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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어쩌면 강아지 하이킹 천국
반려견과의 동행이 어느 풍경에서든 자연스럽고, 환대받는 곳이 있다. 태안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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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강아지와 어디 걸을까?
반려견과의 동행이 어느 풍경에서든 자연스럽고, 환대받는 곳이 있다. 태안이 그렇다.
두 개의 바위산이 존재감 넘치는 모습으로 나란한 수평선을 바라보며 사람들의 짧은 탄식이 이어진다. “와, 바위 한 번 멋지다!” 수려한 풍광에 시선을 빼앗긴 사람들은 이어 약속이나 한 듯 두 바위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사방 트인 바다에서 불어 오는 겨울 바람이 매서운데도, 바위를 가까이에서 보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바닷길따라 이어진다. 물이 빠져 육지와 땅이 연결되는 간조 때만 가능한 풍경이다. 할미할아비 바위에는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신라 흥덕왕 때 장보고 장군의 명령으로 전장으로 떠난 남편, 승언 장군을 기다리던 미도 부인이 그리움을 안고 그대로 망부석이 된 것. 그 옆으로 큰 바위가 솟아올라 할미 바위를 지켰는데, 그게 바로 할아비 바위라고. 사람들은 할미할아비 바위를 바라보며 부부의 지극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지는 해를 바라보며 미도 부인의 애틋한 마음을 떠올린다. 변산의 채석강, 강화도의 석모도와 함께 ‘서해의 3대 낙조’로 손꼽는만큼 환상적 노을을 배경으로 ‘견생샷’을 남기는 것도 좋겠다.
바위 꼭대기에는 소나무가 뒤덮고 있는데, 할미할아비의 머리카락을 떠올리게 한다. 바위로 난 길은 조개, 굴 껍데기를 야트막한 둔덕 형태로 쌓아 발이 빠지지 않게 만들었다. 걸을 때마다 조개껍질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재미를 주지만, 반려견 발바닥이 까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할미할아비 바위를 잇는 꽂지 해수욕장은 길이 3.2km, 폭 400m에 달하는 드넓은 해변으로 시즌에도 반려견 동반 출입이 가능한 곳. 완만한 경사면의 폭신한 백사장에서 반려견과 맘껏 뛰는 것만으로 충만한 마음이다.
Up 서해안 전체에서 손꼽히는 환상적 낙조 스폿
Down 조개껍데기가 겹겹이 쌓인 바닷길에서는 반려견의 발바닥을 주의 깊게 살피자
Info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 산29-100
영화 <파묘>의 인기와 더불어 민족 문화에 관한 관심이 큰데, 태안 백화산이 품는 토속 신앙의 흔적이 흥미롭다. 육중한 기암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높이 284m의 산은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동문리 진입로에 있는 태을암에서부터 백제의 보물, 마애삼존불을 만난다. 석가여래, 관세음보살, 약사여래로 알려진 삼존상은 6세기에 만들어졌지만, 불상의 자세나 장신구, 연꽃 대좌는 여전히 선명한 그림자를 만든다. 서해의 작고 낮은 바위산에 천 년도 훨씬 넘은 불상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풍경이 놀랍다.
그 맞은편에서 육중한 바위에 ‘태을동천(太乙洞天)’이라는 크게 쓰여 있는 글귀가 눈에 띈다. 의역하면 경치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신선이 사는 동산이자 초월적 세계를 뜻한다. ‘태을’은 한국 도교에서 천제(신)가 머무는 태일성(북극성)으로 생로병사를 관장하고 다스리는 별이다. 백화산에 바로 이 태일성을 모시는 제사 터, 태일전이 있었다. 산 전체가 조선시대 임금의 국가 제사 터인 셈. 지난 12월 소문만 무성하던 태일전 추정 지역을 발굴하는 조사가 대대적으로 있었고, 건물지 흔적과 다량의 기와, 자기가 출토됐다. 마애삼존불과 태일전의 관계는 알 수 없지만, 이곳이 아주 오래전부터 정기 충만한 신성한 땅으로 믿어져 온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더 흥미로운 것은 태을암 뒤편에 설위설경 굿 의식이 벌어지는 터가 계단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 고려 불교와 조선 도교, 무속 신앙의 기운이 함께 흐르는 비범한 땅이다. 반면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완만하고 쉽다. 태을암에서부터 태안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데크 계단을 따라 약 20분간 올라가면 평평한 암반에 둘러싸인 정상석이 보인다. 띄엄띄엄 만나는 전망대에서 반려견과 피크닉을 즐기고, 정상 아래 두 개의 봉우리를 잇는 구름다리도 걸어보자. 지상 19m 높이에 길이 74m의 현수교에서 탁 트인 태안의 리아스식 해안과 백화산 능선을 양쪽으로 조망하는 재미가 크다.
Up 산책 수준의 낮은 산으로 오르기 쉽고, 기세 좋은 바위산 아래 태안 바다가 파노라마로!
Down 반려견이 바닥에 구멍 뻥뻥 뚫린 구름다리를 무서워할 수 있으니 반려견의 마음을 잘 돌보자.
Info 충남 태안군 태안읍 동문리 40-3 일대, 태을암 주차장에서 출발
태안의 작은 바닷가 마을, 만대항에서 시작해 당봉전망대과 여섬을 지나 꾸지나무 해수욕장까지 이르는 10.2km의 길이다. 솔향기길은 태안 땅끝마을을 따라 5개의 코스가 있고, 그중 1코스는 작은 해변을 가로지르고 언덕을 오르내리며 비밀스러운 동굴을 만나는 하이킹 길. 오르내리는 길이 반복되는 구간이 있지만 오히려 지루하지 않고 소나무 숲과 서해안들을 조망하기 좋다. 바닷길 위에 정갈하게 조성한 나무 데크를 따라 800m가량 걸으면 삼형제 바위가 보이고, 이어 자갈 해변을 지난다. 해수면 위로 크고 작은 섬들이 수묵화처럼 겹겹이 걸친 풍경이 평온하다. 숲에는 인적이 드물어 반려견과 걷는 시간 내내 해방감이 들 정도. 당봉전망대에 도착하면 덕적도, 문갑도, 선갑도, 울도 등 바다에 압정처럼 박힌 서해의 섬들이 펼쳐진다. 옛 시절 태안의 어부들은 이곳에서 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풍어제를 지냈다.
솔향기길 1코스는 본래 접근하기 불가능한 비탈길이었다. 2007년 태안 앞바다에 기름 유출 사건이 터졌을 때, 작은 해안 구석구석까지 스민 기름을 제거하려면 접근 가능한 길이 필요했다. 태안 주민 차윤선 씨가 홀로 가파른 절벽과 밀림 야산을 깎고 다듬은 이유다. 이후 태안군이 둘레길을 만들고 전망대,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설치해 이곳을 찾는 모든 이가 안전하게 태안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자연과 태안 바다를 향한 한 사람의 지극한 사랑이 완성한 고마운 길이다.
솔향기길 1코스의 하이라이트는 중막골에서 꾸지나무 해수욕장 사이에서 만나는 용난굴이다. 기암이 유명한 바다에 가면 늘 듣는 ‘용이 나와 승천한 곳’이 유래. 거친 파도가 맹렬하게 들이치는 소리를 배경 삼아 동굴 안까지 이어진 길이 비범하다. 동굴 안으로 18m 정도 들어가면 그 끝이 두 개의 작은 굴로 나누어지는데, 용난굴에서 20m 거리에 있는 별쌍금캠핑장 사장님 말에 따르면 용 두 마리의 머리가 있던 자리다. 우측 용이 먼저 승천했고, 좌측에 자리 잡았던 용은 승천하지 못해 피를 쏟으며 돌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용의 망부석 주변으로 곰바위, 거북바위가 멋진 조각을 뽐낸다. 동굴 안쪽에서 바깥쪽을 바라보면 빛이 한 줄기 조명처럼 떨어지는데, 이 자리가 이른바 견생샷 스폿. 반려견을 번쩍 들어 ‘라이온킹’의 한 장면처럼 추억 사진을 남겨보자. 마지막으로 갯바위가 이국적인 꾸지나무 해수욕장에서 반려견과 ‘우다다’ 세러머니로 마무리!
Up 바다를 끼고 걷는 쉬운 둘레길. 기암 바위 솟은 해안에서는 앉으나 서나 견생샷이다
Down 수풀이 무성한 구간을 종종 지나며, 회귀 코스가 아니어서 같은 길로 돌아가야 한다. 스폿과 가까운 마을에 주차한 후 주변을 걷도 추천한다.
Info 충청남도 태안군 이원면 내리 41-10 만대항에서 시작, 만대항 - 당봉전망대 - 가마봉전망대 - 여섬 - 중막골 - 용난굴 – 꾸지나무 해수욕장, 10.2km, 3시간 30분 소요.
반려견과의 동행이 어느 풍경에서든 자연스럽고, 환대받는 곳이 있다. 태안이 그렇다.
그리움의 돌, 할미할아비 바위




바위 꼭대기에는 소나무가 뒤덮고 있는데, 할미할아비의 머리카락을 떠올리게 한다. 바위로 난 길은 조개, 굴 껍데기를 야트막한 둔덕 형태로 쌓아 발이 빠지지 않게 만들었다. 걸을 때마다 조개껍질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재미를 주지만, 반려견 발바닥이 까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할미할아비 바위를 잇는 꽂지 해수욕장은 길이 3.2km, 폭 400m에 달하는 드넓은 해변으로 시즌에도 반려견 동반 출입이 가능한 곳. 완만한 경사면의 폭신한 백사장에서 반려견과 맘껏 뛰는 것만으로 충만한 마음이다.
Up 서해안 전체에서 손꼽히는 환상적 낙조 스폿
Down 조개껍데기가 겹겹이 쌓인 바닷길에서는 반려견의 발바닥을 주의 깊게 살피자
Info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 산29-100
북극성이 수호하는 땅, 백화산












Up 산책 수준의 낮은 산으로 오르기 쉽고, 기세 좋은 바위산 아래 태안 바다가 파노라마로!
Down 반려견이 바닥에 구멍 뻥뻥 뚫린 구름다리를 무서워할 수 있으니 반려견의 마음을 잘 돌보자.
Info 충남 태안군 태안읍 동문리 40-3 일대, 태을암 주차장에서 출발
솔숲 바닷길 따라, 솔향기길 1코스




솔향기길 1코스는 본래 접근하기 불가능한 비탈길이었다. 2007년 태안 앞바다에 기름 유출 사건이 터졌을 때, 작은 해안 구석구석까지 스민 기름을 제거하려면 접근 가능한 길이 필요했다. 태안 주민 차윤선 씨가 홀로 가파른 절벽과 밀림 야산을 깎고 다듬은 이유다. 이후 태안군이 둘레길을 만들고 전망대,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설치해 이곳을 찾는 모든 이가 안전하게 태안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자연과 태안 바다를 향한 한 사람의 지극한 사랑이 완성한 고마운 길이다.






Up 바다를 끼고 걷는 쉬운 둘레길. 기암 바위 솟은 해안에서는 앉으나 서나 견생샷이다
Down 수풀이 무성한 구간을 종종 지나며, 회귀 코스가 아니어서 같은 길로 돌아가야 한다. 스폿과 가까운 마을에 주차한 후 주변을 걷도 추천한다.
Info 충청남도 태안군 이원면 내리 41-10 만대항에서 시작, 만대항 - 당봉전망대 - 가마봉전망대 - 여섬 - 중막골 - 용난굴 – 꾸지나무 해수욕장, 10.2km, 3시간 30분 소요.
Credit
- 사진/ 신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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