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
NATURAL

1 숲 사이로 펼쳐진 디올 2020 S/S 컬렉션 피날레. 2 라피아, 프린지, 나무 조각 등 내추럴 무드의 액세서리로 룩에 포인트를 더했다. 3 원예 도구 세트를 담을 수 있는 카트린느 토트백.
가을비가 내리던 지난 9월 어느 날. 디올 컬렉션이 열리는 파리 롱샴 경마장에 들어서자 달빛을 연상시키는 은은한 조명 아래 반짝이는 모래알과 수많은 나무들이 맞이했다. 이 광경에 압도당한 것도 잠시. 조명이 꺼지고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의 음악에 맞춰 모델들이 등장했다. 하우스의 아이코닉한 바(bar) 재킷을 시작으로 라피아, 레이스, 자카드, 실크 등을 엮어 제작한 보디수트와 천연 염색으로 물든 데님이 등장했다. 쇼의 막바지엔 공기처럼 가볍게 움직이는 드레스의 향연이 이어졌다. 여기에 정원사가 신었을 법한 워크 부츠, 우드 주얼리, 밀짚 모자 같은 자연친화적인 액세서리가 컬렉션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겉으로는 한없이 부드럽고 온화해 보였지만 그 속엔 환경 이슈에 대한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저는 항상 쇼를 통해 이야기를 전하고 공유해요. 이번 시즌에는 실천까지 이어지도록 장려하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패션계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환경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접근 방식 또한 남달랐는데 옷의 재료에 대한 고민에서 나아가 ‘환경에 대한 인식’의 중요성을 되짚어본 것. 쇼장을 가득 채운 1백70그루의 나무들은 도시 속 정원을 가꾸는 아틀리에 ‘콜로코(Coloco)’와 협업한 것으로, 쇼가 끝난 후 파리 시내 곳곳으로 옮겨져 숲을 조성하는 장기 프로젝트에 활용되었다. 숲을 이룬 나무들 사이로 90여 벌의 룩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 피날레엔 비틀스의 ‘Across The Universe’가 흘러나왔다. 런웨이 위에서 디자이너의 철학이 춤을 추듯 울려 퍼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