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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연애의 결말은? '너말고 다른 연애'로 만난 서강준과 안은진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사랑에 대하여. <너 말고 다른 연애>의 서강준과 안은진이 던지는 사랑에 관한 질문.

프로필 by 안서경 2026.08.25

LOVE REMAINS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사랑에 대하여. <너 말고 다른 연애>의 서강준과 안은진이 던지는 사랑에 관한 질문.



서강준이 착용한 코트, 셔츠는 Hermès. 팬츠는 Rick Owens. 반지는 Bvlgari. 이어커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안은진이 착용한 트렌치코트는 Toteme. 니트 쇼츠는 The Barnnet. 부츠는 2000 Archives.


티셔츠, 팬츠, 슈즈는 모두 Gucci.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슬리브스 톱은 Courrèges. 데님 팬츠는 Short Sentence.


서강준이 착용한 코트, 셔츠는 Hermès. 팬츠는 Rick Owens. 반지는 Bvlgari. 이너 톱, 이어커프,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안은진이 착용한 트렌치코트는 Toteme. 니트 톱은 L’agence. 니트 쇼츠는 The Barnnet. 부츠는 2000 Archives.


하퍼스 바자 촬영 막바지라고 들었어요. 어떤 감정 상태인가요?

안은진 사랑에 너무 지쳤다.(웃음) 한 신을 끝내고 나면 서로 “우리 그만 아프자”라고 얘기하곤 해요.

하퍼스 바자 아까 유튜브 촬영 때 빼곡하게 채워진 서강준 씨의 대본을 보며 놀랐다고 말했죠. 강준 씨는 장면마다 정서적 깊이를 만들어준다며 은진 배우를 칭찬했고요. 두 배우가 인물에 대한 접근방식도, 성격도 정반대라죠? 현장에서는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어요?

안은진 강준이가 제 칭찬을 많이 해줬는데요, 저는 초반에 강준이가 대본 공부하는 걸 보면서 ‘왜 나는 저렇게까지 못하지’ 채찍질을 하게 됐어요. 인물에 접근하는 방식이 너무 세밀하고 완벽에 가까울 정도라서, 나도 저 꼴을 갖추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신에 들어가면 방대한 조사와 함께 준비한 걸 딱 내려놓을 줄 알아요. 그대로 현장에 있어요. 그러니 그저 신이 끝나면, 연기보다는 “마음 아프다” 같은 감정을 나눌 수 있게 되죠.

서강준 저는 인물의 디테일한 속마음까지 봐야 표현이 되는데, 누나의 상황 몰입력은 부러울 정도예요. 서로에게 없는 게 있죠. 그런데 도달은 똑같이 해요.

안은진 그래서 신에서 정말 진하게 만났어요.

하퍼스 바자 배우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는 어땠어요?

서강준 누나는 저를 항상 로봇 같다고.(웃음)

안은진 운동 갔다가 대본 보고, 늘 같은 샐러드를 먹고, 책 보거나 시사 유튜브 보고. 어떻게 살길래, 이렇게 성실하게 착착착 잘하는 사람일까, 멋있었고요. 초반에 친구가 있는지 궁금할 정도였죠. 저는 오늘 촬영 끝나고도 친구 만날 거거든요. 친구와 수다를 떨어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타입이라서요. 강준이는 그렇게 지내는 게 딱 좋대요. 나랑 정말 다른 타입의 사람이구나, 싶었죠.

서강준 작품을 할 때 친구들을 만나서 놀면 어떤 궤도에서 벗어나는 느낌이에요. 끝나면 돌아올 걸 아니까 오랜 친구들도 그 점을 이해하고요. 저는 사람을 만나면 소모가 되는 편인데, 누나는 충전이 돼요. 정말 사랑이 많아요. 행여 누군가의 단점이 포착돼도 장점으로 승화시켜줄 줄 아는 사람이에요. 어딘가 삐져나온 모난 걸 둥글게 만들어주는 사람 같아요.


하퍼스 바자 이미도와 남궁호는 7살에 만난 가장 오랜 친구 사이이자, 26살부터 연인으로 지낸 10년 차 커플이에요. 시대극이나 장르물이 아닌, 현실 로맨스를 다루는 작품에서 두 배우를 보는 게 오랜만인 것 같아요. 기대했던 지점이 있나요?

안은진 작품에 들어가기로 정하고, 친구들 중 10년 이상 만나온 커플이나 장기 연애를 하다 헤어진 커플과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극 중에서 제가 맡은 미도는 흔들리는 마음이 주된 감정이기 때문에, 어떤 감정선에 공감해야 할지 더 알고 싶었어요. 한 사람의 나약한 모습과 솔직함이 드러나죠. 결혼을 앞둔 30대 중반의 연애를 그리지만 사랑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은 물론 이미 결혼을 한 커플까지, 한번쯤 연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을 표현한 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공감할 작품이에요.

서강준 두 사람의 관계를 다루는 로맨스지만, 희망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라기보다 현실적인 감정을 그려요. 대놓고 “힘내세요” 전하기 보다, “나도 너도 힘들고, 고통을 겪었고, 많은 시행착오가 있구나”라는 이야기를 전하는데, 그 부분에서 위로받을 수 있었어요.

하퍼스 바자 미도의 감정이 자신도 납득할 수 없는 끌림이라면, 남궁호가 겪는 감정은 공고한 세계가 무너지는 일에 가까울 것 같아요. 연인이 다른 이에게 흔들리는 모습을 감지하는 일만큼 비참한 감정이 없을 테고, 내 인생의 일부를 잃을 것 같은 미지의 두려움도 클 테고요.

서강준 단순히 상처를 받았다는 개념보다, 파생되는 낱낱의 감정이 많아요. 예를 들면 자존심. 내가 더 이상 남성으로서의 매력이 없는 걸까 고민하기도 하고. 누구든 흔들릴 수 있잖아요. 흔들리는 연인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하기도 하고, 이해하는 자신의 모습에 화가 나기도 하고. 그런 감정들이 서로 얽혀 있어요. 이 드라마는 정말 솔직한 작품이에요.

하퍼스 바자 신예로 주목받다가 현재는 슬럼프에 빠진 영화감독 이미도, 친화력과 유머를 겸비한 다정한 남자 남궁호. 두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어떤 고민의 시간을 거쳤어요?

안은진 미도의 상황을 따라가긴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사랑하는 꿈이 있고, 일을 잘하고 싶고, 계속하고 싶은데 좌절되었을 때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상태에서 새로운 눈으로 자신의 기쁨을 알아봐주고 꿰뚫어보는 사람에게 끌릴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미도는 용기 있고, 에너지도 강하고,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많아요. 남궁호를 너무 편하게 생각한 나머지 가끔 뻔뻔할 때도 많고요. 10년이라는 시간에서 보여지는 당연함이 있어요. 미도가 덜렁이다 보니 남궁호가 내조를 다 해주거든요.

서강준 남궁호는 미도가 그렇게 기대도 버텨낼 수 있는 사람이에요. 대사에도 나오는데, ‘주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죠. 미도가 자신에게 기댐으로써 오히려 고마움과 행복을 느끼거든요. 그 점이 서로 잘 맞죠. 미도는 스스로 기대야, 남궁호는 미도가 기대야 힘을 얻는 존재죠. 상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누구나 가지고 있잖아요. 저 역시 비슷한 성향이기도 하지만, 남궁호라는 친구를 통해 스스로 고통받으면서도 상대에게 행복과 좋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마음에 관해 생각해보게 됐어요.

하퍼스 바자 오히려 거리가 먼 이들에게는 친절하다가도 소중한 관계일수록 허물없이 대하게 되죠. 이 작품을 지나오며 관계에 관해 어떤 질문을 품게 됐나요?

서강준 남궁호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희생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했어요. 사랑보다, 긴 시간 얽혀 있다 보니 서로에게 희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생기고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유가 되죠.

안은진 사랑을 지켜간다는 건 참 어렵구나, 힘든 일이구나. 소중한 사람이 앞으로 내게 생기면 어떻게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하퍼스 바자 남궁호와 이미도처럼, 깊은 관계가 희귀한 시대잖아요. 얼마 전 한 통계에는 54%가 연애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나왔어요.

안은진 희생은 정말 먼 얘기죠. 노래만 들어도 그렇잖아요. 1990년대 발라드에서는 이별하면 죽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서강준 ‘내 것’을 지킨다는 마음이 강한 것 같아요. 물건이든, 마음이든, 남에게 주는 것보다 내 것을 지키고 안정적으로 살아가고 싶은 기조가 센 것 같고요.

안은진 그래서 너무너무 부러웠어요! 이런 존재가 있다는 게. 함께 하려면 늘 불완전해야 하는 건가. 서로 연결되어야 할 게 필요한 걸까.

서강준 극이 진행되면서 미도가 그런 말을 해요. “나 가보고 싶다. 우리 끝까지 가보자.” 누군가를 만나고, 아픔을 견디면서 우리는 변화하고 성장하게 되잖아요. 서로가 기대고 기대어줄 수 있는 관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죠.

하퍼스 바자 절대적인 관계를 갈망하면서도 버거워서, 다들 필요 없는 척 혼자 살아가게 되죠. 두 사람은 이런 관계에 관한 환상이 있나요?

안은진 자연스럽게 그런 관계가 내게도 있지 않을까, 막연히 꿈꿔봐요. 친구들에게 “결혼생활은 어때?” 이런 질문을 엄청 하거든요. 어떻게 한 사람을 10년 동안 만나느냐고. 다들 답은 똑같아요. 늘 노력하고, 감사해야 하는 거라고. 계속 다투고 이겨내야 할 부분이 생기고, 서로 숙제도 늘어가지만 그걸 감내하게 되는 거라고요. 얼마 전 알랭 드 보통의 강연 영상을 봤어요. 과연 운명이 있을까, 싶은 생각을 했는데 없을 거라 생각해요. 운명이라는 건 절대적인 인연이라는 것인데, 그런 사람이 있을까요? 엄마도 늘 말하세요. 누구든 장단점이 있고, 누군가를 만나는 건 엄청난 문제를 감당해야 하는 일이고, 나 역시 그만한 문제를 상대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백마 탄 왕자님은 없고 완벽한 짝이라고 해도 다 맞아떨어지는 사람은 없을 것임을 알고 있어요. 마음이 선했으면 좋겠다, 의리가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저만의 기준은 있지만요. 자연스럽게 10년, 20년 지나며 맞춰지게 되는 사람을 만나게 되겠죠.

서강준 저는 운명론자이긴 하거든요. 그런데 누나랑 같은 이야기예요. 제가 말하는 운명은 이상적인 운명이 아니라 이 사람을 만나서 나 스스로 노력을 하게 되고 지지고 볶고 싸우는 것, 그 사실 자체가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아까 했던 얘기랑 이어지는데, 제 요즘의 기조는 머리는 확 가고 싶은데 마음이 멈칫할 때가 있어요. 자기를 지키고 싶은 거겠죠. 마음을 다 주고 나누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안은진 20대 때는 어렵지 않았는데! 넥스트를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가? 가슴이 빨리 뛰잖아요.

하퍼스 바자 심장이 빨리 뛰었는데, 지금은 거의 안 뛰고요.(웃음)

안은진 맥 짚어봐야 되고.(웃음) 저희 드라마에도 그런 장면이 있어요. 남궁호와 미도는 너무 편안해서 이제는 스킨십을 하지 않는 사이가 됐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미도가 남궁호에게 “근데 나 설렜다”라고 진심을 말해버려요. 남자친구랑 그런 얘기 절대 안 하잖아요. 설렘이 미도에겐 어려운 시기인데 그런 감정이 새로운 거죠.

서강준 막연히 툭 뱉기보단 서로의 쪽팔린 밑바닥 같은 마음을 보여주는 신이에요. 진흙탕 싸움이죠.

하퍼스 바자 그런 신 너무 좋아해요. 영화 <결혼 이야기>에서도 두 배우의 대치 장면이 압권이었던 것처럼.(웃음) 지금 현장을 떠올렸을 때, 제일 선명히 각인된 장면이 있을까요?

서강준 과거 신을 회상하면 미도가 웃는 표정들이 있거든요. 마음이 너무 편해졌어요. 무장 해제돼서 미도가 막 웃는 신들을 보면 편안하게 호흡하게 되었고요.

안은진 미도가 남궁호를 안아주는 신이 참 좋더라고요. 지금까지 사랑을 받기만 한 미도가 자신이 품어줄 수 있는 넉넉한 품으로,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 모든 것을 알아주는 장면 같아요. 남녀라기보다 인간 대 인간 느낌이었어요.

하퍼스 바자 이 작품이 배우로서 이 시기에 자신에게 남긴 것은 무엇이었나요?

안은진 어려워요. 아직도 촬영 중이라 너무 ‘푹’ 들어가 있어서. 누군가 잘 살아온 인생을, 따뜻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쏟아부을 수 있게 표현한 작품을 지금 만나서 여한이 없는 것 같아요.

서강준 40대나 50대가 돼서 내 젊은 날을 추억할 수 있는 작품. ‘청춘 같았어. 어렸을 때, 참 좋았지’라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꺼내 볼 것 같아요. 마냥 예쁘지만은 않은 우리들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 살아왔던 삶에 대한 이야기,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작품이라서요.


하퍼스 바자 최근 순수한 만족감에 가까운 감정을 느낀 순간은 언제였어요?

안은진 아무래도 현장에서였어요. ‘이 신 진짜 내가 생각한 대로 나와서 연기적으로 착! 붙었다’ 싶을 때 행복감은 무엇에도 비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준비한 대로 안 되더라도, 모두가 집중해서 정말 좋은 신을 만들었구나, 느끼면 행복해요. 만약 그게 안 되면 극심한 슬픔과 스트레스가 찾아오고 족히 2주 이상 가죠.

서강준 누나랑 현장에서 이런 얘기를 많이 하면서 공감했어요.(웃음) 준비한 걸 잘했을 때도 행복하지만, 번외로 풀리지 않아 너무 두려운 신들도 많거든요. 그런데 나도 모르게 잘 나올 때면 갑자기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요.

안은진 그럼 일상에서는?

서강준 일상에서의 만족감은 일단 장소는 집이어야 하고요.(웃음) 하고 싶었던 소소한 것들을 할 때인 것 같아요. 촬영이 끝나면 F1 그랑프리 쭉 보면서 팝콘을 먹어요. 영화관 팝콘을 시켜 먹거든요. 메가박스 팝콘 맛있어요. 투자는 안 하지만 경제 유튜브, 시사나 국제 정세도 보고. 그런 사소한 것에서 엄청 큰 행복을 느껴요.

안은진 저는 친구랑 맛있는 것 먹으면서 술 한잔 하면 딱 좋아요. 그러면서 작든 크든 힘든 일들이 털어져요. 긍정적 에너지를 주고받고 와서, 씻고 집안일을 다 하고 나면 굉장한 자존감을 느껴요. ‘내 한 몸 내가 먹여 살리고, 깨끗하게 잘 살고, 일도 열심히 하고!

서강준 이런 누나를 보면서 낭만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퍼스 바자 연기 말고 두 사람의 마음을 흔든 ‘어떤 것’이 있다면요?

서강준 저는 그림을 배워보고 싶어요. 극중 남궁호가 미술에 관심을 두기도 했고, 저 졸라맨밖에 못 그리거든요.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 하나 더 늘어나면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안은진 작품에 들어가면 거기 마음을 줘야 하니까, 책이나 영화를 보기가 어려워요. 대신 매일매일 작은 깨달음을 얻으려고 해요. 평소에 힘을 주는 문구를 좋아해요. 집 앞 대문에도 다양한 글귀를 막 붙여놔서 MBTI ‘T’ 친구들이 마구 놀리고요.(웃음) 현관에서 법정스님의 <법정 잠언집 365>를 매일 한장씩 넘기는데, 오늘은 이런 문장이었어요. “출렁대는 것은 물결일 뿐, 물은 그윽하고 변함이 없습니다. 출렁대는 것은 마음일 뿐, 내 안의 본성은 변함이 없습니다.”



서강준이 착용한 재킷, 팬츠는 Celine. 안은진이 착용한 셔츠는 Josemoon. 스커트는 Shushutong.


재킷, 팬츠, 슈즈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재킷, 드레스는 Miu M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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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 고원태
  • 헤어/ 엄정미(서강준), 이일중(안은진)
  • 메이크업/ 곽혜령(서강준), 이명선(안은진)
  • 스타일리스트/ 박선용(서강준), 김현경(안은진)
  • 어시스턴트/ 신형진, 이하늘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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