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erfect match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2005년에 시작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한국계 신진 패션 디자이너들을 발굴하고 후원해온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올해로 12회를 맞은 SFDF 수상의 영예는 렉토(Recto)의 정지연과 고엔제이(Goen.J)의 정고운에게 돌아갔다. 2017년이 더욱 기대되는 두 디자이너와 그들의 크루, 모델 이현이, 안아름이 함께한 순간. | 렉토,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정지연,고엔제이

JUNG JI YEON & LEE HYUN YI현재 ‘한국 여성들이 가장 사랑하는 디자이너’라는 수식어를 얻고 있는 정지연. 그녀는 2015년 봄/여름 시즌에 론칭한 브랜드 렉토를 통해 남성복과 여성복의 모호한 경계를 드나드는 중성적이면서도 편안한 룩을 보여주고 있다. 클래식한 멋과 유니크한 개성의 절묘한 균형, 정형화되지 않은 디테일, 상반되는 소재의 믹스, 세련된 스타일링은 렉토 스타일을 정의하는 몇 가지 수식어다. 열두 번째 SFDF 수상의 영광을 안은 정지연과 그녀의 절친한 벗이자 스스로를 렉토 마니아라 소개한 모델 이현이를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국내 패션 피플이 유독 렉토를 애정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본적 있나요?정지연(이하 정): 트렌드를 읽으면서도 너무 거기에 중요도를 두지 않으려고 해요. 동시대적인 룩을 선보이되 렉토가 가진 컬러를 계속 유지하고 싶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이 어느 정도 그분들의 시선과 맞게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공감을 해주시는 것 같고요.이현이(이하 이): 처음 렉토가 론칭했을 때 축하해주러 갔다가 옷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예상치 못하게 과한 지출을 했어요.(웃음) 렉토가 동시대적인 성격을 띤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된 점은 이번 시즌에 산 옷들이 다음 시즌의 룩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는 거예요. 시즌이 지나도 첫 번째 시즌 룩을 계속 믹스 매치해서 입을 수 있다는 거죠. 브랜드의 방향성이 명확하니까 가능한 거죠. 이런 브랜드가 생각보다 많이 없거든요.그럼 가장 자주 입게 되는 피스는 무엇인가요?이: 너무 많아요. 아, 지금 입고 있는 팬츠가 이번 시즌 렉토 제품인데, 블랙 컬러의 부츠컷 팬츠로 피트가 너무 예뻐서 스웨트셔츠, 면 티셔츠, 블라우스 등등 아무 옷에나 입어도 잘 어울리더라고요. 또 지연이가 지금 입고 있는 원피스와 비슷한 오간자 네크라인 디테일의 블랙 블라우스가 있는데, 그 제품도 요즘 자주 입고 있네요.정: 정말 디자이너인 제가 봐도 놀랄 정도로 렉토의 모든 옷이 현이와 너무 잘 어울려요. 거의 맞춤복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트렌드를 읽으면서도 너무 거기에 중요도를 두지 않으려고 해요. 동시대적인 룩을 선보이되 렉토가 가진 컬러를 계속 유지하고 싶거든요. ― 정지연동갑내기 친구인 걸로 아는데, 두 분이 친해지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이: 노앙 브랜드 때문에 친해지게 됐어요. 노앙 론칭 때 친한 스타일리스트의 소개로 첫 룩북 모델을 하게 되었거든요. 그때 남노아 디자이너와 친해지면서 그의 크루 중 한 명이었던 지연이와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됐죠.서로 일에 대해 조언을 해주기도 하나요?정: 모델로서의 이현이는 제가 조언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너무 잘하고 있는걸요.이: 저도 지연이가 지금처럼만 하면 될 것 같아요. 사실 주변에서 고집이 좀 있는 것 같다는 얘기도 들었지만요.(웃음)정: (웃음) 아, 제가 디자이너로서 고집이 좀 있는 편인 것 같아요.이: 칭찬이에요. 패션 디자이너는 고집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지연이의 그런 점이 지금의 렉토를 만든 원동력이기도 하고요.곧 렉토의 2017 S/S 시즌이 공개될 예정이죠? 정: 네. 새로운 시즌에는 컬렉션 전체에 색채를 입히듯, 그림을 그리듯 디자인을 해보고 싶었어요.옷은 입체적이지만 디테일이 2D의 평면적인 느낌이랄까요? 말로 하기엔 모호한데 컬렉션을 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렉토 하면 떠오르는 긴 소매나 커프스, 독특한 절개 등과 같은 특징적인 요소에는 좀 변화가 있을 거구요. 렉토 고유의 무드는 그대로겠지만요.JUNG GO WOON & AHW AH REUM런던 셀프리지, 하비 니콜스, 뉴욕 버그도프 굿맨, 바니스, 오프닝 세리머니, 네타포르테 등 글로벌 시장에서 보다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정고운 또한 제12회 SFDF의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2012년에 론칭한 그녀의 브랜드 고엔제이(Goen.J)는 상반된 요소들의 균형과 조화에서 영감을 받은 여성스러운 룩을 선보인다. 건축학적인 패턴, 정적인 디테일보다 움직임의 미학을 염두에 둔 디자인으로, 로맨틱하면서도 동시대적인 감성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런 디자이너 정고운이 그녀를 “고급 취향을 가진 유머러스한 언니”라 말하는 모델 안아름과 함께했다. 두 사람은 좋아하는 코드도 패션에 대한 열정도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SFDF 수상을 축하드려요.정고운(이하 정): 감사합니다. 제가 유학 시절부터 너무 받고 싶었던 상인데, 꿈을 이룬 거라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해외에서 활동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 같고요. 저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활동 중인 제 친구들에게도 자부심이 될 것 같아요.두 사람의 이미지가 왠지 모르게 닮아 있어요. 어떻게 친해졌나요?안아름(이하 안): 언니 얼굴을 먼저 알게 된 건 에서였고요. 사적으로도 친해서 최근에 같이 놀이공원도 다녀왔어요.(웃음) 패션을 좋아하고 잘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사람이 많지는 않은데 언니는 이걸 다 갖고 있더라고요. 고급 취향을 가진 유머러스한 언니죠.정: 아름이가 지금처럼 활발하게 활동하기 전부터 쭉 봐왔어요.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 셈이죠. 좀 전에 촬영하는 모습도 봤는데, 기특하더라고요. 디자이너가 자신의 옷에서 표현해주었으면 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캐치해내는 걸 보고 프로라고 생각했어요.안: 저희 둘 다 의리파에 순수한 면이 있어요. 그냥 디자이너, 모델 관계가 아니라 좋은 친구가 되었죠.뮤즈처럼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기도 하는지 궁금해요.정: 해외 패션 위크에서 만나는 모델들에 비해 우리나라 모델 중 개성 있게 옷 입는 친구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헌데 아름이는 제가 생각지도 못한 스타일로 입고 나온다든지, 그냥 막 입고 나온 룩에도 센스가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스타일링을 할 때 제가 생각하는 그 룩만 보게 되는데, 아름이 같은 감각적인 스트리트 패션을 보면서 스타일링에 대한 영감을 많이 받아요.안: 고엔제이를 단순하게 로맨틱하고 예쁜 옷이라고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디테일을 보면 그렇지가 않거든요.정: 맞아요. 저는 러플이나 레이스 같은 여성스러운 요소들을 가지고 모던한 느낌을 내려고 하거든요. 러플도 하드한 소재로 모던하게, 레이스에서 줄 수 없는 볼륨을 더하기도 하고요. 아름이가 그런 점을 파악해서 스타일링 하더라고요. 원래 여성스러운 룩을 중성적인 사람이 입으면 더 멋있잖아요.상반된 요소에서 영감을 받아서디자인하는 것이 제 모토예요.러플도 하드한 소재로 모던하게,레이스에서 줄 수 없는 볼륨을 더하기도 하고요. ― 정고운해외에 비해 한국의 패션 시장은 어떤 것 같아요? 정: 한국에 아직 이렇다 할 글로벌 브랜드가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너무 트렌드를 좇는 디자이너들이 많다는 거예요. 또 그걸 소비해주는 사람들도 많고요. 소비자들도 정말 본인이 누구인지 알고 내가 나를 어떻게 꾸며야 하는지 알았으면 해요. 아직 그 점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서 안타깝죠.안: 이번 시즌은 로맨틱한 드레스였다가 다음 시즌은 맨투맨 티셔츠를 선보이는 디자이너도 봤어요. 제 주변의 패션 디자이너 중에서도 오리지낼러티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다른 브랜드 옷을 많이 보지 않더라고요. 되려 음악이나 여행에서 영감을 많이 받죠.새로운 S/S 시즌 룩은 어떤 느낌인가요?정: 1975년에 개봉한 영화 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엄격한 기숙사에 있는 소녀들이 행잉 록이라는 이름의 바위산으로 피크닉을 가는데 자꾸 소녀들이 사라지는 미스터리한 영화예요. 무드뿐만 아니라 영화 속 소녀들이 입은 흰색 드레스라든지 산속을 걸을 때 흩날리는 드레스 자락 등 많은 부분에서 영감을 받았죠. 또 상반된 요소에서 영감을 받아서 디자인하는 것이 제 모토인데, 이번에도 페미닌한 레이스와 스포티한 트랙수트를 믹스한 룩을 선보일 예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