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술을 결정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눈에 띄는 부위가 아니다 보니 ‘굳이 아픈 시술을…’ 하는 마음이 컸던 탓. 오버립 메이크업으로도 얼마든지 커버가 가능하지 않던가. 그러다 최근 친한 후배가 입술 필러를 맞고 귀티 나는 인상으로 바뀐 것을 본 후 본격적으로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술 여왕이자 뷰티 마니아인 A 선생님이 “시술 중 하나만 손꼽으라면 무조건 입술 필러”라고 인터뷰한 기사도 마음을 부추겼다. 도톰한 입술로 유명한 뷰티 크리에이터 소봉이 다녀갔다던 ‘코◦ 성형외과’부터 유명 인스타그래머가 다니는 ‘후◦후 피부과’ 등 병원 정보를 입수한 끝에, 입술 성형만 전문적으로 하는 신촌의 한 성형외과로 결정했다. 약 6개월 동안 전전긍긍한 결과였다.
입술은 얼굴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인중은 동안을 결정 짓는 포인트이므로 입술 필러로 인중을 짧게 하기도, 어려 보이게 만들기도 합니다.
」입술 필러, 실제로 맞아보니
도착하자마자 입술에 대한 분석이 이어졌다. 진단 결과는 두 가지. 말할 때 아래턱 힘이 강해 끌어당기는 힘이 세서 자동적으로 입꼬리가 축 처진다는 것. 두 번째는 말림증으로, 입술이 살짝 안으로 말려 들어가 나이 들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는 아래턱의 움직임을 막아주는 ‘자갈 보톡스’와 입꼬리 필러로, 말림증은 윗입술 양쪽에 필러를 주입해 바깥으로 펴 보이게 개선 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입꼬리 보톡스는 웃고 있을 때 입꼬리가 더 올라가 보이게 하는 시술인 데 반해 내가 하기로 한 입꼬리 필러는 무표정일 때 기준으로 입 끝부분이 올라가는 것. 이는 코끝에 필러를 넣으면 오뚝하게 보이듯이, 입꼬리 부근에 필러를 주입하면 입꼬리가 올라가 보이는 디자인이 완성되는 원리다. 소재는 시술 후라도 제거할 수 있는 히알루론산 필러. 뉴욕의 피부과 전문의 마리나 페레도가 “히알루론산은 생체에 거부반응이 없는 소재로, 시간이 흐르면 인체에서 자연히 분해가 되며 체내 콜라겐 생성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만약 시술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빠르고 손쉽게 제거할 수 있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또한 국산과 외산 필러 중 선택할 수 있는데, 입술은 움직임이 많은 부위라 금세 빠지기 때문에 비싼 외산을 하더라도 큰 차이가 없어 차라리 가격이 저렴한 국산을 하는 게 좋다는 조언대로 국산을 선택했다. 마취 크림을 바르고 수술대 위에 앉아 있자 원장이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아주 얇은 주삿바늘로 윗입술을 향해 푹 놓았다. 약 2~3초 동안 두 번의 ‘찌름’이 오갔다. “원장의 멱살을 잡을 뻔했다, 참기 힘들 정도의 저세상 고통이라 오열을 했다” 등등 아는 지인을 통해 들은 ‘고통의 썰’이 스쳐갔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보톡스를 맞는 정도의 따끔거림이었다.(물론 시술자의 ‘손맛’에 따라 다르다.) 아랫입술 2~3번, 윗입술 2~3번, 누워서 2~3번, 다시 일어나서 2~3번 정도 릴레이 주사가 이어졌다. 2cc 필러를 여러 번 나눠 놓는 듯했다. “입술 힘 푸세요.” “무표정으로.” “앞을 보세요.” 원장의 주문을 최선을 다해 따르니 약 10분 정도의 시술이 끝났다. 입술 상태는? 마취가 덜 풀린 탓에 얼얼할 뿐, 멍이 들거나 피가 나는 등의 유혈사태는 없었다. 물론 환자나 병원마다 후반응이 다르니 반드시 경험자의 상태를 본 후 결정하는 게 좋다. 저녁엔 친구들을 만났으나 단 한 명도 눈치 채지 못했다. 성공적이었다.
‘살찐 입술’로 한 달 살기
시술 후 다음 날. 약간의 부기와 건조함이 느껴졌지만 모양은 대만족이었다. 다행히 그 흔한 ‘SNS용 입술’은 아니었다. 볼륨이 생기고 입꼬리가 적당히 올라가 있어 무표정인데도 옅은 미소가 얼굴에 보였다. 입술이 작은 편인데 볼륨을 넣으니 이목구비도 덩달아 커진 기분이 들었다. 흐릿했던 립라인도 또렷해졌다. 치명적인 단점은 굉장히 건조하다는 것. 각질 파티가 계속되어 립스틱을 바를 수조차 없었다. 대신, 워터리한 질감의 틴트를 바르자 꽤 오랫동안 컬러가 유지됐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먼저 화제를 꺼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굉장히 자연스럽다는 얘기. 그래서일까? 리터칭이 필요한 이 시점에 좀 더 과감하게 넣어볼까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