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속에 절이 있다고? ‘산사’로 떠나는 하루 5분 절
절하고, 염주 굴리고, 새소리 듣는 일이 전부인 온라인 절. 화면 속 ‘산사’에서 배운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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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으로 입장 가능한 가상의 절 '산사'가 주목받고 있다.
- 불교를 보고 듣고 사는 사람들. 다양한 방법으로 불교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 선선한 지금 주말에 가기 좋은 절 네 곳 그리고 겨울에 참여하기 좋은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출퇴근길에 절에 들르는 사람들이 있다. 멀어서 못 간다는 편견은 버리자. 정확히는 스마트폰 속 절이 있다. 지난 10월 26일 스레드와 인스타그램에 공개된 웹서비스 ‘산사’는 공개 하루 만에 10만 명, 일주일 만에 누적 100만 명이 이곳을 찾았다(개발자 집계 수치). 화려한 그래픽도, 게임처럼 이기고 지는 재미도 없다. 홀로 법당을 찾아, 조용히 앉아서 절을 하고, 염주를 굴리고, 염불과 새소리를 듣는 게 전부다. 사람들은 왜 이 조용한 절에 모여들었을까.
스마트 폰의 작은 쉼터, ‘산사’
사진/ 산사 웹페이지 스크린샷
산사는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브라우저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 접속하면 동자승을 닮은 캐릭터가 하나 주어지는데, 매번 이름이 자동으로 붙는다. 화면을 좌우로 쓸면 숲속 법당을 360도로 둘러볼 수 있고, 메뉴를 고르면 합장을 하거나 방석에 앉아 절을 한다. 염주를 굴릴 수도, 반야심경 독송과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앉아 있을 수도 있다. 재미있는 건 다른 사람과 함께 있지만 서로 말을 걸 수는 없다는 점이다. 같은 법당에 여러 동자승이 나란히 앉아 절을 하지만, 대화 기능도 경쟁도 없다.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롭기는 싫은 마음을 정확히 짚은 셈이다.
사람이 몰리면서 법당 ‘청연당’은 100명씩 들어가는 방 100개로 늘었고, 방석도 20개에서 1만 개까지 늘었다. 이용자의 약 20%는 베트남, 대만, 태국 등 해외에서 접속했다. 이 서비스를 만든 사람도 화제다. 개발자는 코딩 경력이 없는 26세 문과생으로, AI에게 말로 원하는 기능을 설명해 코드를 짜게 하는 ‘바이브 코딩’으로 산사를 만들었다. 산사가 주목을 받자, 온라인 상에서는 비슷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는, 성당부터 교회, 탄광, 사우나까지. 사람들의 수요가 있는 곳이라면 하나씩 가상 세계를 구현한 온라인 사이트로 생겨나고 있다.
출근 전 5분! 에디터 사용기
사진/ 산사 웹페이지 스크린샷
원래 산에는 자주 가는 에디터에게 사찰이라는 공간은 그리 낯설지 않다. 산에 다니면서도 절은 늘 선뜻 들어가기 어려운, 그래서 오히려 자주 지나치는 곳이었다. 산길 중간에 절이 보이면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뛰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들어가 본 절이 스마트폰 속 절이라는 건 조금 웃긴 일이라고 생각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산사에 들어가자 내 동자승에게 이름이 붙었다. ‘작은 산새’. 숲속 법당에는 이미 같은 모습을 한 동자승 여럿이 방석에 앉아 있었다. 빈 방석에 앉아 절하기 버튼을 눌렀다. 화면 속 동자승이 법당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며, 방석 앞에 멈춰 천천히 엎드렸다 일어난다. 사흘째에는 한 서버에 사람이 몰려 앉을 방석이 없었다. 한참 서 있다가 다른 법당으로 옮겼다. 온라인 절에서도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니, 모두가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위안이 됐다. 옆자리 동자승에게 “여기 자리 있어요?” 하고 묻고 싶었지만 말을 걸 방법이 없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게 했다. 닷새째에는 반야심경 독송을 켜고 눈을 감아봤다. 요가 수업 마지막에 매트 위에 누워 있는 사바아사나 시간과 비슷했다. 다른 점이라면 중간중간 지하철 안내 방송이 끼어든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사진/ 산사 웹페이지 스크린샷
며칠이 지나니 산사 안에서도 혼자만의 작은 습관이 생겼다. 회사에 출근해 메일함과 단톡방을 열기 전에 산사에 먼저 들어가 염주를 몇 번 굴린다. 물론 대단한 깨달음은 없었다. 다만 하루 중 알림도 댓글도 없는, 나만의 오롯이 고요한 시간이 생겼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다. 늘 지나쳐 뛰던 산속의 절들은 실제로 어떤 곳일까. 이번 주말엔 산길을 거닐며 절에 들러 잠깐 멈춰볼 생각이다.
가볍게 시작하는 ‘힙’불교 콘텐츠
산사 앱을 통해 불교가 궁금해졌다면 굳이 절에 가거나 어려운 경전부터 펼칠 필요는 없다. 이미 요즘 2030 사이에서는 불교를 믿음보다 하나의 특별한 ‘취향’으로 즐기는 콘텐츠가 많다. 보고, 입고, 읽고 사는 불교가 있다.
보는 불교 ① 유튜브 ‘비구니연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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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비구니 연습생 유튜브 캡처
불교 미술과 역사를 친구에게 설명하듯 풀어주는 채널이다. 대중문화 속에 숨은 불교 이야기처럼, 가볍게 들어갈 수 있는 주제부터 물과 땅의 영혼을 달래는 의식 ‘수륙재’처럼 이름만 들어선 어려운 이야기까지 쉽게 설명해준다. 절에 가서 탱화나 불상을 볼 때 “저게 뭐지?” 싶던 사람이라면 유튜브 몇 편만 봐도 다르게 보일 것.
보는 불교 ② 버튜버 ‘불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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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불법스님 유튜브 캡처
얼굴 대신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방송하는 버추얼 유튜버, 이른바 버튜버 스님이다. 캐릭터 설정은 ‘치직산 의문사’에 사는 1994년생 스님이지만, 실제로는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현역 스님이 진행한다. 데뷔 방송부터 화제였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악역 ‘사자 보이즈’를 위한 천도재를 올린 것. 현재 유튜브 구독자 약 6만 5,000명을 모았고, 매주 일요일 라이브로 일요법회를 연다. 가톨릭 버튜버 ‘레옹 신부’와 합동 방송을 한 적도 있다.
보는 불교 ③ 고려 불화를 따라 그린 2,300시간
」유튜브 채널 ARTUBE에 올라온 대학 졸업 작품으로 고려 불화를 모사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 조회수 1,500만 회를 넘겼다. 얇은 붓으로 선 하나, 색 하나를 몇 시간씩 쌓아 올리는 장면이 이어진다. 아무 말 없이 보고 있어도 마음이 가라앉는다. 화면 속 산사에서 하던 5분 명상의 영상 버전인 셈.
듣는 불교 ④ ‘비트박스 스님’의 반야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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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비트박스 스님 유튜브 채널 캡처
일본 선불교 승려 아카사카 요게쓰(Yogetsu Akasaka)는 반야심경에 비트박스를 얹는다. 2020년 올린 ‘반야심경 비트박스 리믹스’ 영상은 870만 회 넘게 재생됐고, 올해 부처님오신날에는 서울 홍대선원에서 공연도 했다. 그는 굿즈든 음악이든 불교에 가까워지는 “좋은 관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산사에서 듣던 반야심경과 비교해 들어보면 재미있다.
입는 불교 ① 해탈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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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해탈컴퍼니 업체 제공
불교를 밈처럼 풀어낸 옷과 생활용품을 만드는 브랜드다. 승복에서 따온 편안한 실루엣에 유쾌한 그래픽을 얹는데, 대표 상품인 ‘깨닫다!’ 티셔츠는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어 약 3,000장이 팔렸다. ‘극락도 락이다’ 키링, 번뇌를 꾹꾹 눌러 터뜨리는 스트레스볼처럼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나는 물건이 많다. 직원 다섯 명이 밴드 ‘해골물’까지 결성했다.
사는 불교 ② 붓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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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붓쯔몰 제공
박물관에 ‘뮷즈’가 있다면 절에는 ‘붓쯔’가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이 만든 불교 굿즈 브랜드로, 지난 6월 조계사 옆 전법회관 1층에 국내 첫 불교 굿즈 상설 매장을 열었다. 하체 운동하는 부처가 그려진 티셔츠, 운동 자세를 한 부처 스티커처럼 일상에서 쓰기 좋은 물건이 중심이 된다. 온라인 전용 몰 ‘붓쯔몰’도 오픈해 쉽게 구매 가능하다.
깊게 읽는 불교, 불교 입문용 책 4
불교 철학에 대해서 궁금하고 조금 더 깊이 들어가고 싶다면 책을 추천한다. 올해 상반기 예스24의 불교 입문서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264% 늘었다.
『나를 살리는 음식들』 선재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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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나무의 마음 제공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 2>에 출연해 화제가 된 사찰음식 명장 1호, 선재 스님이 15년 만에 낸 에세이다. 마흔 무렵 간경화 말기 진단을 받은 스님은 된장, 간장, 김치 같은 발효 음식과 제철 음식으로 식생활을 바꾸며 건강을 되찾았다. 책은 봄나물부터 여름 감자와 호박, 가을 장 담그기, 겨울 발효 음식까지 사계절 밥상을 따라간다. 양념을 '약(藥)'과 '생각 념(念)'을 합친 '약념'으로 풀어, 음식을 약처럼 정성껏 먹으라고 말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흑백요리사에서 화제가 된 잣국수와 당근국수를 포함해 사찰음식 레시피 38가지도 담았다. 읽는 불교가 어렵다면 먹는 불교부터 시작해도 좋다.
『다르마의 즐거움』 무쇼 로드니 앨런 그린블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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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계종 출판사 제공
소니, 도요타, 뉴욕타임스와 작업해온 뉴욕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쓰고 그린 불교 입문서다. 일본에서 선불교를 처음 접한 그는 뉴욕에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고, '무쇼(無相)'라는 법명까지 받았다. 공부하며 헷갈렸던 것들을 그림으로 정리한 게 출발점이라고. 외우기 어려운 부처와 보살의 이름, 절 입구를 지키는 금강역사, 부처의 전생 이야기인 자타카까지 귀엽고 익살스러운 그림으로 풀어준다. 마지막엔 저자가 직접 해본 좌선 수행법과 화두도 담았다. 128쪽짜리 그림책처럼 가볍게 넘기다 보면, 절에서 만나는 불상과 보살이 하나씩 눈에 들어온다.
『여름에 내린 눈』 우 조티카 사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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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언 제공
미얀마에서 가장 존경받는 스승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우 조티카 사야도의 가르침을 담은 책이다. 그는 양곤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하다 스물여섯에 출가해 명상 수행자의 길을 걸었다. 책은 성공과 평판, 명성을 좇느라 정작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놓치고 사는 사람들에게 말을 건넨다. 생각을 억지로 누르거나 바꾸려 하지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는 것. 머릿속이 복잡한 날, 아무 페이지나 펼쳐 몇 장씩 읽기 좋다.
『눈부신 하루를 시작하는 108 필사 명상』 법상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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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계종 출판사 제공
구독자가 약 17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법상스님의 목탁소리'로 잘 알려진 법상 스님의 짧은 글 108편을 따라 쓰는 필사 책이다. 하루에 한 편, 마음을 다잡는 문장을 손으로 옮겨 적으면 된다. 아침에는 펜을 들고 한 줄씩 써볼 차례. 필사를 좋아하는 텍스트힙 세대에게 잘 맞는 불교 입문법이다.
화면 밖으로, 서울 도심의 사찰 4
불교가 더 궁금해졌다면 이제 온라인 세상에서 벗어나 진짜 절로 가볼 차례다. 서울에는 지하철로 가볍게 갈 수 있는 사찰이 생각보다 많다.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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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계종 제공
종로 한복판에 있는 한국 불교 조계종의 중심 사찰이다. 해마다 가을이면 경내가 국화로 채워지고, 올해도 10월 불교문화대전이 이곳에서 열렸다. 저녁에 불이 켜진 대웅전과 연등을 보러 가는 것도 좋다.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55
길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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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길상사 제공
성북동 언덕에 자리한 고요한 절. 법정 스님과 인연이 깊은 곳으로, 숲처럼 우거진 경내를 천천히 걷기 좋다. 단풍이 드는 11월이 특히 예쁘다. 근처 수연산방과 성북동을 오래 지키는 맛집이 많아 데이트 코스로도 추천한다. 서울 성북구 선잠로5길 68
봉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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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봉은사 제공
코엑스 맞은편, 빌딩 숲 사이에 있는 절이다. 높이 솟은 미륵대불과 고층 빌딩이 한 화면에 담기는 풍경이 이곳만의 매력. 퇴근길에 잠깐 들러 경내를 한 바퀴 돌기 좋다.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531
진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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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진관사 제공
북한산 자락, 은평한옥마을 옆에 있는 절이다. 사찰음식으로 잘 알려진 곳으로, 계곡과 숲에 둘러싸여 서울 안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조용하다. 서울 은평구 진관길 73
겨울 하룻밤을 절에서, 템플스테이
사진/ 조계종 제공
속세와의 인연을 잠시 멈추고 ‘진짜’ 산사에 들어가 하루 정도 제대로 쉬고 싶다면 템플스테이가 답이다. 템플스테이는 더 이상 불교 신자만의 것이 아니다. 2024년 상반기에 이미 참가자 29만 2,000명 가운데 20대가 26%, 30대가 18%로, 2030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겨울 템플스테이는 겨울방학과 연말연시에 맞춘 프로그램이 많다. 지난겨울에는 전국 52개 사찰이 ‘겨울 특별 템플스테이’를 열었다. 고양에 위치한 흥국사의 ‘도파민 디톡스’는 스마트폰 대신 명상으로 하루를 보내는 프로그램을, 강릉 용연사에서는 제야의 종을 치고 새해 첫 해를 보며 명상을 했다. 제주 관음사에서는 떡국 공양과 타종으로 새해를 맞았다.
사진/ 템플스테이 공식 사진 (선운사)
사진/ 템플스테이 공식 사진 (학림사)
올겨울에도 다양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늦지 않도록 미리 템플스테이 예약 사이트(templestay.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새해 첫날에 연주대를 오르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이미 정원 마감이다. 이 밖에도 해남 대흥사의 「2027년 케이블카 타고 새해맞이 디디고 템플스테이」(12/31~1/1), 천연 염색을 해볼 수 있는 공주의 학림사, 곶감을 직접 만들어서 처마 밑에 걸어 말리는 체험, 정관스님에게 직접 배울 수 있는 쿠킹 클래스가 포함된 백양사의 스테이, 조계사의 태극권과 함께하는 움직임 명상까지 테마가 무척 다양하다. 평소에는 폰 속 산사에서 5분, 주말에는 도심 사찰에서 한 시간, 특별한 날에는 템플스테이에서 하룻밤. 어디서 시작하든 괜찮다. 중요한 건 잠깐 멈춰 앉는 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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