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우울증 극복하는 방법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Beauty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우울증 극복하는 방법

우울은 생각일까 감정일까? 무기력의 원인은 권태로운 마음일까 아니면 고갈된 에너지일까? 세 명의 콘텐츠 제작자가 답을 얻기 위해 심리상담소, 한의원, 정신과를 찾았다.

BAZAAR BY BAZAAR 2019.10.14

A

Beautiful

Mind


지금하고 있는 일이 즐겁지 않아요.앞으로 뭘 해야 하죠?
행복의 패턴을 찾기 위해 감정을 기록해보세요.‐ 그림랩스 김영신
뷰티를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것은 더 좋아했다. ‘된다’라는 캐릭터로 미용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지 5년, 인플루언서가 되려고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어느새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됐다. 그러던 어느 날 권태, 아니 혼란이 왔다. ‘나는 왜 그림을 그리는가?’ 감정적 우울함이라기보다는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었다. 그림 그리는 것이 즐겁지 않아 당황스럽다고 말하는 나에게 친구들은 이렇게 충고했다. “일은 일일 뿐이야. 일에서 행복을 찾는 건 어리석어. 취미를 갖는 게 어때?” ‘일을 그만둬야 하나’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미쳤을 때 시의적절한 제안을 받았다. 감정적 상처를 많이 받는 인플루언서들의 멘탈을 점검하기 위해 소속사가 심리상담을 권유한 것이다.  

그림랩스 김영신 소장은 첫 번째 만남에서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언제 그림을 그리는지 등을 담담하게 인터뷰했다. “다들 일은 즐거울 수 없으니 수입에만 집중하라고 충고해요. 하지만 그렇게 되지가 않아요. 이런 제가 바보같이 느껴져요.” 나의 한탄에 대한 김 소장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일을 일로 하려니까 힘든 거예요. 즐길 수 있는 일을 하세요.” 머릿속으로 청량한 바람이 스치며 마음속 응어리가 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교과서 같은 문장이었지만 내 주변 그 누구도 해주지 않았던 충고였다.
두 번째 상담에서는 가족과 개인적인 성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내 앞에는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릴 수 있는 종이 한 장이 주어졌다. “강박에 가까운 꼼꼼한 성격이네요. 자유로운 것 같지만 동시에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양면성도 보여요.” 그림에 대한 해석과 상담이 이어졌고 나도 모르던 (어쩌면 외면하고 있던) 내면을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피곤한 일상이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에서 비롯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월요일 마감을 하는 나는 매주 금요일을 휴일로 삼고 있지만 지난 5년간 금요일을 제대로 쉬어본 적은 거의 없다. 만나자는 연락을 거절할 수 없어서다. 마음이 동하지 않는 자리에 억지로 가는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신체적으로 무리하고 있었다. 체력이 소진된 상태로 주말 작업에 돌입하니 일이 힘에 부쳤다. 나를 위한 시간을 엉망진창 경계 없이, 사람들에게 맞춰 운영하고 있었던 탓에 일이 버겁게 느껴지고 피하고 싶어진 거다. 그림에 대한 흥미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친절한 거절러’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다음 단계는 감정 기록. 잠자리에 들기 전 슬픔, 아픔, 기쁨 등 매일매일 그날의 상황과 키워드를 간단히 적는 의식을 갖는다. 사실 이전의 내 생활을 표현하는 단어는 ‘바빠’ 하나였다. 그러나 감정을 기록하기 시작하자 우울의 종류가 세분화되는 것이 눈에 보였다. ‘A로 인해 짜증났음, B 해서 피곤했음, C가 슬펐음’과 같은 짧은 문장들이 쌓이며 감정의 패턴이 읽히기 시작한 것이다. 역으로 무엇이 나를 기쁘게 하는지도 명확해졌다. 그것은 ‘실존’이었다. 모니터 안의 가상 세계를 그릴 때보다 된다라는 캐릭터가 인형으로 만들어졌을 때 기뻐했고, 종이 위로 브러시를 움직일 때 더 긍정적인 단어가 기록되어 있었다. 나라는 사람은 씹고 뜯고 만질 수 있는 실체와 함께할 때 행복한 사람이었던 거다. 그림이 싫어진 것이 아니라 어디서 무엇을 그리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고, 그래서 오는 11월 작은 전시회를 기획했다. 내 피 땀 눈물을 사람들이 가까이서 보고 만질 수 있도록 공간을 꾸밀 거다. 준비하는 과정은 힘들지만 행복하다.
사람들에게 내가 경험한 힐링과 불안의 해소가 상담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하면 어김없이 이런 말을 한다. “그런 말은 나도 하겠다.” 과연 그럴까? 앞으로도 나는 당분간 심리상담소를 들락일 것 같다. 미래에 대한 모든 불확실성은 철저히 나의 몫, 내 할 탓이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내가 인플루언서가 아니어도 사람들이 나를 만날까?’ ‘우리의 관계는 얼마나 진실한 것일까?’ 묻어두고 싶은 의심과 그에 따른 우울감이 엄습할 때 주저하지 않고 찾을 지혜의 샘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안심이 되니까. 
‐ 미용 만화 작가 된다





사람은 누구나 우울하고 피곤한 거 아닌가요?
긍정왜곡에 번아웃이 결합된 상태입니다. ‐ 휴한의원 위영만
“무슨 일을 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망설이다 “이것저것”이라고 답한다. 칼럼니스트, 광고 제작, 브랜드 운영, 방송 등 나는 3개의 명함을 들고 한 주에 5개 이상 다른 일을 소화한다. 다사다난하지만 우울하진 않다. 사랑하고, 사랑해 주는 가족이 있고 좌절할 때 답을 구할 수 있는 종교가 있으니까. 중용이 삶의 모토로, 싫은 사람이 생겨도 저주는 금물이다. 마음에 때가 끼는 느낌이 들면 평온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이런 내가 우울증 직전이라는 진단을 받은 건 의외였다. “병에 가까운 상태, 즉 미병 상태로 보입니다.” 휴한의원 위영만 대표원장의 소견이다. “만성피로와 무기력, 우울감은 정신과 육체 각각이 원인이거나 두 가지가 결합된 형태일 수 있어요. 검사 결과 마지막 케이스로 보이네요.”
진단의 근거는 입체적이었다. 가장 먼저 체질에 관한 문진을 한다. 소화는 잘 되는지, 더위와 추위 중 무엇이 견디기 힘든지, 심지어 대소변 상태까지 답해야 했다. 인바디 기계에 오르라 했을 때는 멘탈 솔루션을 받으러 온 것인지 의심이 들었다. “기초대사량을 체크하려는 거예요.” 나의 기초대사량은 1117. 정상 범위지만 체격에 비해 엔진이 작은 편이다. 위영만 원장은 이런 경우 번아웃이 쉽게 온다고 설명한다. 몸이 피곤한 것도 우울의 원인이 되는 법. 쉽게 지치는 체질이라 많은 양의 일을 소화할 수 없다는 건 우울해질 가능성도 높다는 뜻이리라. 두 번째는 심리 검사였다. 결과 중 눈에 띄는 건 긍정왜곡.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거죠. 목사, 신부들에게 흔히 발견되는 성향인데요. 타인에게는 호의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감정을 축소하는 건 자신에게 좋지 않아요.” 편집증 지수도 높지만 이건 직업적 성향상 완벽주의로 해석될 수 있다. 세 번째 스트레스 검사는 만성 스트레스나 피로에 노출돼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체크한다. 마지막으로 뇌파를 측정한다. “좌뇌의 활성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어요. 이런 상태인 경우 앞서 봤던 심리 검사와 비교해보면 대개 우울 성향을 보이죠.” 느낌적인 느낌의 우울과 무기력이 아니라 ‘빼박’ 증거가 눈앞에 들이밀어지니 저절로 치료를 갈구하게 됐다.
치료 방법 역시 입체적이다. 심리, 뇌의 상태, 신체의 기능, 체질 등을 두루 측정한 만큼 그에 맞는 다각도의 치료가 가능하다는 거다. 뇌를 활성화시키는 한약이나 체질을 개선하는 약, 때로는 침을 사용할 수도 있다. 추나요법으로 경추를 교정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우울증 환자들은 평균적으로 뇌파가 낮기 때문에 이것을 올려주는 생기능자기조절 훈련을 가이드하기도 한다. 마음을 털어놓고 대화를 나누며 솔루션을 탐색하는 심리 상담도 준비되어 있다.
물론 바쁜 내가 이 모든 것을 병행하는 건 불가능. 미병 상태인 내게 권한 기본 치료는 약을 복용하는 것이다. 일을 줄이지 않고도 신체 컨디션을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니까. 그리고 혼자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알려줬다. 가장 간단한 자가 치료는 복식호흡. 사람이 흥분하면 헐떡이는 흉식호흡을 하게 되므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의식적으로  깊은 숨을 쉬어야 한다. 3~4초 배에 공기를 깊게 넣는다는 기분으로 들이쉬었다가 다시 3~4초 길게 내쉬는 호흡을 하면 교감신경이 안정된다. 부정적인 생각이 계속해서 떠오른다면 팔 안쪽, 손목으로부터 팔꿈치 쪽으로 4~6cm 떨어진 혈자리를 꾹 눌러준다. 교감신경계를 안정시켜주는 건 물론 이런 행위를 통해 부정적인 생각을 중단할 수 있다.
우울을 객관화할 수 있다는 건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수치화된 아픔이 증거로 제시되는 순간 순순히 치료를 납득하게 되니까. 만약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을 측정받고 이성적인 솔루션을 구하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다.
 ‐ 칼럼니스트 백지수





만사가 귀찮고 어떤 일에도 의욕이 생기지 않아요.
번아웃이군요. 일을 줄이거나 보상을 받으세요. ‐ 김병후 정신건강의학과 박지웅
평화로운 토요일 밤. TV에서는 <나 혼자 산다>의 기안84가 어린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쳐주는 에피소드가 방영 중이다. 그가 물었다. “행복하니?” 아이들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네!”라고 외친다. 화면을 가득 메운 긍정을 지켜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그 순간 느꼈다. ‘요즘 좀 힘든가?’

내가 김병후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건 스스로 이상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일에 대한 자부심과 흥미가 넘쳐흐르던 내가, 요즘 사는 게 재미없다. 모든 것이 귀찮고 의욕이 나지 않는다. 나이가 든 걸까? 평소와 다른 나, 확인받고 싶었다.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4~5장 정도의 질의응답표를 작성한 것이다. 우울감과 불안증, 두 가지 종류의 문진을 각각 작성했다. 가족 관계와 라이프스타일을 체크하는 건 기본이다.
“불안 증상은 거의 없네요. 하지만 우울은 25점 이상을 지표로 하는데 22점이에요. 경계에 있는 거죠.” 그래서 우울증이라는 걸까? 병원에 오면 모든 것이 명료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마음을 읽었는지 박지웅 원장이 설명을 덧붙였다. “초진으로는 판단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요. 상담을 거듭하며 모든 요소들을 질적으로 체크해야 해요. 지금 상황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번아웃일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일하는 시간이 길고 자는 시간은 평균보다 적었다. 정상적인 멘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밤엔 자고 낮엔 깨어 있어야 하는데, 직업상 낮밤이 바뀐 데다 야근을 당연시하는 습관이 영향을 준 것 같다는 분석이다.  
솔루션은 지나칠 정도로 명쾌했다. “일을 줄이세요. 그것이 안 된다면 보상이 중요해요.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무언가 위로를 받아야 하죠.” 덧붙여 일할 때의 자율성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심각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약 처방은 선택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제 친구라면 권하고 싶네요.” 요즘 항우울제는 부작용이 거의 없어 안전하며, 호르몬의 균형을 바로잡아 불면증이 개선되는 효과까지 있다고. 물론 약을 먹자마자 세상이 핑크빛으로 바뀌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지만 이유 없는 짜증과 무기력 등의 우울 증세는 확실히 줄어든다. 보통 약을 처방 받으면 일주일 후 약이 잘 맞는지 체크하고 적어도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먹어야 한다.
병원을 나서며 생각했다. ‘정신과는 심리적인 문제를 생물학적으로 해석하고 치료해주는 의료기관이구나.’ 카우치에 누워 의사와 라포를 형성하는, 영화 속에나 등장하는 카운슬링을 상상했던 자신이 좀 머쓱해졌다. 동시에 “당신의 행복 호르몬이 현재 고갈된 것 같으니 조절해주는 약을 처방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듯한 쿨하고 담백한 태도가 나를 안심시켰다. 물론 전문적인 심리상담 치료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역할극을 하며 트라우마를 치료해야 할 만큼 심각한 마음의 병을 안고 있는 건 아니다. “확실히 정신과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걸 느껴요. 남자친구와 다투거나 단순한 불면증, 상사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고 싶어서 오시는 분들이 늘고 있죠.”
모든 이의 감정은 지나치게 개인적이라 타인이 함부로 슬픔과 고통의 역치를 헤아리긴 쉽지 않다. 병원에 가야겠다고 판단하는 순간은 스스로 생활에 곤란함을 느낄 때다. 2주 이상 타인에게 폐가 될 정도의 짜증을 여과 없이 표현하거나 혹은 원인 모를 두통, 갑자기 느려진 행동 등 마음이 신체를 지배했다고 느껴지면 전문가를 찾는 것이 좋다. 직접 경험해보니 정신과는 생각보다 진지하고 무겁거나 무서운 곳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자신을 방치하지 않는 것. ‘의느님’ 의 손길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 <바자> 뷰티 에디터 정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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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백지수
    에디터/ 정혜미
    사진/ Getty Images
    웹디자이너/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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