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창욱의 진지한 농담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진지한 토론보다 농담 속에서 맨 얼굴을 드러내는 사람이 있다. 유난스럽고 싶지 않아서 공개연애는 죽어도 싫고, 아직도 자신을 어필하는 법을 모르겠다는 데뷔 8년차 배우 지창욱이 그런 남자다. 그래서 그와 잡담을 나눴다. 다이어트와 눈물과 연애의 딜레마에 관해서. | 인터뷰,지창욱,K2

오늘 같은 날씨에 겨울 코트를 입혀서 미안했어요.(그날은 34°C를 육박하는 폭염이었고 촬영 현장에는 에어컨이 없었다.) 그래도 정말 잘 참더군요. 스태프들한테 덤덤하게 “이제 덥다는 말 금지야!”라고 너스레도 떨고. 장난치면서 넘기는 게 좋잖아요. 현장 분위기가 중요한데 내 기분이 안 좋을까 스태프들이 눈치 보는 것도 불편하고. 전엔 작은 부분 하나도 그냥 넘어가지 못했을 때가 있었는데 일하면서 좀 변했어요. 일하다 보면 배가 고프거나 덥거나, 사소하게 예민해질 수 있는 수 있는 상황이 비일비재하잖아요. 전체를 생각해보면 사소한 건 내려놓는 게 맞아요. 그런데, 덥긴 했어요. 특히 코트에 니트, 셔츠까지 껴입었을 땐 정말....(웃음)더운데 허기지는 상황, 딱 오늘이군요. 요즘 한창 식단관리 중이죠? 그런데 또 먹어서 문제예요. (어떤 음식에 무너지나요? 술?) 오히려 술은 잘 참아요. 안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 정말 입에도 안 대는데 라면, 짜파게티, 족발, 순댓국.... ‘집 앞 신의주순댓국에 가면 얼마나 맛있을까.’ 이런 상상을 하다가 결국 ‘먹고 운동하면 괜찮지 않을까?’ 하면서 타협하게 되는 거죠. 몸 만드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이에요. 난 몸 좋은 사람들은 몸 자랑을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몸 좋다고 벗는 게 꼴 보기 싫다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생각해보세요. 단백질이 얼마나 맛없고 비린가요?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그걸 다 참았는데, 박수 쳐줄 만하죠.그럼 9월 23일 방영되는 tvN 드라마에서 그 ‘몸 자랑’을 볼 수 있는 건가요?(웃음) 노출 신이 있긴 한데 몸 상태가 자랑할 정도는 아니에요. 정말 촬영 시기에 딱 맞춰서 완벽하게 몸 관리한 배우들 보면 대단한 것 같아요. 하면서 정말 억울했던 일이 있었어요. 그때는 작품 준비 기간이 좀 길었어요. 첫 장면이 혼자 기계랑 테니스 치다가 웃통을 벗는 상황이라 운동 진짜 열심히 했거든요. 그런데 세트가 늦게 지어지는 바람에 크랭크인하고 한 달 후에 노출 신을 촬영했어요. 이미 좀 망가져 있던 상태였죠. 아, 이건 아닌데, 원래 진짜 몸 좋았는데....그 장면 기억나요.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로 무장하고 어떤 의뢰도 완수하는 업계 최고의 심부름꾼. 돈을 모아 남태평양 무인도를 구입해서 혼자 사는 것이 최종목표’인 ‘서정후’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오프닝이라고 생각했어요. 에서도 미스터리한 실력자였는데 이번 역시 전쟁 용병 출신의 특수경호원 역할이에요. 액션 장르에 애착이 있나 봐요? 사실 액션 별로 안 좋아해요. 그런데 희한하게 액션 작품을 계속 하게 되네요. 만 액션이 없었고 지금 중국에서 방영 중인 에서도 태권도 사범 역할이고 개봉 예정인 영화 도 액션 신이 많아요. 모든 작품이 그렇지만는 액션보다는 심리적인 갈등이나 대립이 흥미로워서 선택했어요. 도망자 신세가 된 전직 용병 김제하가 최유진(송윤아)과 고안나(윤아)를 만나서 그들의 경호원이 돼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복수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심리전이 주가 되는 드라마예요.Dolce & Gabbana 제품."/>Dolce & Gabbana 제품."/>주로 처음과 끝이 다른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 같아요. 의 ‘타환’은 지질이 순애보였다가 결국 미치광이 황제로 변했고, 세상만사 미련 없이 쿨하던 의 ‘서정후’도 종국엔 절박하지만 따뜻한 인간미를 보여줬죠. ‘김제하’ 역시 어떤 성격의 변화를 겪게 되나요? 굉장히 냉소적인 친구예요. 과거 국가와 조직에서 버림받았던 트라우마 때문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갑고 매사 귀찮아하는 타입. 그런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면서 마음을 열고 조금씩 변해가는데 그 과정에서 겪는 내적 갈등이 참 매력적이에요. 억제해야만 하는 상황, 사랑하고 싶은데 사랑하면 안 돼, 먹고 싶은데 먹으면 안 돼.(웃음) 이런 내적 충돌이 등장인물 모두에게 있어요.캐스팅도 그렇지만 , 의 곽정한 PD와 장혁린 작가의 작품이라 더욱 기대되기도 해요. 그래서 저도 기대가 큽니다. 대본도 재미있지만 특히 감독님과 생각이 잘 맞아요. 작품의 전체적인 톤도 그렇고 인물의 심리 묘사를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이고 상투적이지 않게 표현할 수 있을지,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대부분 의견이 일치했어요. 이해하지 못하면 연기하기 힘들어요. 뭐, 하면 할 수 있겠지만 그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고요.그간의 작품에서도 본능적이라기보단 생각을 많이 하고 움직이는 느낌이었어요. 때로는 그냥 느껴지는 대로 하자, 이런 순간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계산이 들어가죠. 일단 캐릭터에 대한 정확하고 디테일한 분석이 바탕이 돼야 해요.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내 역할뿐만 아니라 작품의 흐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요. 어렸을 때 했던 실수 중 하나가 딱 그 신만, 딱 그 감정만 생각하는 거였어요. 예를 들어서 캐릭터가 굉장히 안 좋은 상황이라고 치면 그게 한순간에 풀리는 게 아니잖아요. 몇 회는 사건에 휘말려서 흘러가죠. 그럴 때 처음 감정에만 빠져서 한 회, 심하면 두 회 내내 화만 내곤 했어요. 지금은 대본을 전체적으로, 더 넓은 시야로 보려고 해요. 내 것만이 아니라 바로 전 신엔 어떤 장면이 나왔나, 더 조화가 되려면 어떤 톤으로 가는 게 좋은지, 그런 분석이 필요한 것 같아요.를 촬영하면서 동시에 8월 25일부터 시작하는 뮤지컬 도 준비 중이에요. 2013년 초연부터 재연, 삼연까지 쭉 함께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요? 정 때문인 거죠. 애정도 있지만 거절을 못하는 것도 이유예요. 엄밀히 말하면, 지금 이 스케줄에 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연습에도 자주 참여 못하고 무대에도 많이 못 서기 때문에 팀에게 피해를 줄 수 있잖아요. 초연 때 정말 힘들고, 또 즐겁게 했던 작품이기 때문에 놓치기 싫은 욕심이 반이라면 제작사 대표님의 제안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던 게 반이에요. 술자리에서 “내년에 공연하면 또 할 거지?” 하시는데 “아뇨, 안 할 건데요.” 딱 자르는 건 어렵잖아요. “당연히 하죠!” 했다가 정말 계속 하게 되는 거예요.(웃음) 혹자는 프로답지 못하다고 할지 몰라도 어찌 보면 인간적인 작업방식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어쨌거나 눈치가 좀 보여도 나는 하고 싶다는 거죠.한 인터뷰에서 “나의 연기는 뮤지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라고 말했던 것이 떠올라요. 어떤 의미인가요? 전까지는 그렇게 많은 작품이 들어오지 않았어요. 정말 그 이후에 와 모두 잘되면서 일이 순탄히 풀렸어요. 연기적인 면에 있어서도 대극장 공연은 이 처음이었어요. 부담도 많이 됐고 스스로 끝까지 몰아붙였던 공연이었죠. 방송 하는 사람이 무대 왔을 때, 그 곱지 않은 시선을 괜히 자처해서 의식한 것 같아요. 술 먹고 참 많이 울었어요. 그런데 딱 힘든 만큼 공연은 너무 행복하고 좋더라고요.작업자가 힘들지 않으면 절대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다는 건가요? 두 달 전 인터뷰에서 조진웅 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게 진리라면서. 때 진웅이 형이랑 소주 마셔가면서 많이 울었는데....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2010년에 라는 소극장 공연을 하면서 처음 그 진리를 깨닫게 됐죠. 그때도 역시 너무나 힘들었어요. 굉장히 남자답고, 때로는 지나치게 싸가지가 없고, 남을 하찮게 봐야 하는 역할이었어요. 나는 벌레처럼 본 건데 남들은 그만큼 안 느껴졌나 봐요. 그래서 같이 공연하는 형한테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죽을 만큼 힘들다고 했다가 형이 하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연기라는 게 없던 사람이 하나 축조되는 건데 우리는 남자라서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산모만큼 고통스러워야 제대로 된 캐릭터가 나오는 거 아니겠냐고. 그때부터는 힘든 게 순리처럼 느껴져요. 이렇게 괴로운 게 당연하지, 잘못되고 있는 게 아니지, 라고 생각하니까 버틸 수 있어요. 또 진짜 고통스러운 만큼 카메라 앞에서 편해지는 게 사실이에요. 지금은 오히려 술술 풀리면 불안해요.눈물이 많은 편인가 봐요. 혹시 주사가 우는 것 아니에요? 절대! 그건 진짜 슬퍼서 울었던 거예요. 은 막 데뷔했을 때였으니까 연기도 연기지만 복합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진웅이 형, (손)현주 형, 정말 형들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났으니까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고 할까, 회사에 들어가면 연기만 신경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당시 매니저 형이 앞으로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하는 것도 스트레스였고. 그냥 이게 나인데 왜 자꾸 바꾸려고 하는 걸까, 하는 마음으로 상처를 받았어요. 어린 마음에 모든 게 좀 고단했던 것 같아요. 차츰 작품 하면서 단련이 됐고 서럽다거나 부당하다는 생각은 많이 없어졌어요. 그래서 요즘엔 잘 안 울어요. (어쨌거나 우는 걸 창피해하는 타입은 아닌 게 확실하네요.) 슬프면 우는 게 맞고 행복하면 웃는 게 맞고, 그런 스타일이죠.감정에 솔직한 편인데, 연애할 때도 그런가요? 흠.... 되게 다정다감해요. 싸우는 걸 워낙 싫어해서 대부분 맞춰주죠. 이러다가 한 번 터지는 게 무섭다고 하는데 터질 일이 없어요. 기분 나쁜 일이 있거나 질투 나면 말하면 되잖아요. “야아~ 짜증 나아!”(웃음)질투심을 산뜻하게 드러내는 것도 자존감이 높아야 가능한 일이에요. 항상 생각하는 건데, 연애엔 이상한 딜레마가 있는 것 같아요. 어떤 부분에 반해서 한 여자를 좋아하게 됐다가 점점 마음이 커지면 살짝 변질이 돼요. 예를 들어서 웃는 게 너무 예뻐서 사랑에 빠졌다고 쳐요. 그런데 만나다 보면 이 여자가 웃는 게 싫어질 때가 있어요. 다른 사람한테 웃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질투가 나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내 모습을 보면 기분이 이상한 거예요. 난 저 모습이 특히 좋아서 사랑에 빠졌는데 이젠 바로 저 모습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너 다른 사람한테 웃지 마!” 이렇게 얘기하는구나. 이게 욕심이잖아요. 욕심이 자꾸 커지니까 가끔은 스스로 무서울 때가 있어요. 반대로 상대방이 나한테 그럴 때도 있고. 사실 제일 힘든 건 바쁘다 보니까 연락을 잘 못하잖아요. 그래서 오래 만나는 게 어려워요.그래서 더욱 무조건적인 사랑에 로망을 느낄 수도 있겠네요. 2년 전 인터뷰로 만났을 때 의 타환처럼 평생 한 여자만 바라보는 사랑을 꿈꾼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요. 그 로망은 아직도 유효한가요? 실제로 그런 순애보가 아니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세상에, 그렇게 모든 걸 다 희생하면서 절대적인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멜로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도 시청자들과 똑같이 대본 보면서 상상하고 대리만족하고 그래요. 물론 리얼리티에 가까운 극도 있지만 대부분은 판타지잖아요. 애초에 마음 열기도 힘들고 열다가도 작은 것 하나 때문에 닫히는 게 현실이니까. 그래서 언젠가는 운명 같은 사람이 생기지 않을까, 꿈꾸면서 사는 것 같아요. 우연히 계속 마주친다든지 아니면 지나가다가 슬쩍 봤는데 잊을 수가 없다거나.운명 같은 누군가를 만난다면 공개연애를 할 생각은 없어요? 없습니다. 유난스럽게 연애한다고 떠들고 다닐 성격도 못 되고 말 많이 나오는 것도 질색이에요.사생활을 지키려는 강박이 있는 건가요? 예능 프로그램 출연 자체가 거의 전무한 데다 그나마 2013년 에 나와선 채 열 마디를 안 했어요. 지난 7월 말 열었던 생일파티 겸 공연에서 게스트로 ‘동네 형’을 초대했던 것도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연예인 동료 중에 딱히 더 부를 만한 사람이 없었어요. 그런데 진짜 동네 형이다 보니까 그게 참 아슬아슬했습니다. 욕만 안 했지, 아니 조금만 더하면 욕도 할 분위기였어요.(웃음) 친한 사람들끼리 있으면 정말 까불어요. 그런데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아, 이건 전 국민이 다 보는 거구나, 하고 딱 감추게 돼요. 아직 대중 앞에서 진짜 내 모습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연기는 완전한 내 모습이 아니잖아요. 대본이 있고 캐릭터가 있으니까 그대로만 하면 되고. 생각해보면 그래요. 나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고 배우는 지창욱이라는 사람의 삶에 한 부분일 뿐이잖아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생계수단이지만 그것 때문에 더 중요한 걸 희생하고 싶지 않아요.안 그래도 그 ‘동네 형’이 꼽은 ‘지창욱이 얄미울 때’ 2위가 ‘간혹 축구 게임 에서 이긴 후 깐죽거리고 잔망 떨 때’였는데 그 모습이 쉽게 상상이 안 가더라고요. 엄청 놀리는 건 맞지만 정정하고 싶네요. 간혹 이기는 게 아니라 자주 이깁니다.(웃음) (자기 입으로 진다고 하는 남자는 본 적이 없어요. 다 자기가 제일 잘한다고 하잖아요.) 아니, 난 잘 못해요. 그런데 나한테도 지니까 문제죠. 지금 저렇게 비웃고 있는 스태프들 있잖아요? 다 한 번씩 지고 밤에 누워서 눈물 흘리던 친구들이에요. 그러면서 자기가 못한다고는 전혀 안 하는, 아주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https://www.instagram.com/p/BJe3b9cDklA/?taken-by=harpersbazaarkorea https://www.instagram.com/p/BJfTNFbDLSI/?taken-by=harpersbazaar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