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이라는 처방약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이번엔 또 어떤 음식이 누구를 위로할까. | 영화,심야식당,심야식당2,먹방,구르메드라마

[embed]http://www.youtube.com/watch?v=udEEdVveoSQ&feature=youtu.be일본 문화를 유독 좋아하는 지인이 있었다. 사회, 과학, 인문, 엔터 등 전방위로 일본의 최신 트렌드를 쭉쭉 흡수하는 사람이었다. 언젠가 그런 그가 간절히 필요했던 날이 있었다. "나 요즘 좀 버거워.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괜히 헛헛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일본 영화 하나 추천해줄래? 복잡하지도 요란하지도 않은 걸로.”“흠... 영화는 아닌데, 이거 한번 볼래?”그가 추천한 것은 드라마 ‘심야식당’이었다. 아무 기대 없이 클릭. 플레이.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인트로 영상이 나왔는데, 그때부터 마음이 훅 쏠렸다. 매일 퇴근길에서 보던 어스름 도시 풍경이 거기에 있었고, 서글프고 쓸쓸한 배경 음악이 헛헛해하던 내 마음 같기도 했기 때문이다. 괜한 동질감이 들 때쯤 한 남자의 음성이 나직이 깔렸다. “하루가 끝나고 사람들이 귀가를 서두를 무렵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메뉴는 이것뿐. 나머지는 마음대로 주문하고, 가능하면 만들어 내는 게 나의 영업 방침이다.”이 세상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어디 그리 쉬운가 말이다. 이상하게도 그의 말에 목이 막히며 울컥해버렸다. “당신이 원한다면 무엇이든 만들어 줄게요” 라는 말이 따뜻한 누군가의 품처럼 느껴졌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상처받거나 상처를 주었거나, 제각각 마음에 구멍이 나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심야식당의 음식을 먹고 나면 그들의 구멍 난 마음이 채워져 간다. 그걸 보는 관람자의 마음 역시도. 무엇이 사람들의 마음의 허기를 채워주는 걸까. 음식이 가진 힘은 철근 같은 조폭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달궈진 프라이팬에 달걀 물을 올릴 때 ‘치지직’, 깊은 솥에서 카레를 끓일 때 ‘부글부글’, 무 껍질을 깔 때 ‘서걱서걱’. 심야식당 주방에서 나는 소리는 손님들에겐 마법의 피리 같은 것이다. 언젠가 따뜻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 애써 기억하려 하진 않았지만, 마음속 저장 공간 깊숙이에 담겼던 좋았던 기억이 밥솥에서 피어나는 김처럼 희미하고도 뜨겁게 찾아 들어오게 한다. 요리하는 소리와 추억의 냄새가 이끈 기억은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채우며 그들의 일상을 조금 더 고소하게 만들어 준다.그리고 식당엔 늘 사람이 있다. 혼자 오거나 둘이 오거나, 식당에 온 사람들은 모두 함께 밥을 먹는다. 따로 앉아 있지만 서로의 안부를 전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절친한 사람보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속 깊은 이야기하기 쉬운 것처럼, 우연히 식당에서 만난 도심 속 필부필부와 나누는 대화는 꽤 특별한 일이다. 누구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았던 말들에 반응해주는 것만으로 은근한 위로가 된다. 드라마 ‘심야식당’을 접한 뒤 매 시즌의 모든 에피소드를 정주행 했다. 물론 개봉하는 영화도 모두. 사실 심야식당 대부분의 이야기가 진행하는 방식과 포맷이 비슷하다. 하지만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도 제 각기 다른 삶을 살 듯 사람과 음식의 이야기도 같은 듯 하지만 모두 다른 결을 갖고 있기에 전혀 지루하지 않고 매번 다른 감동을 주었다. 화면을 메운 음식과 그것이 만들어 내는 소리는 긍정적인 파장을 일으킨다. 빡빡했던 마음을 느슨하게 만들고, 헛헛한 마음을 메워준다. 그러니까 심야식당은 식욕을 자극하는 단순한 ‘구르메 드라마’가 아닌 것이다. 영화 ‘심야식당 2’가 개봉했다. 고민의 여지없이 이번 주말 영화는 이것으로 정했다. 마음에 격랑이 칠 때나 잔잔할 때나 언제 봐도 심야식당은 밥솥에서 나는 김 같은 존재가 된다. 티 나지 않게 스미고 희미하지만 뜨거우며 이제 곧 허기를 채울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져다주는 그런. 이번엔 또 어떤 음식이 누구를 위로해 줄까, ‘드르르륵’ 벌써부터 심야식당의 문 소리 귀에서 아른거린다.심야식당 2 메뉴 미리 보기돈지루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해 도쿄에 온 할머니. 아들은 그녀를 외면하고 아무도 없는 도쿄에서 외로운 하루를 보낸다. 그녀가 고른 메뉴는 돈지루. 우엉, 연근, 당근 등 뿌리채소와 얇게썬 돼지고기를 푹 끓여 만든 된장국이라 할 수 있다. 뿌리채소 특유의 흙 내음과 뜨끈한 국물이 기운을 준다.야키 우동메밀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아빠와 메밀보다 우동을 더 좋아하는 아들. 여기에 더해 15살 연상의 여인과 결혼을 하고 싶다고 충격 발언을 하며 부자의 갈등은 더 깊어진다. 훈연 향 가득한 가쓰오부시를 넉넉히 뿌려 낸 ‘마스타’의 야키 우동은 부자의 사이도 포슬포슬하게 한다.불고기종종 상복을 입고 외출하던 여인은 짝사랑 하던 남자에 대한 믿지 못할 진실을 알게 된다. 사랑에 상처 받은 여인은 방황하며 달콤한 불고기를 떠올린다. 심야식당 불고이의 진득한 간장 양념과 아삭한 숙주는 여인의 마음도 모른채 경쾌한 리듬을 만들어 낸다. 그녀의 사랑도 불고기처럼 달콤해지는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