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천만원 이상 구입하는 뷰티 VIP, 뷰티 캐슬에서는 어떤 일이?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시작은 돈이었을지라도 그것이 인간관계로 발전하면 마지막은 의리로 맺음된다. 한 브랜드의 화장품을 연 1천만원 이상 구매하는 귀빈, VIP를 위해 마련된 아주 특별한 캐슬 이야기. | 끌레드뽀 보떼,피부,스킨케어,아트 바젤,브랜드

몇 년 전 신제품 출시를 앞둔 내추라비세에서 특별한 초대를 받은 적이 있다. 6성급 호텔 스위트룸에 도착하자 방 한가운데 설치된 커다란 버블 돔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하얀 풍선을 반으로 잘라 엎어 놓은 듯한 텐트 안으로 들어서니 단정한 베드와 기이할 정도로 맑은 공기가 나를 반긴다. 비현실적인 청명함 속에 누워 90분 마사지를 받고 나니 ‘이곳이 천국이구나’ 싶었다. 체험이 끝나고 브랜드 담당자에게 문의를 했다. “저 이 케어 계속 받고 싶어요. 얼마면 될까요?” 돌아온 대답은 정중한 거절. ‘특별한 공기’를 공급하기 위해 동원되는 장비와 거대 버블은 일 년에 단 두 번만 국내에 설치되고, 이걸 누릴 수 있는 건 내추라비세가 판매되는 라페르바의 VIP뿐이라는 설명이다. 그제서야 흘려 들었던 ‘썰’이 떠올랐다. 체험이 끝나면 현장에서 바로 1천만원 구매가 일어난다는 전설의 버블 트리트먼트, 이게 바로 그것이었구나!파는 사람이 있으면 사는 사람이 있고, 그중에서도 많이 사는 ‘분’들이 계신다. 특히 에센스가 평균 20만~30만원대, 100만원을 호가하는 크림을 보유하고 있는 럭셔리 뷰티 브랜드에게 있어 의리 있는 큰손들은 존재의 원동력이 된다. 문자 그대로 ‘Very Important People’인 셈이다. ‘중요함’의 기준? 브랜드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한 브랜드에서 일 년에 약 1천만원 이상의 제품을 구매하는 귀빈을 VIP로 간주한다.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쿠폰을 찍어주는 마당에 무려 1천만원어치 화장품이라니, 제공받는 혜택 또한 무료 음료 한 잔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터. 실제로 한번 입주하면 그 멤버가 쉽게 바뀌지 않고 “돌아가시면 탈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충성도가 높은 ‘그곳’, VIP 캐슬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앞서 내가 멋모르고 경험했던 스페셜 트리트먼트는 VIP들만의 특권이다.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국내법상, 브랜드는 직접 유료 스파를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서비스, 그건 화장품을 많이 구매하는 고객에게만 주어지는 브랜드의 보은인 거다. 신제품 소식 역시 캐슬 입주자에게 가장 빨리 전달된다. 수량이 곧 특별함을 의미하는 리미티드 에디션도 가장 먼저 경험하고 선주문할 수 있다. 정기적으로 모여 입주민들끼리 친교를 나누는 우아하고 럭셔리한 식사 자리는 물론이다. 자, 여기까진 어느 럭셔리 브랜드 VIP 캐슬에나 있는 기본 골조. 건축가의 취향과 철학을 반영한 인테리어는 이제부터다.캐슬의 제1 덕목은 특별한 경험! 끌레드뽀 보떼의 오르골 테라피가 대표적인 예다. 책상 위에서 귀엽게 골골대는 액세서리 말고, 치유 요법으로 쓰이는 오르골은 고주파와 저주파를 발산해 몸의 치유 능력을 끌어올려준다. 끌레드뽀 보떼는 오르골의 진동을 느끼며 안식하는 이 프로그램이 “피부는 또 하나의 뇌”라는 이론에 근거해 제품을 출시하는 브랜드 철학과 딱 맞는 체험이라 판단하고 VIP를 위해 일본 오르골 테라피 장인을 모셨다. 예술도 빠질 수 없는 테마 중 하나다. 가장 선두에 서 있는 건 라프레리. 아트 바젤의 공식 후원사인 라프레리는 해마다 VIP 고객들을 홍콩, 바젤, 마이애미로 모신다. 모 유명 갤러리 관장이 직접 주최하는 프라이빗 아트 클래스를 운영하는 브랜드도 있다. 종종 아주 깊고 학술적인 담론이 펼쳐진다는 후문이다. GWP(Gift with Purchase, 일정 금액 이상 구매 고객에게 주는 경품)로 배보다 배꼽이 큰 감사를 표하기도 한다. 국내 모 브랜드가 한 번에 1백만원 이상의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선물했던 유명 도예가의 그릇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세트를 모아 겹쳐 놓으면 마치 에센스 방울의 에너지가 피부에 퍼져나가는 듯한 절묘한 형상이라 무릎을 탁 쳤던 기억이 난다.물론 위의 사례는 캐슬의 거실 정도다. 내실의 특별함을 잃을까 우려해서인지, 대부분의 럭셔리 브랜드는 VIP 케어 공개에 매우 신중하다.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언제나 새로워야 한다는 거예요. 그분들은 이미 가장 좋은 것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한 VIP 케어 기획자가 털어놓은 고충이다. “VIP 케어의 관건은 브랜드를 온몸으로 체험하고 느끼게 만드는 ‘기획’이랍니다. 자신들이 소유한 화장품과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진솔하게 어필해야 해요.”시작은 돈으로 맺어졌으나 ‘챙김’의 이면에는 분명 ‘보은’과 ‘자부심’이 있다. 높고 거대해 보여도 결국 VIP 캐슬도 사람 사는 곳.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 그리고 내게 중요한 사람을 챙기겠다는 인지상정 브랜드와 의리를 지키려는 입주민들 사이의 유대는 꽤 단단해 앞으로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진짜 잘 쌓아 올린 성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