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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자무쉬 신작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가족 이야기가 아니다?

감독 피셜, 관찰하고 공감하는 것 외에는 어떤 메시지도 없길 바란 영화.

프로필 by 고영진 2025.12.26

결함 있는 인간을 끌어안기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실 감독 짐 자무시는 어떤 것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으려 했다.


내가 극장에서 마지막으로 본 짐 자무시 감독의 영화는 2017년 겨울 개봉한 <패터슨>이었다. 대학 휴학을 하고 매일 주어진 하루를 내 선택과 의지로 운용하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과업이었던 때. 나는 패터슨의 반복되는 일상을 건조하게 그린 이 작품을, 지겹고 단조로운 내 일상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 영화로 기억한다.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짐 자무시가 6년 만에 내놓는 장편영화다. 생 로랑 프로덕션이 제작했고,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으며, 톰 웨이츠, 샬럿 램플링, 아담 드라이버, 케이트 블란쳇, 마임 바이알릭 등 이름만으로도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하지만 열거한 사실을 배제한대도 좋다. 8년 전 극장에서 느낀 기분을 다시 느낄 수만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감정의 큰 파고 없이 가만히 조망하듯, 카페에서 옆자리 커플의 이야기를 엿듣고 창밖으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무심히 관찰하듯 보게 되지만 끝난 뒤에는 이유 모를 위안으로 가득 채워지는 기분 말이다.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딱 그런 영화다.

영화는 크게 세 이야기로 이루어진 옴니버스식 구성을 따른다. 가족에 대해 많은 것을 모르는 남매가 외진 곳에 홀로 사는 아버지를 만나러 가서 벌어진 일과, 서로 전혀 다른 성향을 지닌 세 모녀가 1년에 한 번 모여 어색한 식사를 함께하는 자리, 그리고 돌아가신 부모님이 남기고 간 짐을 정리하기 위해 만난 남매의 이야기가 각각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라는 소제를 달고 이어진다. 영화가 주는 정보는 지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가족들의 구체적인 사정을 알 수 없다. 멀리서 지켜보며 불현듯 내 가족과 겹쳐 보이는 부분으로부터 영화가 말해주지 않은 부분을 상상해볼 뿐이다. 영화의 마지막, 인디아 무어와 루카 사바트가 연기한 남매의 에피소드를 볼 땐 내내 돌아가신 나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떠올렸다. 주인 없는 빈집이 된 곳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며 느꼈던 감정이 고스란히 거기에 있었다.

영화가 끝난 뒤 알게 된 사실. 짐 자무시는 이 영화를 가족 이야기로 생각한 적이 없다. “가족에 대해 무언가 말하려고 한 적은 없어요. 관찰하고 공감하는 것 외에는 어떤 메시지도 없길 바랐죠. 저는 그저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은 채로 이 결함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따라가다 보면 결코 인물들을 미워할 수 없을 거예요.” 어딘가 잘못되었고 때로는 이상해 보이는 가족들을 그대로 비출 뿐인데, 나는 그 틈을 비집고 공감할 거리를 찾아 위로 받고 있었다. 이 모든 가족이 서툴러서 귀엽고 그럼에도 함께이기를 포기하지 않아 뭉클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영화는 끝났다. 짐 자무시 감독은 올해로 73세다. 어쩌면 이 영화가 보여주는 건 생의 노년기를 지나고 있는 감독이 결함 있는 인간을 이해하고 품는 방식일 것이다.

※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12월 31일 개봉한다.

Credit

  • 사진/ Saint Laurent Productions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