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정지연의 미니멀 라이프스타일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디자이너 정지연의 미니멀 라이프스타일

동시대 미니멀리스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디자이너 정지연의 공간.

BAZAAR BY BAZAAR 2020.01.14

THE MINIMALIST

얼마 전, 고즈넉한 북한남동 거리에 간결한 직선미가 돋보이는 4층 건물 한 채가 들어섰다. 맨 꼭대기에 쓰인 ‘RECTO’라는 심플한 레터링에서 감지할 수 있듯, 이곳은 바로 디자이너 정지연의 브랜드, 렉토의 플래그십 스토어다. 그간 온라인과 편집숍 비이커에서만 만나볼 수 있었던 렉토의 컬렉션들을 온전히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셈. “원래 있던 낡은 주택을 허물고 설계부터 다시 했어요. 우리만의 공간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갈증이 계속 있었는데, 완벽하게 준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계속 미루다 일 년 반 전부터 시작했죠.” ‘모던 갤러리’를 콘셉트로 한 매장답게 입구엔 노기쁨 작가의 도자기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컬렉션 피스들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포토그래퍼 김재훈의 사진들은 스토어에 생기를 불어넣은 일등공신. 또한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 ‘카바 라이프(Ca-va.life)’를 통해 구매한 다채로운 석고 오브제들, 직접 주문 제작했다는 기하학적인 모양의 거울과 날렵한 직선 형태의 행어 등, 공간에 담긴 요소 하나하나에 정지연의 취향과 오랜 고민이 묻어나 있다. “갤러리처럼 보이는 공간에 다양한 오브제로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보통 인테리어에 많은 비용을 쓰는데, 그 부분을 깔끔하게 가서 비용을 절약하는 대신, 공간을 채우는 오브제에 조금 더 투자를 한 거죠. 공간 안에 놓인 컬렉션 피스들도 하나의 오브제처럼 보일 수 있게 했고요.” 직선과 곡선, 남성성과 여성성의 조화가 특징인 렉토 컬렉션과 일맥상통하는 이곳에서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옥상으로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과 커다란 창 너머로 도로 반대편 숲이 보이는 4층이다. 제일 아끼는 가구 역시 같은 층에 있는 한스 올센의 빈티지 테이블 세트라 귀뜀했다.
 
1 루프 톱으로 향하는 나선형 계단에서 포즈를 취한 디자이너 정지연. 2 카바 라이프를 통해 구매한 석고 조형물. 3 매장 곳곳에 전시된 포토그래퍼 김재훈의 사진들. 4 기하학적인 곡선 형태의 거울은 직접 주문 제작했다. 5 아트 피스처럼 디스플레이한 펌프스.

1 루프 톱으로 향하는 나선형 계단에서 포즈를 취한 디자이너 정지연. 2 카바 라이프를 통해 구매한 석고 조형물. 3 매장 곳곳에 전시된 포토그래퍼 김재훈의 사진들. 4 기하학적인 곡선 형태의 거울은 직접 주문 제작했다. 5 아트 피스처럼 디스플레이한 펌프스.

정지연이 소속되어 있는 창작 집단,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갤러리도 스토어와 인접해 있다. “일부러 이쪽을 선택한 것 아니지만, 가까이에 있어 든든한 건 사실이에요. 매장을 오픈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죠. 같은 크루인 재훈이(김재훈)가 르 코르뷔지에의 아틀리에에 가서 찍은 사진들이 마음에 들었는데, 그 공간과 우리 스토어가 닮아 있다고 하더라고요. 컬러를 자유분방하게 쓰는 르 코르뷔지에처럼, 렉토 고유의 생동감 있는 컬러를 넣은 사진 작업을 함께하게 되었고, 재미있는 결과물이 완성됐어요.” 그 밖에도 그녀가 직접 사다준 연보라색 페인트로 하루 만에 멋진 드로잉을 선물한 일러스트레이터 권철화, 스토어 곳곳에서 존재감을 빛내는 플라워 데커레이션을 완성해준 VMD 황이나 등, 상황마다 재능 기부를 마다하지 않는 크루들이 있어 늘 든든하다고. “아티스트들은 본인의 컬러가 아주 강한 편이라 그걸 존중하면서 작업을 진행해야 해요. 의견을 조율하는 것도 어렵고요. 근데 저흰 서로가 원하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으니 방향이 조금 달라도 금세 맞춰서 작업할 수 있어요. 정말 좋은 사이죠.”
정지연이 사는 집 역시 스토어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남오거리에 위치한 아파트는 큼직한 거실에 방 하나가 전부. 거실에도 큰 테이블, 싱글 소파, 마지막으로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알바 알토(Alvar Aalto)의 빈티지 스탠드 조명이 정갈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 흔한 드레스룸도 없이, 입구에 있는 조그마한 다용도실에 옷을 수납한다는 그녀. “원래 이것저것 쌓아두질 못하는 성격이에요. 늘 버릴 것을 찾아서 정리하는 편이죠. 주변 사람들은 옷장이 작아서 불편하지 않냐고 하는데, 저는 짧은 동선 안에서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좋더라고요. 청소하기도 쉽고요.” 집에서의 힐링 스팟은 샤워부스 자리에 블록을 쌓아 만든 미니 욕조.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땐 이 욕조에 들어가 바스 타임을 즐긴다. 일 년 내내 입지 않는 옷들은 바로 정리하거나 버릴 정도로 미니멀한 삶을 추구하는 그녀의 데이웨어 스타일링은 렉토의 현 시즌 옷과 예전 시즌의 옷들을 매치하는 것. 최근엔 주얼리도 잘 하지 않는다. 한 가지 염두에 두는 점이 있다면 트레이드마크인 레드 립 메이크업에 어울리는 컬러를 고른다는 것이다. 선명한 컬러나 블랙 컬러가 잘 어울리고, 카키색, 날린 듯한 흐린 컬러는 피하는 편.
 
1 스토어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 컬러풀한 렉토의 제품들. 2 모던한 거실 풍경. 스탠드 조명은 알바 알토의 작품. 3 침실에 걸려 있는 최다함 작가의 이탈리아 돌로미티 풍경 사진. 4 액자 한 쪽에 걸려 있는 올드 셀린의 쇼핑백. 5 작은 화초와 각종 향초들을 모아둔 테이블. 6 거실에 있는 커다란 테이블 세트, 디자이너 정지연.

1 스토어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 컬러풀한 렉토의 제품들. 2 모던한 거실 풍경. 스탠드 조명은 알바 알토의 작품. 3 침실에 걸려 있는 최다함 작가의 이탈리아 돌로미티 풍경 사진. 4 액자 한 쪽에 걸려 있는 올드 셀린의 쇼핑백. 5 작은 화초와 각종 향초들을 모아둔 테이블. 6 거실에 있는 커다란 테이블 세트, 디자이너 정지연.

시각적인 것에서 영감을 받는 패션 디자이너인 만큼 여행도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주로 출장보다는 사적인 여행에서 영감을 받는 편이에요. 동갑내기 남자친구가 살고 있는 홍콩을 가장 자주 방문하는 것 같고, 그 다음은 파리인데 막상 일하느라 주변 국가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더라고요. 이번 여름엔 하와이에 다녀왔어요. 요즘엔 확실히 복잡한 도심보다 대자연으로 떠나는 여행이 좋은 것 같아요. 곧 공개될 새로운 2020 S/S 컬렉션도 모던한 리조트와 바다, 숲과 아름답게 어우러질 수 있는 룩으로 완성했고요.”
동시대 미니멀리스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녀가 요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다름 아닌 인간관계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많은 에너지를 받는다는 그녀는 오래된 친구들은 물론이고, 앞으로 갖게 될 인연, 오늘 에디터와의 만남 등, 모든 관계에 충실하고 싶다고 전했다. 자신도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고 싶다는 말과 함께. 
 
결국 저의 임무는 아름다운 창작물들을 보여주고, 그걸 보는 사람들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거죠. 그게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디자이너 정지연의 취향
즐겨 바르는 레드 립스틱은 Mac ‘루비 우’. 스웨터는 Recto. ‘가이악 플라워’ 핸드워시는 Nonfiction. 톱 핸들 백은 Recto. 가장 좋아하는 공간과 색, 르 코르뷔지에의 빌라 라로슈. 펌프스는 Rec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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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진선
    사진/ 김재훈(인물,공간),김두종(제품
    웹디자이너/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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