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하퍼스바자 코리아가 25살이 되는 해입니다.
이를 기념하고자, 대한민국 대표 포토그래퍼 25인과 화보를 진행하였습니다.
책 속과 책 밖에 존재할, <바자>의 이미지를 만들어주세요. 당신이 생각하는 바자란 무엇인가요?
〈하퍼스 바자〉하면 우아함과 흑백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꾸밈없는 대범한 태도, 그리고 동시대적 우아함을 담고 싶었다.
〈하퍼스 바자〉 코리아의 25주년을 축하하며! 바자를 만들고, 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전설적인 패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프랑스 레뷰(Revue: 뮤지컬)의 무대 장치가 에르떼(Erté)의 〈하퍼스 바자〉 1934년 9월호 커버 오마주다. 개인 작업 “City Landscape #1-6”, New York 2015”를 재작업했다.
이 사진은 2000년 초, 당시의 부 편집장과 함께 작업한 화보 중 하나다. 우린 양양과 스튜디오를 오가며 총 이틀에 걸쳐 당시 내 반려견들과 함께 악세서리 화보를 찍었다. 다들 어찌나 의젓하게 촬영을 하던지, 무척 자랑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2020년 12월. 이 사진의 주인공 춘춘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이 사진을 볼 때마다 춘춘과 나의 뜨거웠던 청춘과 내 삶을 가득 채우고 있던 〈하퍼스 바자〉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우리가 보는 사진은 현실의 얇은 표면들이 겹쳐진 이미지다. 사진 속의 거울, 유리, 빛, 디지털 레이어들은 서로 투과하고 반사되며 다양한 이야기를 만든다. 〈하퍼스 바자〉 역시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많은 이미지들이 겹치고 쌓이며 계속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heritage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다섯 개의 산봉우리와 해, 달, 소나무를 그린 병풍 ‘일월오봉도’는 조선 시대 왕의 권위와 존엄을 상징한다.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서하나의 작품과 그 앞에 선 디자이너 이영희의 한복을 그림 같이 담았다.
‘로드 트립’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2018년 늦봄, 미국 대륙을 횡단하며 계획에 없던 텍사스 마파(Marfa)로 갔다. 그곳에서 윤형근과 도날드 저드의 작업을 우연히 마주하며 “끝없이 이어지는 도로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말을 떠올렸다. 이 사진은 앞으로도 이렇게 살고 싶다던 혼잣말을 계속 되뇌던 그때, 그날의 기억이다.
무언가를 축하하고 싶은 순간은 그야말로 환희와 기쁨이자 행복 그 자체다. 내게 행복은 여름이고 여름의 찰나 중에서도 아이스크림과 함께하는 순간이 특히 그렇다. 행복한 시간으로 이끌어주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을까. 찍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이를 지나가는 불특정 다수와 공유하며 기쁨과 축하의 순간을 함께하고 싶다.
아주 오래전부터 〈바자〉의 컬렉션 사진들을 촬영해왔다. 백스테이지에서 펼쳐지는 씬들은 패션쇼의 진실이자 허구이다.
키스. 거울 만들기. 너에게서 또 다른 나를 보고 싶은 마음 비추기.
인생을 살면서 여행의 힘이 이토록 컸나 싶을 정도로 여행이 사무치게 그리운 요즘이다. 언젠가 떠날 날을 기약하며 추억 어린 나의 여행 사진들로 작업해보았다.
이보다 아름다운 피사체가 또 있을까. 새하얀 스튜디오와 원색의 꽃, 그 안에 어우러진 모델.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순간이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 〈하퍼스 바자〉의 25주년을 축하하며.
시대를 반영하는 바자의 모던함은 한순간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것은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블랙 드레스를 입은 여성은 시대를 관통하는 아름다움의 상징이다. 가장 클래식하지만 동시에 모던한 룩을 담아 25주년을 맞이한 바자의 오늘을 기념한다.
사진의 모델은 나의 가장 친한 친우이자 자매 이독순입니다. 현재 호주에서 남편과 결성한 펑크 밴드 'HAGOL'의 드럼 보컬 포지션을 맡고 있습니다. 그는 혼란스럽던 이십대 시기 저의 정신적 지주이자 스타일 아이콘이었으며, 강함과 유연함을 가르쳐주었습니다. 〈하퍼스 바자〉가 독자들에게 그러한 역할을 해주길 바라며 표지를 제작하였습니다.
친구의 생일파티에 가 본 게 언제였더라?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축하하거나 기념하기 위해 모이는 일이 어려운 요즘이다. ‘언택트’라는 말은 원래 기술발전과 관련하여 나타난 미래적 언어인데, 경각심을 일으키며 반강제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생활과 태도에 가까워졌다. 비록 함께 하지 못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맞이하는 기쁨의 이미지를 공유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의 멜랑콜리아 [Melencolia i, 1541]는 천재적인 아티스트의 영적인 자화상이라 알려져 있지만, 그 진정한 의미는 영원한 미스테리로 남았다. 이 작은 동판화에는 수 많은 상징들이 숨어있는데, 그중 천사의 손과 발 아래에 과학적 지성과 이상적 아름다움의 추구로 상징되는 도구들이 흩어져 있고, 천사는 이를 뛰어넘는 예술적 영감을 기다리듯 슬픈 눈으로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이렇듯 르네상스 시대에도 창조에 대한 갈망은 경미한 우울증을 수반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나는 뒤러의 모티브를 전유하여 언제나 영감을 기다리는 예술가에 대한 자조적이고 진지한 농담을 던진다. 작업이란 언제나 우스꽝스런 곡예와 같고 한 손에는 주사위를 숨기며 은밀하게 예기치 못한 행운이 찾아오기를 기다린다. 그리고는 천연덕스러운 미소를 띄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이 자신의 멜랑콜리를 숨기려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참고로 ‘멜랑콜리’는 고대 그리스로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기질을 추동하는 네가지 요소중 가장 저급한 것으로 취급되는 정신이상에 가까운 것이었으나,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창조적인 천재성과 광기의 지위로 격상되었다 합니다.
〈하퍼스 바자〉 코리아 25주년을 기념하며, 예쁜 노랑꽃 스물다섯 송이로 장식한 축하의 화환(花環)이다.
그대 살아있는 동안 빛나기를.
삶에 고통받지 않기를.
인생은 찰나 와도 같으며,
시간은 모든 것을 앗아갈 테니.
-세이킬로스의 비문
모델의 유려한 곡선과 직관적이고 절제되어있는 날카로운 눈빛과 감정. 우아함과 힘을 동시에 표현할때 빛을 발하는 〈하퍼스 바자〉.
가장 〈하퍼스 바자〉다운 이미지가 무엇일까 고심했다. 우아하면서도 날이 선, 클래식하지만 질리지 않는 스타일. 그 모습이 담겨있는 예전 촬영 컷 중 하나를 골라 일러스트로 표현했다. 그림 위에 〈하퍼스 바자〉의 이미지를 오버랩한 셈이다.
보드카 마티니, 드라이 마티니, 퍼펙트 마티니. 취향에 따라 즐기는 마티니처럼 다채로운 바자를 위한 축하.
〈바자 코리아〉의 25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은 마음으로 런던에서 ‘인간 부케’를 만들었다.
익명의 파도
이름을 숨긴다는 것은 그 또한 새로운 이름이 되고 싶다는 것을 뜻한다. 시대를 품고 새로운 파도로 일어날 것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바자〉도 꼭 그렇게 되리라 믿으며.
이제 하이패션도 지속가능해야만 하는 시대다. 재활용 소재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옷을 만드는 프랑스 쿠튀르 브랜드 세발리의 룩을 선택했다.
평화를 상징하는 흰색의 연들을 사용해서 어지러운 현 시대에 다가오길 바라는 평화를 표현했습니다.
「 신선혜 with BOTTEGA VENETA
」 「 안상미 with Ralph Lauren
」 「 김영준 with Polo Ralph Lauren
」 이 화보는 7월 20일 발행될 〈바자〉 8월호와 서울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