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 Ms, 연우진과 박혜수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세상에는, 아니 오피스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존재한다. 내성적인 자와 외향적인 자. 드라마 <내성적인 보스>의 배경도 오피스다. 그 속에서 극단의 두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 연우진과 박혜수를 만나볼 수 있다. 호감 가는 두 배우의 만남은 이토록 산뜻하다. | 청춘시대,연우진,박혜수,내성적인 보스

YEON WOO JIN스스로 내성적인 편이라고 생각하나? 어린 시절엔 그런 줄 알았다. 어느 순간 내성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지점을 발견했다. 그러던 찰나에 라는 작품을 만나게 됐다. ‘은환기’라는 극도로 내성적인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혼돈이 찾아왔다. ‘나’라는 사람이 내성적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는 중이다. 드라마가 시작되면서 “나를 찾아줘.”라는 말을 계속하고 있다.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인가? 그런 것 같다. 오늘도 화보 촬영장에 도착하기 전에 혼자 밥 먹고 왔다. 오랜만에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서 집 앞에 있는 식당에 갔다. 그런데 사람이 생각보다 너무 많았다. 쭈뼛쭈뼛하다가 오늘은 뭔가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보이기 싫다는 생각이 들어 옆에 있는 다른 식당으로 갔다. 사람이 별로 없는 조그만 식당에서 조용히 혼밥을 즐기고 왔다. 혼자 있는 시간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이번 드라마는 소통에 관한 얘기다. 내가 오히려 좀 배울 필요가 있는 덕목이다.(웃음)상대역으로 캐스팅된 박혜수라는 산뜻한 신인 배우와의 소통은 어떤가? 어린 친구답지 않게 상대방을 배려하고 챙겨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내성적인 캐릭터를 맡아서 그런지 몰라도 내가 점점 은환기와 비슷하게 행동하고 있다. 스태프들이 컨디션이 안 좋냐고 물어볼 정도로 기운도 없고 나도 모르게 말수가 적어졌다. 자칫 드라마 현장 분위기에 염려를 끼칠까 봐 걱정이 되는데 그런 부분을 혜수 씨가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채워주고 있다.오늘 보니 양 볼이 움푹 들어갔을 정도로 부쩍 수척한 모습이다. 드라마에서 조금 날렵한 모습으로 보였으면 좋겠다 싶어서 의도적으로 다이어트를 했다. 한 7kg 정도 빠진 것 같다. 지금 이 모습이 굉장히 맘에 든다. 캐릭터와 점점 싱크로율이 높아지고 있다. 캐릭터에서 보여지는 날 선 순간들을 표현하는 데 조금 도움이 된다. 체중을 감량하니까 아침에 일어나면 이전보다 좀 더 개운한 느낌도 있고.(웃음) 음식을 많이 안 먹어서 기운은 좀 없지만 그런 부분마저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지니까 기분이 좋다.평소에 맛집 찾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편 아니었나? 맞다. 그래서 요즘 느닷없이 화가 날 때가 있다.(웃음) 맛있는 걸 먹고 싶은데 참아야 하니까. 탄수화물을 줄이고 음식을 가려 먹고 있다. 운동도 곁들여서 하고 있고. 누군가 작품이 끝나고 가장 하고 싶은 것을 물어본다면 드라이브를 하면서 여유를 갖고 싶다. 거기에 맛있는 음식까지 곁들인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드라이브 코스는 어디가 좋을까? 한강을 좋아해서 자주 가는 편이다. 반포대교 남단, 거기서 동호대교가 보이는 풍경이 참 좋다. 가끔 집에 그냥 들어가기 아쉬우면 혼자서 한강 근처 편의점에 들러서 커피를 산다. 차 안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한강 한번 보고 하늘 한번 바라보고 그런다.오래 달려왔던 작품이 끝나면 습관처럼 강릉에 내려간다고 들었다. 언젠가 돌아가야 할 곳이라고 생각한다. 동쪽으로 차를 몰면서 가고 있다는 느낌 자체가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가 있다. 표현을 잘 못하겠는데 이상을 좇아가는 기분도 든다. 내게 강릉은 그런 곳이다. 항상 연말에는 강릉에 내려가 있는 편인데 작년은 그러지 못했다. 2016년에서 2017년으로 넘어가는 그 시간을 드라마 촬영장에서 맞이했다. 작년에는 해돋이 보면서 새해 소원도 빌고 그랬는데. 해가 떠오르기 직전에 가장 깊은 어둠이 있는데 그 적막의 순간을 좋아한다.연우진의 재발견이란 수식어가 붙은 드라마 를 어제 ‘다시 보기’ 했다. 2012년에도 2017년에도 여전히 좋았다. 나는 다시 볼 용기가 없다. 배우들은 연기했을 때 느꼈던 감정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그때의 어떤 모습을 보는 것이 힘들 수도 있다. 당시 개인적인 일과도 연관이 있어서 그 작품을 맞이한 순간이 굉장히 드라마틱했다. 시놉시스를 처음 읽었던 순간이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당시 작품을 준비하면서 대본을 보다가 많이 울기도 했다. 그런 감정을 감추고 지우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연우진’과 ‘한재광’이라는 역할 사이에서 가장 강렬한 싸움이 일어났던 작품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연기라는 것이 처음엔 색깔을 입혀가는 과정과도 같지만 요즘엔 오히려 색을 지워가는 과정도 연기의 중요한 일부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연기해왔던 모든 캐릭터가 만나는 어떤 꼭짓점에 가장 나다운 모습이 존재하는 것 같다.흥 넘치게 연기한 에서 맡았던 ‘공기태’는 오늘의 모습과는 반대 지점에 놓여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밀당의 고수로 분해 까칠하면서도 능청스럽다가도 한없이 로맨틱했던 초식남 말이다. 그 드라마는 정말 재미있고 예쁘게 색을 칠하면 되는 작품이었다. 이번 드라마에서 다시 만난 송현욱 감독님은 나뿐만 아니라 드라마에 등장한 모든 배우들에게 저마다의 고유한 색깔을 정확하게 입혀주셨던 분이다. 내가 갖고 있는 최대치의 흥을 가지고 마음껏 뛰어놀았던 현장이다. 요즘엔 무채색에서 유채색으로 넘어가는 과정 속에 내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아직 뭐가 진짜인지는 잘 모르겠다.2017년엔 스크린에서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세 편의 영화가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김종관 감독님에 대한 막연한 팬심이 있었는데 이번에 감독님이 연출한 옴니버스 영화 에 같이 참여하게 됐다. 나도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스크린을 통해 처음으로 온전한 영화를 볼 수 있었는데 담담하고 멋진 영화다. 올해 영화에서는 기존에 보지 못했던 모습을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에서는 악역으로, 는 와일드한 안기부 요원으로 등장한다.영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혹시 사주나 운명도 믿는 편인가? 20대 중반에 경포대를 지나가다 재미 삼아 손금을 본 적이 있다. 배우 일을 시작할 무렵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손금을 봐주시는 분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비슷하게 맞추시더라. 바닷가 길을 걷다 우연치 않게 일어난 일이었다. 누군가를 만나고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순간에 내가 존재한다는 것 그 모두가 하나의 연결고리다. 점과 점이 만나 선을 이루듯 지금의 순간 하나하나가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배우가 되기 전에는 건축가를 꿈꾸지 않았나? 도시 속에서 건물이 갖고 있는 미적인 아름다움을 좋아했다. 큰 도시에 산 경험이 없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당시 강릉에 처음으로 아파트가 지어지는 모습을 보며 어린 마음에 그것이 신기하게 다가왔다. 그때부터 건물 보는 것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아버지께서 미술을 하셔서 그림도 좋아하는 편이었고.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조감도를 보면서 많이 따라 그리기도 했다. 건축학과 시험을 봤는데 다 떨어지고 방황하던 시기에 군대를 갔다. 그 시기를 통해 예전부터 생각만 해왔던 또 다른 꿈을 품게 되었다. 영화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그런 일련의 시간들이 나도 모르게 쌓였던 것 같다. DVD는 요즘도 모으는 편이다. 최근엔 서점에 가서 랑 제목이 기억 안 나는 기막힌 영화를 한 편 샀다.이름에 관해서 남부럽지 않은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데뷔 초 직접 옥편을 뒤져가며 만들었다는 서지후라는 예명은 어떤 의도로 작명했는지 궁금하다. 뜻 ‘지’에 왕 ‘후’ 자를 썼는데, 그 당시에 내가 ‘서’씨에 꽂혀 있었다. 이유를 모르겠는데 이상한 강박관념이 있었다. 나도 참 쓸데없는 고집을 부렸던 거지.(웃음) 그 당시 나는 젖살도 많이 남아 있고 뭔가 동글동글한 이미지였다. 스스로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동그라미의 연속이었달까? 그걸 깨보고 싶어서 세로 획이 많은 날렵한 이름을 지으면 좋겠다 싶었다. ‘서지후’가 종이에 써보면 세로 획이 많은 이름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얘기다.원래 본명은? 녹 ‘봉’에 모을 ‘회’란 뜻이다. 할아버지께서 손수 지어주신 이름이다. 이름처럼 열심히 저축하며 살고 있다.(웃음) 가장 많은 지출이라 해봤자 음식과 술 정도? ‘식’에 가장 많은 관심과 노력이 들어간다. 술을 좋아하는 편이라 소맥을 즐기는데 요즘엔 와인도 좋다.이 자리를 빌어서 누군가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없나? 데뷔 때부터 지켜봐주고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몇 마디 남기고 싶다.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늘 미안하기만 하다. 너무 사랑스러운 분들이다. 오랜만에 하는 인터뷰인데 오늘이 2016년 통틀어 제일 말을 많이 한 하루가 되지 않을까 싶다.PARK HYE SU에서 내성적이지 않은 신입사원을 연기하게 됐다. 원래 성격은 내성적인가? 외향적인가? 그게 좀 헷갈린다. 원래 성격은 에서 연기하는 캐릭터 ‘채로운’에 가깝다. 호탕한 성격에 친구들이랑 있으면 세상 시끄럽게 떠들고, 부당한 상황에서 가만히 있는 것을 오히려 괴로워하는 편이다. 그런데 의 은재를 연기하는 동안에는 친구들이랑 있을 때도 조용조용히 이야기하고 있더라. 사람이 이렇게 쉽게 변하기도 하는구나, 하며 신기해했다.에 주위에 진짜 있을 것 같은 청춘들이 등장했던 것처럼, 의 캐릭터들도 현실과 싱크로율이 높다. 직원들의 눈치를 보는 상사, 지나치게 발랄한 신입사원, 고스펙에 잔소리꾼, 금수저, 만년 과장, 신경쇠약에 빠진 인물.... 만약 회사에 다녔다면 어떤 회사원이었을 것 같나? 내가 회사에 다녔어도 채로운이었을 거다.자신의 뒷담화를 들으면 나서서 항의한다거나, 상사가 퇴근 안 하고 있어도 먼저 퇴근하는 타입? 아마도? (웃음)그 드라마에서 보스 역할을 맡은 상대 배우 연우진이 오히려 직원들 눈치를 보며 퇴근을 못하고 있는 것 같더라. 아, 너무 귀엽지 않나? 웃는 게 예쁜 분인데, 항상 긴장 상태인 ‘내성적인 보스’를 연기하다 보니 웃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없는 게 안타깝다. 드라마의 후반부에는 그분이 웃을 수 있길 바란다. 어찌 됐든 나는 할 말은 해야 하는 성격인 것 같다. 어리고 잘 모르는 사람이 목소리를 낸다는 게 위험하다는 것, 안다. 미움을 받을 수도 있고 손해를 볼 수도 있을 거다. 근데 내가 가지고 있는 고집을 완전히 없애고 싶지는 않다. 그것이 나에게 해롭게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능하다면 그 고집을 들키고 싶지는 않지만.(웃음)정말이지 우리가 사랑한 은재는 어디 간 건가? 의 송현욱 감독님도 처음 미팅했을 때 놀라셨다고 한다. 은재가 들어올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사람이 들어와서. 나의 실체를 알면 은재를 아껴주었던 분들이 슬퍼하실 수도 있다.(웃음) 언젠가 밖에서 친구들이랑 술 마시고 있는데, 를 본 분들이 말을 걸어왔다. 술자리 분위기가 고조되며 충격을 받으신 것 같았다. 조용한 줄 알았던 애가 제일 시끄러우니까. 술 마시면 워낙 목소리가 커지기도 하고....주량은 얼마나 되나? 나는 무조건 소주만 마신다. 주량은 두 병 반 정도?정말? 놀랍다. 한번 마시면 취할 때까지 마시는 편인가? 취하지 않을 거면 술을 왜 마시냐는 명언도 있지 않나? (웃음)음주가무도 즐기나? 얼마 전 에 출연해 화제가 됐다. 의 티저 영상에서는 막춤을 추고 있더라. 좀 전에 의 영상을 위해 보여준 발랄한 댄스도 귀여웠다.(웃음) 마음은 현아인데, 나의 상상으로는 비욘세인데, 몸이 안 따라준다.(웃음) 그래도 기분 좋을 때 노래방에 가면 ‘뱅뱅뱅’을 부르면서 춤을 추고, 우울할 때는 거미 선배님의 ‘따끔’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가사가 정말 절절하다, 그 노래가.혈액형이랑 별자리는 뭔가? AB형, 사수자리.AB형에 사수자리라.... 변화가 많은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고 들었다. 비일상을 추구한다고 해야 하나?지금 비일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나? 사실 지금 이렇게 인터뷰에서 내 이야기를 하는 것도 너무 재미있다. 평소에 하지 않는 대화를 하게 되니까. 아직까지는 모든 것이 일상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원래는 가수를 하고 싶었고, 그래서 에 출연했다. 배우는 나의 인생 계획표에 요만큼도 없는 일이었는데, 우연히 가지게 된 이 직업이 너무 흥미진진하다. 영원히 비일상적으로 느껴졌으면 좋겠다. 일상이 되는 것이 더 행복하고 편할 수도 있지만 나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어리숙한 만큼 의욕적이고, 아프거나 다치기도 하면서 나이 들었으면 한다. 나는 작은 일에도 무언가를 느끼고, 아파하기도 하고, 그걸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다. 이렇게 말하니까 좀 이상한가?영화 의 마지막 오디션 장면에서 엠마 스톤이 부르던 노래가 생각난다. 삶이 난장판이 되어도 ‘느낌’을 잃어버리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노래 말이다. 나도 그 영화를 봤다. 새벽 촬영이 끝나고 조금 무리해서 심야로 본 것이라 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첫 신부터 압도되어서 도저히 잘 수가 없었다. 요즘은 그 노래, ‘Audition’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글을 쓰고 싶다거나 노래를 하고 싶다거나 연기가 재밌다는 느낌이 조금씩 사라진다면 참 슬플 것 같다.가 개인적으로 와닿았던 지점은 무엇이었나? 내가 배우라는 직업을 갖게 된 지 아직 채 2년이 안 됐다. 다들 그 영화를 보면서 과거를 떠올렸을 테지만 나는 앞으로를 생각했다. 5년 후에 원하는 나의 모습 같은 것 말이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지금 하는 선택들이 중요한 것들이지 않을까? 이를테면 의 마지막 장면에서 회상하는 순간들이 지금인 것 같다.5년 후에 어떤 모습이어야겠다고 생각했나? 중요한 게 뭔지 헷갈리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꿈과 사람들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 회사로 치면 나는 아직 초짜 신입사원이지만, 지금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 년 반 전만 해도 평범한 대학생이었는데. 놀랍기도 하고 힘들기도 한 경험들을 하다 보니, 중심이 흔들릴 만한 일들이 많았다.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고. 그 한복판에서 내가 중심을 잡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은 5년 후든, 30년 후든 지금처럼 글 쓰고 노래하고 연기하는 사람이다.지금도 글을 쓰고 있나? 어디에 내놓을 만한 글은 아니다. 그냥 혼자 끄적대는 걸 좋아한다. 오늘도 집에 가면 쓸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오늘 쓸 일기의 첫 문장을 들려줄 수 있나? ‘나랑 같이 있지 않을 때도 나랑 같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그건 무슨 뜻인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이다. 내가 더 많이 차 있는 사람이 된다면 작품을 통해서, 혹은 실질적인 발언을 통해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을 테니까.무르익은 생각만이 의미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현재 시점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나? 요즘에는 많이 부끄러웠다.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후로 부모님은 한 번도 빠짐없이 그곳에 가셨다. 나는 항상 촬영 중이었고. 부모님이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셨는데, 진짜 멋있는 사람들은 그곳에 있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힘을 싣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니까. 그 자리에 있지도 못하고, 아는 것도 없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에서 남자친구가 은재의 눈물을 닦아주는데 콧물이 쭉 늘어나는 장면이 생각난다. 지금 이 이야기를 하며 콧물과 함께 보여준 눈물의 의미는 뭘까? 복합적이다. SNS에 글 하나 올리는 것도 조심스러워하는 지금의 내가 부끄러운 거다. 더 많이 알고 현명해지면 스스럼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이미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분명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배우가 될 것 같다. 에서 연우진과 박혜수가 맡은 역할을 ‘문 닫는 남자’와 ‘문 여는 여자’라고 칭하더라. 사실 배우가 하는 일은 문을 여는 것인데 한국의 배우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 같다. 배우라는 직업은, 무의식적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직업이 맞는 것 같다. 그만큼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나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를 찍으면서,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이런 생각이 더 강해졌다. 배우로서의 시작을 그 드라마로 할 수 있었던 게 참 행복하다. 가 끝나고 나면 또 무언가를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에서 다섯 명의 배우가 함께 작품의 무게감을 나눠 가졌다면 이번에는 내가 해야 할 몫이 더 크다. 황홀할 정도로 좋다가도 부담감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