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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오프의 신보, 'ㄴㅈㅊㅁㄱ'

나이트오프의 신보 <ㄴㅈㅊㅁㄱ>은 잠들지 않는 밤 대가 없이 건네는 마음을 다독인다.

프로필 by 안서경 2024.08.06
막 이별을 맞닥뜨리거나 오랜 후유증에 시달리지 않더라도 나이트오프의 음악을 한밤에 듣는 건 위험하다. 못(Mot)의 이이언과 언니네이발관의 이능룡. ‘밤의 휴식’을 자처하며 두 사람이 만든 그룹 나이트오프는 각자의 음악에서 발현한 정서를 추출해 위태로운 마음을 나직이 위로하는 노래를 선보여왔다. 무엇도 끝이 없는 건 없겠지만 “반짝이는 순간들은 너무 예쁘니까” 하고 되뇌거나 읊조리는 가사들. 가만한 밤, 유난 없이 사랑을 표현하는 곡을 듣다 보면, 마치 ‘어찌할 도리가 없는’ 마음을 응당 받아들이는 데 도가 튼 사람들 아닐지 추측하게 된다.
1년 만에 돌아온 신보 <ㄴㅈㅊㅁㄱ> 에 담긴 두 곡, ‘ㄴㅈㅊㅁㄱ’과 ‘그게 다예요’는 혼자만의 감정을 그린다. 비슷한 듯 다른 두 곡 속 시점의 차이는 사운드의 차이로 이어진다. 이이언은 이렇게 얘기한다. “‘ㄴㅈㅊㅁㄱ’은 SNS에서 팔로하는 사람이나 작가, 연예인 같은 동경하는 인물에게 내적 친밀감을 느끼는 마음을 그렸다. 반면 ‘그게 다예요’는 가까운 주변 인물에게 느끼는 짝사랑의 마음이라 할 수 있다. 상대방의 마음에 기대하는 것이 있는지 여부가 곡의 정서를 다르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전자는 감정을 되돌려 받으려는 기대가 없는 일종의 ‘홀가분함’이 느껴지길 바랐다. 사실 이 곡의 시작은 나의 음악을 이해해주는 팬들에게 내가 느끼는 내적 친밀감에서 비롯되었다.” 시구처럼 하나의 결정적 문장이 곡의 모든 이야기를 전개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 나이트오프 음악의 특징. ‘ㄴㅈㅊㅁㄱ’은 “기대는 모든 걸 바꿀 테니까요”라는 문장에 곡의 미묘한 정서를 담았다. 따뜻한 유대감의 네트워크, 그러나 선을 넘지 않는. 반면 ‘그게 다예요’는 “다른 복잡한 마음은 없어요, 그댈 사랑하는 게 다예요”라는 심플한 문장에서 출발했고, 쨍하도록 단순하게 정제된, 어떤 감정의 결정을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작업했다고. 2018년 첫 싱글을 시작으로 EP <마지막 밤>을 선보인 이들은 새 EP 준비를 앞두며 두 곡을 미리 공개했다. 7년여간 선보인 모든 곡을 하나의 앨범으로 묶어도 자연스러울 만큼 또렷한 인장을 지닌 점에 대해 이능룡은 이렇게 말한다. “울음을 터트리는 것보다 고요한 어떤 순간이 더 그 슬픔을 보여주는 모습일 수 있다. 표현에서는 직설적인 감정보다는 환기나 양면적인 무드를 더 드러내고 싶었다.” 포기나 체념보다는 모든 걸 안고 나아가는 어른의 사랑 같은 음악. 변치 않는 것들로 채운 새 앨범이 기다려진다.

Credit

  • 사진/ ⓒ 프란츠, 나이트오프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