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뱉는 숨마다 하얀 꼬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날숨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 어깨는 한층 작아진다. 허리는 쉬이 굽는다. 가지가 앙상한 가로수 사이로 사람들이 걸음을 재촉하지만, 인내심은 금방 동이 난다.
그런 날은 낙타색 코트를 입고 느긋한 여유를 찾는다. 베이지 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낙타색은 추운 겨울에 가장 돋보이는 색이다.
오후의 빛처럼 따뜻한 색감은 마음에 위안이 되기에 충분해서 바람이 쌀쌀할수록 오히려 소중하게 느껴진다. 지적이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풍긴다.
낙타색은 이너웨어로도 탁월하지만 코트야말로 마땅한 이유는 흠뻑 빠진 듯 몸에 넉넉하게 둘러야 그 진가를 알 수 있기 때문. 빛이 부족한 하루에 무채색 일색인 도시에서 낙타색 코트를 걸치는 일은 신호등처럼 요란한 차림을 하지 않고도 생기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다.
낙타색 코트의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소재로는 울이나 캐시미어가 좋겠다. 울은 부드러운 카멜색을 담담하게 품고 있으며, 알파카나 캐시미어에선 호사스러운 윤기가 반지르르 흐를 테니까. 클래식한 낙타색 코트는 오래 두고 돌아오는 겨울마다 손이 가게 될 테니 저렴한 제품보다는 아예 품질 좋은 제품에 투자하는 편이 현명하다.
낙타색 코트를 입기에 앞서 체크해 볼만한 전시도 있다. 낙타색 코트를 제일 잘 만들기로 유명한 막스마라의 코트 전시가 11월 29일부터 2주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열리는 것. 1950년대부터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우아한 여자의 스타일을 완성했던 코트를 원 없이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