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피어난 정은채와 버버리
만개한 꽃과 싱그러운 초록잎 사이, 그 누구보다 아름답게 피어난 정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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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IN BLOOM
봄과 여름 사이, 정원에는 장미가 피어나고 온통 초록 잎이 뒤덮여 있다. 그 속에서 아름답게 피어난 정은채, 그리고 버버리.


드레스, 스웨이드 롱 부츠는 Burberry.

‘하이그로브’ 드레스는 Burberry.
하퍼스 바자 몇 해 전 런던 곳곳을 소개하는 브이로그를 본 적 있어요. 배우가 되기 전, 20대의 한 시기를 보낸 곳이라 각별한 도시죠. 최근 찾은 런던은 어땠어요?
정은채 몇 년 만에 갔는데, 많이 변한 곳도 있지만 또 어떤 공간은 너무 그대로인 거예요. 강변을 제일 좋아해서 해크니 쪽으로 가는 길을 한 시간 정도 걸었어요. 걷기 너무 좋은 도시거든요.
하퍼스 바자 이번 촬영을 함께한 버버리를 떠올렸을 때, 내밀한 인상을 들려준다면요?
정은채 아주 어릴 때부터 봐와서 그런지 가깝게 느껴지는 브랜드예요. 우아하고 클래식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가서 본 컬렉션이나 오늘 입어본 룩들은 과감한 패턴이나 색감이 있어서 신선했어요. 오늘은 파란색 스커트가 특히 마음에 들었고요.
하퍼스 바자 최근 몇 년간 <더 킹>과 <안나>, <파친코>와 <유어 아너>, <정년이>까지 쉼 없이 촬영을 이어왔죠. 차기작을 준비 중인 시기에 일상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정은채 혼자 영화도 보러 다니고, 산책도 많이 하고, 다음 작품 레퍼런스를 서치하고.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년을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과 보내니까 작품을 찍지 않을 때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요. 그게 전혀 지루하거나 외롭지 않아요. 그 시간을 잘 즐겨야 또 사람이 그리워지고 북적북적한 현장이 더 좋게 느껴지니까요.
하퍼스 바자 분주히 작품들을 통과하고 나서 시간을 돌아본다면 무엇이 남던가요? <안나>의 부잣집 딸 ‘현주’와 <정년이>의 남장 여자 역할인 ‘옥경’은 대중의 반응이 컸던 캐릭터라 색다른 경험이었을 듯해요.
정은채 몇 해간 계속 맞물려 작업을 하며 더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깊어졌어요. 캐릭터가 사랑받는 건 이런 거구나, 신선한 경험이었죠. 작품을 선택할 때는 이야기만 보기 때문에 이 캐릭터가 얼마나 대중의 관심을 받을지는 전혀 예측하지 못하거든요.
하퍼스 바자 문옥경 역을 통해 처음 시도한 쇼트커트가 잘 어울려요.
정은채 옥경은 외적으로 제일 큰 변화를 준 캐릭터였어요. 캐릭터를 위해선 당연한 변주였죠. 작품을 결정하고 나선 인물에 가까워지기 위한 과정 속에서 연기적으로든 외적으로든 계속 상상을 해요. 촬영이 시작되면 상상해온 것이 발현되고 짙어지면서 제 옷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오거든요. 그 시간이 촬영 초반일 수도 있고 끝나갈 즈음일 수 있는데, 그때가 저에겐 가장 기쁨의 순간인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현주를 ‘순수악’처럼 해석했다는 말이 인상적이더라고요. 캐릭터가 밉지 않을 수 있는 이유가 그 해석 때문일 수도 있겠구나, 짐작했어요. 악역이지만 복잡한 이해관계나 음흉한 마음을 이해할 필요 없이 캐릭터 자체로 받아들이게 되더군요.
정은채 거의 첫 촬영부터 바로 몰입이 되는 느낌이 있어서 신기했던 기억이 나요. 감정이 서서히 증폭되기보다 등장부터 7~8을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라 텐션이 높아야 했거든요. 어려웠지만 제 스스로 의심하지 않았어요. ‘이건 너무 악행이고 비호감이지 않나 그런 생각은 아예 안 했어요. 그저 캐릭터를 귀엽게 여기고, 모든 것에 ‘그럴 수 있지 않나’로 접근하다 보니까 오히려 찾아가는 시간이 짧았죠.

‘하이그로브’ 트렌치코트, ‘하이그로브’ 드레스, ‘하이랜드’ 숄더백, 뮬은 모두 Burberry.

체크 셔츠, 체인 목걸이는 Burberry.

벨벳 소재의 러플 드레스, 귀고리, 목걸이, 반지, 클로그는 모두 Burberry.
하퍼스 바자 <파친코>와 <정년이>처럼 역사성이 짙은 시대극에 접근할 땐 어떤 점에 유의했어요?
정은채 둘은 정말 반대되는 여성 캐릭터잖아요. <파친코>의 경희는 그 시대를 대변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고 아픈 손가락처럼 눈이 많이 가는, 어떤 보편적인 감성이 있어야 하는 캐릭터였죠. 옥경의 경우는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하니 공부를 많이 해야 했어요. 한편으로는 그 시대에도 유일무이한 인물이니까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미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경희가 땅을 딱 밟고 있는 캐릭터라면 옥경은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인상을 남기고 싶었죠.
하퍼스 바자 영국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던 10대 시절 <고양이를 부탁해> <봄날은 간다> 같은 한국 영화를 몇 번이고 즐겨 봤다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예민한 시기, 낯선 나라에서 한국 영화를 찾아보는 건 일종의 향수였을 테죠.
정은채 제 일상과 완전히 다른 삶에 관한 대리 만족, 다른 세계에 대한 매력을 느끼면서 인물을 탐구하는 게 재밌어지고 관찰하는 걸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여전히 청춘물이나 성장물을 좋아해요.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 있는 시기라든지 한 단어로 설명하기 쉽지 않은 복잡한 때를 다루는 이야기. 그런 작품들이 제가 영화를 사랑하게 된 시발점이었기 때문에 더 각별한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사춘기 같은 유년 시절을 다른 나라에서 보낸 사람은 좀 더 자아를 탐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는 편견이 있어요.
정은채 쭉 한국에 살았으면 제 정체성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 다른 국적의 사람들과 다른 문화를 경험하면서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 이렇게 다양하구나, 일찍이 느꼈던 것 같아요. 달라서 외로운 감정을 그 시기 알게 되기도 했고요. 손에 잘 잡히지는 않지만 어렴풋이 그려지는 것들을 상상하는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몽상을 좋아하는, 데이 드리머 같았달까. 지금보다 훨씬 생각이 많고 깊었어요.(웃음)
하퍼스 바자 연기를 시작할 무렵 혼자서 몇 해 동안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는 사실이 의외였어요. 데뷔 직후부터 주목받고 떠오른 배우라 여겨왔거든요.
정은채 어떤 기준으로 봤을 땐 그렇기도 하겠지만, 수년간 오디션을 되게 열심히 보러 다니고 그랬어요. 서울 태생이 아니니까 낯선 서울에서 내 자리를 구해야 한다는 일념 하에. 전문적인 연기를 배워본 적 없으니 상업영화를 하기 전 단편영화도 많이 찍었고요. 현장이 궁금했고 영화 작업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정년이> 촬영 때 국극단에 막 연기를 시작하거나 처음 작품을 하는 친구들이 많았거든요. 그 친구들을 보며 아주 오랜만에 예전의 제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어요. 응원해주고 싶었고요.
하퍼스 바자 그 시절 조바심도 있었겠죠?
정은채 없지는 않았겠만, 어떤 흐름 속에 맡겨져 흘러가고 싶진 않았어요. 정확히 알고 싶었어요. 나랑 맞는 일인지, 잘할 수 있는 일인지, 오래 견딜 수 있는 일인지. 나도 모르게 흘러가는 것에 대한 불안이 있었달까. 뭔가 좀 고집이 있던 청년이었던 것 같네요.(웃음)

후디 트렌치 재킷, 데님 팬츠, 귀고리는 모두 Burberry.

‘하이그로브’ 드레스, 체크 패턴 미니 백은 Burberry.
하퍼스 바자 배우로서 잃고 싶지 않은 태도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정은채 유연함. 고집스러움에서 유연함으로 조금씩 변해가는 것 같아요. 그런 태도가 연기할 때 도움이 되는 걸 아니까요. 예전엔 촬영 신들을 머릿속에 돌려보며 준비한 것에 가깝게 하려 애썼어요. 어느 순간, 정해둔 스테레오타입에 갇히면 새로운 호흡이 안 나오겠다 싶었죠. 현장은 독백이 아니고 호흡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체감하고 있어요. 운이 좋게도, 정말 좋아할 수밖에 없는 동료들을 많이 만나며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이 다 예뻐 보이고 시너지가 생기는 경험을 했죠. 그러면서 현장에서 점점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이전보다는 조금 더 갖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퍼스 바자 “잘 베푸는 사람. 큰마음을 가진 사람. 대단한 목표나 의지 때문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런 모습이 묻어 나올 수 있는 사람. 누구나 쉬어 갈 수 있도록 곁을 내주고, 넌지시 한마디를 해도 어떤 파장을 만들 수 있는 사람.” 한 인터뷰에서 이상적인 어른에 관해 이렇게 말한 적 있죠. 되고 싶은 모습에 관해 여러 번 생각해본 사람이 할 수 있는 답이라 생각했어요.
정은채 평소 나이 듦에 대해서 생각을 자주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성숙한 사람이 돼야 그나마 성숙한 연기가 좀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웃음)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해도 카메라 앞에서는 결국 모든 게 포착이 되거든요.
하퍼스 바자 언제까지 연기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 있어요?
정은채 배우의 삶은 제 의지로 시작과 끝을 정할 수 없는 특별한 직업이라 생각해요. 끝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전혀 감이 안 잡히고요.(웃음) 지금 마음으로는 오래오래 해도 참 좋겠다 싶어요.
하퍼스 바자 계속해서 하고 싶은 마음은 어디에서 비롯될까요?
정은채 계속 새로운 인물을 연기할 수 있잖아요. 저는 새로운 걸 계속 마주하고 감각하는 게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선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대본을 외울 수 있는 능력이 되고, 또 젊은이들에게도 제가 도움이 되고(웃음), 그들도 저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는 현장이 주어지면 너무 감사하게 연기할 것 같아요. 끊임없이 노력하고 공부해야 하지만 또 숙제를 하면서 오는 즐거움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그런 것이 있는 삶이 건강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체크 셔츠, 롱스커트, 체인 목걸이, 스웨이드 롱 부츠는 모두 Burberry.

레더 트렌치코트, 러플 장식 셔츠는 Burberry.
Credit
- 인터뷰/ 안서경
- 사진/ 목정욱
- 헤어/ 손혜진
- 메이크업/ 이숙경
- 스타일리스트/ 박세준
- 네일/ 장보윤
- 세트 스타일리스트/ 권도형(Ondoh
- ) 플로리스트/ 스튜디오 누에
- 어시스턴트/ 김진우
- 디자인/ 한상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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