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N
CARE

얼굴만 피부는 아니다
」나는 늘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말하곤 한다. “전 사실 피부 미인이에요. 얼굴만 빼고요.” “내 발등 피부가 얼굴보다 좋을 걸요?” 타고난 피부는 분명 좋았다. 하지만 고등학생 시절 혹독한 청춘의 흔적을 앓은 뒤 얼굴은 피부과를 장기 투어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고, 그렇게 나의 스킨케어는 아픈 손가락에 집중되었다. 워낙 건강한 피부를 타고난 터라 샤워 후 보습제를 바르지 않아도, 자외선차단제를 생략해도 문제될 건 없었다. 적어도 20대까지는. 두피와 몸의 사춘기는 30대 초반부터 시작되었다. “넌 어쩜 목 주름이 하나도 없어?”라는 소리에 반항이라도 하듯 지금은 굵은 줄 두 개가 목을 옥죄고 있고 백리스에도 당당하던 등에는 하나둘씩 뾰루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면도날에 예민해진 겨드랑이는 오돌토돌 닭살이 생겨났다.
그렇게 ‘금수저’ 피부만 믿고 제정신을 못 차리는 ‘귀차니스트’에게 전문가들은 이렇게 경고한다. “남들보다 빨리 늙고 싶다면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우리 몸은 복잡한 전기 회로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피부도 마찬가지죠. 얼굴에만 공을 들인다고 해서 건강하고 아름다워질 수 없는 이유예요. 피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꾸준히 관리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게 될 거예요.” 과거, 어느 광고 캠페인에서 한가인이 했던 멘트가 생각났다. 얼굴은 고작 1/8, 이제 7/8로 아름다움의 승부를 내야 할 때라고. 그렇다고 대단한 방법을 제시하는 건 아니다. 매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만큼, 대표 귀차니스트도 따라 할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레벨로 준비했다. 여기에 시간과 정성을 쏟을 의지가 남아 있다면 부위별 집중 케어 방법과 모델들의 스킨케어 루틴까지 놓치지 말길. 홈케어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해결할 수 없는 보디 고민별 시술도 추천한다.

귀차니스트도 할 수 있다! 데일리 케어
」STEP 1 CLEANSING
샤워 시간은 10~15분을 지키고, 여름철에도 따뜻하다고 느껴지는 미지근한(36~40℃) 물을 사용한다. 미르테 바이 혜정 에스테티션 박혜정은 “피부에 결이 있듯이 몸은 순환이 되는 방향으로 씻어주는 것이 중요해요. 먼저 비누로 손을 씻고, 거품을 풍성하게 낸 샤워볼로 손바닥 끝에서 겨드랑이 안쪽, 어깨 바깥에서 손끝, 가슴과 배는 오른쪽 방향으로 원을 그리고, 겨드랑이에서 옆구리를 지나 다리 라인까지 아래 방향으로 문지른 후 다리 안쪽은 발목에서 사타구니 쪽으로 씻으세요. 서혜부(Y존)도 꼼꼼히 닦아야 하죠.”라고 설명한다. 클렌저는 약산성을 추천. 헹굴 때는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헹구되 5분을 넘기지 않는다. “샤워 전, 마른 피부를 브러싱 해보세요. 각질이 적절하게 제거되면서 모공이 열리고 순환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샤워 효과를 높일 수 있죠. 때수건이나 스크럽보다 안전하게 각질을 제거하는 방법이에요.” 에코유어스킨 에스테티션 진산호의 팁. 보디 브러시가 없다면 일주일에 두 번, 스크럽에 오일을 섞어서 마사지하듯 문지른다. 이때 오일은 충분한 양을 사용한다. 샤워 전 물을 한 잔 마시고, 목을 뒤로 젖히거나 팔을 위로 쭉 뻗어 늘리는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도 좋다. “절대 샤워 시 세안을 하지 마세요. 샤워기 수압이 세기 때문에 얼굴엔 심한 자극이 될 수 있거든요.” 뷰디아니 한남 스파 에스테티션 홍희승은 세안과 샤워는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타월 드라이 역시 중요하다. 피부를 문지르듯 닦기보단 톡톡 두드려 물기를 제거할 것. 그리고 곧바로 보습제를 발라준다.
STEP 2 MOISTURIZING
끈적이는 게 싫다고 아무것도 바르지 않는 건, 빨리 늙기 위해 고사를 지내는 것과 같다. 보습은 귀차니스트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기본 단계다. 샤워 후엔 얼굴보다는 몸에 먼저 보습제를 바르자.(얼굴이 심하게 건조하다면 미스트 정도만 뿌려준다.)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기보단 촉촉함이 남아 있을 때, 공기 중에 수분이 많은 욕실 내에서 바를 것을 추천한다. 그렇다면 어떤 제품을 발라야 할까? 물론 개인의 피부 타입에 맞춰 제형과 성분을 골라야 하지만, 젤이나 로션 타입보단 크림 타입을 권한다. 특히 알로에 젤은 진정 효과는 있으나 건조증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으니 참고할 것. 전문가들은 세라마이드 성분이 든 보습제를 추천한다. 팔꿈치, 무릎, 발꿈치는 피지선이 충분히 분포되어 있지 않으므로 보습제를 덧발라 수분을 공급해야 한다. 자외선에 노출되기 쉬운 팔, 다리, 목덜미도 신경 써야 한다. 두피 역시 피부의 연장선이기에 보습이 필요하다. 일주일에 2~3회 전용 팩이나 세럼 등으로 수분을 공급하자.
STEP 3 SUN CARE
두피와 몸도 자외선차단제를 꼼꼼히 발라주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끈적임이 싫어서 보습제도 바르지 않는 이들에겐 무리라고? 그나마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우선 아주 예민한 피부가 아니라면, 백탁 현상이 적고 흡수가 빠른 화학적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할 것. 단, 땀이 많은 경우 무기 자외선차단제를 바른다. 에스테티션 박혜정은 “전 선풍기 앞에서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데, 그럼 흡수 속도를 높일 수 있어요.”라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한다. 팔꿈치나 발등처럼 쉽게 착색이 생기는 부위는 한 번 더 바른다. 면적이 넓은 부위는 스틱이나 스프레이 타입을 사용한다. 전문가들은 바르는 것만큼 지우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전한다. 보디워시로 두 번 씻기보단 넓은 화장솜에 클렌징 워터를 듬뿍 적셔 1차로 닦아내고 보디클렌저로 씻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