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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지음 옷공방이 펴낸 전통 복식의 미학 '자연을 여미다'

270페이지에 걸친 24x32cm 크기의 화보집으로.

프로필 by 고영진 2025.12.02

여백의 옷


방대한 한국 의복의 역사를 다룬 책 <자연을 여미다>에서 한복의 놀라운 동시대성을 보았다.


“빈틈없이 완벽한 걸 보면 숨이 막혀요. 빈 구석이 있어야 해요. 대칭, 혹은 완전한 반복을 회피하고 미묘한 차이와 어긋남을 강조하는 이우환 화백의 작업이 우리의 전통복식과 꼭 닮아 있어요.” 지난 11월 초, 온지음 옷공방의 저서 <자연을 여미다> 발간을 기념한 북토크 자리에서 조효숙 공방장은 줄곧 여백에 대해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우리 옷의 가장 큰 특징이자 미의 구심점이다. 가천대 석좌교수를 역임하고 있는 그는 오랜 시간 학자의 자세로 한복을 비롯한 우리 전통복식의 원형과 변화를 깊이 탐구해왔다. <자연을 여미다>는 그를 포함한 온지음 옷공방이 지난 10여 년간 한복에 몰두해온 결과다.

제목에서도 강조하듯, 책은 한복을 ‘자연을 여민 옷’으로 바라보는 데서 시작한다. 미색 계열의 단아하고 절제된 미 형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 여백과 이어진다. 한복의 유동성은 마치 광활한 자연 같아서, 착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호방한 기운을 드러내거나 화려한 장식의 역할을 하는 옷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70페이지에 걸쳐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의복의 역사를 다루고 있음에도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다. 지금껏 온지음 옷공방이 모아온 유물과 벽화, 그림 같은 고증 자료를 총동원한 책은 24x32cm 크기로 제작되어 읽는 것만큼이나 보는 즐거움을 준다. 한국 복식사 화보집 같달까. 고구려시대 벽화 속 청색과 붉은색, 검은색과 흰색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격자무늬 상의와, 넓고 직선적인 실루엣의 바지를 입고 있는 남성. 여기에 짙은 색상의 선을 두른 저고리까지 걸친 모습은 큰 지면에서 봐야 흥미롭다. 조선시대 영조대왕의 도포는 끝이 뾰족한 당코와 넓은 소매가 어우러져 기품이 느껴진다. “지금의 의복이 상의는 매우 짧고 좁으며 하상은 매우 길고 넓으니 요상하다.” 영조 시대에 활동하던 실학자 이덕무가 <천장관전서>에 남긴 말을 보고는 딱 지금의 유행을 떠올렸다. 신윤복의 <미인도>에서 발견한 조선 후기 유행템, 고운 모시 재질의 몸에 밀착되는 짧은 저고리는 현대의 미학적 기준에도 충분히 부합하는 아름다움을 지녔다. 제법 묵직한 책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어린 시절 사진이 빼곡한 앨범을 넘길 때처럼 과거를 그려보는 즐거움이 있다.

Credit

  • 사진/ 온지음 옷공방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