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는 에너지를 느끼게 만들고 감각을 유혹하며 감정을 창조하는 힘을 가졌다. 인터넷 속도만큼 빠른 패션계에서 컬러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오른 것도 실루엣과 디테일보다 즉각적인 인상을 만드는 컬러의 인스턴트적인 매력이 아닐까. 모델이자 블로거 아이린은 유니크 컬러의 옴브레 헤어 덕분에 인터내셔널 인플루언서로 거듭났고, 블로그 ‘맨 레펠러(Man Repeller)’를 운영하는 린드라 메딘은 특유의 볼드하고 자유분방한 컬러 매치로 뉴욕의 스타일 그루로 자리 잡았다. 스트리트 스타일을 믹스한 하이 & 로 스타일의 유행이 여전한 가운데 두드러지는 것도 팝아트나 각종 로고에서 따온 볼드 컬러들이다. 눈을 사로잡는 컬러 블록도 유효하지만, 중요한 건 잘 고른 컬러 블록의 아이템은 이제 진부하며 지금은 컬러 블록을 멋들어지게 스타일링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수지 멘키스가 말하지 않았던가. 컬러 블록은 밝은 컬러의 룩을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에게 내린 신의 선물이라고 말이다. 다만, 놈코어나 스트리트풍의 시크한 모노톤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컬러는 자칫 위험하므로 런웨이의 몇 가지 공식을 기억하는 것이 좋겠다.
이번 시즌의 베트멍은 쿨 키드의 컬러링 교본으로 완벽하다! ‘오렌지-블루와 레드’, ‘브라운-그레이-옐로’, ‘그린-옐로-연두’ 등 세 가지 컬러를 사용한 스타일링은 난이도가 있긴 하지만 잘만 하면 이번 시즌 가장 스타일리시한 매력을 완성할 수 있을테니. 특히 옐로, 라이트 그린 등 애시드한 컬러는 요리로 치자면 마치 허브 같아서 아주 작은 포인트로도 룩을 신선하고 감미롭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Hue & Saturation(색채 & 농도)’로 자신의 컬렉션에 제목을 붙이고 다양하고 재미있는 컬러 매치를 선보인 MSGM과 스포츠 팀의 로고에서 가져 온 듯한 컬러(예를 들면 선명한 옐로와 퍼플)로 쿨한 캐주얼 컬렉션을 완성한 겐조도 인상적이다.
패셔니스타로 유명한 조르지아 토르디니와 질다 암브로시오 듀오가 선보이는 아티코는 불과 몇 시즌 만에 패션계의 ‘머스트’로 떠올랐는데 1970년대 무드를 기반으로 한 글래머러스한 디자인을 캐주얼하게 재해석한 스타일이 그 비결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데이웨어는 물론 나이트웨어로도 손색없는 스타일이 포인트랄까. 핫 핑크 시안블루, 버밀리언 오렌지 등 당시의 사이키델릭한 컬러 매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이는 이번 시즌 70년대의 부드러운 관능을 표현한 디자이너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아크네와 캘빈 클라인의 라프 시몬스를 비롯한 예술적인 컬러 매치에 능한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을 참고할 것. 특히 레드와 핫 핑크의 컬러 매치는 세련된 스타일의 공식처럼 되어버렸으니, 록산다의 슬릭한 팬츠와 러플 장식의 맥시 드레스의 매치나 아티코의 로브 드레스와 테일러드 팬츠의 매치처럼 아방가르드한 스타일링이라면 이번 시즌을 두 배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