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앱의 대변신은 왜 반발로 돌아왔나?
카카오톡 업데이트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쓰는이에 집중. 쓰기좋게 맞춤’이라는 카카오가 새롭게 내건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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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카카오톡 제공
카카오톡은 단순한 메신저가 아닌, 한국인의 일상적 소통 플랫폼이자 방식이다. 국민 앱이라는 별명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카톡 주세요”라는 말은 곧 “연락 주세요”와 같은 뜻이고, 업무와 가족, 학업과 연애까지 둘러싼 소통은 카톡을 통해 이루어진다. 카카오는 지난 9월 23일, 15년 만에 플랫폼과 서비스에 있어서 대대적 개편을 단행했다. 그런데 혁신이라 불린 변화는 혼란과 불편으로 다가왔다. 앱스토어 평점은 순식간에 추락했고, 온라인에서는 “업데이트하지 마라”는 경고가 쏟아졌다. 카카오 주가는 6만 원 선 아래로 한때 떨어지기도 했다. 결국, 업데이트 발표 일주일이 채 안 된 지난 29일, 카카오는 친구 목록을 복원하겠다고 발표했다. UX/UI 와 플랫폼 기능 변경이 어떻게 이토록 큰 사회적 파문을 불러온 걸까.
가장 논란을 일으킨 변화는 단연 ‘친구 목록’이었다. 프로필이 노출되는 전화번호부처럼 익숙했던 리스트가 사라지고, 인스타그램을 닮은 피드가 첫 화면을 차지했다. 친구들의 사진과 배경, 상태 메시지가 피드처럼 나오고 사이에 광고가 끼워졌다. 직장 상사나 거래처, 학부모 모임 사람들의 사적 사진과 상태 메시지 등을 원치 않게 마주해야 하는 상황은 불편을 넘어 극한의 피로로 다가왔다. 익숙했던 프로필 목록으로 바꾸려면 몇 번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도 불만을 키웠다. 원하지 않아도 프로필 업데이트와 사소한 일상을 소비해야 하는 ‘강제 구독’ 상태가 된 것이다.

사진/ 카카오톡 제공 화면 캡처
기존 친구 목록은 전화번호부처럼 중립적이고 기능적인 공간이었다. 친구를 확인하고 필요할 때 대화를 시작하면 그뿐이었다. 하지만 SNS 피드 형태로 바뀐 공간에서는 친구든, 거래처든, 학부모 단톡방 인연이든, 사적 삶이 여과 없이 노출된다. 관계의 위계는 강제로 평평해진다. 거센 반발의 기저에는 이미 누적된 SNS 피로감이 있다. 인스타그램의 끝없는 피드, 틱톡의 중독적인 쇼츠, 유튜브의 자동 재생은 우리의 정신을 소모시킨다. 이미 인스타그램과 틱톡으로 누적된 SNS 피로가 있는 상황에서, 메신저 앱마저 SNS처럼 변하자 일부 이용자는 격렬한 피로감과 배신감을 동시에 느꼈다. 여기에다가 광고가 들어오면서 연결의 매개가 아닌 “수익화”의 냄새가 진동했다. 국민 메신저로서의 카카오톡이 사적 플랫폼으로 전락하는 듯한 모습이 거센 반발을 촉발한 결정적 이유였다.

사진/ 카카오톡 제공 화면 캡처

사진/ 카카오톡 제공
원래의 ‘#검색 탭’ 자리에 새롭게 생긴 ‘지금 탭’은 숏폼 영상과 오픈채팅 피드를 담았다. 카카오는 더 이상 메신저에 머물지 않고 콘텐츠 플랫폼으로 확장하려 했음을 보여준다. 이 변화 역시 과잉으로 읽혔다. 특히 인스타그램 릴스와 유튜브 쇼츠, 틱톡으로 지친 사용자들에게 카톡마저 숏폼을 보라고 강요하는 것은 과부하다. 특히 학부모와 청소년들 사이에서 “국민 메신저마저 숏폼에 점령당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카카오 입장에서 숏폼은 체류 시간을 늘리고 광고 매출을 확대할 전략적 카드였겠으나, 사용자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비즈니스 논리에만 집중할 때 논란과 반발을 일으킬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카톡은 카톡다워야 한다”는 이용자의 요구는 메신저 본연의 철학을 지켜 달라는 외침과도 같다. 특히 업무와 가족, 학습까지 아우르는 필수 앱이기에, 이 변화는 더욱 크고 드라마틱하게 받아들여졌다. 단순한 UI 불편이 아니라 “내 일상의 질서가 흔들린다”는 불안으로 읽힌 것이다.

사진/ Blind 홈페이지 익명 글 캡처
그동안 카카오를 둘러싼 불신의 역사가 오래되었기에, 이번 사태에 따라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다는 분석 또한 가능하다. 2022년 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한 대규모 먹통 사태, 골목상권 침해 논란, 광고 도입 확대 등은 이미 신뢰를 소진시켰다. 과거 “카톡에는 광고를 넣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던 회사가 피드 사이사이 광고를 심자, 사용자들은 배신을 느꼈을 수 있다. 카카오의 리더십 문제로까지 이어졌다. ‘빅뱅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추진된 이번 업데이트는 실무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최고경영진의 독단으로 강행됐다는 내부 폭로와 같은 증언까지 이어졌다. 익명의 카카오 직원들은 “우리가 원해서 만든 게 아니다. 시킨 대로 했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단순한 UX/UI의 실패가 아니라, 기업이 지닌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로 비치기까지 했다.
급기야 일부 이용자들은 카톡을 떠나겠다며 대체할 메신저를 찾기도 했다. 네이트온은 카톡 등장 이후 사실상 사라졌던 서비스다. 앱스토어 차트에 재등장하며 “부활”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라인이나 텔레그램 다운로드 역시 일시적으로 늘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안다. 네트워크 효과가 결정적인 메신저 시장에서 국민 다수가 쓰는 카톡을 완전히 대체하기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일시적 탈출구는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은 다시 이를 켜야만 한다. 대체 불가능한 사회 인프라로서의 위상을 가진 메신저라면 공적 태도를 견지하고 변화에 조금 더 신중해야 했던 것은 아닐까.
업데이트에는 환영받을 만한 개선점들도 분명 있었다. 채팅방을 폴더로 정리할 수 있는 기능, 메시지 수정과 삭제, 보이스톡 녹음과 AI 요약 기능은 유용해 보인다. 카카오톡 안에서 직접 챗지피티 ChatGPT를 불러내 답변받고 공유할 수 있는 시도 역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변화였다. 그러나 카카오의 과욕은 준비한 기능을 보지 못하게 만들며 과잉 연결과 과잉 정보에 대한 거센 반발심만 남겨버린 셈이 됐다.
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은 기술 플랫폼은 우리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 수도, 반대로 소모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하루에도 수십 개 알림이 쏟아지는 카톡에다가 정신 없이 흩어진 서로의 피드와 피하고 싶은 광고가 추가되는 순간, 우리는 자연스레 질문하게 된다. ‘기술 발전으로 인한 변화는 과연 우리를 덜 피로하게 하는가. 혁신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업데이트를 피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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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에디터 제공

사진/ 에디터 제공
안드로이드 이용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카카오톡 앱 페이지 오른쪽 상단 메뉴로 들어가 ‘자동 업데이트 사용’ 체크를 해제하면 된다. iOS (애플) 이용자는 설정 탭으로 들어가 App Store를 누르고, 자동 다운로드 항목 중 앱 자동 업데이트를 끄면 된다. 이미 업데이트를 마쳤다고 해도 당황하지 말자. 프로필 공개 범위를 ‘나만 보기’로 조정해 노출을 최소화하거나 불필요한 피드를 ‘숨기기’로 정리할 수도 있다.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경우, 카카오톡 구버전의 APK를 설치하는 방법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카카오가 보안이나 안정성을 이유로 일정 시점이 지나면 지난 버전의 접속을 아예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 목록을 원래대로 복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바로 복구가 되기는 어려우며 4분기 안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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