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배우들: 심은경, 류혜영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영화 <특별시민>에서 함께한 문소리, 라미란, 류혜영, 심은경. 네 배우가 <바자>의 카메라 앞에서 즉흥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온 몸과 마음을 다해 언제나, 영원히 그리고 지금 연기에 헌신하는 네 명의 배우를 만나보자. | 인터뷰,영화,심은경,류혜영,특별시민

Shim Eun Kyung지난 작품들에서 어느 한 분야에 특출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온전한 사회인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인물을 많이 맡았다. 그런데 이번 영화 에서는 ‘청년혁신위원장’이라는 어엿한 직함이 있는 사회인이다. 뭔가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 캐릭터를 나도 모르게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의 여울이는 대인기피증을 가지고 있지만 뛰어난 해커에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인물이고, 의 희주나 의 내일이도 어수룩하고 특출난 면모를 모두 갖고 있는 캐릭터였다. 그런데 리얼리즘에 기초한 이번 영화의 ‘박경’은 굉장히 현실적인 캐릭터여서 이전에 연기했던 인물들과는 연기 톤이 달라야 했다. 성인 연기자로서 본격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서 한 장면 한 장면 예민하게 다가가고 긴 고민 끝에 찍었다. 감정보다는 이성을 활용하는 노멀한 캐릭터를 표현하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고, 연기자로서 나 자신에 대해 절대적인 부족함을 느끼면서 촬영했다.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던 건 모두 함께 촬영한 선배님들 덕분이다.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었기에? 최민식 선배님께서 매번 꼼꼼하게 모니터링 해주셨다. 내 역할이 ‘변종구’(최민식) 캠프에서 핵심 인물로 활약하는 광고 전문가여서 촬영장에서 자주 뵈었다. 선배님이 내 연기에서 부족한 부분, 보강해야 할 부분을 조언해주시면 즉각적으로 문제점을 알아차리고 다음 커트에 반영할 수 있었다. 문소리 선배님하고 붙는 장면들도 있었는데 역할이 어렵다고 토로하니까 선배님께서 내 나이 대에 본인이 겪었던 경험을 나누며 격려해주셨다.포스터에 등장한 모습을 보고 놀랐다. 앞머리로 가려져 있던 이마와 눈을 훤히 드러냈다. 전에 본 적 없는 스타일이다. 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은 모두 개성이 뚜렷하고 당당하다. 그 여자들의 면면을 보는 것 자체가 큰 매력으로 다가올 거라고 확신한다. 박경 역시 판단력이 뛰어나고 시니컬한 인물이라서 외모에 있어서 쇼트커트라는 변화를 줬다. 이전에는 주로 단발머리였고 소녀스럽거나 에서의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 정도가 변화라면 변화였으니 이번 영화의 말쑥한 정장과 커트 머리가 내게는 최초의 파격적인 변신인 셈이다.(웃음)자기만의 서사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는 20대의 여배우는 정말이지 드물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심은경의 필모그래피에는 남자 주인공의 애인, 아내, 엄마가 아닌 흥미로운 캐릭터들로 가득하다. 이번 영화에서 오늘 와 함께한 배우들이 연기한 네 명의 멋진 여성 캐릭터를 만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변종구(최민식)와 심혁수(곽도원)가 사실상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보인다. 자기만의 서사를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갈 수 있는 캐릭터를 여자 배우에게 맡기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게 나이가 들고 나니 보인다. 동시에 내게 매우 감사하게도 좋은 배역들이 주어졌다는 것도 알겠다. 그렇기에 점점 더 스스로에게 완벽을 요하게 된다. 여자 캐릭터가 극을 이끌어가는 게 왜 재미없을 거라고, 상업성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더 신선할 것 같은데 말이다. 그저 편견에 기댄 게으른 판단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은 그러한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문소리, 라미란 선배님 역할도 그렇고 특히 혜영 언니가 맡은 ‘임민선’이 개인적으로 정말 멋졌다.을 촬영할 때 현장에서 성희롱 예방 교육 매뉴얼을 공유한 게 화제였다. 그 영화를 떠올릴 때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다. 그 과정을 통해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고 스스로에게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었다. 페미니즘에 대해 요새 새롭게 눈뜨고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일단 나부터 많은 부분을 바꿔나가야 할 것 같다.오늘 가 준비한 의상도 매우 잘 어울렸지만 본인이 입고 온 옷들도 딱 심은경 스타일이었다. 화보에서는 신발만 보여주는 게 아쉬울 정도다. 한동안 스커트나 예쁘장한 옷도 자주 입었는데 나한테 잘 어울리지도, 편하지도 않았다. 그냥 지금 입고 있는 요런 스타일이 나한테 제일 잘 맞는 것 같다. 어느 시점부터 내 스타일을 밀고 나가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설사 “옷이 그게 뭐냐”는 핀잔을 들어도 “내가 좋은데 뭐 어때”라면서 약간은 아방가르드하고 깔끔하고 에지 있는 스타일을 즐긴다.심은경이라는 사람의 가장 주요한 특질이 있다면 뭘까? 호기심! 세상 모든 것에 대해서 궁금한데 특히 나 자신에 대해서 궁금한 게 많다. 샤워할 때나 혼자 넋 놓고 있을 때 나 자신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본다. 얼마 전에 일본에 갔다가 데이비드 보위에 대한 전시를 봤는데 원래도 좋아했지만 보고 나니까 그에 대해 만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가 지극한 관심을 가졌던 아트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알고 싶어졌다. 그런 것들이 하나하나 쌓여 결국 연기의 질을 가늠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좋은 것들, 유명한 것들, 이름난 것들 그 모든 것들을 욕심 내서 접하려고 한다. 그걸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건 천지차이일 거다.에디터/ 안동선Ryu Hey Young아까 의상 피팅을 하는데 몸이 너무 예뻐서 깜짝 놀랐다. 오랜만에 밖에 나온 건데 며칠째 거의 굶었다. 아, 지금 배고파 죽겠다.왜 오랜만에 밖에 나왔나? 촬영이 끝나고 일 년 정도 쉬었다. 그래서 활동이 긴장도 되지만 처음인 것 같은 기분이 되게 좋기도 하다. 최근에 에 출연했는데 눈에 보일 정도로 손을 떨었다. 그 두 분은 의 보라를 기대하셨을 텐데....(웃음) “성보라처럼 욕 많이 해요?” “성격 까칠하단 소리 많이 듣죠?” 이런 질문들도 받았다.'나 역시 류혜영을 성보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은 배우 류혜영의 발견이기도 했다. 보라랑 나는 닮은 점도 있고, 닮지 않은 점도 있다.동료들끼리 초기의 공효진 같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신선한 마스크와 솔직한 성격, 거침없는 에너지가. 칭찬인가, 실례인가? 나한텐 칭찬이지만 그분에게는 실례일 것 같다.(웃음)인스타그램에 에 대해서 “정말 힘들었고, 많이 배웠다”는 멘트를 남긴 것을 봤다. 어떤 점이 그렇게 특별했나? 일단 부담감이 엄청났다. 스스로를 레벨업해야 소화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게 제일 힘들었고, 앞으로 더 힘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번 영화를 촬영하며 최민식 선배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있는 선배님에게 1대 1 과외를 받은 셈이니 대단한 기회를 얻은 셈이다. 그분과 연기적으로 나눈 이야기는 비밀이다. 비밀로 해두는 것으로 하자.오늘 한자리에 모인 여배우들에게서는 어떤 매력을 발견했나? 각자의 매력이 또렷한 분들이다. 은경이는 정말 순수하다. 그 점이 너무 좋았다. 문소리 선배님은 이성적인 분석력을 가진 분이다. 라미란 선배님은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 굉장히 잘 적응하는 변신의 귀재다. 그 순발력과 연륜이 부럽다.에서는 ‘라미란 사단’인 건가? 라미란이 연기하는 정치인 ‘양진주’를 메이킹하는 선거 전문가 ‘임민선’ 역할을 맡았다. 공개된 티저 영상을 보니 매우 스마트한 인물인 것 같았다. 라미란 선배님과 함께 연기하는 신이 대부분이다. 임민선을 만나고 나서 그녀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 초심을 지키며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 정말 매력적이었다.현실에서는, 특히 선거판에서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인물이 드물다 보니 더욱 빛나는 인물일 것 같다. 맞다. 영화를 보면 더욱 느낄 거다. 용기가 있어야 신념을 지킬 수 있는데, 임민선은 그럴 용기가 있는 여자다. 너무 멋있는 캐릭터가 나에게 왔다.류혜영이라는 개인이 이것만은 지키기로 정해놓은 신념도 있나? 딱 하나인데 항상 놓치는 것 같다. 여유. 나라는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봤을 때, 과거 중에서 아쉬운 점은 “좀 더 여유를 가질걸”, 이 한마디로 축약된다. 내가 원하는 미래의 모습도 여유로운 사람이다. 그래서 여유를 가지라고 현재의 나에게 계속해서 말한다.열일곱 살에 영화 로 데뷔한 후 등 계속해서 크고 작은 영화에 출연해왔다. 일찍부터 일을 한 셈인데 과거에 대해 아쉬운 부분은 무엇인가? 후회가 되는 부분, 후회가 없는 부분을 포함해서 그냥 과거를 인정하려고 노력한다. 과거를 인정하는 순간 앞으로 조금 나아가는 것 같아서. 과거에 대한 고마움은 있다. 덕분에 내가 좀 더 나아지고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대상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모두 좋아해야 진짜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의 과거도 사랑하려고 한다. 그런데 배우는 자신의 삶에서 안전하게 벗어나서 연기를 할 줄 아는 것이 되게 중요한 것 같다.‘자신의 삶에서 안전하게 벗어난다’, 신선한 표현이다. 그게 효과적으로 잘 되고 있나? 그러기 위해서 항상 예민하게 촉을 세우고 있다. 내가 워낙 예민한 성격이기도 하지만, 다른 배우들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일상에서도 둔하면 안 되고, 조심해야 된다. 민낯이 다 드러나면, 배우로서 효력을 잃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그게 배우의 일이니까. ‘나’라는 도구로 다른 사람의 삶을 연기해서 돈을 받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하지만 언제나 사람들은 매력적인 배우의 평소 모습을 궁금해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인터뷰할 때마다 “쉴 때는 뭘 하세요?”라고 묻게 된다. 그러니까, 쉴 때는 뭘 하나? 취미가 좀 고전적인 편이다. 집에 있으면 클래식이나 재즈 음악, 팝을 듣고, 희곡도 읽고, 미드도 보고, 공부도 한다. 최근에는 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나서 미드 를 보는데 마침 이야기가 나와서 신기했다. “저러다가 내일모레쯤엔 파리대왕 꼴 나지.”, 이 대사였다.최근에 본 작품 중 여자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던 영화는 무엇인가? .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예전 인터뷰에서 ‘학자의 눈’을 갖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건 어떤 의미였나? 연기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지력을 갖고 싶다. 공부하려는 자세, 계속 무언가를 궁금해하고 그걸 알아가는 태도가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편한 것, 즐거운 것만 하는 건 쉽다. 그러나 어려워도 애써서 해야 하는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에디터/ 김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