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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수상 직전, '오페라'의 에릭오 감독이 말한 것은?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에 에릭 오(Erick Oh)의 〈Opera〉가 최종 노미네이트됐다. 애니메이션 신의 ‘사기캐’, 이를 능가하는 키워드를 그에게 선물할 때다.

BYBAZAAR2021.05.11
 
2020년 세계 4대 애니메이션 영화제 공식 상영, 지난 3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관객상 수상 등 〈Opera〉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더 굉장한 느낌인데. 
이 시상식은 메인 스트림에서도 ‘끝판’이다. 철학이나 연출력, 스타일, 그 외 평가 기준 가운데 몇 가지에만 집중하는 게 아닌 모든 것을 총망라하여 결론을 내니까. 〈Opera〉를 비롯해 이번 후보작들만 보더라도 사회를 얼마나 반영했는지, 작품성은 우수한지, 대중적으로 어필할 만한지,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일의 임팩트는 확실히 남다르다.
 
최종 후보작으로 〈Opera〉가 호명될 당시 어디서 뭘 하고 있었나? 
아카데미 시상식은 전통적으로 후보작 선정 결과를 포함한 주요 발표를 생중계한다. 그 점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발표 당일 화상 채팅방에 가까운 지인들과 모였었다. 모두가 숨죽이고 있다가 결과를 확인했을 때 다 같이 미친 듯 환호했다. 워낙 놀라는 바람에 그 순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Opera〉는 어떤 작품인가? 
주제의식 차원에서 내 고민이나 사회에 대한 분노와 슬픔을 있는 그대로, 최대한 다양하게 담으려고 했다. “정말 우리 사회가 나아지고 있나?” “문명, 인류의 발전을 계속 운운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한자리에 멈춰 있는 게 아닐까?”라는 질문도 던지고 싶었고. 계층 간 갈등부터 정치 및 종교, 환경 문제, 인종차별, 테러리즘 등등 아픈 이야기들을 고루 모았는데, 이게 우리 사회의 ‘팩트’이지 않나. 수많은 이야기들이 커다란 사회 시스템에서 서로 영향을 끼치고, 그런 가운데 낮과 밤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그래서 그 자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방법을 고민했다. 워낙 방대한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보통의 영화적 문법이나 서사 구조로는 표현이 어렵겠더라.
 
어떤 방법들을 말하나? 
기획 단계부터 8K 스케일의 설치미디어 전시를 목적에 두었다. 전시 버전은 시간의 흐름대로 시작과 끝이 완벽하게 맞닿은 채 순환하고, 때문에 러닝타임은 실제의 5분이 아니라 한 시간, 100분, 하루, 심지어 영원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컴컴한 전시장에 사회적으로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커다란 ‘무엇’이 떡하니 놓여 있을 것이다.
 
아카데미엔 9분 내외로 더 길게 편집한 버전을 출품했다. 
영원의 시간에 있는 작품을 9분 정도로 ‘줄였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다. 끝없는 낮과 밤의 순환이 편집된 버전에서는 ‘낮-밤-낮’의 서사로만 그려졌다. 전시 버전에는 이러한 서사를 비롯해 다채로운 사운드와 액티브한 카메라 워킹도 없다.
 
픽사 재직 당시 작업에 참여했던 〈인사이드 아웃〉 〈도리를 찾아서〉 등은 궁극적으로 인생의 밝은 면을 조명한다. 한편 〈Opera〉 〈Heart〉 등 개인 작품들은 다소 슬프고 아픈 인간사를 향한다. 
작품을 구상할 때 개인적인 상황이나 뉴스, 주변의 일들에서 얻은 영감이 중심을 이룬다. 한데 기쁘고 행복한 순간보다 절실하고 아픈 것들에 내가 더 격하게 반응하더라. 슬픔이 차오르는 일은 결단코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정적인 감정의 기록을 공유하고 함께 이야기해보자”는 일종의 제스처인 것 같고. 궁극적인 목표가 “다 같이 우울해하자”는 아니다. 다만 희망을 떠먹여주는 게 아닌, 사람들이 희망의 메시지를 열심히 생각하고 찾아내도록 돕고 싶다.  
 
 
2014년작 〈Gunther〉는 장르적으로 코미디다. 코미디 작품을 더 만들 예정은 없나? 
내 피에는 늘 ‘병맛’이 흐르고, 〈Gunther〉에는 대놓고 그런 면을 드러냈다. 한데 코드가 맞으면 박장대소하고, 그게 아니면 ‘이게 왜 웃기지?’라는 반응을 내비치더라. 사실 대부분의 작품에 위트가 스며 있다. 〈Opera〉에도 인간의 웃긴 모습들을 절제된 태도로 몇몇 묘사했다. 위트는 늘 중요하다. 특히 무거운 주제를 다룰수록.
 
올 1월 선댄스 영화제에서 상영된 신작 〈Namoo〉는 어떤 작품인가?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모티프로 해서 사람의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여정, 그리고 나무를 자라게 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작품 속 나무는 참고로 시적인 존재다. 나뭇가지에 우리의 기억과 사물들이 걸리고, 그러면서 나무가 점차 성장하거든. 지극히 사적인 추억에서 자연스레 한국의 무언가가 이야기에 흘러들어가더라. 늘 맛있게 먹었던 신라면이나 할아버지 뒤에 놓여 있던 병풍 같은 것들.
 
〈Opera〉와 〈Namoo〉 모두 언제 관람할 수 있나? 
〈Opera〉의 경우 한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곳곳에서 전시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한국에서 가장 먼저 내 기준에 가장 이상적인 감상 환경을 마련할 것 같다. 〈Namoo〉는 올해 중 영화 버전으로 먼저 만날 수 있겠다. 폭풍이 몰아치는 장면에서 함께 비를 맞을 수 있는 VR 버전의 〈Namoo〉는 좀 더 기다려달라.
 
〈바자〉가 나올 무렵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여부가 결정된다. 결과를 떠나 하고픈 말이 있다면? 
미국에서 동양인 혐오 범죄가 내내 이슈다. 이 현실은 미국에서 몸소 경험하고 있는 내 삶의 일부이다. 할리우드에서 동양인에게 기회의 문을 조금씩 열어주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최근까지는 미국 사회가 듣고 싶어하는 동양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 것 같다. 지금부터 이런 틀을 깨야 한다. 여기에 나를 비롯한 ‘아시안 아메리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영화 〈미나리〉와 〈기생충〉, BTS 등의 사례로 이미 희망은 생겨났다. 기회가 찾아올 때마다 다짐할 것이다. “타협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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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손안나
  • 글/ 김수정(프리랜서)
  • 사진/ ⓒ비스츠앤네이티브스
  • 웹디자이너/ 한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