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STAINABILITY

환경에 이토록 진심!

고난의 길을 자처하고 포기하지 않아 큰 결실을 맺은 뷰티 브랜드. 환경을 위한 개척의 과정을 소개한다.

프로필 by 박경미 2024.03.28
자연으로 돌아가는 플라스틱, 시타
시타는 지구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에 누구보다 진심이다.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생분해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공병은 자체 분해 시설 ‘루프 스테이션’에서 3개월 동안 퇴비화 과정을 거쳐 자연으로 돌려 보낸다. 처음부터 환경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아니었다. 환경보다는 취약계층과 미혼모 후원에 힘썼는데 여기에 배우 안소희가 동참하며 ‘안소희 수분크림’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창 인기를 높이던 때 돌연 전 제품 생산 중단을 선언한다. 한 초등학생이 남긴 “지구에도 좋은 제품인가요?”라는 질문 때문이었다. 기존 제품은 플라스틱 튜브 용기였기에 이에 답할 수 없었다. 이를 계기로 친환경 용기 개발에 몰두했다. 이미 생산된 제품은 가격을 해양환경 정화를 위한 최소한도로 낮춰 판매하고 수익금 전액을 환경단체인 ‘오션(Osean)’에 기부했다. 1년간 70번의 샘플링을 거쳐 마침내 친환경 용기를 개발했다. 생분해 플라스틱이 자연에서는 완벽히 분해되지 않을 수 있어 전용 분해 시설도 설립했다. 그리고 회수 프로그램으로 공병이 원활하게 수거되도록 독려하고 있다. 시타의 공병 5개를 모아 보내면 수분크림 가격에 해당하는 적립금을 지급한다. 23년 기준 공병 수거율은 64%. 최근에는 더 많은 기업에서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참여하도록 오랜 연구 끝에 완성한 생분해 플라스틱 제조법과 미생물을 활용한 분해 기술을 공개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제품은 다음 세대에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시타의 철학을 보여주는 행보.
Siita 하이드레이팅 페이셜 토너 3만2천원.

대나무 칫솔 외길, 닥터노아
닥터노아의 꿈은 지구의 모든 플라스틱 칫솔을 대나무로 바꾸는 것이다. 브랜드 창립자이자 치과 전문의 박근우는 의료봉사를 다니던 중 빈곤 지역에 유독 대나무가 많다는 것을 포착했고 이를 칫솔로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대나무는 벼과에 속하는 풀이라 베어도 빠르게 자라고 이산화탄소 흡수량도 높았다. 환경을 고려해 선택한 것은 아니었지만 목재보다 훨씬 이로웠다. 게다가 대나무 칫솔은 개당 18g의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었다. 물론 대나무 칫솔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대부분 중국산으로 모가 쉽게 빠지고 곰팡이에 취약했으며 사람이 직접 깎아 만들기 때문에 품질도 일정하지 않았다. 박근우는 2016년 회사를 설립하자마자 대나무에 솔을 심는 식모기 개발에 착수해 2년 반을 공들였다. 설립 초기 중국에서 OEM 방식으로 칫솔을 만들 수밖에 없던 이유다. 기존 칫솔보다 품질은 높았지만 만족스럽지 않아 기계공학 박사까지 영입해 대나무 칫솔 전용 식모기를 탄생시켰다. 그 다음은 습기가 높은 욕실에 보관하면 발생하는 곰팡이 문제를 해결할 차례였다. 칫솔을 친환경적으로 코팅하기 위해 전통 옻칠을 고려했지만 개당 원료비가 3만~4만원에 육박해 상용화가 어려웠다. 다시 2년을 성형 기술 개발에 몰두해 대나무를 깎지 않고 틀에 넣고 찍어 누르는 ‘핫 프레싱’ 기법에서 답을 찾았다. 열과 압력을 가하면 대나무 속 당 성분이 밖으로 빠져나와 표면을 코팅하는 것. 8년 동안 무려 9번의 변화를 거쳐 지금의 ‘마루 대나무 칫솔’이 탄생했다. 지난해 닥터노아는 필리핀에 대나무 숲을 조성했다. 3년 뒤 공정무역으로 이를 구매해 칫솔로 만들 예정이다. 또한 숲 근처에 가공 공장을 짓고 지역 주민을 고용해 지속가능한 파트너십을 유지할 계획이다. 완성된 칫솔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탄소발자국을 남긴다는 것이 걸렸지만 국내에 서식하는 대나무는 뿌리가 넓게 뻗어 확산되는 형태라 별도 관리가 필요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닥터노아의 대나무 칫솔 외길 인생은 계속된다.
Dr.Noah 마루 대나무 칫솔 스탠다드 3천4백원.

재활용이 쉬운 종이 용기, 레바브
오랜 시간 화장품 브랜드에서 기획자와 개발자로 경력을 쌓아온 두 사람이 만든 레바브는 그린워싱을 지양한다. 브랜드 대표 김선옥은 재직 중 연수 차 영국에 머물렀는데 당시 플리마켓에서 종이 화장품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유럽에서는 그만큼 친환경 제품이 보편적이라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종이 화장품을 찾아봤지만 실망스러웠다. 겉은 종이지만 내부는 비닐이나 알루미늄을 사용해 모두 재활용이 쉽지 않았다. 그렇게 ‘진짜’ 종이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 방수 기능을 갖추고 재활용이 쉬우며 특정 조건을 갖추지 않아도 흙에서 생분해되는 소재를 찾아 전국에 있는 종이 공장을 다 뒤졌다. 1년간 찾아 헤매다 결국 원하던 종이를 얻었다. 레바브의 제품은 겉면은 탄소배출량을 48% 절감한 종이, 내부는 생분해되는 필름으로 이루어져 있다. 부피가 크고 딱딱한 플라스틱과 달리 얇은 소재로 특정한 조건 없이도 흙에서 생분해된다. 종이로 배출하면 해리 과정 중 무거운 종이는 가라앉고 가벼운 필름은 떠올라 쉽게 분리된다.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건 아닌지 체크하기 위해 직접 해리 시설을 방문하고 작은 크기 때문에 재활용센터에서 분류되지 않는지도 확인했다. 혹시나 재활용으로 분류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소각될 시 배출되는 유해물질 여부도 따졌다. 한 팩에 든 앰풀 30포에 사용되는 종이는 A4 용지 두 장보다 적다. 제형 또한 3년간 개발했다. 내부 필름을 투과하기 쉬운 오일은 배제하고 보습력을 보완하기 위해 앰풀을 조금씩 나눠 레이어링해 바르는 방법을 제안한다. 종이 패키지 제작 비용은 플라스틱의 3배 이상이지만 미래를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금도 패키지 개발에 힘쓰는 중이다.
Lebab 미백 앰플니코티노일 21 30개 7만원.

진실된 원료를 위한 기다림, 톤28
환경을 위해 행동하는 톤28의 진지한 태도는 많은 브랜드에게 영향을 끼친다. 고체 화장품, 종이 패키지 등 지금까지 선보인 제품이 모두 그랬다. 톤28 공동 창립자 정마리아는 먹는 것은 원산지를 따지면서 화장품에 사용하는 원료는 왜 궁금해하지 않는지 의문이었다. 원료를 직접 재배하기 위해 해남에 병풀 농장 터를 잡았다. 기존에 쌀을 재배하던 땅이었기에 농약 성분이 빠지기까지 3년간 흙을 건강하게 가꾸는 과정에만 몰두했다. 아무것도 재배할 수 없었지만 땅의 변화를 먼저 감지한 달팽이와 청개구리가 찾아왔다. 그렇게 3년을 기다려 건강해진 땅에 씨를 뿌리고 병풀을 키워 수확했다. 해남 농장에서 수확한 병풀은 유기물과 미생물이 풍부한 땅에 뿌리 내려 진정과 보습 효과가 더 뛰어났다. 항염과 항산화 성분을 다량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오염되지 않은 건강한 흙은 물을 정화하는 여과 장치의 역할을 하고 탄소를 저장하는 기능도 탁월해 환경에도 이롭다. 해남 농장은 본격적으로 병풀을 수확하기 시작하면서 스마트팜 시설을 구축 중이다. 병풀이 자라는 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해 물과 같은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온·습도까지 관리하기 위해서. 수확한 병풀은 잡초를 선별하는 과정을 거쳐 판교에 위치한 톤28 연구소로 보내 원료를 추출한다. 해남 농장에서 키운 병풀을 담은 해남404 라인으로 건강한 먹거리가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처럼 건강한 바를거리가 건강한 피부를 만든다는 브랜드 철학을 이어간다.
Toun28 해남404 펩사티카 토너 3만1천원.

Credit

  • 사진/ 정원영
  • 어시스턴트/ 안나현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