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지가 착용한 목걸이는 S_s.il. 스니커즈는 Converse. 원피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박해수가 입은 재킷은 Kimseoryong Homme. 셔츠, 팬츠, 목걸이는 모두 Fendi. 슈즈는 Prada.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 주인공 이찬우의 신념이며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이다.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고 생각하나?
서예지(이하 서): 반반이다. 아니 부정 쪽에 좀 더 가까운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생각을 해도 현실은 실제다. 마냥 좋은 생각을 하는 건 자기 최면처럼 느껴진다. 박해수(이하 박): 생각이 현실을 만들 수는 있다. 결국 움직이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다. 찬우도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고 주문을 외우고 있는 거지 완전하게 믿고 있는 건 아니다. 두려워하니까 계속 되뇌는 거다. 성은영(서예지 분)을 만나 방 안에만 있으면 안 된다고, 움직여야만 현실로 이루어진다고 자각한다. 이런 면에서는 찬우와 비슷하다.
이찬우는 의리가 있고 주변 사람을 끝까지 챙긴다. 어떤 기사에서 한 번 믿은 사람이랑 끝까지 간다고 한 걸 봤다.
박: 친구가 많지는 않다.(웃음) 한 번 믿으면 오래 간다. 그래서 상처받을 때도 있는데 찬우도 그렇지 않을까 동질감을 느꼈다. 찬우는 어릴 때 부모님과 떨어져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이 가족과 다름 없다. 의리 이상의 단계가 아닐까 생각했다. 여러모로 잘 맞는 역할이었다. 거의 90퍼센트 이상.
맡은 역할이 ‘유흥계의 화타’이다 보니 화끈하게 노래 부르고 춤추는 장면이 나온다.
박: 찬우는 익살스럽고 부끄러움이 없다. 춤이랑 노래는 자신 없지만 은영이 행복하도록 웃음을 끌어내는 장면이었다. 진짜로 웃겨보자고 열심히 했다. 뮤지컬에서도 노래를 해본 적이 없다. 한 마디 정도?(웃음) 많이 부끄러웠다.
성은영은 단단하고 우아한 VIP클럽 매니저다.
서: 의상이 힘들었다. 은영은 그쪽 업계의 이른바 퀸이다. 여러 사람을 대우하는 입장이라 고급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개인 스타일리스트와 상의해가면서 의상에 힘을 많이 줬다. 은영에게서 무게감이 느껴지는 건 의상 덕이 크다. 박: 예지에게만 있는 고풍?, 기품 있는 느낌이 있다. 의상을 갖추고 처음 대면한 날 은영 그 자체로 보였다.
클럽 사장과 클럽 매니저라는 직업을 주변에서 쉽게 보기 어렵지 않나. 역할을 연기하기 위해서 고심했을 것 같다.
박: 우선 빨간 정장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다.(영화 속에서 많은 시간 입고 있다.) 아무리 클럽 사장이라도 빨간 정장을 일주일에 서너 번씩 입고 다닐까? 외형적인 모습에 대해 집중해서 생각해봤다. 결국 찬우가 서 있을 공간이 만들어지고 그 분위기에 적응하면서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대처하는 태도가 남다른 역할이기 때문에 겉모습 또한 너무 상식에 맞춰 생각할 필요가 없기도 했다. 서: 클럽 사장이나 매니저를 접해본 적도 없고, 주변에 흔하지 않은 인물이라 무언가를 참고로 캐릭터 설정을 하진 않았다. 작품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이 있고 내가 그 역할을 서포트하는 입장일 때 반드시 필요한 도움을 줘야 한다는 철칙을 세웠는데 최대한 지키려고 한다. 이번 영화에서도 직업적인 모습보다는 은영이 찬우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두 배우 모두 영화와 드라마 가리지 않고 기억에 남는 연기를 펼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작품을 고르는 데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무엇인가?
박: 대본이 좋아야 된다. 장르나 소재를 떠나 대본 안에 궁금증이 있는 사람이 존재하고 다양한 모습이 보일 때 매력을 느낀다. 서: 예전에 내가 했던 작품과 이질감이 있는 역할을 보면 이끌린다. 캐릭터와 얽힌 주변 인물도 중요하다. 그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지를 보게 된다.
박: 대본 속의 찬우와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의 과거가 궁금했다. 왜 그리 벗어나도 되는 문제에 부딪히고 나아가려고 하는지. 그리고 작품 안에 등장하는 인물의 선과 악이 불분명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찬우도 꼭 정의롭지만은 않다. 각자의 사정과 욕망,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서: 여성 캐릭터가 은영 혼자다. 남자들의 영화이지만 그럼에도 영화의 모든 인물이 무언가에 맞서 싸우고 실마리를 풀어가는 데 매력을 느꼈다. 은영과 합을 맞추는 찬우를 해수 오빠가 연기하는 것에 대한 믿음도 컸다.
영화 속에서 사람 사이의 파동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그만큼 배우 사이의 호흡이 중요한 작품이다.
서: 현장에서 우리가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그런가 싶어 모니터를 보면 정말 너무 잘 어울렸다.(웃음) 보통 작품을 몇 개월 동안 찍지 않나. 처음에는 상대 역할 배우와 서로 칭찬을 엄청 주고받는다. 그게 촬영하는 동안 점점 지치면서 오래 가지 않는다. 길어봐야 2주다.(웃음) 우리는 첫 촬영 때부터 마지막 촬영까지 쉴 새 없이 칭찬을 주고받을 정도였다. 박: 영화 속에서 나온 파동이라는 단어가 어떤 관계 속에서 나오는 영향이라고 받아들였다. 예지와 함께 연기하면서 좋은 영향을 받았다. 시원시원하고 털털한 성격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벽이 없었다. 불편했으면 극복하려 노력이 필요했을 텐데 그런 노력을 들이는 데 시간을 뺏길 일도 없었다. 우리 영화가 찬우가 모든 걸 끌고 가는 영화처럼 보이지만 찬우의 신념과 은영의 신념이 만나면서 변화를 겪는다. 그러면서 큰 파동이 일어나는 것이 영화의 핵심인데 나 역시도 사람 사이의 파동이 뭔지 알게 되었다.
변희봉, 김응수, 김상호 배우처럼 관록 있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관객도 그렇지만 배우에게도 큰 즐거움이었을 것 같다.
서: 선배, 동년배 배우들 모두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은 물론이고 서로에 대한 배려가 엄청났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 좋았다. 박: 클럽 실장 역할로 콤비처럼 나오는 임철수 배우와 실제 친구다. 대학교 후배이고 연극배우 동료이며 십 몇 년을 같이 산 소울메이트다. 감독님도 우리의 호흡을 보고 역할을 맡겼다. 영화를 보면 남다른 친밀함이 느껴질 것이다. 변희봉, 김응수, 김상호 선배님은 아직까지도 준비를 철저히 해오더라. 후배들에게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면서 촬영할 때는 날카롭게 접근하는 모습에서 배운 것이 많았다.
쫓고 쫓기는 긴박감, 영화의 리듬감 또한 볼거리였다.
박: 찬우가 싸움을 잘하는 애는 아니니까 액션 신도 멋있지는 않다.(웃음) 막싸움 나름의 재미는 있다. 제일 멋있는 건 은영과 찬우의 차량 액션 신이다. 서: 긴박한 장면이라 대역을 쓸 수도 있었지만 직접 했다. 대역 하는 분을 보니 아무래도 은영 같은 분위기가 덜했다. 안전 장치도 완벽하게 되어 있어서 내가 하고 싶었다. 은영은 과감한 사람이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달렸다.
튜브톱 드레스는 Pushbutton. 귀고리는 Goiu. 벨트는 Alexander Wang. 레이어링한 크리스털 실버 반지는 Pandora. 실버 반지는 Monicavinader. 실버 크리스털 반지는 Roseedor. 실버 크리스털 육각 반지는 Haesool. 스니커즈 Converse.
<양자물리학>외에도 <암전>과 <내일의 기억>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범죄 액션, 공포, 드라마까지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겠다.
서: 개봉일이 가까워서 대중들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8월, 9월 계속 관객과 만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세 영화 다 상반된 캐릭터라서 배우로서 뿌듯하다.
박: 기대를 갖고 있다. 불안한 건 늘 불안했다. 연극 무대에서든 드라마를 찍든 영화의 조연을 맡아도. 이제 관객의 판단을 마주하려고 한다. 이왕이면 좋은 결과가 있길 기다리는 시간이다.
권력에 한 방 날리는 통쾌함을 표방한다. 일상에서 정의감이 넘치는 편인가?
박: 내 앞에 불의가 닥쳤을 때 뭐라도 할 수 있을지 나서는 편이다. 정의감에 불탈 때는 뜨겁게 타고 눈감아도 될 것 같을 때는 살짝 고갤 돌린다.(웃음) 서: 불의를 보면 못 참는다. 정의감이 뚜렷하다. 나에게 나쁘게 굴면 똑같이 갚는 성격이다. 그러다가 피로해지면 눈을 감기도 하다. 오빠와 나는 현실적인 사람들인 것 같다.(웃음)
서: 집에만 있는다. 이렇게 대답하면 사람들이 무슨 집에만 있냐고 하는데 정말 집에만 있는다. 멍하게 머리를 비우는 시간도 보내고 하루 종일 영화만 볼 때도 있다. 봤던 영화를 또 보는 걸 좋아한다. 마음이 슬플 때는 버디무비를 보고 화가 나면 액션영화를 본다. 그러면 시간이 금방 간다. 박: 여행을 자주 간다. 집에 가만히 있는 건 잘 못 견딘다. 무언가를 계속 해야 하고 생산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여러 작품을 연달아 해왔다. 조금 쉬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서: 쉴 틈 없이 영화를 찍느라 휴가를 못 갔다. 자연과 너무 멀리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어서 <양자물리학>이 개봉하고 나면 여행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태국을 좋아한다. 코사무이나 보라보라섬에 가서 쉬면 좋을 것 같다. 박: 준비하고 있는 드라마가 있어서 그걸 열심히 할 생각이다. 나는 작품 속에서 쉬는 사람이다.(웃음) 서: 뭐야, 가식적이다. 나도 태국 가서 시나리오를 보겠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