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과 방탄소년단(BTS)이 만났다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현대미술과 방탄소년단(BTS)이 만났다. 커미션? 서포트? 브랜드 콜라주? 이 낯선 협업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BEYOND THE ART SCENE

2월 5일, 뉴욕에서 앤터니 곰리가 신작 〈뉴욕 클리어링〉을 공개했다. 〈클리어링〉 시리즈 최초의 완전한 독립 구조물이자 최초의 야외 공공미술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원한다면 누구나 18km에 걸쳐 반복되고 겹치는 이 거대한 입체 조형물 안으로 직접 들어가 그 에너지를 느낄수 있다. 그로부터 일주일 전인 1월 28일, 아르헨티나 북부에서 토마스 사라세노가 자신의 〈에어로센〉 프로젝트의 정점을 완성했다. 소금사막 살리나스 그란데스 상공에 화학 연료 없이 오직 태양의 힘을 빌려 비행하는 열기구 모양 조각품 〈에어로센 파차〉를 띄운 것이다. 위성으로도 생중계되어 2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이 특별한 비행을 지켜봤다.
같은 날, 서울 동대문플라자에서는 앤 베로니카 얀센스의 〈그린, 옐로, 핑크〉와 〈로즈〉가 강이연의 〈비욘드 더 씬〉과 함께 선보였다. 앤 베로니카 얀센스는 빛과 색채, 안개를 활용해 관객에게 통제의 상실을 실험하는 작가다. 특히 〈그린, 옐로, 핑크〉는 관객이 세 가지 색의 인공 안개로 가득 찬 공간을 헤매며 사람들 간의 연대와 단독자로서의 자기 존재에 대해 실감하는 예술적 체험을 제공한다.
그로부터 2주 전인 1월 14일, 베를린 마틴 그로피우스 바우에서는 퍼포먼스 그룹전 «치유를 위한 의식»이 공개됐다. 이 전시는 인간의 몸짓을 통해 우리를 대립하고 연결하고 화해하고 치유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그로피우스 바우가 베를린 장벽에 위치하기 때문에 더욱 묵직하게 다가오는 메시지. 그 다음 날인 1월 15일에는 런던의 서펜타인 갤러리와 하이드 파크에 신진 작가 제이콥 스틴스가 야생 숲속 풍경을 3D로 스캔해 재구성한 작품 〈카타르시스〉를 전시했다.
전 세계 5개 도시에서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공개된 이 작품들 사이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자연과 예술 혹은 예술과 기술 사이의 ‘연결’에 대해 말한다는 것, 그리고 BTS다. 정확히 말하자면 BTS의 철학적 가치에 공감한 22명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연결’을 주제로 참여한 글로벌 퍼블릭 아트 프로젝트 «CONNECT, BTS». 이대형 아트 디렉터가 총감독을 맡았고 작품 제작비의 일부는 BTS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부담한다. 케이팝과 현대미술이라는 이 낯선 조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번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이대형 감독과 한국 작가로 유일하게 참여한 강이연에게 물었다.


Ann Veronica Janssen, 〈Green, Yellow and Pink(그린, 옐로, 핑크)〉, 2017, Artificial fog, green, yellow, and pink filter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the artist and Esther Schipper, Berlin. Photography by Jang Jun-Ho.

Ann Veronica Janssen, 〈Green, Yellow and Pink(그린, 옐로, 핑크)〉, 2017, Artificial fog, green, yellow, and pink filter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the artist and Esther Schipper, Berlin. Photography by Jang Jun-Ho.

이대형 감독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다른 예술 형식에 대한 존중의 다른 말이다.”
이 프로젝트에 관해 ‘설계자’가 머릿속으로 그린 최초의 아이디어는 어떤 형태였나?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가져온 초연결시대에서 같은 생각과 같은 관심사를 지닌 지구 반대편 사람들과 연결되는 동안, 다른 생각과 취향을 가진 이웃, 심지어 가족과의 대화는 단절되는 현실을 종종 목격한다. 이는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 부재, 이분법적 사고, 편 가르기 등등 사람과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된다. 예술의 역할이 시대와 국경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고, 서로 다른 역사, 문화, 인간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것 아닌가. 줄곧 예술의 사회적 공익적 역할에 대해서 고민해왔다.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며, 주변부의 작은 부분까지 주목하는 BTS의 음악 세계가 장르와 표현 방식만 다를 뿐, 그 본질에 있어서는 현대미술이 추구하는 가치와 놀랍도록 같다고 생각했다. «CONNECT, BTS»는 음악과 현대미술 사이에서 단순히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형식적인, 장르적 결합이 아닌 시대 가치를 어떻게 읽어내고, 그 속에서 예술은 어떤 역할과 실천을 할 것인지 질문하는 프로젝트다.
5개 도시를 연결하는 글로벌 협업 프로젝트다. 실현하기까지 무수한 시행착오가 따랐을 텐데.
개념적으로는 흥미롭고 매력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상상 이상의 어려움이 따랐다. 서로 다른 시간대를 연결하다 보니 수면 부족은 예삿일이었고 각 도시의 서로 다른 제도, 행정, 법규를 연결하기 위해 써 내려간 이메일과 각종 계약서의 양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어려웠던 점은 유럽의 현대미술 주류 사회가 가지고 있는 케이팝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과 몰이해 그리고 편견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BTS의 유엔 연설 영상을 보여주고, 그들의 음악 세계가 내포하고 있는 철학, 문학, 신화를 설명하였다. 놀라운 점은 BTS와의 화상 연결 이후 큐레이터와 작가들이 모두 그들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BTS의 예술에 대한 이해와 질문의 깊이에 참여 작가들이 깜짝 놀라고 나중엔 감동을 느끼더라.
앤터니 곰리, 토마스 사라세노, 앤 베로니카 얀센스 등은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끊임없이 외연을 넓혀온 작가들이다. 어떤 기준으로 작가를 선정했나?
표현방식, 경험방식, 주제의 다양성, 그리고 지역, 젠더 등의 균형에도 신경 쓰려고 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파트너 큐레이터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작가 후보를 선정하고 이를 다시 BTS와 협의하는 과정을 가졌다. 그 결과 런던과 뉴욕 그리고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대표하는 작가로 남성 작가들이 선정되어, 서울에서는 두 명의 여성 작가를 선정하였다. 그리고 베를린 마틴 그로피우스 바우 미술관에서는 아프리카와 브라질 등 지역적 확장과 지역 커뮤니티와 협업하는 아마추어 작가까지 포함시켰다. 가능하면 지금의 BTS의 정체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현재 BTS가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의 문제 즉 시대적 가치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
유일한 한국 작가로 강이연을 선정한 이유는?
세상을 정확하기 이해하기 위해서는 감각을 종합하는 능력과 반대로 감각을 분리하는 능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얀센스의 안개방에서는 시각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촉각과 청각 등의 다른 감각을 각성시킨다. 반면 강이연의 작품에서는 BTS의 춤 동작을 추상적으로 발췌하여 신체의 시적, 예술적 의미를 읽어내게 한다. 다른 모든 작가들이 BTS와 소통하며 BTS와 거리 두기를 했다면, 강이연 작가는 BTS의 춤이 가진 미학적 의미를 ARMY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려내는 작업을 했기 때문에 역으로 BTS와의 소통을 하지 않도록 했다. 이를 통해 강이연 작가가 사회학자적인 태도를 유지한 채 독립적으로 예술적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 해외 언론에서 BTS의 ‘Love Yourself’나 ‘Speak Yourself’의 메시지가 현대미술에 접목하기엔 너무 순진무구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현대미술이 복잡하고 현학적인 메시지를 선언해왔지만 미술계 안에서만 메아리칠 뿐 미술계 밖으로 영향력을 만들어낸 경우는 적다. BTS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그러나 그것을 표현하는 표정, 몸 동작, 가사는 섬세하고 지극히 개인적이다. 고도의 철학적인 단어보다 길거리에서 건져 올린 솔직한 단어가 국경을 초월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음이 증명되지 않았나. 대중음악의 메시지를 순진무구하다고 치부하는 냉소주의는 현실의 거리를 걸으며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서 사람을 이해했다고 최면을 거는 것과 다르지 않다.
BTS의 정체성이 예술가들의 작업에 얼마나 많이 구현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실제 전시에서는 오히려 BTS의 그림자를 희석하기 위해 노력한 듯한 인상이었다. 브랜드 마케팅이 아니라 산업과 산업의 협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였나?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다른 예술 형식에 대한 존중이기도 하다.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이 같다면 그것을 표현하는 소재, 방식, 장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BTS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더라. 서로 다른 산업, 장르의 융합과 결합이 단기적인 효과에 그치거나 실패하는 이유는 서로가 서로의 정체성을 훼손시켜 프랑켄슈타인을 만들기 때문이다. 아니면 장식적이고 표피적인 콜라주에 머물거나. 기획 초기부터 음악은 미술의 콘텍스트가 되어주고, 역으로 미술은 음악의 콘텍스트가 되어주되 서로가 서로의 콘텐츠에 대해서 전혀 간섭하지 않고 독립성을 존중해준다는 대원칙을 세웠다. 예술이 함유하는 메시지가 진정한 울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예술가들이 독립적으로, 자율적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충분히 표출해야 한다. 그래야 한낱 브랜딩이 아닌 모두가 기억하는 역사가 될 수 있다.
현대미술과 방탄소년단(BTS)이 만났다. 커미션? 서포트? 브랜드 콜라주? 이 낯선 협업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