음란범’이다. 나는 내가 언젠가 그런 사람을 만나면 깔깔깔 비웃거나, 대차게 저지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그 사람을 마주한 순간 너무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했다. 옆 칸으로 도망도 못 가고 소리도 못 지른 채 못 본 척 가만히 있었다. 1분 남짓한 그 경험으로 일주일 동안 괴로웠다. 그때 내가 왜 아무것도 못했을까 자책했다. 막상 그런 일이 닥쳤을 때 나조차도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 몰랐는데 남에게 섣부른 조언을 하면 안 된다는 걸 그때 느꼈던 것 같다. 개별 사건에 대해 모르는 상태에서 일반적인 조언을 드리는 건 내 입장에서 상당히 조심스러운 일이다. 다만 수사나 재판 기록을 봤던 입장에서 한 가지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기록을 하라는 거다. 피해 일시와 피해 상황에 대해 남겨두어야 한다. 문자, 전화 기록, 혹은 친구에게 내가 당한 일에 대해 말한 카톡 메시지라도 좋다. 데이트 폭력의 경우 처음에는 폭언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폭력으로 번지는 등 점진적으로 피해의 강도가 심해진다. 때문에 이 피해가 상습적이고 누적되어왔다는 걸 입증할 만한 증거가 매우 중요하다. 수사 재판 기록을 보다 보면 이런 기록이 없는 경우가 많고 그럴 때 참 안타깝다. 이게 내가 말할 수 있는 선을 넘지 않으면서 드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조언인 것 같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사회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생들에게 어떤 말을 자주 하나?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발표를 할 때면 항상 “저뿐만이 아니고,” “저의 조원들도 모두 이렇게 생각하지만,” 같은 말로 시작한다. 내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제발 너의 의견을 말하면서 다른 사람의 동의를 구하려고 애쓰지 말라는 거다. 학생들이 남들과 어떻게 맞출 것인지에 대해선 고민하는데 정작 본인이 좋고 싫은 것에 대해 표현하는 건 두려워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심지어 이런 태도는 나중에 직장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가진 능력만큼 평가를 못 받는 직장인들을 보면, 대부분 의견을 말할 때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미 학습이 되었기 때문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 않나? 젠지세대들은 비교적 자기 의견을 잘 표현할 것 같은데. 
나아질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매년 신입생이 들어오지만 그런 친구들은 언제나 소수다. 화상 수업을 하는데 심지어 줌 안에서도 서로 눈치를 본다. 가장 먼저 의견을 말하고 싶지 않은 거다. “다른 분들도 이렇게 생각을 하시겠지만”, 아무도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어떤가.
 
셔츠는 Enfold by Eli’den. 팬츠는 Ych. 로퍼는 Prada. 이어커프는 C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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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범죄심리학자의 주된 업무는 읽고 쓰고 연구하는 일이다. 최근에는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 
데이트 폭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데이트 폭력은 신체적, 정서적, 성적 폭력으로 나누어지는데 그 중에서도 정서적 폭력에 집중하고 있다. 이 분야에 관해서는 아직 연구가 미비하다. 보통 경찰에 신고되는 사건만 봐도 신체적 폭력이 발생한 이후에 신고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신체적 폭력이 발생할 때쯤에는 이미 정서적 폭력이 누적되어온 경우가 많다. 연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한 정서적 폭력은 물론 아동학대에서 발생한 정서적 폭력까지 좀 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연구에 임하고 있다.
 
범죄심리학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분석력도 중요하고 피해자에게 공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최근에 각 방송사마다 이른바 ‘범죄 예능’을 제작하고 있다. 왜 힐링 예능에서 범죄 예능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 있다. 일차적으로 우리 사회에 분노가 많아졌고, 범죄자나 범죄에 대해서 화를 내는 것은 정당하다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범죄 예능은 오히려 살아가는 데 있어서 더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현실적인 선택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나 같은 범죄심리학자나 프로파일러에게 정말 많은 섭외가 들어온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 내가 왜 범죄심리학을 연구하는지를 생각하지 않으면, 범죄를 하나의 흥밋거리로 소비하는 데 휩쓸리겠더라. 미디어에서 얼마나 쓰기 좋은가. 그래서 늘 스스로 되뇌곤 한다. ‘정신을 차려야 해.’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를 항상 기억해야 해.’
 
심리학 이론 중에 특별히 좋아하는 이론이 있나? 
각자에게 ‘이 일이 나에게 일어나면 너무 좋을 것 같아.’ 혹은 ‘이 일이 나에게 일어나면 너무 힘들고 충격적일 것 같아.’ 싶은 일이 있지 않나.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면 생각했던 것만큼 기쁘지 않거나 생각했던 것만큼 힘들지 않다. 이걸 ‘충격 편향’ 이론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실제 감정의 지속 기간을 과다 추정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 또한 해외여행에서 나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기차에서 내린 뒤 메고 있던 백팩을 봤더니 지퍼가 열려 있었다. 지갑이 없어져서 충격을 받았지만 또 순간적으로 여권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충격 편향’과 함께 ‘면역 무시’라는 이론이 있는데, 나쁜 일이 일어나면 사람에게는 심리적인 지지체계가 발동한다. 내가 특별히 낙천주의자라서 ‘아, 여권이 있네.’에 생각이 미친 게 아니다. 해외여행 중에 지갑을 잃어버린 건 거의 최악의 상황이고, 그 일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면역체계가 작동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 일이 일어나면 세상에서 제일 기쁠 것이기 때문에, 오직 그걸 위해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살아가거나 오늘을 죽인다. 그런데 막상 그 일이 일어나도 그렇게까지는…. 자주 나오는 말이지만 현재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반대로 최악이라고 생각한 일도 막상 닥치면 생각만큼 최악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니까 다들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범죄자들을 향해 “저지르지 마. 생각하지 마. 모두 너보다 똑똑하다.”는 일침으로 화제를 모았다. 반대로 피해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자책하지 말라. 영화 〈굿 윌 헌팅〉에도 나오는 대사인데, “It’s not your fault(네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 일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 범죄자의 잘못이다. 한국 사회는 특히 가족 간에 발생한 범죄에서 가족과 자신을 분리하기 힘들어한다. 범죄자와 본인을 분리하는 일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어려운 일임은 알지만 제발, 자책하지 말라.
 
여전히 인간이 선하다고 믿는가? 
그렇다. 오늘 아침 ‘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을 저지른 범죄자들의 신상이 공개됐다. 처음엔 경찰도 범죄자들의 신상을 공개할 생각이 없었는데 여론이 들끓어서 결국 공개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목소리를 높였겠나. 피해자가 안타깝기 때문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길 바라기 때문이다. ‘정인이 사건’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일면식 없는 한 아이의 죽음일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슬퍼했다. 이를테면 〈그것이 알고 싶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는 사람들이 중요한 것이다. 피해자 한 명 한 명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 것 자체가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언론이 보도하고 그로 인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높이고 법률이 바뀌고 점점 더 범죄를 저지르기 힘든 방향으로 갈 때, 세상이 조금씩 좋아진다고 믿는다. 이것이 내가 범죄 관련 방송에 계속 출연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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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손안나
  • 사진/ 김영준
  • 헤어/ 안미연
  • 메이크업/ 이아영
  • 스타일리스트/ 이명선
  • 어시스턴트/ 백세리
  • 웹디자이너/ 한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