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유전자 검사로 다이어트를 하고 장 건강으로 기미를 치료하는 시대

겉모습을 가꾸는 것에서 근본 원인을 찾아 대응하는 방향으로 뷰티 패러다임이 진화하고 있다.

프로필 by 정혜미 2024.04.25
유전자 검사…! 드라마 속 ‘출생의 비밀’을 밝히는 단골 소재인 줄만 알았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린 SBS 드라마 <재벌×형사> 중에도 유전자 검사는 이야기의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과거부터 쓰이는 뻔한 소재이지만 시청률을 잡는 데 이만한 효자도 없다.
그런데 극적인 연출에서나 볼 법한 유전자 검사를 이제 편의점을 통해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중증 질환을 예측하는 목적이 아닌, 젊어지고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라니!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초개인화 뷰티
요즘 나의 관심사 중 하나는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팜유즈’의 ‘바디프로필’ 도전이다. 그들만큼이나 팜유(!)에 튀긴 음식을 애정하는 내게 팜유 남매의 다이어트 방법과 성공 여부는 곧 나의 얘기이자 감정 이입의 대상이니까. 얼마 전, 전현무가 유전자 검사를 통해 ‘투머치 마블링보디’란 몸BTI를 진단받았을 때도 파워 F가 되고 말았다.
그나저나 병원을 통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셀프 유전자 검사라니. 검색을 해보니 MBTI와 퍼스널 컬러에 진심인 20대들은 이미 검사 결과를 인증하고 있었다. 나를 알고자 하는 수단이 성격유형 검사에서 퍼스널 컬러 진단, 생활기록부 찾기를 넘어 유전자 검사로 옮겨가고 있는 것.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 남녀(만 19~59세)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나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싶다”는 답변이 65%를 넘었고 20~30대가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다. 2023년부터 주목받고 있는 키워드 ‘미이즘(me+ism)’에 대한 방증. ‘전현무 유전자 검사’로 알려진 젠톡(GenTok) 역시 이러한 시장 흐름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피부, 모발, 운동 효과, 영양소, 알코올 대사 등 1백29가지 항목을 분석하고 맞춤 관리를 제안하는 유전자 분석 플랫폼. 지난 6월 국내 1위 유전자 분석 전문 기업 마크로젠에서 출시했다. “코로나19 이후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고, 과학적 데이터를 토대로 맞춤 솔루션을 받으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습니다. 젠톡의 누적 방문자 수는 2백만 명 이상이며,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편의점에서 이용권을 판매하기 시작했죠.” 마크로젠 커뮤니케이션팀 신재은의 설명. 최근에는 ‘제2의 유전체’라 불리는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서비스를 시작하며 맞춤형 관리 분야를 확장했다. 두 가지 검사 모두 배송된 키트에 샘플(유전자 검사는 침, 마이크로바이옴은 분변)을 채취하고 반송하면 2주 내에 앱에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1:1 전문가 상담 서비스도 제공된다.
이처럼 DTC(Direct to Consumer) 검사가 높은 관심을 받으며 여러 기업에서 사업을 확장 중이다. 롯데헬스케어는 유전자 분석 전문기업 테라젠바이오와 전담 법인을 설립했고, 아모레퍼시픽은 마이 스킨 DNA 검사를 제공 중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DTC 유전자 검사의 글로벌 시장은 연 평균 15.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맞춤형 관리는 결국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공한다. 개인의 피부 특성, 탈모 인자, 비만 유전자 등 타고난 체질과 취약점을 파악하면 노력 대비 효과를 높이고 문제가 생기기 전에 대응할 수 있는 것. 마크로젠 유전상담사 서순정은 “마크로젠이 목표하는 정밀 의학은 유전자 정보, 생활 정보, 의료 정보 등 통합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치료에서 예방 중심으로 질병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건강한 100세 시대를 위한 시작인 셈이죠.”라고 말한다.

기능의학 뷰티
“질병의 결과를 치료하기보다 과학적 검사를 통해 원인을 밝히고 예방하는 것”, 기능의학의 정의이기도 하다. 유전자 검사가 ‘타고난 나’를 파악한다면 기능의학은 ‘지금의 나’를 분석한다. (얼마 전 <바자>에서 다룬) 머라카락을 통해 노화의 원인을 분석하는 안티에이징 검사, 유기산 대사를 바탕으로 처방하는 다이어트 수액 등이 기능의학을 기반으로 한 뷰티 케어.
최근 이러한 관점으로 안티에이징과 다이어트 치료 등에 접근하는 뷰티 클리닉이 증가하고 있다. 미용 시술을 통한 외적인 변화를 넘어 근본적인 아름다움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대한피부기능의학회 회장이자 전주 순수피부과 전문의 신나라는 치료 과정에 기능의학, 항노화, 영양의학 등을 접목한다. “이제 우리는 피부 주름, 색소 침착 등을 치료해 10년은 젊어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겉으로 드러나는 노화를 넘어 전신 노화 관리를 통해 활기찬 노년기를 살아가길 바라죠.” 실제 피부 치료와 항노화 관리를 병행한 환자들은 개선된 삶의 질에 만족감을 표한다. 물론 미용 치료의 결과도 월등히 좋다.
피부과 특성상 복잡한 절차보다는 환자의 상태를 즉각적으로 파악하고 치료에 참고할 수 있는 검사를 주로 시행한다. 비타민 C 농도의 스크리닝과 당독소, 자율신경계 검사가 대표적. 비타민 C는 전신 항산화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기본이 된다. 또 콜라겐과 멜라닌 세포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진피층의 당 독소는 피부 장벽과 세포 기능의 저하를 초래하므로 식생활, 수면 습관 개선과 함께 영양주사 치료를 병행한다고 전한다. 자율신경계 검사(HRV test)는 개인 맞춤형 치료를 계획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 외 혈액 검사, 노화 정도를 확인하는 텔로미어 검사, 기미 치료나 항노화 시술 전 장내세균 검사 등을 진행한다. 피부과 전문의 신나라는 “피부 문제가 신체 기능의 이상으로 생긴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합니다. 피부가 보내는 신호를 놓치지 마세요. 건강한 아름다움을 찾는 첫걸음이죠.”라고 조언한다. 유앤영피부과 전문의이자 의학박사 김지영도 같은 의견이다. “피부와 신체 기능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 흡수가 원활하지 않으면 아연 결핍이 생기고 기미가 발생하게 돼요. 이런 경우 기미 레이저를 수차례 받아도 나아지지 않죠. 경과가 좋다고 해도 일시적이고요. 즉, 피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신체 기능을 개선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맞춤형 뷰티 수액이 주목받는 이유다. 부족한 미네랄을 수액으로 보충해주면 드라마틱한 시술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기능의학적 접근은 다이어트 치료에 필수 조건으로 꼽히는데 비만은 대사 이상으로 생기는 대표적 질환이기 때문. 또 문제 원인이 개인마다 달라 정확한 진단 후 치료 계획을 설계해야 한다. “혈액을 통해 간이나 갑상선, 여성 호르몬, 인슐린 저항성 수치 등을 확인하고, 소변 유기산 검사로 지방이나 탄수화물 대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해독 기능에는 문제가 없는지 파악합니다. 체중 조절은 물론 요요를 방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죠.” 맞춤형 수액 치료를 선도하고 있는 밸런스랩성형외과 내과 전문의 강민구의 설명. 비만 유전자 검사를 통해 생활 습관을 지도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뷰티 케어에도 전인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개인 맞춤형 관리가 동반되어야 한다. “의사들이 진료 없이 약을 처방한다거나 환자들은 처방전만 있으면 된다는 인식을 바꾸어야 해요. 항산화나 비만 치료도 그 목적은 노화를 늦추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있으니까요.” 내과 전문의 강민구는 목소리를 높인다.
기능의학 분야는 아직 시작 단계에 있다. 병원은 질병을 치료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 또 보다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명확한 근거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실제 질병이 있는 사람은 1% 미만,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재발을 막고 예방하는 보다 근본적인 맞춤 관리다.

Credit

  • 사진/ 안주영
  • 모델/ 김현
  • 헤어/ 조미연
  • 스타일리스트/ 이세희
  • 도움말/ 강민구(밸런스랩성형외과),신나라(전주 순수피부과),김지영(유앤영피부과), 서순정(마크로젠),신재은(마크로젠)
  • 어시스턴트/ 안나현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