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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크 : 더 스톰'으로 4년 만에 다시 만난 김민석, 이현욱, 이정현

더 강해진 빌런, 더 짜릿해진 액션.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프로필 by 고영진 2025.05.22

LOOK BACK


새 국면의 <샤크>, 그 중심의 김민석, 이현욱, 이정현은 4년 전 잠시 멈춘 이야기를 다시 이어간다. 어떤 것은 달라졌고, 또 어떤 것은 그대로인 이야기를.


김민석이 입은 재킷은 Ann Demeulemeester by Adekuver. 팬츠는 Cos. 목걸이는 Jiwon Choi. 이현욱이 입은 코트, 재킷, 팬츠, 슈즈는 모두 Bottega Veneta. 이너 톱, 목걸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2021년 개봉한 영화 <샤크: 더 비기닝> 이후 4년 만에 새 시즌으로 돌아왔어요. 이번에는 6부작 드라마죠. 배우에게 시즌제 작품에 출연하는 것, 즉 여러 해에 걸쳐 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닌데요. 오랜만에 캐릭터를 다시 만난 기분이 어때요?

김민석 기대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예고편 보고 깜짝 놀랐어요. 다들 너무 젊어서.(웃음) 영화 나오고 한 1년 있다가 드라마 촬영을 시작했거든요.

이현욱 제가 지금이랑 제일 다른 것 같던데요.(웃음) 일단 작품이 세상에 공개된다는 것 자체로 고무적이라 생각해요. 시즌 1에서 저는 특별 출연이었는데 일이 커졌어요. 짧게 보여줬던 현우용 캐릭터를 확장해볼 수 있어 재밌게 촬영했습니다.

이정현 연기했던 캐릭터를 이어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확신을 갖고 임했던 것 같아요. 훨씬 편했어요. 이 캐릭터에 대해서라면 나만큼 깊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고 믿게 되니 가능했던 일이겠죠. 시리즈물이 가지고 있는 장점 같아요.

하퍼스 바자 영화에서 학교 폭력 피해자 차우솔(김민석 분)은 3년간 자신을 괴롭힌 가해자의 눈을 찔러 교도소에 수감돼요. 그리고 교도소 3대장 중 한 명인 한성용(이정현 분)을 이길 수 있을 만큼 강한 사람이 되죠. 이어지는 드라마 <샤크: 더 스톰>에서는 우솔이 폭력 조직 보스 현우용(이현욱 분)의 눈에 들면서 벌어지는, 본격적인 언더독의 반란을 보여주고요. 영화에서도, 드라마에서도 핵심은 액션이에요.

김민석 1대1로 싸우는 신이 장장 십 몇 분 동안 이어지니까 일주일에 세 번, 대여섯 시간씩 액션 합만 외웠어요. 액션을 했던 모든 배우들이 우리가 가장 고생했다고 생각할 텐데,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짜 힘들었거든요. 몇 날 며칠 밤을 새우며 만든 장면에서 우리 고생이 잘 전해지길 바라요. “저 사람들 저거 어떻게 찍었지? 미쳤다” 소리 듣고 싶어요. 저희 대역도 거의 안 썼거든요.

이현욱 살짝 과장 보태서 태릉선수촌 느낌으로 정말 치열하게 했어요. 저희 드라마가 역대 드라마 내 1대1 싸움 신 중에 가장 긴 편에 속할 거예요. 편집 전에는 싸움 장면만 20분 정도 이어졌다고 알고 있어요.


코트, 팬츠는 McQueen.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관전 포인트라면 빌런의 진화가 아닐까요. 현우용은 타인의 고통에서 쾌감을 찾는 잔혹한 인간이에요. <샤크: 더 비기닝>에서도 그 면모는 살짝 보여줬었지만, 이번에서야 제대로 보여주는 격인데요.

이현욱 동명의 웹툰 원작이 있지만, 끝까지 보지 않았어요. 그대로 묘사하는 것보다 잠깐이나마 시즌 1에서 제가 보여줬던 걸 가져가는 쪽이 맞는 것 같아서요. 현우용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포인트들만 참고했고, 그다음부터는 제 방식대로 보여주는 것이 신선하겠다고 생각했죠. 이 작품을 찍을 땐 제가 갖고 있는 습관, 예를 들면 상대방이 황당한 얘기를 꺼내거나, 잘 모르겠을 때 말없이 빤히 쳐다보는 행동 같은 걸 가져다 쓰면서 더 날것의 느낌을 내려고 했거든요. 전작인 사극(<원경>)을 찍을 때 <샤크: 더 스톰> 모니터링을 한 적이 있는데, 정말 자유로워 보였어요. 시간이 또 한 번 흘렀으니 지금 보면 다른 감상이 들겠죠.

하퍼스 바자 차은솔은 4년 전 영화의 초반부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어요. 강해지고 싶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마음이 전부였던 사람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연기했어요?

김민석 그 간극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연기하기 어려웠던 이유이기도 하고요. 시즌 1에서는 그저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면, 이제는 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이해했어요. 당해야 싸울 수 있는 사람에서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고민하지 않고 바로 주먹이 나가는 사람이 된 거죠. 시나리오 보면 대사 몇 줄 있고 바로 주먹이 나가버리는데, 시즌 1의 순수한 얼굴을 버리지 않으면서 무지막지한 액션을 이질감 없이 보여주는 걸 숙제처럼 여기고 임했습니다.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해요.

하퍼스 바자 반면 한성용은 두 캐릭터에 비해 전작의 기조를 가장 평이하게 유지하는 인물처럼 보여요.

이정현 시즌 1에서 교도소에 있을 땐 일종의 역할 놀이를 하듯 재미에 집중했어요. 시즌 2에서 사회에 나온 한성용은 장사를 시작했고, 마음처럼 잘 안 돼요. 그에 대한 시련과 고통이 있었겠죠? 인생의 쓴맛을 경험한 사람을 그리면서 무미건조하게 연기했던 것 같아요. ‘교도소 나와서 보니 인생 쉽지 않네’ 하는 감정으로요. 시청자분들은 달라졌다고 느끼실 것 같아요. 그러니까 ‘별론데?’ 하실 수도 있는.

이현욱 전 잘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달라진 건 머리가 없다가 묶을 수 있는 정도가 됐다는 것밖에.(웃음) 정현이가 준비를 정말 열심히 해오거든요. 옆에서 지켜보다 보면 내 초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될 정도로요. 현장에서 가장 몰입하는 친구라 가끔은 좀 안타깝기도 했어요. 다른 볼 수 있는 것들을 놓칠 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분명 대단한 점이죠.


톱은 Diesel. 선글라스는 Gentle Monster. 목걸이는 Portrait Report.


하퍼스 바자 이 캐릭터가 꼭 나여야 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해요?

이정현 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한성용이 나였기에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제가 생각이 많고 꽤 진지한 사람이라 조금 더 재밌는 사람이 한성용을 연기했으면 훨씬 좋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4년 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딱딱하고 별로였거든요. 모든 게 어려웠고 꽉 막혀 있을 때. 그래서 마음 한편에 늘 아쉬움이 있어요.

하퍼스 바자 지금 한성용을 만났다면 달랐을까요?

이정현 어쩌면요? 그때에 비하면 삶의 목표가 달라졌거든요. 내 인생의 유일한 목표, 가장 꼭대기에 있는 것이 연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좀 내려와 있어요. 그렇다고 대충 하자는 게 아니라 과정에 방점을 찍은 거죠. 어쨌든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작업인데 조금만 유연하게, 편하게 하자, 하면서요. 나이가 들면서 많이 내려놓고 편해진 거예요. 아, 근데 지금 해서 나아질 건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액션을 그만큼 못해낼 것 같아요.(웃음)

하퍼스 바자 연기를 인생의 유일한 목표로 삼지 않겠다는 태도라면 현욱 씨도 동의할 거라고 생각해요. 지난 인터뷰에서 항상 자신을 한 발짝 떨어져서 보려는 노력을 하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냉정하다고 느껴질 정도로요.

이현욱 저는 모든 작품에서 이성적으로 연기하려 해요. 누군가는 저를 보고 연예인, 혹은 배우라고 하겠지만 연기를 하지 않고 있을 땐 어느 누구와 다를 바 없는 보통 사람이죠. 의식적으로, 철저하게 분리시키는 거예요. 어느 순간 내가 싫어하고 경계하던 모습을 나한테서 발견할 때가 있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했기 때문에 주변이 대부분 일로 만난 사람들이에요. 필사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취해 있지 않고 매너리즘을 경계하는 것조차 힘들다는 얘기죠. 그리고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있잖아요. 제 경우에는 그게 일상의 행복인데, 일상의 행복에 중점을 두다 보면 이 일이 어려워져요. 연기를 배울 때 선생님이 항상 카메라가 나를 보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라는 말씀을 하셨거든요. 매사에 신중하고 조심하라는 얘기죠. 근데 어느 순간 그 말에 숨이 막힐 때가 있더라고요. 원래의 나라면 감정을 표현했어야 하는 상황에서 꾹꾹 누르기만 하다보니 뭔가가 뒤틀리는 느낌. 나를 잃어버린 느낌도 들고요. 연기할 때의 나와 일상을 철저히 분리시키는 것이 결국엔 연기를 더 오래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데님 점프수트는 Juun.J. 이너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아까 촬영 대기 시간에 정현 씨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어요. 일만 생각하며 삶을 살다 보면 현실의 내가 놓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고요. 어쩌면 현욱 씨가 일찍이 겪어온 시간을 지금의 정현 씨가 지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이정현 맞아요. 형이 과거형으로 말한 것들이 지금의 저예요. 계속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 같고요. 일상을 살 때도 연기할 때도 객관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형의 말대로 필사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 힘든 일이죠. 아무리 나를 객관적으로 보려 할지언정 완벽하게 되는 법도 없고요. 그걸 받아들이니까 전반적으로 삶이 조금은 편해진 것 같아요.

김민석 저는 좀 반대예요. 현욱이 형은 배우로서의 나와 현실을 사는 나를 철저히 분리한다고 하셨지만 저는 거의 똑같은 것 같거든요. 친구들 만날 때도, 오늘처럼 일할 때도 색안경 끼지 않고 사람 대 사람으로 소통하고, 좋은 것이든 슬픈 것이든 빨리 털어버리고. 누가 듣기 싫은 소리 해도 ‘그래, 너 잘났다’ 하고 마는 스타일이라서. 뭐든 무겁게 생각하지 않고 잘 잊는 편이죠. 누구에게나 최고다, 잘했다 소리 듣고 싶어 하는 것도 욕심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실수 하지 않겠다는 마음은 갖되 작은 일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정현이 입은 톱은 Acne Studios. 팬츠는 Diesel. 이너 톱,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현욱이 입은 재킷, 팬츠는 Maison Mihara Yasuhiro. 목걸이는 Bulletto.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민석이 입은 재킷은 Acne Studios. 티셔츠, 팬츠는 Diesel.


하퍼스 바자 상처에 무딘 몸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졌을 리는 없겠죠. 약 8년 전 인터뷰에서 “배우는 트라우마, 결핍 덩어리”라는 말을 한 적도 있던데요.

김민석 지금보다 훨씬 단순해서 한 말일 거예요. 연기는 내 안의 경험을 꺼내 쓰는 일이기도 하니 이런저런 사연이 많은 사람이리라 생각한 거죠. 지금도 비슷한 생각이지만 결이 다른 것 같아요. 트라우마, 결핍, 불안은 배우에게도 있고, 누구에게나 있죠.


레더 베스트는 Bally. 팔찌는 Bulletto. 반지는 Tom Wood. 셔츠, 톱,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샤크>의 인물 모두는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지키고, 갖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요. 자기 한계를 모르는 상태의 사람처럼요. 세 사람에게 그만큼의 에너지를 쏟아 지키고 싶은 가치, 혹은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김민석 전 목표랄 게 없어요. 매년 최선을 다해 살고 있고, 내일도 모레도 그럴 거니까요. 후회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거예요. 조일 땐 조이고, 풀 땐 풀면서 건강하게.

이현욱 미련 남지 않을 때까지 맛있게 연기하며 살고 싶어요.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타협은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제 가치관에 어긋나지 않는 일에는 굽히지 않을 줄도 알면서요.


김민석이 입은 재킷은 Ann Demeulemeester by Adekuver. 목걸이는 Jiwon Choi. 이정현이 입은 코트는 McQueen. 이현욱이 입은 코트, 재킷, 팬츠는 모두 Bottega Veneta. 이너 톱, 목걸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맛있게 연기한다는 건?

이현욱 지금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면, 해보지 않았더라도 기꺼이 도전하는 것. 안정적인 것도 좋지만 호기심을 간과하지 않는 거죠.

이정현 이 바닥에서 내가 떨어져나갈지언정, 후회 없이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여유 있는 사람이 되려면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사실 저에게는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는 말이 거창하게 들려요. 오래 버티는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서요. 전 지금도 어떤 현장에서는 무지하게 욕먹고 깨지거든요. 아무리 연륜이 쌓인들 누군가는 내 연기를 계속 싫어할 수도 있고, 그럼에도 연기하는 게 너무 좋아서 갈고 닦으리라 끝없이 다짐할 수도 있겠죠. 앞으로 제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저는 그래요. 계속 갈고 닦으면서, 닦이면서 오래오래 버티고 싶어요.

Credit

  • 사진/김참
  • 헤어/ 이시은(김민석), 문현철(이현욱), 임아실(이정현)
  • 메이크업/ 영선(김민석), 문현철(이현욱), 임아실(이정현)
  • 스타일리스트/ 박태일
  • 어시스턴트/ 유정아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