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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룡·오정세·김무열·이준, 네 배우가 지나온 시간

각자의 자리에서 성취를 이룬, 프레인tpc 소속 네 배우가 한자리에 모였다.

프로필 by 안서경 2026.09.25

OFFICE AFFAIR


서류가 빼곡히 쌓여 있고 유선 전화가 울려대는 어느 오피스. 류승룡, 오정세, 김무열, 이준이 라르디니의 새 컬렉션을 입고 이 기묘한 공간에 들어섰다. 과연 그날,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김무열이 착용한 재킷은 3백43만원, 티셔츠는 43만원 Lardini. 류승룡이 착용한 시어링 칼라 재킷은 3백77만원, 스웨터는 93만원, 팬츠는 83만원, 로퍼는 1백27만원 모두 Lardini. 이준이 착용한 재킷은 2백77만원, 캐시미어 톱은 87만원, 티셔츠는 43만원, 팬츠는 73만원, 로퍼는 1백27만원 모두 Lardini. 오정세가 착용한 재킷은 2백53만원, 캐시미어 톱은 87만원, 티셔츠는 43만원, 팬츠는 97만원, 스니커즈는 67만원 모두 Lardini.


재킷은 2백87만원, 셔츠는 53만원, 팬츠는 83만원, 타이는 27만원, 벨트는 37만원, 로퍼는 1백27만원 모두 Lardini.


베스트는 1백73만원, 집업 니트 톱은 1백27만원, 터틀넥 톱은 63만원, 팬츠는 83만원 모두 Lardini. 안경은 에디터 소장품.


류승룡

“말로만 한솥밥이 아니라 역사가 있어요. 10년 이상, 길게는 20년 가까이 연을 맺은 가족 같은 사이죠.” 프레인TPC 소속 네 배우가 한날한시 모인 이번 화보는, 맏형 류승룡에게 오랜 인연을 돌아보는 자리였다. 긴 시간 연극배우 생활을 하던 류승룡은 첫 TV 드라마 주연을 맡은 <별순검>에서 김무열과 합을 맞췄고,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게 한 작품 <최종병기 활>에서 또 한번 만났다. “정세와는 어릴 때부터 오디션장을 돌던 사이인데, 한창 활동이 왕성해질 때쯤 영화 <시크릿>과 <베스트셀러>를 같이 했죠. 이준 배우와는 영화 <손님>에 같이 출연했고요. 10여 년 전에 제가 추천해 회사에 들어왔어요. 각자의 발아 속도와 열매 맺는 속도가 달랐다가 공교롭게 이렇게 만났구나, 우리 모두 어떤 수순을 성실히 잘 밟아왔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까마득한 기억을 어제 일처럼 술술 읊는 모습에 동료들을 향한 애정이 묻어나는 걸 짐작할 수 있다.

회사 동료들이 모인 ‘오피스’ 콘셉트의 촬영장에서 류승룡은 다른 이들이 포즈를 취할 때면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분위기를 풀거나 휴대폰에 담으며 현장을 누볐다. 블랙 터틀넥 위에 딱 떨어지는 핏의 라르디니의 셔츠 차림을 한 류승룡에게서 지난해 화제작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속 현실 강남역에서 쉽게 볼 법한 수트 차림의 부장 역을 소화하던 모습이 스친다.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 구분 없이 류승룡의 필모그래피는 메가 흥행작으로 가득하다. 굳이 <극한직업>까지 언급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류승룡의 말과 표정은 흥행의 진폭이나 작품의 규모에 초연한 듯, 조금도 들뜨는 법 없이 차분하다. 류승룡은 그저 촬영장에서의 과정을 즐기도록 스스로를 훈련시켰다고 말한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작품이 흥행할 때도 있고, 반대인 경우도 있었죠. 일련의 경험을 통해 결과가 어떻든 자책하지 말고, 교만하지 말자는 걸 배웠어요. 잘되면 ‘감사하는 마음과 동시에 빨리 내려가자, 빨리 잊자’ 하고 생각하는 편이고, 잘 안 되더라도 ‘이 역시 감사합니다, 하고 끝까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조금도 내색하지 말자’ 하죠. 이 두 가지 태도가 훈련된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촬영장에서 행복을 미리 가불해서 잘 쓰는 편이에요.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마음을 비우는 거죠. 머릿속이 분주하고 복잡하면,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없어요.”

장르에 제약을 두지 않고 코미디와 액션, 드라마와 판타지를 오가지만 류승룡은 가족과 삶을 다루는 작품에 애착을 느낀다. 최근작인 영화 <비광>에서도 딸을 구하기 위해 삶의 모든 것을 거는 전직 야구선수 중구 역을 맡았다. 유독 휴머니즘에 끌리는 이유를 묻자, 본질적인 답이 돌아온다. “역시나 저는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가 좋아요. 코미디도 블랙코미디가 좋고요. 기술의 발전으로 눈과 귀만 즐거운 것들은 이미 너무 많잖아요. 희로애락, 생로병사, 남녀노소. 결국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는,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거나, 사실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데 중요하다고 믿어서 모든 것을 허무하게 바치게 되는 것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계속해서 그런 마음을 그리고 싶어요. 따뜻하게, 화두를 던지면서요.”

최근 그가 붙들고 있는 질문은 우리 모두에게 가장 기본적이고도 어려운 것, ‘마음의 균형’이다. “조급함과 신속함의 밸런스. 마음의 신축성에 관해 생각하고 집중하고 있어요. 제 마음이 넉넉해질수록, 마음을 더 쓸수록 관객들한테 진심이 전해지는구나, 하는 걸 느껴요. 사람 류승룡의 생활에서 저는 참 일밖에 몰랐는데, 이제는 하루하루 제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나한테 선물을 주는 시간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고유의 시간들을 보내려고 하고요. 좋은 음악을 들으며, 의자에 앉아 음료를 마시면서 에어컨 바람이 아닌 자연 바람을 쐬면서, 이렇게 20~30분의 시간을 보상해주죠.” 스스로에게 넉넉한 사람이 될수록, 관객에게 줄 수 있는 마음이 너른 배우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류승룡이 생각하는 배우라는 업은 집중해서 꺼낸 진심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기에.

삶과 연기의 관계에 관해 묻는 대화를 하며, 류승룡은 이 단어를 꺼냈다. “포항제철 가면요, 쇠랑 불이랑 어느 순간 맞닿아 빨갛게 됐는데, 이게 불인지 쇠인지 모를 때 있어요. 그걸 풀무불이라고 하죠. 바람을 불어 나무를 대면 확 타버리고 저게 불인지 쇠인지 모르는 것처럼, 지금 제가 그런 것 같아요. 류승룡이라는 배우의 연기가 예전에는 사람 류승룡과 이원화되고 분리되어 있었다면, 지금은 연기에 대한 철학이, 믿음이 그냥 제 삶과 거의 일체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화석화되어, 안주하는 배우는 되고 싶지 않아요. 저는 계속해서 제한을 두지 않고 진실된 연기를 하고 싶어요.”


류승룡이 착용한 코트는 2백47만원, 재킷은 2백37만원, 셔츠는 97만원, 터틀넥 톱은 63만원, 팬츠는 93만원 모두 Lardini. 김무열이 착용한 재킷은 2백77만원, 터틀넥 톱은 63만원, 팬츠는 83만원, 벨트는 27만원, 로퍼는 1백27만원 모두 Lardini. 안경은 에디터 소장품.


스웨이드 재킷은 3백77만원, 스웨터는 93만원 Lardini.


이준

이준에게 오늘의 자리는 감사함에 가까웠다. “제가 여기 같이 있어도 될까 싶었거든요. 큰 형들이 저를 끼워줘서 고맙다는 느낌이 들죠. 우리 회사의 주주 중 한 명으로서 이런 대배우들과 함께한다는 것이 제게도 재미있는 이벤트예요.” 이준은 한없이 솔직해서 웃기다. 돌려 말하는 것을 잘 못하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라 말한다. 웃기려고 의도치 않아도, 느닷없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반응이 새어 나온다.

한예종 출신 무용을 전공한 아이돌, 배우, 프로 예능인 그리고 최근에는 <워크맨>을 필두로 여러 예능 프로그램의 MC 자리까지. 엔터테이너로서 이준의 무대는 전방위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좋겠네’ 처음엔 딱 그거였어요. ‘연예인이 되면, 나도 연기를 해보면 재밌겠다’가 시작이었는데 여기까지 온 거죠. 저 드라마, 영화, 단막극부터 50부작 드라마, 케이블과 유튜브, 공중파까지 거치지 않은 분야가 없거든요. 회사에 사내 행사가 있으면 MC를 맡고, 팬미팅을 할 때도 제가 직접 진행해요. 가수가 본업이었던 적도, 배우가 주된 일이었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제게 주어진 일 전부 메인이라고 생각해요. 직장인이 출근을 안 할 수 없듯이, 제가 할 수 있는 자리에서는 최선을 다해야 하니까요. 버텨온 시간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하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마음에 새겨둔 말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안판석 감독에게서 비롯된다.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촬영 당시의 가르침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연스러움이 1번이다, 잘하고 못하는 건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그저 자연스러운 게 잘하는 거라고 하셨어요. 되게 쉬운 이야기인데 가장 어려운 말이죠. 그 말을 듣고 어떤 분야에서든 저는 조금씩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준은 만족이라는 말과는 여전히 거리를 둔다. “초조한 마음이 신인 때와 다를 바가 없어요.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싶은데, 아직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열심히는 하지만, 항상 마음이 불안하죠.” 그런 불안을 순간에 다 쏟아부음으로써, 에너지를 전부 소진하는 방식으로 푼다. 예능에서 한없이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도, 한번 맡기로 한 일에는 셈할 줄 모르는 성정 탓이다. “얼마 전에는 이삿짐 나르는 일도 했었고, <1박 2일> 촬영도 다녀왔죠. 노래 부르는 스케줄도 있었고요. 매일매일 여러 가지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에너지를 다 쏟고 가자’라는 생각이 깔려 있어서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다음 날을 위해 기운을 남겨둬야지, 여겨본 적이 없어서 집에 돌아오면 항상 방전이 되죠.”

일상에서 이준을 채우는 순간은 여느 직장인처럼 소박하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청소하고 쓰레기 비우고 나왔을 때 되게 만족스러운 것 같아요. 집 안이 깨끗해야 정신적으로 괜찮더라고요. 어질러지면 막 힘들어요. 깔끔하게 정리정돈을 할 때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패션에 대한 태도 역시 이런 말끔한 습관과 맞닿아 있다. 라르디니의 스웨이드 재킷과 캐시미어 톱을 매만지며 말한다. “편한 옷을 주로 입지만, 오늘 입은 옷들이 더 좋긴 해요. 솔직히 입었을 때, 느낌이 좋잖아요. 인상이 되게 깔끔해지고 성공한 사람처럼 보이잖아요.(웃음)”

이준은 스스로 타인에게 기대하는 것도,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기도 싫어하기에 혼자 있을 때 가장 편안한 사람이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워크맨>에서 만난 ‘사수’들에게서 신선한 자극을 받고 있다. “ 내 자신을 조금 더 채찍질할 수 있는 자극이 되는 것 같아요. 방송에는 다 나오지 않지만, 제가 만나는 사수 분들에게 개인적으로 질문을 많이 걸어요. 어떻게 해서 그런 에너지를 쭉 가지고 갈 수 있는지요. 만나는 사람들을 리스펙트하기 때문에 무궁무진한 궁금증이 생겨요. 대체로 타인에게 관심이 적은 편인데, 어떤 원동력으로 저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으니까 배우고 싶어서 제가 계속 질문을 하고 있더라고요. 다들 마인드가 어떻게 그렇게 좋을까요? 그런 게 진짜 멋있고 대단하다고 느껴요.” 주어진 현실의 삶에 충실한 것. 지금 이준이 지켜가고 있는 멋도 다르지 않다.


이준이 착용한 재킷은 2백97만원, 터틀넥 톱은 93만원, 팬츠는 57만원, 로퍼는 1백27만원 모두 Lardini. 오정세가 착용한 재킷은 2백37만원, 캐시미어 톱은 1백37만원, 셔츠는 53만원, 티셔츠는 43만원, 데님 팬츠는 83만원, 스니커즈는 67만원 모두 Lardini.


오정세

“각자 달리기를 잘하고 있다가 결승선에서 딱 만난 느낌이 들죠. 나도 잘 왔는데 형들도, 동생도 잘 달리고 있네, 라는 생각이 들어요. 혹은 골목길에서 혼자 있는데 깡패를 만났을 때, 검은 띠 도복을 입은 세 명이 내 뒤에 서 있는 느낌? 정서적으로 든든한 감각이 있어요. 프레인이라는 회사는 제게 사범님 같은 느낌이고요.” 웃음기가 밴 눈매로 운을 뗀 오정세의 얼굴에서 맑은 소년 같은 표정이 묻어난다. 오늘 촬영은 오정세에게도 여지껏 찍은 화보와 다른 감각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몇 해 전 OTT 시리즈 홍보 촬영차 만났을 때보다 훨씬 편안해 보이는 표정이다.

배우라는 직업 앞에서 오정세는 오랜 아이러니를 안고 살아간다. “줄곧 저는 연기가 너무 하고 싶은 사람이었고, 배우가 되고 싶은 사람이었는데요. 남들 앞에 서는 걸 되게 힘들어했어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그 정도가 비슷한 것 같아요. 여전히 앞이나 중심에 서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인데, 배우를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거기서 오는 힘듦을 이겨내는 것 같아요.”

신드롬을 일으킨 <와일드 씽>의 ‘최성곤’이 되어, 수많은 팬들 앞에 또 다른 자아로 서게 된 건 30여 년 가까운 배우의 삶에서 낯선 국면이었다. “작품으로, 캐릭터로서 사랑받는 일은 참 감사한 일이죠. 그걸 즐겁게 잘 받아들이려고 하는 중인데, ‘최성곤’이라는 인물은 다른 캐릭터보다는 조금 더 온도가 뜨거웠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한 캐릭터가 조금 길게 사랑받거나, 그런 이미지가 조금 오래 가다 보면 너무 소비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에 뒷걸음질치게 되기도 하는데, 성곤이는 어느 지점부터는 그걸 뛰어넘은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저도 그냥 최성곤을 즐기고 있더라고요. 관객으로서 최선을 다해서요. 물론 팬들 앞에서 립싱크를 할 때 떨리는 건 과제였지만요, 립싱크라서 크게 부담이 없을 것 같음에도 이벤트를 할 때면 사실 멍해졌고요. 어려운 가사도 아닌데 되게 헷갈리고, 아등바등. 관객분들이 마음 열고 다가와 주시는데도 불구하고, 막 제 안에서는 지진이 났죠.”

오정세의 표현에 따르면, 일을 ‘취미화’시켜온 자신의 유일한 취미를 꼽자면, 음악 공연을 찾아가는 일이다. 김일두, 밍기뉴, 김필선, 허회경 같은 싱어송라이터들의 이름을 읊는다. “저는 음악을 깊이 있게 알지 못하지만, 공연장에 가면 저런 태도는 너무 좋다, 음악을 저런 식으로 접근하는구나, 하고 감탄하는 것 같아요. 기교 하나도 없이 어떻게 보면 되게 서툰 표현 방법인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좋지, 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진심을 가지고 서툴게 다가가는 방법도 또 다른 매력을 줄 수 있네, 라는 걸 배우고요.” 오정세는 무대를 통해 연기를 배운다. “편하고 자유롭게 노래하는 가수들의 모습에서 ‘아, 나도 저렇게 카메라 앞에서 놀고 싶다’라는 연결고리가 제 안에서 생기는 거죠.”

자유롭게 노는 감각은 배우로서 오정세가 30여 년간 지켜온 목표와 다르지 않다. “연기 시작할 때부터 제 목표는 ‘즐겼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마음이 안 시들었으면 좋겠다, 퇴색되지 않았으면 좋겠다’였어요.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게 잘 되었던 것 같고, 연기에 접근하는 방법이 바뀌는 지금도 변화 속에서 이런 과정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오디션을 전전하며 몇 년째 작품 하나 못 만난 시기에도 조바심보다 즐기는 쪽을 택했다. 양익준, 박병은 등 연기 아카데미 수강생 친구들과 ‘닭도리탕’에서 이름을 따와 만든 영화를 상영한 ‘다도리타 영화제’를 만들었던 것처럼. “선배 혹은 주변 동료들을 보면서, 배우라는 생태계가 있다가도 없어지고, 어떨 때는 되게 잘 되다가도 안 되고 하는 걸 봤어요. 굴곡이 큰 직업군인데 일희일비하면 내 살을 너무 갉아먹는 일일 것 같아서, 결과에 대해서 조바심이 없었으면 좋겠다, 라고 스스로한테 계속 되뇌었던 것 같아요. 오래, 길게 하고 싶어서요. 1년, 2년 동안 계속 오디션을 봤는데 한 작품도 못 만났을 때도 있었죠. 그때도 결과가 없어서 지치지는 않았던 것 같고 그냥 그 널뜀들을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태연하게 말하는 오정세의 일상은 곰탕처럼 슴슴하게 흘러간다. “딱히 루틴은 없고, 그냥 매일매일 어떤 큰일이 벌어지든 아무것도 안 벌어지든 그 안에서 즐거움과 평안함을 찾으려는 것 같아요. 아무 일이 없어도 즐거울 수 있고요.” 연기와 삶을 완전히 나누지도, 포개지도 않는다. “제 삶과 어떤 작품의 캐릭터는 조금 분리가 되어 있을 때가 많아요. 분노와 화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이쪽 세포로 가서 연기를 하는 것 같고, 제 생활에서는 그냥 즐거웠으면 좋겠는 마음이 잘 유지되죠. 요즘에는 인간 오정세가 작품과 조금씩 같이 성장하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친구의 성장을 통해서 저도 같이 자라나는 것 같고, 캐릭터가 누군가에게 기쁨을 줬을 때, 저도 같이 기쁜 걸 깨닫고 있어요.” 그렇게 서로를 키우며 가는 게, 그가 연기를 오래 즐겁게 붙들고 있는 방식이다.


김무열이 착용한 재킷은 3백43만원, 티셔츠는 43만원, 팬츠는 83만원, 로퍼는 1백27만원 모두 Lardini. 류승룡이 착용한 시어링 칼라 재킷은 3백77만원, 스웨터는 93만원, 팬츠는 83만원, 로퍼는 1백27만원 모두 Lardini. . 이준이 착용한 재킷은 2백77만원, 캐시미어 톱은 87만원, 티셔츠는 43만원, 팬츠는 73만원, 로퍼는 1백27만원 모두 Lardini. 오정세가 착용한 재킷은 2백53만원, 캐시미어 톱은 87만원, 티셔츠는 43만원, 팬츠는 97만원, 스니커즈는 67만원 모두 Lardini.


김무열

네 배우가 일렬로 앉아 진행한 쇼츠 촬영에서, 김무열은 유독 상대의 답에 파안대소하거나 고개를 이쪽저쪽 돌리며 반응했다. “직업 특성상 항상 관찰자적 시점을 유지해요. 평소의 삶에서 그 힌트와 소스들을 많이 가져가거든요. 오늘 촬영 현장에서도 형들이 사진 찍을 때 어떻게 하는지, 게임을 할 때 이준 배우가 어떻게 텐션을 유지하는지 배웠어요. 혼자 막 크게 웃는 걸 못 참겠더라고요. 저는 그때그때 계속 보고 배워나가는, 항상 그런 상태예요.”

그 관찰의 습관은 스크린 위에서도 유효하다. 분노를 동력 삼은 날 선 눈빛과 정의감에 가득 찬 무구한 미소가 필요한 순간에, 세밀한 관찰력이 발휘된다. <범죄도시4>의 백창기부터 <참교육>의 나화진까지, 극과 극의 얼굴을 오가면서도 그가 매번 인물을 선명히 각인시킬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최근 김무열에게는 변화가 생겼다. 화보 촬영장이나 캐릭터의 룩을 위해 새롭게 스타일링을 만들어가는 자리에서 과정을 이전보다 즐기게 됐다. “한때는 1부터 10까지 ‘이건 이럴 것 같고, 저건 저럴 것 같다’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나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다’라는 걸 느꼈죠. 미술팀이나 의상팀이 준비한 게 제 생각과 다를 때, 전에는 그 생각을 튕겨내거나 제 생각을 더 보강했다면, 지금은 전체적인 그림을 같이 만들어가는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최근 허준호 선배님과 촬영하면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현장의 세팅이 캐릭터를 만든다’는 말이었는데, 제 장황한 생각을 간결하게 정리해준 느낌이었죠.” 다만 시상식이나 영화제 같은 자리에서 수트를 입어야 할 때는 원칙이 명확하다. “어깨선이라든가, 칼라 넓이라든가, 재킷 길이, 바지 밑단 길이. 아주 기본적인 것에서 저는 클래식을 고수해요.”

김무열의 인상은 ‘성의 있다’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 같았다. 인터뷰를 하다 보면, 그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앉아 있는 사람이 있고, 수없이 받았을 법한 질문에 매순간을 내어주는 사람이 있다. 미간을 찌푸릴 만큼 집중해 답변을 생각하는 걸 보면, 김무열은 명백히 후자다. “<참교육>은 결과에 대한 생각을 찾지 않고 작업했어요. 그전에 <소년심판>을 하면서 청소년 범죄에 대해 이야기하며, 왜 이런 문제들이 생겨나는지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육 문제에 공감했던 것 같아요. 좁은 시선이나 편파적인 일부의 의견만 다루게 되는 것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럽게 작품을 만들려 노력했어요. 물론 원초적인 재미도 필요하지만, 그 이면에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부분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견들이 모인 작품이죠. 그 우려들이 상쇄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를 악물고 작업했던 것 같아요.” 켜켜이 쌓인 진심이 통했던 걸까.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은 공개 직후 글로벌 1위와 90여 개국 톱 10에 올랐고, 현재 누적 시청 시간 2억 시간을 기록했다. <참교육>의 엄청난 반향으로, 얼마 전 김무열은 첫 팬미팅을 치렀고, 해외 팬미팅도 앞두고 있다. “ 뮤지컬 무대에 설 때부터 해온 오랜 약속이었는데, 팬분들에게 언젠가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그 약속을 지키고 싶더라고요. 막상 무대에 서니 온몸에서 땀이 났지만, 주신 사랑에 작게나마 답한다는 마음에 용기를 냈어요. 제가 팬분들한테 가장 잘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은 작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밖에 없다고 여겨왔어요. 배우로서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나아가는 거요. 그런 생각으로 항상 초심을 다잡았는데, 이제야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김무열은 종종 시간이 자연스레 쌓인 ‘배우의 얼굴’을 믿는다고 말해왔다. 국물을 좋아하지만 자주 먹지 않는 것도, 엄청난 운동량도, 자기절제를 통해 항상 배역에 맞는 얼굴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지금 자신의 얼굴에서 보이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묻자, 이런 답이 돌아온다. “우스갯소리로는 ‘아재미’가 장착된 거고, 좋게 말하면 ‘여유로움’이죠. 승룡이 형이나 정세 형 같은 선배들을 보면서 늘 존경하던 모습 중 하나거든요. 어느 현장에 가도,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그 여유로움과 넓이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 거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그게 얼굴에 보이는 것 같아요. 조바심을 내던 시절과 비교해도 물리적인 노력을 덜 하느냐 하면, 그건 아니거든요. 치열하게 노력했던 그 에너지는 지금도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고 있어요.”

배우 27년차, 김무열이 지키고 싶은 원칙은 단순하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소통해야 하고,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업을 이어오면서, 사람 김무열의 삶에서 분명한 건 계속 더 나아지고 싶다는 거예요. 단점이 있다면, 직업 특성상 유명해지다 보니 평범한 자리에서 사람들을 못 만난다는 것 정도죠. 저에겐 삶 자체를 삶답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해요. 그게 연기의 재료로 쓰이는 데 가장 좋은 재료인 것 같아요. ‘삶이 예술보다 먼저’라는 말을 저는 항상 깊게 새기고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재킷은 2백57만원, 셔츠는 97만원, 티셔츠는 43만원, 팬츠는 93만원, 벨트는 27만원, 로퍼는 1백27만원 모두 Lard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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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윤혜연
  • 사진/ 윤송이
  • 헤어/ 안홍문
  • 메이크업/ 이영
  • 프롭 스타일리스트/ 유혜원(BLANK)
  • 어시스턴트/ 김진우, 김서주
  • 디자인/ 한상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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