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쉐론, 하나의 '닮음'과 5개의 '다름'을 이야기하다
클레어 슈완에게 부쉐론의 2026 까르뜨 블랑슈 'Human Being' 하이주얼리 컬렉션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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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VE FACES OF ONE
부쉐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Claire Choisne)에게 까르뜨 블랑슈는 단순한 하이주얼리 컬렉션이 아니다. 시대를 관통하는 질문을 던지고, 진정으로 귀하게 여겨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묻는 사유의 장이다. 2024년 점차 희소해지는 물의 가치를 탐구한 ‘오어 블루(Or Bleu)’, 2025년 자연의 덧없음과 소멸을 이야기한 ‘임퍼머넌스(Impermanence)’에 이어 이번 시즌 클레어 슈완의 시선은 마침내 ‘인간’ 그 자체를 향한다. 하이주얼리를 통해 늘 동시대적 화두를 제시해온 그녀에게, ‘Human Being’ 컬렉션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Human Being’ 컬렉션의 출발점은 하이주얼리의 가장 정형적인 형태인 클러스터 네크리스다.
하퍼스 바자 2026 까르뜨 블랑슈 ‘Human Being’ 하이주얼리 컬렉션은 다양한 사회·문화적 이슈 대신 가장 근원적인 주제인 ‘인간’에 주목했습니다.
클레어 슈완 제가 선보여온 많은 까르뜨 블랑슈 컬렉션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적 맥락에서 영감받았습니다. 오늘날 세상은 종종 분열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죠. 전 이러한 시대에 희망과 사랑, 그리고 강인함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차이를 강조하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때로는 우리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보다 서로를 구분 짓는 것에 더 관심을 기울이기도 하구요. 서로 다른 문화와 경험을 지녔지만 결국 우리는 같은 감정과 취약함을 공유하는 존재라고 믿습니다. 다섯 개의 하이주얼리 세트를 통해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어주는 ‘닮음’과 각자를 단 하나의 독창적인 존재로 완성하는 ‘다름’을 조명했습니다.
하퍼스 바자 ‘닮음’을 표현하기 위해 하이주얼리의 가장 정형적인 형태인 클러스터 네크리스를 공통분모로 선택했죠. 처음부터 이 형태가 떠올랐나요?
클레어 슈완 저는 출신과 문화, 사회적 배경을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모두를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형태를 찾다 보니 클러스터 네크리스에 자연스럽게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이 형태는 우리 모두를 연결하는 공통의 기반을 상징합니다.
하퍼스 바자 그렇다면 ‘다름’을 표현하기 위해 설정한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클레어 슈완 모든 작품은 동일한 형태를 기반으로 합니다. 여기에 서로 다른 사부아-페어(savoir-faire, 최고의 수공예 기술)을 적용했죠. 보석과 원석을 정교하게 조각하는 글립틱 아트(glyptic art)부터 극도로 작은 표면 위에 섬세한 붓질을 더하는 마이크로 페인팅(micro painting)까지, 각 작품에는 고유한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습니다. 여기에 볼륨과 젬스톤, 빛을 표현하는 방식에도 미묘한 변주를 더해 저마다 다른 개성을 완성했습니다. 이러한 차이들은 인간의 다양한 개성을 상징합니다.
네크리스와 함께 구성된 링. 클레어 슈완은 절제된 피스를 더해 고객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고자 했다.
하퍼스 바자 링을 함께 구성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클레어 슈완 부쉐론은 언제나 정답을 강요하기보다 가능성을 제안하는 메종입니다. 대담한 스테이트먼트 피스부터 보다 절제된 작품까지, 고객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하퍼스 바자 이번 컬렉션은 다양한 장인정신을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가치로 조명합니다. AI와 새로운 기술이 창작의 영역까지 확장되는 시대에, 장인정신은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요?
클레어 슈완 혁신은 부쉐론의 DNA이자 저의 창작 방식의 핵심입니다. 소재와 디자인, 기술을 막론하고 우리는 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해 왔습니다. 다만 혁신 자체를 목적으로 삼지는 않습니다. AI는 흥미롭지만, 우려를 안겨주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창작의 영역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직접 경험하고 이해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AI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 장인정신과 시간, 그리고 인간의 감수성을 결코 대체할 수 없습니다. 부쉐론의 가장 큰 가치는 주얼러와 장인들의 손에 있습니다. 그들의 손을 통해 탄생하는 시적인 아름다움은 불완전함과 직관, 우연이 만들어내는 결과이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어떤 기술도 완전히 복제할 수 없습니다. 진정한 시(詩)는 결국 인간의 손에서 탄생한다고 믿습니다.
하퍼스 바자 장인들에게 요청한 가장 어려웠던 기술은 무엇이었나요?
클레어 슈완 특히 두 개의 세트가 큰 도전이었습니다. 먼저 ‘플라워(Flower)’는 확대경 아래에서 모두 손으로 채색했으며, 꽃의 섬세한 디테일과 깊이를 구현하기 위해 스톤 하나를 완성하는 데만 약 10시간이 걸렸습니다. 또 다른 작품인 ‘타투(Tatto)’는 총 3천750시간에 걸쳐 제작되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타투에서 영감을 받아 각각의 스모키 쿼츠 뒷면에 고대 글립틱 기법으로 조각을 새겼죠. 마치 스톤 안에 타투가 새겨진 듯한 효과를 구현했습니다. 이 작업을 위해 장인들은 200개가 넘는 맞춤형 도구를 새롭게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도전은 단순히 기술적 한계를 확장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새로운 표현의 가능성을 열어주었죠.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작품에는 완전히 통제하거나 복제할 수 없는 요소가 존재합니다. 저는 바로 그 지점이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인의 손길이 남긴 흔적은 모든 작품을 진정한 의미의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듭니다.
마이크로 미니어처 페인팅 장인과 함께 작업한 ‘플라워(Flower)’.
빛에 대한 탐구를 표현한 ‘라이트(Light)’는 1천500캐럿 이상의 모거나이트로 제작되었다.
다이아몬드가 피부 위로 비처럼 쏟아지는 듯한 ‘레인(Rain)’의 링.
빅토리아 시대의 타투 미학에서 영감받은 ‘타투(Tatto)’.
하퍼스 바자 이번 컬렉션에는 약 1만4천 시간이 투입되었습니다. 그 긴 제작 과정에서 처음의 아이디어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발견하게 된 순간이 있었나요?
클레어 슈완 이번 컬렉션을 위해 우리는 주얼러뿐 아니라 마이크로 페인팅과 글립틱 아트의 전문가들과도 긴밀하게 협업했습니다. 그들의 인내와 헌신, 그리고 무엇보다 겸손한 태도를 지켜보며 저는 인간다움은 결국 디테일 속에서 드러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작은 손길과 선택이 쌓여 비로소 더 큰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컬렉션의 의미가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 의미는 훨씬 더 깊어졌습니다. 저는 이번 작업을 통해 인간성은 거창한 개념이 아니라 수없이 반복되는 작은 손길과 시간, 그리고 타인과의 협업 속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하퍼스 바자 완성된 컬렉션을 처음 마주했을 때 어땠나요? 처음 상상했던 모습과 달라진 부분도 있었을까요?
클레어 슈완 인간의 손으로 완성되는 작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통제하거나 예측할 수 없습니다. ‘타투(Tatto)’가 좋은 예입니다. 글립틱 조각은 아주 미세한 차이에도 전혀 다른 표정을 만들어내는 기법입니다. 분명한 비전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최종 결과물이 어떠할지는 끝까지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빛의 깊이와 부조, 질감은 장인의 손끝에서 완성되었죠. 저는 바로 이 예측 불가능성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영감과 아름다움은 언제나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서 탄생하기 때문입니다.
하퍼스 바자 부쉐론은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늘 기존 하이주얼리 문법을 깨왔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어땠나요?
클레어 슈완 이 컬렉션의 출발점은 여러 개의 스톤이 하나의 조형을 이루는 클러스터 네크리스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제가 한 번도 이 형태를 작업해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 역사적 가치를 의심해서가 아니라 제 개인적인 미감과 다소 거리가 있다고 느껴 왔거든요. 이 부분이 이번 컬렉션의 가장 큰 창작적 도전이 되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형태를 출발점으로 삼고, 부쉐론만의 시각과 저만의 창의성을 통해 완전히 새롭게 해석하고 싶었습니다. 이번에 제가 깨고자 했던 것은 하이주얼리의 문법이 아닌, 제 자신이 가진 익숙한 방식과 창작 습관이었습니다.
하퍼스 바자 당신이 생각하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요?
클레어 슈완 오늘날 우리는 지나치게 다듬어지고, 보여주기 식이며, 피상적인 세상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컬렉션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차이를 숨기기보다 받아들이고 기념하도록 격려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단 하나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면, 누군가를 닮으려 하기보다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힘이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차이는 감춰야 할 결함이 아니라, 기념해야 할 가치입니다.
하운드투스 패턴 의상처럼 재해석된 ‘체커스(Checkers)’. 워치메이킹 분야에서 사용되는 초정밀 기술인 펨토초 레이저를 활용했다.
Human Being Collection
」RAIN
다이아몬드가 피부 위로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듯한 환영을 구현하고자 했다. 투명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록 크리스털 소재를 선택했고, 이를 속이 빈 물방울 형태로 제작했다. 이후 식물성 레진을 여러 겹에 걸쳐 채워 넣고 각 층마다 다이아몬드를 하나씩 수작업으로 배치해 입체 효과를 더했다. 미세한 입자나 기포의 생성을 방지하기 위해 진공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FLOWER
막 피어나기 시작한 꽃봉오리부터 활짝 만개한 꽃잎에 이르기까지. 마치 몸 전체에 꽃이 피어오르는 듯한 모티프를 구현하기 위해 마이크로 미니어처 페인팅 장인의 기술을 활용했다. 마이크로 페인팅 작업 시간만 1천200시간이 넘는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스톤에 균일한 색상을 구현할 수 있도록, 로즈 쿼츠 스톤을 선별하는 과정 역시 중요한 과제였다.
LIGHT
세 번째 주얼리 세트는 빛에 대한 탐구다. 특히 동일한 색 농도를 지닌 1천500캐럿 이상의 모거나이트를 확보하기 위해 엄격한 선별 과정이 필요했다. 진동에 민감한 모거나이트 특성상 일반적인 해머링(hammering) 기법을 사용할 경우 스톤 내부 구조에 손상을 줄 위험이 있었다. 이에 장인들은 새로운 세팅 방식을 개발했다. 여기에 프롱(prong)을 각 스톤에 맞춰 정밀하게 조정한 뒤 나사 방식으로 고정했다.
TATTO
양귀비와 장미, 박새, 매미, 뱀, 나비, 식물 모티프까지. 피부에 새겨진 타투의 효과를 구현하고자 했다. 이 모든 모티프는 빅토리아 시대의 타투 미학에서 영감받았다. 실제 타투와 같은 착시 효과를 구현하기 위해 글립틱 아트 기법을 활용했다. 고대부터 이어져온 이 전통적인 조각 기법은 스톤 깊이 새겨져 입체 효과를 낸다.
CHECKERS
마지막 주얼리 세트는 클레어 슈완이 특히 애정하는 하운드투스 패턴에서 영감받았다. 이 패턴을 스톤 위에 구현함으로써 주얼리는 마치 하나의 의상처럼 재해석된다. 스톤 위에 패턴을 구현하기 위해 워치메이킹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는 초정밀 기술인 펨토초 레이저(femtosecond laser)를 활용했다. 특히 네크리스 중반부에 배치된 여섯 개의 오닉스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내부를 비우는 가공 과정을 거쳤다.
Credit
- 사진/ © Boucheron
- 디자인/ 한상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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