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호의 파라다이스시티 아트 스페이스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아트테인먼트 복합 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 내에 아트 스페이스가 오픈했다. 일찍이 아트 컬렉션을 선도해온 파라다이스 그룹의 창조적인 예술적 실행인 셈이다. 그리고 개관전 큐레이팅에 정구호 감독이 참여했다. 그의 예술적 행보는 정구호만의 독자적 행보를 걷고 있었다. | 전시,하퍼스바자,전시회,이배,바자

정구호 감독이 넘나드는 세계의 다채로움은 대체 어떻게 가늠해야 할까. 서울패션위크 총감독, 영화무용오페라콘서트 아트 디렉터를 아우르는 그가 이번에는 전시 기획을 맡았다. 국내 유일의 아트테인먼트 복합 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 내에 새롭게 오픈하는 아트 스페이스의 개관전 는 정구호의 또 다른 예술적 아이덴티티를 만날 수 있는 자리다. 특별히 이번 아트 스페이스의 개관전에서는 현존하는 현대미술 작가 중 가장 화려하고 동시대적인 제프 쿤스와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을 비롯해 숯과 먹이라는 가장 동양적인 물성으로 한국적 미니멀을 선보이는 작가 이배와 김호득의 설치작품이 함께 전시된다.제프 쿤스는 3세기경 아테네 출신 조각가의 대리석상을 모방한 거대한 석고상 ‘Gazing Ball-Farnese Hercules’을 제작, 특유의 유머러스함을 뿜어냈고 데미안 허스트는 9m×3m 크기의 스팟 페인팅 ‘Aurous Cyanide’를 제작해 삶과 죽음의 주제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그렇다면 전시 타이틀의 복선처럼 그들과 대비되는 지점에서 두 한국 작가들은 어떤 심연의 형질을 창조하였을까. 정구호 감독의 탁월한 큐레이팅이 발휘된 곳이 바로 이 지점이다.“사실 제프 쿤스와 데미안 허스트는 너무나 자유로운 작업을 하잖아요. 소재부터 개념의 접근도 끊임없이 바뀌어가고 그런 변화 자체가 너무나 화려하고 맥시멀해요. 반면 우리는 단색화 무브먼트를 봐도 그렇고 우리나라 작가는 한 가지 소재에 집중하는 면이 있어요. 그런 대비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정 반대의 작가들로 선택을 해본 거예요. 타이틀처럼 동서양을 비교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그리고 이배 작가님은 숯으로, 김호득 작가님은 먹물로 작업을 하시는데 숯에서 나오는 그을음이 뭉쳐서 먹이 되는 그런 연관성도 생각해봤어요.”적막 같은 공간에 하얀 한지를 깔고 거대한 숯 구조물을 배치한 이배 작가의 ‘Untitled’는 숯을 끌면서 생겨난 회화적인 획들과 검은 덩어리의 우연한 만남이 육중한 거석을 연상시킨다. 먹물이 가득 담긴 직사각형의 공간에 일정한 간격으로 흰 한지들을 늘어뜨린 김호득 작가의 ‘문득, 공간을 그리다’는 고요하고 잔잔하게 파동을 일으키는 먹물의 리듬과 함께 명상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비범한 충돌과 조화를 자아낼 이 작품들은 정구호만의 정제된 한국적 미감과 두 작가의 정신성이 빚어낸 결과물일 것이다.“파라다이스시티가 갖고 있는 국제적인 비전으로 봤을 때 아트 문화에서의 차별성, 한국적인 요소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 면에서 저를 선택하신 것 같고, 그런 맥락에서 저는 가장 한국적인 작가 두 분을 찾아서 제안을 드린 거죠. 절제와 무절제라는 타이틀도 어떤 틀이나 경계 없이 자유롭게 작업하는 두 해외 작가와 한 곳으로 끊임없이 파고들어가는 집중도 높은 국내 작가의 성격을 표현한 거예요.” 이번 아트 스페이스 오픈의 백미는 개관전 외에 디너 갈라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이다. 전 세계 문화예술인과 셀럽 270여 명만 초대되는 이번 갈라는 아트 스페이스의 아이덴티티를 결정 지을 수 있는 첫인상과 같은 자리. 정구호 감독은 전시 기획뿐 아니라 전체 행사를 아우르는 디렉션도 맡았다. 큐레이팅의 궤와 함께하는 공연 기획과 음식에 대한 구성까지 종합적으로 말이다.“갈라 공연의 콘텐츠까지도 제가 맡았어요. ‘향연’의 일부와 ‘묵향’의 한 꼭지. 그리고 씽씽밴드 이희문 씨의 경기민요 공연이 펑키하게 펼쳐질 거예요. 저한테 가장 중요한 건 매 작품이 갖고 있는 정신적인 중심이에요. 묵향에서 먹과 사군자에서 보여주는 정서는 무엇인가라고 했을 때 사실 절제와 감정의 다스림이거든요.”화선지에 번지는 먹물처럼 담담하고 차분한 묵향과 화려하고 성대하게 궁중무용, 종교무용, 민속무용 신태평무를 표현한 향연을 10분 남짓씩 펼칠 때 대체 어떤 몰입과 풍경이 드러날지 사뭇 기대가 된다. 그는 파티 테이블의 주제도 ‘만월연회’로 구상했다고 말했다. 아트 스페이스 개관을 둘러싼 모든 내외부적인 프로그램은 정구호 감독이 아니면 해낼 수 없는 콘셉트와 스토리, 비주얼,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을 담고 있다.“영화 을 할 때 거의 2년 동안 우리나라 전통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그 매력에 굉장히 빠져버렸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게 많고 보여줄 가치가 많은데 제대로 보여지지 않는 게 너무 아쉽다는 생각을 했죠. 우리 것이 갖고 있는 가치를 잘 드러내 보이고 싶었어요. 늘 보여주던 방식이 아닌 요즘 세대에 맞는 눈으로 표현될 수 있는 제 안의 매력들을 계속 만들어가는 거예요. 사실 전통만이 갖고 있는 깊이감이 있거든요. 그리고 어느 선까지를 전통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 없느냐의 보더라인을 맞춰나가는 게 재미있는 부분이에요. 단색화 무브먼트도 외국에서 발견한 것처럼 이번 기회를 통해서도 많은 외국 사람들이 한국 작가만의 절제 속에서의 미적인 감각을 찾아냈으면 좋겠어요. 이것이 한국 미술의 하나의 상징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네요.”정구호 감독의 이야기는 시종일관 한국적 미감의 가능성과 탁월함 그리고 그 가치에 대한 신념에서 발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