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여섯 명의 감독이 만든 여성 서사, 김다민 인터뷰
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추출한 반짝거리는 이야기들. 우리에게 여전히 영화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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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과 요행이 즐겁습니다,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김다민
단편 <웅비와 인간 아닌 친구들>(2020)부터 소녀와 인간이 아닌 존재의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을 보였던 김다민 감독은 막걸리와 대화하는 신기한 소녀를 장편 데뷔작에 등장시켰다. 영화는 사교육 문제에 일침을 가하면서 가족 드라마나 소녀의 성장극을 표방하지만 막걸리가 미지의 생명체처럼 발효하자 종잡을 수 없는 판타스틱한 스토리로 뻗어나간다. 심지어 SF적 상상력까지 동원한 영화에 대해 감독은 ‘뻔뻔’하게 작업했다고 고백하지만 왠지 ‘펀펀(funfun)’처럼 들릴 정도로 시종일관 재미있는 영화다. 김다민 감독의 발랄한 감성과 엉뚱한 이야기를 꽃피우는 발아력을 엿볼 수 있다.
단편 <웅비와 인간 아닌 친구들>(2020)부터 소녀와 인간이 아닌 존재의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을 보였던 김다민 감독은 막걸리와 대화하는 신기한 소녀를 장편 데뷔작에 등장시켰다. 영화는 사교육 문제에 일침을 가하면서 가족 드라마나 소녀의 성장극을 표방하지만 막걸리가 미지의 생명체처럼 발효하자 종잡을 수 없는 판타스틱한 스토리로 뻗어나간다. 심지어 SF적 상상력까지 동원한 영화에 대해 감독은 ‘뻔뻔’하게 작업했다고 고백하지만 왠지 ‘펀펀(funfun)’처럼 들릴 정도로 시종일관 재미있는 영화다. 김다민 감독의 발랄한 감성과 엉뚱한 이야기를 꽃피우는 발아력을 엿볼 수 있다.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를 영화화하기 전에 단편소설을 먼저 발표했습니다.
단편소설과 시나리오를 거의 동시에 썼죠. 연출부를 하다 지쳐서 한참을 쉬었는데, 쉬다 보니 문득 뭔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시나리오의 경우 공모전에 당선이 될지 혹은 제작 투자를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반면, 소설은 마침표를 찍으면 하나의 작품이 완성이니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보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제 이야기를 원 없이 풀어내는 작업이었죠. 단편소설은 주인공 동춘의 시점으로 빠르게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그게 아이디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소설을 완성한 후 거기에 주변 이야기들을 넣어서 장편영화가 된 겁니다. 소설은 시점이나 인칭이 있는 반면 영화는 그렇지 않은 데다 시나리오에 있어서도 표현이 쉽지 않아 결국 영화로 만들면서 빠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런 부분이 어려웠어요. 동춘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하려면 소설을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 초반부, 초등학생 동춘(박나은)은 우연히 막걸리를 발견합니다. 하지만 사실 막걸리가 동춘을 선택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막걸리의 선택이 맞아요! 옥내 소화전이 동춘을 오라고 부릅니다.(웃음) 생각해보면 막걸리가 있는 소화전은 뭔가를 숨겨 놓는 공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장면은 수련회라는 사실이 더 중요했어요. 동춘 입장에서는 집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의 일탈입니다. 학창 시절, 소화전에 술이나 먹을 것을 숨겨 놓았던 기억이 떠올라서 만든 장면이죠. 누가 소화전에 막걸리를 넣었는지 알려주진 않지만, 엔딩에 가면 밝혀지는 것처럼 비밀리에 진행되는 작업 중에 하나라 할 수 있어요.
소녀와 막걸리의 만남? 어떻게 이런 엉뚱한 조합을 상상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소설을 쓰기 전에 주민센터에서 전통주 만들기 수업을 3개월 정도 들었어요. 꽤 많은 전통주를 만드는데 참 재미있었어요.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 배웠는데 한동안 숙성을 시켜야 하니까 돌아가면서 집에 가져가 온도 체크하면서 상태를 지켜보죠. 집에 두면 막걸리가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발효에 따라 기포가 올라오고. 아무래도 발효가 잘 되어야 하니까 계속 신경을 쓰죠. 비슷한 시기에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하교 시간이 되면 초등학교 앞에 학원 버스들이 엄청나게 줄을 서있어요. 뭐랄까. 막걸리는 뭔가 알 수 없는 원리로 빚어지고, 분주한 아이들의 세계 역시 참 알 수 없게 돌아간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영화는 동춘과 관련된 초등학생 사교육 시장을 보여주지만, 궁극적으로는 ‘왜 이러고 살고 있지?’라는 큰 질문을 하고 싶었어요. 모든 등장인물이 ‘왜 이러고 살아야 하지?’라는 질문을 하게 만들려는 의도였습니다.
주인공 동춘의 캐스팅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춘을 연기한 박나은 배우는 왕만두처럼 귀엽게 생겼지만 아주 의젓한 친구입니다. 볼수록 정이 드는 얼굴이죠. 처음부터 캐스팅할 때 외모를 많이 따졌어요. 인형처럼 예쁜 친구보다는 개성 있고 귀여운 소녀를 원했어요.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해지는 스타일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제가 이모처럼 잘해주진 못했지만, 영화사 대표님과 PD님이 케어를 많이 해주셨어요. 현장에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촬영할 때 스태프 중에 나은의 추종자들도 몇 명 있었어요. 소속사 대표님한테 이야기를 들으니, 꽤 독립적인 친구였습니다. 숙소에 있을 때 혼자 알아서 할 일을 척척 해낼 정도로 야무지다고 하네요. 자기 관리가 뛰어난 배우였어요. 연기 천재가 맞습니다!
“이거 왜 해야 하는 거예요?”라고 묻는 초등학생 동춘은 고민과 고충이 많습니다.
아무도 동춘에게 답을 안 해주죠. 크면 안다는 식으로 말해주고. 영화 오프닝에 노래가 나옵니다. 초등학생 동춘의 심리 상태를 노래로 보여주죠. 세상은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이자 답안지를 잃어버린 문제집. 질문하지 말고 문제를 풀다 보면 시간은 금방 간다는 거죠. 요즘 가장 바쁜 게 초등학생 같아요. 어찌 보면 초등학생들에게 이런 삶은 당연할 수 있지만, 왜 그런지 모른다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사는 게 궁금한 애들이 있기 마련이죠. 원리와 이유가 궁금하지만 그것에 대해 아무도 답해주지 않는 상황이 지속됩니다. 사실 동춘의 고충이 꼭 아이만의 고충은 아닌 것 같아요. 우리 사회는 나이로 뭘 나누는 게 많잖아요. 무슨 나이대에는 이런 걸 해야 한다고 말하고, 옆에서 하면 왠지 나도 해야 할 것 같고. 그런 상황의 총체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왜 배우는지 모르는 거죠. 그건 성인이 돼도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거대한 흐름에 함께 휩쓸려가는 느낌을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이 저한테는 초등학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톡톡 소리를 내는 막걸리의 기포가 모스 부호를 거쳐 페르시아어로 이어집니다. 이해할 수 없는 논리지만 놀라운 상상력입니다.
그냥 뻔뻔해야 한다고 생각했죠.(웃음) 처음부터 뻔뻔하게 가려고 굳게 마음먹었어요. 큰 고민은 안 했어요. 그냥 ‘영화를 믿어주세요’라고 하는 느낌입니다. 페르시아어는 아니지만 동네에 특수외국어 강의가 있어서 힌디어를 배운 적이 있어요. 힌디어와 페르시아어는 다르긴 하지만, 동춘 입장에서 가장 배우기 어려운 것, 사교육으로 가장 말이 안 되는 걸 비틀어서 생각해보다가 떠올랐어요. 무엇보다 관객이 예측할 수 없게 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다음에 뭐가 나올지 예상할 수 없는 거죠. 영화를 보다가 ‘아니, 어쩌려고?’ 하는 생각이 들면 성공한 것 같아요. ‘어떻게 수습하려고?’ 관객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려는 의도였고, “이게, 말이 돼?” 같은 반응이 나올 만한 요소가 많이 있죠. 그런 느낌을 끝까지 갖고 가서 결국 말이 되는 엔딩을 완성하고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는 무슨 장르라고 여길 수 있을까요?
사실 장르를 뭐라고 써야 할지 난처합니다. 성장드라마? 사람들이 질문을 많이 하니까 나름 정리는 해야겠네요. SF 코미디? 그냥 상상에 맡기고 싶은데, 장르 구분이 꼭 중요할까요?(웃음) 꼭 하나만 써야 한다면 판타스틱이죠!
방영을 앞둔 넷플릭스 드라마 <살인자ㅇ난감> 각본에도 참여했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뭔가 허탕을 치거나 헛발질을 하는 정서의 코미디가 좋습니다. 아직 이런 코미디가 많은 것 같지 않아요. 스릴러나 공포 장르에 이런 코미디가 들어가는 식으로 장르 결합이 된 형태를 많이 해보고 싶어요. 제가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나서 요즘은 이런 것을 원하는 시대가 아닌가 싶기도 해요. 가능하면 많은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저의 코미디가 개성처럼 보였으면 좋겠어요. 이를테면 흔히 스릴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인물로 스릴러를 하고 싶어요. 공포에 어울리지 않는 요소를 공포에 넣어서 만들어보고 싶은 거죠.
뭔가 일반적이지 않은 감성인데, 이를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요? 딴지 거는 느낌일까요?
세상에는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고, 흔히 삶의 공식이라는 것들이 있죠. 전 슬쩍 반칙을 해서라도 다른 식의 답을 찾아가고 싶어요. 딴지를 걸기보다는 나름 요행이라고 할 수 있어요. 뭔가 요행을 쓰는 게 즐거워요. 정공법은 아니지만 기발한 요행을 꾸준히 개발하고 싶습니다.

뭔가 허탕을 치거나 헛발질을 하는 정서의 코미디가 좋습니다. 아직 이런 코미디가 많은 것 같지 않아요. 스릴러나 공포 장르에 이런 코미디가 들어가는 식으로 장르 결합이 된 형태를 많이 해보고 싶어요.
Credit
- 프리랜스 에디터/ 전종혁
- 에디터/ 손안나
- 사진/ 이우정(인물),ⓒ 부산국제영화제(영화 스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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