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게 깨닫는 것들: 고 김새론 배우를 애도하며
고 김새론 배우가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에 대중은 충격과 안타까움을 표했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로 그를 애도할 자격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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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음주운전 사고 이후, 그의 삶은 대중과 언론의 감시에서 한순간도 벗어나지 못했다. 법적 책임을 다했음에도 ‘그는 용서받을 수 없는 존재’라는 낙인이 따라붙었다. 그가 커피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연민보다 조롱이 먼저 쏟아졌다. SNS에 일상을 공유하면 "자숙이 부족하다"고 비판받았고, 침묵하면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서야 "이제 그를 놓아주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놓아준 적이 있었던가?
용서 받지 못하는 여성들
」실수는 누구나 한다. 그러나 연예계에서 남성과 여성의 복귀 과정은 이상할 정도로 다르다. 음주운전, 마약, 불법 도박 등으로 논란을 빚었던 남성 연예인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무대에 선다. 반면, 여성 연예인들에게는 같은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배우 김지수는 음주운전 이후 '음주 배우'라는 꼬리표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가수 에이미는 프로포폴 투약 이후 사실상 방송 활동이 불가능해졌다. 그러나 유사한 사건으로 처벌받은 남성 연예인들은 2~3년의 공백기를 거친 후 다시 스크린과 방송에 복귀했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대중의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여성에게는 "더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압박이 작용한다. 남성의 실수는 ‘한때의 일탈’로 간주되지만, 여성의 실수는 ‘본질적인 결함’으로 해석된다. 온라인 상에서 이루어지는 공격적 여성 혐오를 다룬 이민주의 책 『페미사냥』은 이러한 구조를 ‘마녀사냥’의 현대적 형태로 설명한다. 대중은 특정 여성을 희생양으로 만들어 공동체의 도덕성을 확인하고, 그들을 끝없이 비난하며 정화 의식을 치른다. 연예계에서 이 공식은 더욱 강하게 작동한다. 어린 나이에 성공했지만, 견고한 팬덤보다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배우였던 김새론에게는 복귀를 지지해 줄 안정적인 지지층이 사실 없었다. 이토론 한국 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젊은 여성에게는 더 가혹한 잣대가 적용되곤 한다. 그리고 "한때 잘 나갔던 여자 연예인이 몰락했다"는 서사는 뉴스의 제목으로 소비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였다.
몰락 소비하는 사회
」"김새론, 음주운전 후 커피 배달로 생계 유지" "김새론, SNS 활동 시작… 자숙 기간 중 논란?"
고인은 법적 처벌을 받은 이후에도 뉴스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3년 동안 이어진 기사 헤드라인만 봐도, 이 보도들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다. 누군가의 몰락을 세세하게 기록하고 이를 흥미롭게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특정 언론은 이를 지나칠 정도로 스토리화했다. 매일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도덕적 심판이라도 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김새론, 다시 방송 출연 가능할까?" 같은 기사들은 사실상 여론 재판을 부추긴다. 언론이 "이제 자숙은 끝인가?" 같은 프레임을 만들면, 사람들은 그것을 심판해야 할 대상처럼 바라보게 된다. 김아미의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은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집단적 비난의 구조를 분석하며, 특정 개인이 희생양이 되어야 유지되는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는 없다. 모두가 "그냥 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몰락을 소비하는 행위 자체가 또 다른 폭력이 된다. 시대 정신을 분석한 또다른 책 『불안 세대』는 사회가 불안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특정 개인에게 분노를 집중시키는 현상을 설명한다. 한 대상을 끝까지 놓아주지 않은 이유는, 그의 실수가 엄청난 범죄여서가 아니라, "비난할수록 우리가 더 도덕적인 존재로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한 개인의 실수를 단죄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얼마나 ‘비참하게’ 살아가는지를 지켜보며 우리는 안도감을 얻는다. 대중은 한 사람을 희생양 삼아 ‘우리 사회가 아직 도덕적으로 건강하다’는 신호를 공유하기도 한다.

사진/진진 제공
몰락 산업의 등장
」몰락은 하나의 산업이 되었다. 유튜브 알고리즘과 클릭 기반 뉴스 구조는 이러한 현상을 더욱 증폭시킨다. 특정 인물의 논란이 클릭을 유발하면, 알고리즘은 유사한 콘텐츠를 추천하며 몰락 서사를 끝없이 연장한다. 과거 연예인의 스캔들은 몇 개의 기사와 TV 토론으로 소비되었다. 이제는 유튜브, SNS,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실시간으로 확장된다. 몰락은 돈이 된다. 그리고 돈이 되는 한, 시스템은 계속 작동할 것이다. 사실 과거엔 스캔들이 터지면 몇 개의 뉴스 기사와 TV 토론 정도로 소비되었지만 이제는 유튜브, SNS,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연예인의 몰락'은 사건이 아니라, 끝없이 연장되는 콘텐츠가 되었다. 마치 드라마의 새로운 회차처럼, 대중은 그녀의 근황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받으며 소비했다. 김아미의 책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은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집단적 비난의 구조를 분석하며, 특정 개인이 희생양이 되어야 유지되는 구조적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는 없다. 모두가 "그냥 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몰락을 소비하는 행위’ 자체가 또 다른 폭력이 된다. 『불안 세대』는 현대 사회에서 불안이 특정 개인에게 집중될 때, 사람들은 스스로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느낀다고 설명한다. 한 개인의 몰락을 감시하며, 우리는 "저 사람보다는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안도감을 얻는다. 대중은 한 사람을 희생양 삼아 ‘우리 사회가 아직 도덕적으로 건강하다’는 신호를 공유한다. 연예인을 향한 마녀사냥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우리는 멈춰야 한다
」
사진/네이버 영화샂
한국 사회 저변에 깔린 구조와 분위기는 다음 희생양을 찾는 속도를 점점 더 빠르게 만들고 있다. 취약한 존재의 몰락을 끝까지 소비하는 구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실수했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할 일은 몰락 소비를 멈추겠다고 결심하는 일이다. 클릭하지 않고, 댓글을 달지 않고, 몰락 서사에 반응도 동참하지 않는 실천이 첫 번째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관심을 먹고 자란다. 조회 수가 높을수록, 다음 희생양이 등장하는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두 번째는 언론이 만든 ‘사생활 감시 산업’을 규제해야 한다. 사생활 침해 보도에 대한 법적 기준을 엄격하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악질적 구조에 맞서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뉴스의 주요 수익 모델은 영향력으로 대변하는 바이럴과 클릭 수 기반이 되는 광고다. 논란을 키울수록, 자극적인 보도를 할수록 일단 화제가, 돈이 된다. 대안적 미디어 모델까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뼈아프게도 지금의 한국 사회는 누군가가 실수를 하면 얼마나 오래 그를 붙잡고 늘어질 것인가를 고민하는 곳이다. 마음은 무너져 내린다. 그러나 고인을 애도하며 할 수 있는 건 단순히 “이제 놓아주자”가 아니다. “더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타인의 불행을 콘텐츠로 소비하는 사회를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다른 누군가의 몰락을 바라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너무 늦은 후회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Credit
- 사진/게티이미지
- 진진
-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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