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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가수 유은호로 나타난 정구호와의 인터뷰
정구호는 정상의 디자이너, 연출가, 예술감독이라는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음악의 영역에 새롭게 다가서는 중이다. 그가 여전히 자신의 꿈에 귀 기울이고 눈을 맞추는 이유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의 찬란함을 믿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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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스 바자 안녕하세요. 신인가수 유은호 님.(웃음) 프로젝트 이름을 듣고 드라마 <연애시대>에서 손예진 배우가 맡았던 역할이 떠올랐어요. 그런데 친구들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땄다죠.
정구호 일주일에 한 번씩 노래방 가서 서너 시간 노래만 부르는 모임이 있어요. 멤버 중에 작곡을 쉬었다 다시 시작하려는 친구가 어느 날 저를 위한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했어요. 지나가는 말인 줄 알았는데 6개월 후에 가이드까지 만들어서 들려주더라고요. 듣고 나서 살짝 눈물이 났어요. 제 얘기 같았거든요. 이 노래를 정식으로 발매하자 결심하니 또 다른 노래방 모임 멤버가 프로듀서로 참여해줬고요. 처음엔 이름을 영어로도 지어보다가 친구 둘과 제 이름에서 한 글자씩 땄어요. 옛날 남자 솔로 가수 같은 느낌이 좋았죠.
하퍼스 바자 노래방 모임요?
정구호 노래 한 곡을 부르면 80칼로리가 소모된대요.(웃음) 발라드부터 록까지 모든 장르를 쉬지 않고 불러요. 간주 점프 없이 공평하게 돌아가면서 부르고요. 맥주 한잔 마시면서 열렬하게 호응하며 시간을 보내요. 카더가든의 ‘Home Sweet Home’이 제 18번 곡이에요. 집 소파에서 고양이와 섬을 이룬다는 가사가 크게 와닿았어요. 저도 고양이를 기르다 보니 더 공감이 가더라고요.
하퍼스 바자 발표곡 ‘눈부시다’의 재생 버튼을 누르기까지 어떤 곡일지 짐작이 안 갔어요. 디자이너이자 연출가로 정점을 찍은 이가 부르는 노래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죠. 자극이 난무하는 시대에 덤덤하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노래더군요.
정구호 아이돌 음악이 대세이지만 최백호 선생님이나 변진섭 씨가 부르는 노래를 즐기던 시절이 있었단 말이죠. 옛 노래와 지금 노래 각자의 매력을 떠나 저와 비슷한 세대가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가 더 많아졌음 싶었어요. 힘을 빼고 일상을 서서히 얘기하는 노래들요. 그런데 제 목소리는 크고 샤우팅 창법에 더 잘 맞아요. 성량을 줄이느라 열심히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습니다.
하퍼스 바자 ‘부른다’는 행위는 어쩌면 자신을 가장 많이 드러내야 하는 경험이었을 텐데요.
정구호 지금까지 직업에 맞는 롤을 충실히 해왔는데 노래하는 순간 ‘개인’이 되었어요. ‘가짜’가 조금이라도 섞이면 할 수 없더라고요. 녹음실에서 첫 마디를 부르고 부스 창에 비친 제 얼굴을 봤는데 다른 일을 할 때의 모습과는 달랐어요. 오히려 지금까지가 ‘부캐’이고 유은호가 진짜인가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죠.(웃음) 그만큼 진심을 담은 경험이었어요.

정구호 멜로디도 중요하지만 가사가 정말 중요하죠. 가사를 써준 분에게 ‘눈부시다’라는 얘기를 몇 번 했어요.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김혜자 선생님이 엔딩에서 “오늘을 사랑하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라는 내레이션을 읊었던 게 인상적이었거든요. 살아왔다는 것 자체가 노력했다는 증거이고 눈부시게 칭찬할 일이잖아요. 그런 감정들이 드러나는 가사라 제가 덧붙일 것 없이 맘에 들었어요. 이번 프로젝트는 친구이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고 점점 성장해가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다음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긴다면 가사를 쓸 수 있을 것 같네요.
하퍼스 바자 두 번째 곡부터는 셀프 디렉팅 능력을 볼 수 있는 걸까요?
정구호 사실 이미 다음 노래에 대한 구상도 있답니다. 제가 16살 때 뉴욕에서 처음 들었던 재즈 곡인 사라 본의 ‘Beautiful Love’를 편곡해서 부를 예정이에요. 느린 버전과 빠른 버전이 있어서 둘 다 불러볼 생각이고요. 이번에는 사랑이 뭔지 덤덤하게 얘기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가요 중에서 아까운 곡이 많다는 생각을 자주 하거든요. 예전에는 한 앨범에 10곡이 넘게 들어가면서 버려지는 곡들이 너무 많았어요. 주목받지 못한 숨은 ‘B-Side’를 모아서 다시 부르기를 해도 재미있을 것 같고요. 점점 제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활동을 하게 되겠죠.
하퍼스 바자 재즈 넘버라니 무대 위에서의 모습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정구호 어떤 기자분이 라이브 계획이 있느냐는 연락을 했더라고요. 가수는 대중 앞에서 노래하는 직업이니 누군가는 내가 노래하는 모습을 궁금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아직 마땅한 자리가 없어 비공식으로만 계획하고 있어요. 제 버킷리스트 중에 생일파티 때 친구들에게 노래 무대를 선물하는 것이 있었어요. 5년 전에 작은 바에 30명 정도를 불러 하려다가 포기한 적이 있거든요. 마침 생일이 연말이라 올해는 작은 무대를 마련해보려고 해요. 지금까지 나랑 놀아줘서 고맙다는 표현을 하는 정도로만.
하퍼스 바자 첫 곡을 내고 목표 삼은 것이 있다면.
정구호 차트 같은 건 조금도 욕심내지 않습니다. 근데 노래방에서 부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노래방에 곡을 등록하려면 조건이 굉장히 까다롭더군요. 아니면 돈을 많이 내던가.(웃음) 언젠가 노래방 모임 멤버들과 제 노래를 노래방에서 부르자는 목표를 방금 정했어요.
하퍼스 바자 음악에 대한 애정은 어디서부터 시작이었을까요.
정구호 여섯 살 어린 여동생이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하는 걸 보고 저도 같이 배웠어요. 레슨을 한 시간 받으면 집에 가야 하는데 저는 자리를 뜨기가 싫었어요. 레슨실을 비워줘야 할 때까지 피아노를 칠 정도로 재미있더라고요. 그런데 아버지께서 반대하셨어요. 취미로 남기길 바라셨는데 소질이 있다니 어머니가 몰래 시키셨어요. (웃음) YMCA 합창단에도 합격했는데 결국 들켜서 피아노와는 멀어져버렸죠. 음악은 이루지 못한 꿈으로 남아 있었던 것 같아요. 첫 패션쇼에 쓰인 음악도 직접 만들었거든요. 옷을 재단할 때 나는 소리를 녹음해서 편집했던 기억이 있어요.
하퍼스 바자 매번 새로운 배역을 맡는 배우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매거진의 편집장, 연출가, 디자이너, 음악가처럼 다양한 직책을 단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요. 더욱 흥미로운 건 어릴 때부터 관심이 있었다고 언급한 분야의 일을 거의 이뤄가고 있다는 점이에요.
정구호 어릴 때 교육 방송을 보면 신기한 것이 많았어요. 어느 날은 매듭, 어느 날은 요리, 뜨개질.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보이면 바로 재료를 사다 만들어봐야 직성이 풀렸어요. 누군가는 저에게 아직도 얻을 유명세가 있냐고 말하지만 이름을 더 알리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그저 하고 싶은 걸 용기내서 하는 게 좋을 뿐이죠. 신조가 “후회하지 말자”예요. 진짜 열심히 살아서 죽을 때 후회하지 않게요.

하퍼스 바자 “부족하면 더 잘하면 된다.” 언젠가 실패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정공법을 믿나요?
정구호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정하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을 해서 확신이 서면 그 다음부터는 부족한 걸 채워나갈 수 있는 거죠. 너무 단순한 답인가요?(웃음)
하퍼스 바자 수많은 프로젝트를 펼치는 동안 어떤 순간에 행복을 느끼나요?
정구호 오랫동안 다양한 일을 했지만 동일하게 느낀 점이 있어요. 여러 사람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향할 때 저마다의 언어로 말하고 각자의 그림을 그리게 되더라고요. 그 오차 범위를 줄이고 합의점을 찾을 때 쾌감을 느낍니다.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게 저의 일인데 그 사이에 ‘카리스마’가 개입되는 걸 가장 경계해요. 제가 생각하는 카리스마는 존경심에 가까운데 권위로 변질된 것 같아요. 서로 믿고 따르고 동의하며 완성했을 때 처음 의도했던 것과 가장 닮은 결과가 나온다면 그보다 행복할 때가 없어요.
하퍼스 바자 두려울 때는요.
정구호 변수요. 모든 일에서 변수가 안 생기는 건 없어요. 미리 일어날 수 있는 변수를 예측하는 버릇이 있어요. 포기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을 미리 구분해둬요. 혼자만 하는 일이라면 웃고 넘길 수 있지만 기업과 하는 일에서 변수가 생기면 아찔해져요.
하퍼스 바자 일의 즐거움과 일상의 즐거움을 어떻게 나누려고 하나요?
정구호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저한테는 쉬는 거예요. 음악을 듣고 요리를 하고 몸을 움직이는 일을 하면 마구 돌아가던 정신이라는 모터는 잠시 꺼둘 수 있거든요. 애초에 불멍이나 물멍처럼 머리를 비우는 게 잘 안 돼요. 그러는 순간 일이 비집고 들어와버려요. 얼마 전 캠핑에 갔을 때 일 생각만 하다 마시멜로를 구우니까 그제서야 풀어지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먹는 행위를 하니까요.(웃음)
하퍼스 바자 아직 지워지지 않은 버킷리스트가 얼마나 남아 있나요?
정구호 패션도 기업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기록이고 공연과 무대도 그렇죠. 앞으로 다양한 기록을 남기는 게 목표인데 좀 더 개인적인 기록을 만들고 싶어요. 영화와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쓰거나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분야에서 절 볼 수 있게끔. 정구호라는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해보고 싶고 어떨 때는 아예 저의 존재를 지우고 나중에 ‘짠’ 하고 공개하고 싶어요.
Credit
- 프리랜스 에디터/ 박의령
- 사진/ 채대한
- 헤어&메이크업/ 백은영
- 스타일리스트/ 김경선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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