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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스 반 노튼 코트를 입은 엄마

아들은 그걸 안고 돌아온다. “마늘을 달라면 마늘을 주시고, 모란을 달라면 모란을 주시니까요.” 서울에 사는 작가 장우철과 논산에 사는 엄마 김경임은 기차보다 길게 이어져 있는 걸까.

BYBAZAAR2021.05.08
 
 
돌이켜보건대 엄마와 나는 언제부터 언제까지나, 보면 마냥 웃는 사이였다. 누구에게든 무엇에게든 마땅히 감사한 일. 그리고 그 이유의 팔할은 내가 나라서가 아니라 엄마가 엄마라서임을 안다. 생때같은 귀여운 아들이 커서 이제 엄마를 물끄러미 귀여워하는 일이란 어쩜 세상의 귀여운 이치일는지. 생각에 들어 ‘어떻게 엄마는 그럴 수 있었을까’ 하다 보면 조용히 울고 싶어진다. 가령 1988년 내가 중학생이 되던 해에 엄마가 쓰신 가계부를 펼치는 일. 엄마는 이걸 내가 갖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실 텐데, 나는 엄마가 쓴 글자와 숫자를 몇 번이고 만져본다. 어렴풋하다가도 이내 진해서, 조금 울게도 되는 일. 무슨 일이긴 좋은 일이겠지 눈물을 닦고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엄마, 오늘 무슨 생각을 제일 많이 했어?” 물으면 엄마는 대답해주는 사람, 평생을.
 
 
서울로 돌아와 튤립을 꽂고 잠을 잤다. 그리고 며칠씩 며칠씩 둔하게 흘러갔다. 엄마의 여든한 번째 봄날은 하루하루 어떠신 건지 알 수 없다, 하여 짐작하는 일을 나는 알량한 도리로 여기고 있나. 아침 일찍 엄마는 밭에서 전화를 받으신다. “상추 좀 뜯어서 보내주래? 연한 거 살살 무치면 잘 먹지 왜. 양념도 따로 해서 같이 보내주래? 봉숭아는 아직 싹 안 났어.” 언제까지나 듣고 싶은 말. 그러니 소원이 있다면 엄마가 언제까지나 전화기 저쪽에서 대답해주시길. 아들 전화 한 번에 무슨 일 잊고 웃어도 주시길. 튤립 앞에 공연히 빌어보는 희망찬 오늘 한낮이다.
 
지난 추석에 사드린 원피스를 입으시고는 숙진리 논두렁을, 올봄에 사드린 코트를 입으시고는 아호리 뚝방을 걸었다. 드리스 반 노튼은 모르는 엄마의 런웨이.

지난 추석에 사드린 원피스를 입으시고는 숙진리 논두렁을, 올봄에 사드린 코트를 입으시고는 아호리 뚝방을 걸었다. 드리스 반 노튼은 모르는 엄마의 런웨이.

 
※ 장우철은 5월에 그의 아틀리에 ‘미러드’에서 «엄마의 장미»라는 전시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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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박의령
  • 글,사진/ 장우철(작가)
  • 웹디자이너/ 한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