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메이크업 도구가 진화하는 이유 알아?

제품 개발자가 직접 답했다. 새로운 형태의 도구를 만든 이유.

프로필 by 박경미 2024.10.31
메이크업 제품과 함께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도구가 출시되는 것이 최근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쿠션을 브러시로 바르고 리퀴드 립을 털 팁이 아닌 애플리케이터로 바르듯 도구의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진화된 제형과 현재의 메이크업 트렌드에 맞는 최적의 표현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매끄러운 결과 광을 오래오래
매달 신상 쿠션이 쏟아지는 가운데 지난 9월, 웨이크메이크는 쿠션이 아닌 밤 타입 파운데이션을 선보였다. ‘워터 글로우 코팅밤’은 이름처럼 은은한 광이 흐르는 피부를 연출하는 제품. 쫀쫀해 보이는 피부를 완성하는 데는 조약돌 모양의 작은 브러시 역할이 8할이다. “시간이 지나도 건조함으로 메이크업이 들뜨거나 유분으로 피부가 칙칙해지지 않는 베이스를 기획하다 밤 제형을 떠올렸죠. 하지만 두껍게 발리고 피부가 답답한 것이 문제였어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겔을 더해 얇게 코팅되는 제형을 만들고 균일하게 도포가 가능한 브러시를 고려했습니다.” 색조 BM 이은희의 말. 그는 화장대 위에 좋은 브러시는 많지만 휴대할 만한 제품은 적다는 것에서 착안해 개발을 시작했다. “제형이 균일하게 발리고 모공과 결을 촘촘하게 채우며 윤기가 감도는 피부 표현이 가능한 형태여야 했어요. 길이와 탄성, 모양을 달리해 여러 번의 품평 과정을 거치며 둥글게 커팅된 단면이 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실마리를 찾은 뒤에는 4~5번의 샘플링만으로 쉽게 모양을 잡을 수 있었어요.” 이후 눌린 듯한 외관의 코팅밤과 조화를 이루고 손에 쥐었을 때 느낌을 고려해 손잡이와 뚜껑을 디자인했다. 아무리 좋은 도구를 사용해도 밤 타입의 파운데이션은 늘 들뜬다는 에디터의 질문에 보내온 답. “별다른 테크닉은 없습니다. 브러시에 아주 소량만 제형을 묻히고 스패출러를 사용하듯 피부에 45도로 밀착해 펴 바르세요. 이렇게만 해도 매끄러운 피부 결이 연출되지만 내장된 퍼프로 두드리면 처음 메이크업 했을 때의 예쁜 피부를 오래 유지할 수 있어요.”
Wakemake 워터 글로우 코팅밤 SPF30/ PA++ 3만6천원.


최고의 볼륨과 광택을 위하여
리퀴드 립에는 제형을 머금고 입술에 바르기 용이한 애플리케이터가 내장되어 있다. 제품별로 모양은 다르지만 짧은 털이 플라스틱을 감싸는 형태는 모두 동일하다. 지난해, 오드타입은 털 팁 대신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브러시 애플리케이터가 장착된 틴트를 론칭하며 주목받았다. 그리고 올봄, 또 다른 형태의 애플리케이터가 내장된 ‘언씬 벌룬 틴트’를 공개했다. “광택과 볼륨이 극대화된 립 메이크업 트렌드를 반영해 풍선 같은 입술을 만드는 글로스 틴트를 기획했어요. 끈적임 없는 맑고 탱글탱글한 광을 위해 오일을 적당한 비율로 배합하고 형상기억 겔로 지속력을 높였죠. 제형은 빠르게 완성됐지만 애플리케이터가 문제였어요. 입술 주름 사이에 제형을 밀어 넣듯 채울 수 있는 팁을 원했거든요.” 무신사 커머스 부문 뷰티PB기획팀 김지인은 설명한다. 애플리케이터 개발에만 투자한 시간이 무려 반년이다. “사선 모양과 봉긋하게 깎인 단면은 제 손가락 끝에서 힌트를 얻은 거예요. 입술에 닿는 제품인 만큼 모를 깐깐하게 고르고, 적당한 제형을 머금도록 직모와 곡모의 혼합 비율을 달리했죠. 모의 기장까지 세심하게 조정해 수많은 샘플링 과정을 거쳤어요. 나중에는 브러시 제작 업체에서 더 이상 샘플을 만들 수 없다며 거절하더라고요.” 많은 조율 끝에 완성된 애플리케이터의 정확한 명칭은 ‘엣지 오드 블렌더’. 쿠션감 있는 브러시가 제형을 균일하게 밀착시키고 섬세한 오버 립을 연출한다. 용기 입구에서 양을 조절한 다음 브러시 단면을 입술에 밀착시켜 얇게 바르고 볼륨과 컬러를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 제형을 한 번 더 얹으면 탱글탱글한 느낌을 극대화할 수 있다.
Oddtype 언씬 벌룬 틴트, 877 리즈 2만2천원.


더 얇게, 더 밀착력 있게
도구 맛집으로 유명한 더툴랩은 얼마 전, 쿠션 파운데이션과 스탬프 브러시를 함께 선보였다. 그동안 브러시로 바르는 쿠션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게다가 더툴랩에는 이미 커버력, 지속력, 밀착력을 높이는 쿠션 전용 미니 브러시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러시로 바르는 쿠션 ‘스탬프 스킨핏 쿠션 글로우’를 선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저희의 베스트셀러인 초밀착 듀오(쿠션 전용 브러시와 메모리폼 퍼프)는 어떤 쿠션과도 호환성이 뛰어나지만 제형과 도구가 완벽히 조화를 이루는 더툴랩 쿠션이 있다면 좋을 것 같았어요. ‘잉크가 물든 것처럼 맑은 피부 표현’을 목표로 제형을 개발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었죠.” 상품기획팀 송서영의 설명. 이렇게 잉크처럼 피부에 스미는 제형과 얇고 고르게 밀착시키는 스탬프 브러시가 탄생했다. 그는 광대뼈가 발달하고 굴곡이 많은 아시아인의 얼굴형을 기반으로 고안했다며 브러시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 “파운데이션을 잘 머금을 수 있도록 직모와 곡모를 혼합하고 단면을 사분할 했어요. 이 상태에서 모의 혼합 비율, 밀도, 단면의 깎이는 정도를 달리하며 총 57회의 샘플 테스트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후 쿠션 뚜껑에 밴드를 추가해 브러시를 끼울 수 있게 하고 모를 보호할 수 있는 실리콘 케이스까지 제작했다. 직접 사용해보니 결이 남지 않는 것은 만족스러웠지만 브러시가 머금는 제형이 많아 양 조절이 어려웠다. 4개의 돔 끝에만 제형을 살짝 묻히고 내부 뚜껑에 가볍게 두드린 다음 얼굴에 도포하는 것이 제품 개발자가 추천하는 사용법이다. 에디터/ 박경미
The Tool Lab 스탬프 스킨핏 쿠션 글로우 SPF40/ PA++ 5만7천원.

Credit

  • 사진/ 정원영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