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베니스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흥미로운 전시들
제61회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동안 주목해야 할 전시를 모두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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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나 심슨 《THIRD PERSON》
1990년대 개념 사진에 대한 선구적인 연구로 두각을 나타낸 로나 심슨(Lorna Simpson)은 미국적 맥락에서 이미지가 구성되는 메커니즘을 비판적으로 탐구해왔다. 특히 2010년대 중반부터 회화 작업은 그의 예술적 탐험을 위한 비옥한 토대가 되었다. 정체성, 젠더, 인종에 대한 문제에서 출발해 작품을 관통하는 실천적인 질문은 기억의 침식과 재생, 재현의 실패, 서사의 불안정성으로 확장된다. 유럽에서 첫선을 보이는 심슨의 개인전 《Third Person》은 획일된 독해를 기꺼이 거부하며 관객의 시선을 불확실한 영역으로 이끈다. 수수께끼 같은 인물과 역사적 메아리가 교차하면서 정치적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아름다운 북극의 파노라마가 꿈처럼 비현실적인 순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인간과 자연 세계의 이미지를 통합하는 《Special Characters》, 1929년 교과서 '지구와 하늘의 광물(Minerals from Earth and Sky)'에서 영감을 받은 《Earth and Sky》 같은 그의 대표적인 전시 시리즈를 비롯해 페인팅, 콜라주, 조각, 인스톨레이션 등 약 50점의 작품을 모았다. 푼타 델라 도가나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신작 역시 포함되어 있다.
장소: 푼타 델라 도가나 Punta della Dogana
일정: 3.29-11.22
파울루 나자레스 《ALGEBRA》
맨발 걷기로 유명해진 브라질 예술가 파울루 나자레스(Paulo Nazareth)가 개인전 《알제브라(Algebra)》로 베니스를 방문한다. 대수학을 뜻하는 '알제브라'는 아랍어 '알자브르(al-jabr)'에서 유래했으며, 알 수 없는 것을 해결하고 부서진 것을 고치는 예술로서 대수학의 본질을 떠올리게 한다. 나자레스는 알제브라를 자신의 예술적 방법론으로 선택했다. 아메리카, 카리브해, 아프리카 대륙을 가로지르는 서사적인 걷기를 통해 역사의 치유되지 않은 균열에 주목한다. 그의 걷기 실천은 국경이 만들어낸 구조적이고 인종적인 식민지 폭력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대안으로 식민지 지도가 아니라 조상의 지혜에 뿌리를 둔 지식의 형태를 제안한다. 그의 신중하고 느린 여정은 여행을 스토리텔링의 한 형태로 변화시키며, 이런 움직임이 이야기를 어떻게 신체, 언어, 국경에 새기는지 보여준다. 전시의 중심에는 나자레스가 브라질에서 뉴욕까지 10개월 동안 걸어온 길을 압축한 《Notícias de América》 시리즈가 있다. 사진, 텍스트, 망가진 샌들은 작가의 정체성과 국경이 충돌하는 순간을 증언하며, 생생한 경험과 허구의 혼합을 통해 이주에 대한 체험을 공유한다.
장소: 푼타 델라 도가나 Punta della Dogana
일정: 3.29-11.22
마이클 아미티지 《THE PROMISE OF CHANGE》
마이클 아미티지(Michael Armitage)의 개인전 《The Promise of Change》는 10여 년간 제작한 주요 작품을 통해 작가의 예술 세계를 조망한다. 전시는 대형 회화와 드로잉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비판적이고 풍자적인 통찰과 비전을 동시에 품는 아미티지 작품의 근저에는 동아프리카와 케냐의 생생한 삶이 있다. 역사와 뉴스, 정치 시위부터 지역 의식, 식민지 및 근대 건축, 동식물, 세계 미술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출처에서 작품의 원동력을 얻는다. 더욱이 세네갈 감독 우스만 셈벤의 영화, 케냐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의 소설 주인공, 현대 아프리카 예술가들의 작품을 직접 언급한다. 이런 다양한 원천을 종합적인 형태로 압축해 자신만의 새로운 언어를 창조해왔다. 무엇보다 아미티지는 폭력적인 주제를 다루는 데 망설임이 없다. 예술이 현실과 싸워야 한다는 믿음을 반영하듯 전쟁, 적도 지역의 부패와 불안정, 이주 위기, 권력 남용 등이 주제이자 작품의 배경이 된다. 그의 작품은 여러 내러티브가 공존하고, 현실과 허구의 공간이 뒤얽혀 있으며, 서로 다른 관점이 중첩되어 있다. 주제의 가혹함에도 불구하고 밀도 높은 생동감이나 환각적인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장소: 팔라초 그라시 Palazzo Grassi
일정: 3.29-27.1.10
아마르 칸와르 《CO-TRAVELLERS》
인도 출신의 아마르 칸와르(Amar Kanwar)는 1990년대부터 권력, 폭력, 저항의 정치를 탐구하는 작품으로 주목 받았다. 남아시아의 현대사를 기록하는 관찰자 칸와르는 아카이브 문서, 증언, 시적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다층적인 서사를 만들어낸다. 개인전 《CO-TRAVELLERS》는 두 개의 멀티 미디어 작품을 소개한다. <The Torn First Pages>(2004-2008)는 미얀마 민주주의 투쟁의 복잡성을 기록하고 있다. 다양한 영상을 종이 위에 투사해 정권의 잔학 행위에 주목하게 만들고, 미얀마와 전 세계에서 일어난 정치적 시위의 회복력을 칭송한다. 죽음, 덧없음, 삶의 순환에 관한 현대적 명상인 <The Peacock’s Graveyard>(2023)는 7개 스크린을 활용한 작업이다. 칸와르에게 형이상학적인 우화는 세상과의 관계, 폭력, 권력 관계를 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다. 전자가 폭력에 대한 개인적, 집단적 저항에 주목한다면 후자는 허구적인 형태를 취하면서 역사, 기억, 카르마(업), 도덕성 등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그에 따르면, ‘모든 진실이 정반대의 잔인한 진실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역사적 순간’이 우리 현재에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장소: 팔라초 그라시 Palazzo Grassi
일정: 3.29-27.1.10
아니쉬 카푸어 《ANISH KAPOOR: PALAZZO MANFRIN》
2022년,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는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를 지닌 팔라초 만프린에 아니쉬 카푸어 파운데이션을 설립했다. 카푸어는 "오랫동안 내 작품을 잠재적인 건축물로 생각해왔다.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려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항상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그의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무한한 심연과 숭고함을 불러일으키는 작업, 즉 <Descent into Limbo>(1992), <At the Edge of the World>(1998) 같은 기념비적인 작품을 포함해 대규모 인스톨레이션, 건축적 모델과 스테인리스 스틸 작품 등을 결합한 전시를 선보인다. 건축 규모의 거대한 조각품으로 명성을 얻은 카푸어는 2013년 이소자키 아라타와 협업한 풍선 콘서트홀 아크 노바와 최근 나폴리에 문을 연 몬테 산탄젤로 지하철역 같은 건축 작업에 도전해왔다. 실리콘과 페인트로 구성된 몰입형 건축 작품도 이번 전시에 포함될 예정이다. 의욕적인 풋내기 시절, 카푸어는 첫 스튜디오의 벽에 "형태의 위계는 없다. 모든 형태가 좋다"라고 쓰고, 이런 관점을 신념처럼 고수해왔다. 이제 거장이 된 그가 자신의 왕국에서 어떤 형태를 추구하고 어떻게 새로운 공간을 창조할지 지켜볼 일만 남았다.
장소: 팔라초 만프린, 카나레조 Palazzo Manfrin, Cannaregio
일정: 5.5-8.9
게오르그 바젤리츠 《Eroi d’Oro》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는 베니스 비엔날레와 인연이 깊다. 1980년 안젤름 키퍼와 함께 독일관에 참여해 조각 작품을 선보였고, 노화된 육체를 통해 예술이 남긴 마지막 맥박을 포착한 《아비뇽(Avignon)》 시리즈를 베니스에서 소개하면서 재평가를 받았다. 그의 대형 회화전 《황금빛 영웅(Eroi d’Oro)》은 제목처럼 황금빛이 찬란하게 물결친다. 이번 시리즈는 황금색 배경과 선묘의 전통을 계승한 인물 형상, 임파스토 기법 특유의 강렬한 색채가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바젤리츠는 자신의 신작에 대해 “금은 공간과 그림자, 공간성 그 자체를 흡수한다. 그 위, 마치 종이 위에 그려진 누드 드로잉처럼, 내가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정교한 선들이 자리 잡는다”고 설명한다. 그가 잉태한 황금빛 화면은 빛을 반사하는 특성으로 인해 중세 이콘화나 르네상스 화가 슈테판 로흐너의 작업에서 볼 수 있는 절대적인 평면의 미학을 계승한다. 언제나 그렇듯 거꾸로 배치된 인물은 우리가 바젤리츠의 세계에 도착해 있음을 알리는 신호다.
장소: 조르조 치니 재단 Fondazione Giorgio Cini
일정: 5.5-9.27
제니 사빌 《Jenny Saville a Ca’ Pesaro》
여성 누드화로 유명한 제니 사빌(Jenny Saville)의 전복적인 작품 세계를 추적하고,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발전 과정을 오롯이 담아내는 전시다. 영 브리티시 아티스트(YBA)의 일원이었던 사빌은 찰스 사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유화의 관능성과 잠재력을 재조명하여 현대 구상 회화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여성 신체에 대한 사회의 인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즉 전통적인 미의 기준에 벗어난 여성의 불완전한 육체를 재현하면서 기존 질서를 위협하고 미와 추, 정상과 비정상의 고정관념을 해체한다. 현대적인 시각으로 전통을 뒤집는 사빌의 작업은 회화의 역사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 사빌의 작품은 회화의 거장들, 특히 틴토레토 같은 베네치아 화파와 강한 유대감을 갖고 있다. 카페사로에서 전시되는 그의 현대 회화와 도시의 예술적 유산은 독특한 만남을 빚어낸다. 대표작 30여 점을 통해 회화에 대한 사랑과 헌신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장소: 카페사로 Ca' Pesaro
일정: 3.28-11.22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 《Peggy Guggenheim in London: The Making of a Collector》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은 비엔날레 기간에 《런던의 페기 구겐하임: 메이킹 오브 컬렉터(Peggy Guggenheim in London: The Making of a Collector)》를 준비했다. 40대의 페기 구겐하임을 수집가이자 후원자로 정의하는 데 기여한 중요한 시기를 조명하는 전시다. 마르셀 뒤샹부터 사뮈엘 베케트, 메리 레이놀즈까지 그의 비전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준 영향력 있는 예술인 네트워크에 초점을 맞춘다. 1938년부터 1939년까지 런던에서 활동할 때 페기의 첫 번째 갤러리 구겐하임 죈(Guggenheim Jeune)은 당대 아방가르드 운동의 구심점이었으며, 바실리 칸딘스키의 런던 첫 개인전, 장 콕토의 개인전 등 20개 이상의 전시회를 주최했다. 《런던의 페기 구겐하임》은 당시 선구적인 전시에서 주목 받았던 작품과 그 시기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또한 아카이브 자료를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런던에서 꽃피었던 열정적인 실험 정신과 문화적 활기를 확인할 수 있다.
장소: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 Peggy Guggenheim Collection
일정: 4.25-10.19
김아영, 그룹전 《Strange Rules》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미디어 아티스트 김아영이 국제 미술계에서 꾸준히 조명을 받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미술전문지 ‘아트리뷰’가 선정하는 2025년 '미술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서 77위로 이름을 올렸다. 2025년 한국인 아티스트로는 최초로 'LG구겐하임' 어워드를 수상했고, 2026년 '샤넬 넥스트 프라이즈' 미술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3월에 막을 내린 뉴욕 MoMA PS1의 초대전에서 <Ayoung Kim: Delivery Dancer Codex>를 선보인 바 있다.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석유 자본을 소재로 한 음악극 형식의 작품을 보여줬던 김아영은 이번에는 팔라초 디에도에서 열리는 그룹전 《Strange Rules》에 참여한다. 낮은 주파수(소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고 제안하는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 어떤 화음을 더할지 기대가 된다.
장소: 팔라초 디에도 Palazzo Diedo-Berggruen Arts & Culture Venice
일정: 5.4-11.22
Credit
- 글/ 전종혁
- 에디터/ 고영진
- 사진/ 각 기관 및 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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