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꼭 봐야 할 전시와 영화

백남준과 플럭서스, 36인의 작품을 다시 꺼내 보는 일.

BY손안나2021.09.03
 

아방가르드를 기억하다

백남준과 플럭서스, 36인의 작품을 다시 꺼내 보는 일. 
Alison Knowles, 〈Shoes of Your Choice for Fluxfax〉, Silkscreen, 30.48x21.59cm, Date B.a.t. Approved: October 1994, Date Edition Signed: October 1994. Printer: Mark Cowgill Assistant Printer: Michelle Red Elk

Alison Knowles, 〈Shoes of Your Choice for Fluxfax〉, Silkscreen, 30.48x21.59cm, Date B.a.t. Approved: October 1994, Date Edition Signed: October 1994. Printer: Mark Cowgill Assistant Printer: Michelle Red Elk

플럭서스는 1960년대 초부터 미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일어난 국제적인 전위예술운동 아방가르드를 주도한 그룹이다. 이들은 삶과 예술의 조화를 모토로 전통 예술의 형식적 허구에 정면으로 도전했고 음악, 연극, 미술, 무용, 문학 등 매체 간의 두터운 경계를 무너뜨리고자 애썼다. 벽을 두드리며, 계속 질문을 던졌다. 예술은 무엇인가? 예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플럭서스라는 단어가 ‘흐름’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왔듯 이들은 예술작품이야말로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대상이라고 믿었다. 그런 비전으로 탄생한 지시문, 신문, 책, 디자인 등 자유분방한 형식의 예술을 감상하는 시간. 수십 년 전 작품 앞에서, 여전히 그때와 같은 해방감에 젖는다.
 
※ «백남준과 플럭서스»전은 갤러리 FM에서 9월 8일까지 열린다. 
 

사이 사이

동양과 서양, 자연과 문명, 여백과 채움의 사이를 잇는 임충섭의 ‘드로우잉’. 
 〈Untitled ㅇ.ㅣ〉, 2017, Acrylic, plastic grid, resin, U.V.L.S. gel, mulberry paper on canvas_f, 41x34.6x6.3cm. 〈Untitled 지(之)〉, 2017, Oil, acrylic, plastic grid, U.V.L.S. gel, mulberry paper on canvas, f, 38.7x32.3x4cm〈Untitled ㅅ.ㅂ.〉, 2017-2020, Acrylic, U.V.L.S. gel, mulberry paper on canvas_f, 41x34.8x6cm〈Untitled 綠(록)〉, 2017, Acrylic, mulberry paper on canvas_f, 39x32.8x3.6 cm.
«드로우잉, 사잇»이라는 전시 제목은 익숙하면서도 생경하다. ‘드로우잉’은 그림이겠거니, ‘사잇’은 외국어이려나? 게으른 의문이 든다. ‘사잇’은 임충섭의 작품 세계를 함축하는 단어다. ‘사이’와 ‘잇다’를 결합한 말이며 양자를 연결하고 중재하는 과정 안에서 조형 행위를 한 결과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한문의 조형성을 서양 미술의 관점에서 추상표현으로 읽을 수 있다. 임충섭의 작품 속 서예의 엄격하면서도 자유로운 붓질로 써내려간 듯한 형태는 ‘ㅇ, ㅣ, ㄴ, ㅅ, ㅂ’ 등의 한글 자음과 모음, 綠(록) 角(각), 居(거) 등의 한자를 닮았다. 혹은 그 음이나 의미를 연상시키는 형태가 반추상적으로 그려져 있다. 재료 선택에서도 변주는 계속된다. 유화, 아크릴, 캔버스처럼 전통 회화에서 흔히 사용하는 재료와 먹, 한지 같은 동양적 재료, 플라스틱, 카펫, 나무 못 등 쓰임과 성질이 다양한 것들을 중첩한다. 한데 모인 재료들은 캔버스에 투명하게 침잠하듯 스며들어 조화를 이루는 동시에 질감과 입체감이 돋보이는 부조적 화면을 구축한다. 새로운 예술 형식을 찾기 위해 1973년 뉴욕으로 이주한 임충섭은 여전히 뉴욕에서 자신만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5년에 걸쳐 ‘사잇’한 결과물을 볼 수 있다. 
 
※ «드로우잉, 사잇»전은 갤러리현대 두가헌에서 8월 27일까지 열린다. 




웃어봐

떠올리면 언제나 위로가 되던 찰리 채플린을 지금 여기 소환하다.
짧은 콧수염에 중절모를 쓰고 지팡이를 휘두르는 세상에서 가장 웃기고 슬픈 사람, 고달픈 삶을 유쾌하게 헤쳐나갈 줄 아는 씩씩한 어른, 찰리 채플린. 그는 언젠가 이런 말을 했다. “진정으로 웃을 수 있기를 원한다면, 당신에게 닥친 고통을 받아들이고 그런 고통을 즐길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1백 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가 보여준 웃음과 지혜의 코드는 어째서 바래지 않는 걸까? 이 의문을 풀 가장 좋은 방법은 그의 영화를 곱씹어 보는 것이다. 찰리 채플린의 첫 장편영화이자 대표작 〈키드〉의 100주년을 기념하는 회고전이 열린다. 상처받은 아이와 어른의 특별한 사랑을 담은 〈키드〉, 인간의 소외를 묘사한 〈모던 타임즈〉, 히틀러와 나치즘을 풍자한 〈위대한 독재자〉, 퇴락한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라임라이트〉, 사회를 비판하는 〈뉴욕의 왕〉 등 10편의 희로애락이 펼쳐진다.  
 
※ 〈채플린 특별전〉은 8월 25일부터 9월 7일까지 CGV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