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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윤이 20년간 연기해올 수 있었던 힘
어떤 후회도 남지 않게, 모든 것을 쏟아부은 사람에게는 전혀 다른 세계가 기다린다. 올해 봄은 송하윤에게 꼭 그런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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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윤 ‘진짜 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다’ 혹은 ‘그런가 보다’.(웃음) 스스로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들을 때마다 그냥 신기해요.
하퍼스 바자 쉽게 들뜨지 않으려 하는 편인가 봐요.
송하윤 전 무난한 게 좋거든요. 늘 감정 상태를 가운데 어느 지점으로 가져오려고 해요. 엄청 업되어 있을 때도, 다운되어 있을 때도 실수해 봐서 그래요. 적정선을 지켜야 가장 안정적인 상태로 일할 수 있다는 걸 배운 거죠.
하퍼스 바자 오늘 촬영 땐 마음껏 풀어지려는 것처럼 보여서 의외라고 생각했거든요.
송하윤 오늘은 머리를 과감히 잘라버린대도 괜찮다는 마인드였어요.(웃음) 지금까지 이런 콘셉트로 사진을 찍어본 건 처음이라서요.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링 각 분야에서 전문가들의 재능이 마음껏 펼쳐지길 바라는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이건 연기가 아니니까. 오늘 결과물을 보니 제가 마음을 열면 많은 게 바뀐다는 걸 알았어요.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정수민 이후에 또 한 번 저를 깨부수는 느낌! 정말 재밌었어요.


하퍼스 바자 <내 남편과 결혼해줘> 대본을 받은 게 작년 2월이라 들었어요. 꼬박 1년을 함께한 정수민을 떠나보낸 지금 기분이 어때요?
송하윤 방송 전 작품을 준비하는 기간은 정말 외로웠어요. 수민이를 연기하는 심정은 아무도 모르니까요. 회사 식구들이 평소보다 훨씬 더 신경 써주셨는데도 송하윤의 삶과 멀어지니 외로워지더라고요. 작품 끝난 직후엔 수민이를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났어요.
하퍼스 바자 정수민 같은 악한 캐릭터를 떠올리며 눈물이 난다는 건 어떤 마음인가요?
송하윤 정확히 말하자면 캐릭터 때문이라기보다 열심히 산 스스로에 대한 위로 같아요. 정수민은 제가 지금껏 연기한 캐릭터와 전혀 다른 인물이었던 만큼 1년 동안 진짜 열심히 준비했어요.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해놓고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하면 억울하잖아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질투와 욕심, 분노를 다 끄집어낼 수밖에 없었어요. 드라마가 끝나고 조금의 미련이나 후회도 남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모든 걸 쏟아부었어요.

하퍼스 바자 정수민을 완성하기 위해 했다는 노력들을 들어보면 납득이 가요. 스스로 “송하윤의 불행을 끌어다가 수민의 행복으로 쓰는 방법을 택했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과거의 자신이 발목을 잡는 것 같아 SNS의 모든 사진을 지우고 팔로도 끊었다죠?
송하윤 ‘내가 쌓아온 걸 아까워하지 말고 다 비워내자, 그리고 새롭게 채우자.’ 이 생각뿐이었어요. 이제는 좀 다른 나를 만나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선 과거에 묶여 있으면 안 되니까. 한편으로는 저를 지키려고 했던 행동이기도 해요. 안 좋은 기운을 풍기는 사람들은 가까이 두기도 싫잖아요. 저는 그런 사람과 한 몸이 되었어야 하니 최대한 영혼 없는 빈 껍데기가 되어야 했죠. 그게 송하윤이 다치지 않는 길이었어요.
하퍼스 바자 이렇게까지 비워내고 연기한 건 처음이었죠?
송하윤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수민이 같은 악한 마음을 가질 수도 있잖아요. 근데 그렇게 살아보니까 그런 마음과 다시는 가까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만 남더라고요. 실제로 성격도, 성향도 많이 바뀌었어요. 하다못해 예쁘다, 못생겼다를 나누는 기준도요. 수민이로 인해서 무언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완전히 무너졌고 그만큼 삶은 편해졌어요. 수민이는 저에게 정말 건강한 영향을 준 거예요.
하퍼스 바자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연기와 얼굴에 대한 권태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죠. 변화에 갈증을 느꼈던 시기였나요?
송하윤 어느 순간부터 제가 연기하는 모습이 질리더라고요. 쌍꺼풀이 없었다면, 코가 좀 다르게 생겼다면, 목소리가 더 낮았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역할도 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옷이랑 헤어스타일만 조금씩 바뀔 뿐 계속 같은 걸 반복하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문제는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는 거예요. 아무리 갈증을 느껴도 새로운 역할에 선택을 받지 못하니까 권태감을 느낀 거죠. 그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딱 만났어요.

하퍼스 바자 그렇게 만난 작품에서 어떤 얼굴을 새롭게 발견한 것 같아요?
송하윤 사람이 자기가 화내는 얼굴을 보는 건 쉽지 않거든요. 저 모니터링하면서 진짜 충격받았잖아요. 내가 소리 지를 때 저런 얼굴이구나, 싶어서. 막 이성 잃고 화내고 나면 창피한 거 아시죠? 집에서 방송 볼 때 딱 그랬어요.
하퍼스 바자 민환의 불륜을 목격한 수민의 모습은 두고두고 회자될 장면이죠.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와 씨…” 하고 읊조리는 신요. 이마엔 핏대가 서고 입술과 안면 근육이 파르르 떨리는 건 계산으로 나올 수 없었을 것 같은데. 그 신 촬영했을 때 기억나요?
송하윤 제가 그렇게 말했다는 건 방송을 보고 알았어요. 미친 듯이 몰입에서 훅 찍었던 기억밖에 없어요. 촬영했던 호텔 룸이 1박에 몇 천만원 하는 진짜 좋은 곳이었는데, 딱 하루 대여한 거라 빨리 찍어야 했거든요.(웃음) 방문을 열고 눈앞에 벌어진 풍경을 보는데 뭔가를 생각할 틈도 없이 몸에 열이 오르고 바들바들 떨렸던 것 같아요. 그 감각들만 어렴풋이 기억나요.
하퍼스 바자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정수민 전에는 <쌈, 마이웨이>의 백설희가 있었죠. 본격적으로 송하윤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캐릭터예요. 그때부터 지금까지는 배우로서 2막을 사는 기분이었을 것 같기도 해요.
송하윤 글쎄요. 전 신인 때랑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요. 설희든 수민이든 제가 연기한 캐릭터가 주목받은 거지, 송하윤이라는 연기자의 삶은 늘 똑같았어요.
하퍼스 바자 더 일찍, 더 자주 주목받았으면 하는 조바심도 없었고요?
송하윤 예전에 오디션을 12번이나 봤던 역할이 있었어요. 너무 하고 싶은 캐릭터여서 준비하라는 거 다 하고, 매일 대본이 찢어질 정도로 연습만 했어요. 근데 결국 다른 사람이 캐스팅 되더라고요. 되려 내가 별 마음도 없고, 피하고 싶기까지 했던 역할은 하게 될 때가 많았고요. 지나온 삶을 돌이켜보면 늘 그런 식이었던 것 같아요. 내 손에 달린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삶에서 어떤 것도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게 점점 더 확고해져요. 그러니 조바심이 생길 일도 없죠.

하퍼스 바자 운명이 있다고 믿어요?
송하윤 옛날엔 믿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글쎄요.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고 저한테 얼굴이 많이 바뀐 것 같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생각해봤는데, 마음먹는 대로 인상이 바뀌어서 그런 것 같아요. 무심결에 짓는 표정, 작은 주름 하나에도 이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다 보인다고 하잖아요. 하물며 사람 인상도 이렇게 바로바로 바뀌는데, 정해진 운명 같은 게 있을까요? 운명이랄 거 없이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게 생겼을 때 될 때까지 밀고 나간다는 생각으로 하다 보면 뭐든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결국 타이밍도 내가 만드는 거죠.
하퍼스 바자 이 일을 미워하거나 원망한 적도 있었나요?
송하윤 많죠. 너무 많아요. 지금까지 연기한 시간 동안 행복과 재미보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마음을 느낀 날이 훨씬 많을 거예요. 그 와중에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건 늘 재밌어요. ‘액션’ 소리 듣고 한껏 몰입하다가 ‘컷’ 소리에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그 순간의 짜릿함이 모든 부정적인 마음을 다 이기게 해줘요. 내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나한테 어떤 실수를 해도 눈감아줄 수 있잖아요. 그런 마음과 비슷해요. 힘든 거? 너무 많죠. 그래도 연기가 너무 좋아요. 연기할 때만큼은 상처와 아픔도 다 감당할 수 있는 일이 돼요.

하퍼스 바자 그 마음이 20년간 연기해올 수 있었던 힘이라고 봐도 될까요?
송하윤 그렇죠. 이 일을 사랑하는 건 저의 믿는 구석이에요. 적어도 나에게 이 마음이 있는 한 포기할 일은 없다는 말이죠. 자기를 믿는 건 위험한 것 같아요. 근데 전 제가 하는 일은 믿어요. 연기는 열심히 하는 만큼 보이게 되어 있어요.
하퍼스 바자 새삼스레 꿈에 대해 질문해볼게요. 송하윤은 지금 뭘 꿈꾸나요?
송하윤 오늘 행복한 것. 저는 딱 하루치만 봐요. 행복하다는 감정이 왜 중요하냐면, 시야가 넓어질 수 있거든요. 똑같은 시나리오도 행복한 상태일 때 훨씬 다양한 걸 볼 수 있어요. 불만에 사로잡혀 있으면 되게 편협해져요. 결국 마음이 건강해야 연기의 폭이 넓어지는 거죠. 하루치 행복을 좇는 데 열심을 다하다 보면 뭔가는 되는 것 같더라고요. 다른 건 몰라도 열심히 사는 건 절대 배신하지 않아요. 그건 제가 장담할 수 있어요.
Credit
- 에디터/ 김형욱
- 사진/ 신선혜
- 헤어/ 장하준
- 메이크업/ 박차경
- 스타일리스트/ 홍은영
- 어시스턴트/ 홍준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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